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와호장룡 UHD-BD로 보는 구작 필름 영화의 HDR 그레이딩
근자에 출시된 와호장룡의 UHD-BD를 충분히 시설적으로 배려된 환경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기회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이 영화를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이 감상에서 기술적인 측면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와호장룡이란 영화가 갖는 물리적 특성과, 현재 최신 영상 테크닉인 HDR의 결합이었는데 이는 (특히 오래된)아날로그 필름 컨텐츠의 HDR 그레이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과 그 해결이란 화두가 요구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와호장룡 UHD-BD의 화면이 갖는, BD와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노이즈화 된 필름 그레인'입니다.
필름 그레인은 아날로그 필름 촬영작이 갖는 하나의 특성이자 제작자의 의도로 이는 종종 '나쁜 화질'과 동일시 되는 경향이 있지만 순전히 의도라는 관점에서 보나 실질적인 화질이란 관점에서 보나 이는 옳지 않은 동일화입니다. 오히려 필름 그레인이 잘 표현되면 될 수록 의도에 근접하며 또한 실제 촬영 화면의 디테일을 인위적으로 죽이거나 없애지 않았다는 확신(이자 안심에 가까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로 필름 그레인을 거의 아름다운 수준으로 표현한 근자의 아날로그 촬영작의 디지털 디스크 타이틀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정말 적절한 조화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문제는 보존 연한에 따라 열화가 진행되는 아날로그 필름을 HDR 그레이딩 하게 되면 이 필름 그레인이 HDR 특유의 (디지털적)명암 확장 표현과 결합되면서 그레인이 아니라 진짜로 '노이즈화' 되어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열화에 따라 자체 다이나믹스가 줄어들어가는 필름을 HDR 그레이딩 테크닉이 억지로 본래 스펙에 맞는 다이나믹스로 확장하면서 생긴 (디지털화)부작용인데 와호장룡의 경우 이것이 좀 심해서 보존 상태가 나쁜 구간의 장면은 도리어 SDR에 멈춘 BD보다도 더 절대적 화질 수준이 열위에 있습니다. 종종 밝게 드러나는 얼굴에서 이 노이즈화 된 그레인들이 더깨 끼면서 화면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보자면 꽤 암담한 기분이 들 정도.
더불어 억지로 잡아 늘린 HDR 표현력 역시 결과적으론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서 총합적으로 와호장룡 UHD-BD는 일부 보존 상태 좋은 구간의 정말 얼마 안 되는 디테일 표현력 증대 외에는 오히려 BD보다 화질적으로 감상을 방해합니다. '맨 오브 스틸' 등 최신 필름 촬영작에서 시도되는 소위 그레인 쪼개기(이건 제가 맘대로 붙인 명칭입니다만) 테크닉도 구작에선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인지 몰라도 이러한 경향이 크건작건 구작 필름물의 UHD-BD들에선 나타난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
물론 아직 UHD-BD도, HDR 테크닉도 발전도상에 있기 때문에 현 시점의 설익은 기술 수준만으로 UHD-BD를 단정하는 것은 이릅니다. 애초에 화면 디자인 시점의 최대 밝기 기준 자체가 중구난방 경향이 있다는 문제도 있거니와 컬러리스트들의 그레이딩 노하우 공유도 충분치 않다는 심증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더불어 문제되는 게 주로 워너 타이틀이란 것도 문제. UHD-BD의 한국어 자막 수록에 적극적인 회사라...) 다만 와호장룡 UHD-BD 등에서 볼 수 있는 이 '노이즈화'를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지 못한다면 UHD-BD는 진짜로 최신 디지털 컨텐츠나 일부 혜택받은 아날로그 컨텐츠 외에는 재발매할 가치가 없는 수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제작사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끝으로 덧붙이면 개인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람이 와호장룡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 정식 발매된 신판 와호장룡(4K 리마스터판) BD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 유일의 한국어 자막 개선 판본(동일한 한국어 자막 수록 판본이라도 해외 발매반은 자막이 구판 그대로입니다.)이 수록되어 과거 정식 발매된 어떤 매체보다 향상된 화질 + 이해도를 선사하며 전술한대로 와호장룡 UHD-BD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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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블루레이에게 4K 리마스터로 생명력을 연장 시켜주는것 같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