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박근혜의 최악을 봤던 이야기
1.
다시 세월호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지?"
박근혜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양심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조문입니다.
2.
저는 2년전 그 당시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하기 위해,
안산까지 직접 차를 몰고 다녀왔습니다.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터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만 차를 이용하곤 합니다.
돌이켜보니
안산으로 조문갔던 날이
제가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3.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다녀오신 분은 아실 겁니다.
막연히 성경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던
원죄(原罪)라는 것.
그것이 진짜 우리 세상에 있구나라는걸
아주 절실히 느끼셨을 겁니다.
합동 분향소에 들어서자 마자
영정의 단을 쌓아올려 만든 거대한 모습에
말문을 잃고 맙니다.
몇 미터의 단을 쌓아서 만든
300명이 넘는 영정사진들,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우리가 너희에게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라는
죄책감에 빠져듭니다.
너희들이 이렇게 되도록
우리는 가만히 있었구나
이 미안함을 어떻게 씻어야되나 싶어서
원죄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너나할것 없이 흐느낍니다.
미안합니다. 잊지않겠습니다.
오열하고 눈물 짓습니다.
4.
가족 어느 누가
고등학생들의 영정사진을
생각이나 해봤겠습니까?
급하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올린 모습에
그 아이의
장난끼 있는 환한 웃음에
저도 그만
눈물이 터졌습니다.
5.
얼마뒤 박근혜가
세월호 분향소에 왔습니다.
조문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박근혜의 눈에는
합동분향소가
마치 CG합성을 위해 차려진
녹색 배경의 세트장인 것처럼,
조문이 아닌
연기를 하는 듯한 모습에
인간으로서 과연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참담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6.
합동 분향소에는
행렬이 있습니다.
조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일렬로 줄을 서서
입장하고
문을 향해
줄을 맞춰서 퇴장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장할 때
출구쪽인 앞을 바라보며 걷다가도
영정쪽인 옆을 바라보게 됩니다.
7.
너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번 쳐다보고
너희들이
잊혀질까봐
한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가다가도
뒤돌아보게 되고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피해 당사자이거나
어떠한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들이 아닙니다.
측은지심과 양심,
염치가 있는
보편타당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면
나오게 되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입니다.
8.
그런데
그는 여기서 연기를 했습니다.
'아... 이 사람이 정말 사람일까?'
9.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은
박근혜는
영정 사진 앞에서
출구쪽을 바라보며 그냥 걸어갑니다.
영정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카메라의 시야각을 벗어날 때쯤 되자
다시 돌아서 걷습니다.
그때도
옆을 돌아서 영정 사진을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10.
당시에 위로를 하던
할머니의 정체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1면에 쓰일 사진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섭외도 했다 칩시다.
제가 분노했던 건,
영정 앞을 걸으면서
영정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박근혜의 행태였습니다.
11.
다른 정치인들의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인들도
앞이 아닌 옆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뒤돌아 보기도 합니다.
12.
사정없이 오열하거나
눈길을 뗄수가 없습니다.
13.
이건 시켜서 나오는 행동이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성 앞에서 우러나오는
당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박근혜는 그딴건 아랑곳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의전과 연출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위에 있구나
정말 최악이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14.
이 말도 안되는
행태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순실을
끼어넣으면
박근혜의 모든 의문스런 행동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당시
박근혜의 조문쑈를 보고
김어준이 말했습니다.
진짜 대통령이 누구일까?
15.
우리는 사람입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태어나졌고
일하고 생활하고 사랑하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웃고, 기뻐하고
아프고, 슬퍼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의 마음 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
사람을 보는 눈 없이
권력에만 눈이 멀어서
국민을 쳐다보지 않는
최악의 사람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16.
보기 싫어서
보러 나가는 것.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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