[블게] 현직 택배기사로서 아래 3일만에 왔다는 택배에 대한 추측...
아래 작살님이 3일만에 택배를 받으셨다며 안타까운 사진을 올려 주셨는데요.^^
댓글로 글을 썼다가 생각보다 길어져 굳이 별도로 글을 써봅니다. DP분들은 워낙 택배에 민감하시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요.^^
저는 현직 택배기사입니다. 곧 L사로 넘어가기 직전인 H사 택배이고, 제법 몇년 버틴지라 여러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인 편입니다.^^ 그래서 종종 택배 관련 글이 올라오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ㅋ
3일만에 물건을 받으셨다면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배송이 지연되는 일반적인 경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단순히 물건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배송물량이 소화가 안되어 밀리고 밀려서 배송 되는 경우(전국적인 물동량이 많을 때는 아예 중간 분류소에서 밀렸다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밀리는 경우는 대개 하루입니다)
두번째, 중간 분류과정에서 오분류가 되어 엉뚱한 곳에 갔다가 3일만에 겨우 원주소지로 도착된 경우
세번째, 제 때 해당센터에 잘 왔으나 담당 영업소 기사가 갑작스레 그만두거나 영업소가 무너져서 처리가 안되는 경우(생각보다 무너지는 영업소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본사 수수료를 입금하지 못하여 망하는 것이죠. 그리고 말도 없이 안 나와버리는 기사들도 은근히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저 정도면 두번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정도 상태면 간선차에 여러번 실린 경우라 판단됩니다. 단순히 추석시즌이라 당연히 늦어지기도 합니다만... 이번 추석 물량은 생각보다 아직 폭발적이진 않습니다. 간선차 즉 11톤 차에는 각양각색의 물건이 다 실립니다. 또한 상차를 하는 인원들은 대개가 알바생들이죠. 어느정도 요령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만둡니다. 그만큼 힘들고 보수가 적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거의들 서툴게 짐을 쌓습니다. 물론 서툴더라도 당연히 무거운 물건들을 아래에 깔고 가벼운 물건들은 위로 특히 저런 작은 물건들은 물건이 쌓여있는 맨 위쪽으로 던져놓기도 하지만... 이동과정에서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고 하차과정에서 밟히기도 합니다. 허술하게 적재하면 그만큼 이래저래 손상될 상황도 많아지죠. (단 밟혔을때는 웬만하면 발자국이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선차에 여러번 실리면 그만큼 손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체국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우체국 시스템은 일반택배와는 좀 다릅니다. 중량에 따른 관리가 어느정도는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저 정도 상태라면 오분류 가능성이 높고 이동중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여러 하중있는 물건에 눌렸다가 겨우겨우 도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추석 특수기간이라고 꼭 저리 되는건 아닙니다. 평시에도 저렇게 도착되는 물건 은근히 있습니다.
물건 파손시에는 업체쪽에 바로 연락하시면 재발송 해줍니다. 어차피 업체측에서도 파손된 물건에 대해서는 택배사쪽에 배상청구합니다. 거래처 계약별로(대개 물량에 따라 다릅니다) 배상율이 다른데 평균적으로 70% 배상해줍니다. 여기서 참고하실 것은... 사고처리가 진행되면 집하점, 중간터미널, 배송점쪽에 각각 책임 %를 나눠서 부과하는데 '배송완료'가 처리되면 기사쪽에 조금 더 책임률을 부과합니다. 한마디로 기사는 배송 힘들게 하고 배상해주는 격이죠. (몇번 당했습니다ㅠㅠ) 상태가 명확하게 손상된 경우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지만 박스는 진짜 멀쩡한데 나중에 전산보면 사고처리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아주 돌아버리죠. 그래서 저는 딱 봐서 상태가 아니다 싶으면 배송전에 바로 사고진행 되게끔 집하점쪽에 연락을 합니다. 저라면 작살님의 박스를 열어봐서 상태를 확인했을겁니다. 그리고 본품이 깨끗하다 싶으면 겉 박스를 다른 것으로 교체(대개 박스갈이라고 합니다)하거나 박스가 없다면 현 박스에서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테이핑을 (많이) 했을겁니다.(성의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배송시 수하인에게 단 한마디라도- '이렇게 왔는데 본품은 멀쩡하더라'식으로-했을겁니다.
종종 겉박스에 상태에 대하여도 매우 민감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러니까 박스에 담아서 배송하는겁니다." ^^
참고로 꼭 안전하게 받고싶은 택배는 가급적 월요일에 받으시게끔 주문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토요일 휴무를 하는 곳에 주문을 하시려면 금요일에(아... 그럼 토요일에 도착되겠군요) 토요일까지 주문이 가능한 곳이면 토요일에 주문하시는게 좋습니다. 택배는 월요일에 물량이 제일 적습니다. 토요일에 쉬는 업체들이 많아서 물동량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화요일이 제일 바쁩니다. (많습니다) 토요일에 쉬는 곳 그리고 일요일 주문물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니까요. 그리고 연휴가 있는 주간이면 연휴 다다음날이 제일 물량이 넘칩니다. 그래서 택배 기사들은 대개 명절 전보다 명절 연휴 이후 1주일을 더 두려워합니다. ㅋㅋ
이상입니다. 간단하게 댓글 쓰려다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기회가 되면 '택배 일기'형식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에피소드와 함께 늘어놓고 싶은데... 마음에 여유가 없네요.ㅋ DP분들이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아, 얼른 자야겠습니다. 내일이 최고로 몰리는 날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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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쁘실텐데 이런 글까지.. 잘읽었습니다.
얘기들이 더 궁금한데 미안해서 더 써달라고 부탁드리지 못하겠네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