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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게]  현직 택배기사로서 아래 3일만에 왔다는 택배에 대한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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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9-05 23:27:26

 

 

아래 작살님이 3일만에 택배를 받으셨다며 안타까운 사진을 올려 주셨는데요.^^

댓글로 글을 썼다가 생각보다 길어져 굳이 별도로 글을 써봅니다. DP분들은 워낙 택배에 민감하시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요.^^

 

저는 현직 택배기사입니다. 곧 L사로 넘어가기 직전인 H사 택배이고, 제법 몇년 버틴지라 여러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인 편입니다.^^ 그래서 종종 택배 관련 글이 올라오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ㅋ

 

3일만에 물건을 받으셨다면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배송이 지연되는 일반적인 경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단순히 물건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배송물량이 소화가 안되어 밀리고 밀려서 배송 되는 경우(전국적인 물동량이 많을 때는 아예 중간 분류소에서 밀렸다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밀리는 경우는 대개 하루입니다)

두번째, 중간 분류과정에서 오분류가 되어 엉뚱한 곳에 갔다가 3일만에 겨우 원주소지로 도착된 경우

세번째, 제 때 해당센터에 잘 왔으나 담당 영업소 기사가 갑작스레 그만두거나 영업소가 무너져서 처리가 안되는 경우(생각보다 무너지는 영업소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본사 수수료를 입금하지 못하여 망하는 것이죠. 그리고 말도 없이 안 나와버리는 기사들도 은근히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저 정도면 두번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정도 상태면 간선차에 여러번 실린 경우라 판단됩니다. 단순히 추석시즌이라 당연히 늦어지기도 합니다만... 이번 추석 물량은 생각보다 아직 폭발적이진 않습니다. 간선차 즉 11톤 차에는 각양각색의 물건이 다 실립니다. 또한 상차를 하는 인원들은 대개가 알바생들이죠. 어느정도 요령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만둡니다. 그만큼 힘들고 보수가 적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거의들 서툴게 짐을 쌓습니다. 물론 서툴더라도 당연히 무거운 물건들을 아래에 깔고 가벼운 물건들은 위로 특히 저런 작은 물건들은 물건이 쌓여있는 맨 위쪽으로 던져놓기도 하지만... 이동과정에서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고 하차과정에서 밟히기도 합니다. 허술하게 적재하면 그만큼 이래저래 손상될 상황도 많아지죠. (단 밟혔을때는 웬만하면 발자국이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선차에 여러번 실리면 그만큼 손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체국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우체국 시스템은 일반택배와는 좀 다릅니다. 중량에 따른 관리가 어느정도는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저 정도 상태라면 오분류 가능성이 높고 이동중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여러 하중있는 물건에 눌렸다가 겨우겨우 도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추석 특수기간이라고 꼭 저리 되는건 아닙니다. 평시에도 저렇게 도착되는 물건 은근히 있습니다.

 

물건 파손시에는 업체쪽에 바로 연락하시면 재발송 해줍니다. 어차피 업체측에서도 파손된 물건에 대해서는 택배사쪽에 배상청구합니다. 거래처 계약별로(대개 물량에 따라 다릅니다) 배상율이 다른데 평균적으로 70% 배상해줍니다.  여기서 참고하실 것은... 사고처리가 진행되면 집하점, 중간터미널, 배송점쪽에 각각 책임 %를 나눠서 부과하는데 '배송완료'가 처리되면 기사쪽에 조금 더 책임률을 부과합니다. 한마디로 기사는 배송 힘들게 하고 배상해주는 격이죠. (몇번 당했습니다ㅠㅠ) 상태가 명확하게 손상된 경우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지만 박스는 진짜 멀쩡한데 나중에 전산보면 사고처리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아주 돌아버리죠. 그래서 저는 딱 봐서 상태가 아니다 싶으면 배송전에 바로 사고진행 되게끔 집하점쪽에 연락을 합니다. 저라면 작살님의 박스를 열어봐서 상태를 확인했을겁니다. 그리고 본품이 깨끗하다 싶으면 겉 박스를 다른 것으로 교체(대개 박스갈이라고 합니다)하거나 박스가 없다면 현 박스에서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테이핑을 (많이) 했을겁니다.(성의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배송시 수하인에게 단 한마디라도- '이렇게 왔는데 본품은 멀쩡하더라'식으로-했을겁니다. 

 

종종 겉박스에 상태에 대하여도 매우 민감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러니까 박스에 담아서 배송하는겁니다." ^^

 

 참고로 꼭 안전하게 받고싶은 택배는 가급적 월요일에 받으시게끔 주문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토요일 휴무를 하는 곳에 주문을 하시려면 금요일에(아... 그럼 토요일에 도착되겠군요) 토요일까지 주문이 가능한 곳이면 토요일에 주문하시는게 좋습니다. 택배는 월요일에 물량이 제일 적습니다. 토요일에 쉬는 업체들이 많아서 물동량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화요일이 제일 바쁩니다. (많습니다) 토요일에 쉬는 곳 그리고 일요일 주문물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니까요. 그리고 연휴가 있는 주간이면 연휴 다다음날이 제일 물량이 넘칩니다. 그래서 택배 기사들은 대개 명절 전보다 명절 연휴 이후 1주일을 더 두려워합니다. ㅋㅋ

 

이상입니다. 간단하게 댓글 쓰려다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기회가 되면 '택배 일기'형식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에피소드와 함께 늘어놓고 싶은데... 마음에 여유가 없네요.ㅋ DP분들이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아, 얼른 자야겠습니다. 내일이 최고로 몰리는 날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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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9-05 23:27:10

요즘 바쁘실텐데 이런 글까지.. 잘읽었습니다.

