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철학과 출신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안희정도...
아직 손석희씨와의 대담 전문이 안 올라와서 유튜브 소셜라이브로 안 지사와 기자들이 한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1. 형식적 측면에서
저는 철학과에서 두 유형의 사람을 봅니다.
옳은 말을 직관적이면서 쉽게 하는 사람
혹은
분명 옳긴 한데 복잡하고 어렵게 하는 사람.
두 유형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자는 별로 없고 대부분 후자에 속하게 됩니다. 철학은 복잡한 개념을 풀어서 얘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철학에 대한 모습은 전자쪽이죠. 진리를 꿰뚫고 있어서 복잡한 개념을 말 한마디로 정리해버리는 능력을 가진 사람 말입니다.
불행히도 안 지사는 후자에 가깝군요. 옳은 말을 해도 너무 풀어써서 사람들이 오히려 못 알아듣게 만드는 전형적 철학도...
이 인터뷰를 보기 전까지는 안 지사가 철학과 출신이라는 것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보니 안희정 지사도 어쩔 수 없는 철학과 출신이네요. 저런 스타일의 워딩으로는 사람들이 알아듣기도 힘들 뿐더러, 알아듣는다 해도 인상을 주기 어렵죠. 아무래도 이번에 대선후보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재명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선명하고, 문 전 대표는 답답한 면이 있으면서도 울림이 있었는데 둘과 너무 비교되네요.
같은 철학과 출신이지만 그래도 쉬운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 김영삼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2. 내용적 측면에서
안 지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같은 철학과 출신이라고,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지역구도 깽판 만들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개혁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었던 모습을 안 지사는 모범으로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확실히 3권분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90여석이나 있는 자유당을 둔 상태에서 적폐청산은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특검도 자유당 때문에 막히는 꼬라지 보면 분명 자유당은 개혁에 큰 걸림돌입니다. 그렇다고 통진당처럼 정당해산 제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연정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합니다.
문제는 지금과 김영삼 때가 같냐는 건데요... 김영삼은 보좌할 만한 사람들이 그래도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유당에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전부 바른정당으로 탈출했고, 안 지사를 보좌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여러 면에서 김영삼보다 한참 불리한 조건입니다.
상대방은 말도 안 통하고, 자기 인맥풀도 빈약하고...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하고 똑같은 구도를 짜는 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모습이네요. 철학도 답네요. 긍정적 의미로도, 부정적 의미로도 말이죠.
3.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안 지사가 최소한 대선후보로 나와도 될 만한 사상은 갖추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준비가 너무 빈약하네요. 머리 굴리는 속도를 손발이 못따라간다고 해야 되려나요?
여하간,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이재명/문재인/안희정 누가 나와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찍겠다는 마음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적어도 안 지사가 이번 판의 최선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더 확고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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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지막 단락에 공감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움과 좀 더 단련되고 성숙한 내공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