얘기들이 더 궁금한데 미안해서 더 써달라고 부탁드리지 못하겠네뇨.

Updated at 2016-09-05 23:32:49

프리오더와 특가 구입이 대부분이라
인위적 조정이 쉽진 않네요;;
응몰서 램프로 거의 옮겨서 더 토요일
주문 할 필요가 없어졌구요.
저희 동네 택배들이 월요일만 빨리 오던게
이유가 있었군요^^

2016-09-05 23:32:30

고생 많으십니다!! 덕분에 소중한것들 안전하게 받습니다 ^^

2016-09-05 23:51:45

사실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의 문제지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의 문제인 경우는 별로 없더군요. orz

2016-09-06 00:04:51

간략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되네요!

2016-09-06 00:11:47

물건좀 여유있게 받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2016-09-06 00:17:15

장문의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시기가 다가오는데 조금 덜 고생하시길 바래요~

2016-09-06 00:28:23

고생하십니다.
정확하고 세밀한 설명 감사 드립니다^-^

Updated at 2016-09-06 00:50:22

궁금한 점 많이 풀렸네요!!
그런데.. 으아악.. 내일 힘내세요ㅠㅠ

2016-09-06 02:47:37

꾸~~욱!
저도 추천하나 보탭니다.
그리고 플레인 택배상자의 문구를 떠올려봅니다...

2016-09-06 05:37:28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팁도 됐고 택배 배송에 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9-06 06:31:31

고생많으셔요...다른 일할때 택배기사님 도와드린적 있었는데 참..ㅠ

2016-09-06 06:40:23

고생 많으십니다 정말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인데 어서 빨리 근무환경이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09-06 07:24:16

오늘도 수고 많이 하시구엽 글이 속속 눈에 들어오네요 기사님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됐구요

2016-09-06 07:31:52

이전에 무한도전보며 물류담당하시는 기사님들 노고는 잘알고 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그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죄송합니다~

2016-09-06 08:12:35

힘든 일정에도 취미생활도 하시고 참 바라직하다고 보여집니다.

긴 설명 잘 읽었네요. 내용도 공감이 많이가고요.

추석연휴전 바쁜시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2016-09-06 09:15:32

저도 택배 정말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매번 친절한 기사분들만 만나서인지 물건이 파손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얼마전같은 무더위에 무거운 물건 배송해주실때면
제가 되려 미안한 맘이 들어 시원한 음료라도 권하면 "바빠서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하시며
미소지어 주실때 더욱 고마운 마음 들더군요.
덕분에 좋은 정보얻고 갑니다.
화이팅하시고 추석명절 잘보내세요

2016-09-06 09:28:14

현직에 계신분이 시스템을 말씀해주시니깐 택배 시스템에 대해 상세하게 알수 있었네요 ㅎ

2016-09-06 09:42:11

바쁘신데. 늘 감사합니다. 파이팅 하세요

2016-09-06 10:03:12

평소 택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추석으로 물량이 엄청나질텐데 체력관리 잘하시고 명절도 잘 보내세요^^

2016-09-06 10:13:41

택배 받을 떄마다 늘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

파손으로 인한 책임을 나눠가진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Updated at 2016-09-06 10:26:17

 택배회사에서 1달 상하차 알바했었는데 딱 그때가 설이껴있어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1달도 겨우 버텨서 했었던.. ㅠㅠ 그때 생각하면 택배기사분들한테 절대 함부로 못합니다.. 배송에 문제가 있으면 화가 나지만 웬만하면 좋게 얘기하고 좋게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Updated at 2016-09-06 10:39:20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이 덕분에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 내용중 궁금한게 있습니다

박스는 멀쩡한데 사고처리되어있다는 부분은 이유불문하고 다 적용되는건가요?

예를들자면.. 스틸북을 구매했는데 제조불량으로 디스크에 스크래치가 엄청크게나서 교환을 한다해도 사고처리로 넘어가서 기사분들이 손해를 보는건가요?

WR
2016-09-06 23:44:13

늦었지만 별것도 아닌 사소한 글에 추천에 응원까지 해주시어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오늘 진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ㅠㅠ센터가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기세가 목요일까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위에 질문해주신거... 말 그대로 거래처에서 배송상의 문제로 사고 요청이 되고 본사 사고담당팀에서 확정을 하면 책임이 떨어지게 되는겁니다 말씀하신 사항은 배송상의 문제가 아닌것 같은데 그럼 거래처에서도 사고진행 안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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