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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박사모, 늙은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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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1 11:52:25

안희정 이야기로 각종 커뮤니티가 핫 한데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2주전 촛불집회에 나간 김에 앞서 열린 태극기집회(사실 태극기에 대한 모독입니다)를 구경하면서 느낀 것은 집회 참여자들이 제가 생각한 것 처럼 완전 꼬부랑 할배들 천지는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박정희를 추앙하고 유신을 찬양하는 세대의 특징이 전쟁의 참혹상과 배고픔을 겪은 그들에게 박정희가 경제발전을 통해 해소시켜 주었다 명분인데 그렇다면 그들이 전쟁을 겪어 보았거나 혹은 그에 준한 기억이 있어야 할텐데 막상 집회 참가자들을 보니 '저들중에 과연 얼마나 전쟁을 겪어 보았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려면 40년 전후에는 태어났어야 생생한 기억이 있을텐데 그럴려면 지금은 거동조차 불편한 여든 가까운 노인들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집회에 나온 이들은 50대후반에서 70대초반이 주력입니다....그들은 과연 전쟁의 참혹상을 겪어 보았을까요? 

 

제 생각에 그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라기 보다는 전쟁 복구 세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 시대는 철저한 반공사상교육과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을 통해 배고픔에서 해소되었고 유교적 가풍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가부장적인 지위를 맘껏 누릴 수 있던 시기였죠. 제대로 교육을 누릴 수는 없었고 오직 사상교육을 통해 (인권과는 무관하게) 그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었으며, 대신 극도의 빈곤함은 해소되었고 집에 가서는 자식들과 와이프 앞에서 큰소리 빵빵치면서 대우받던 시절의 그들이 지금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할배들 입니다. 아마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겪어 본 이들은 매우 드물 겁니다.  

 

그럼 그들이 왜 지금 시청앞 광장에 나와 저러고 있는 것일까요?

 

반공교육에 의한 국가관이라기 보다는 저는 일종의 상실감에서 비롯된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어 국가발전에 이바지 했고 가정에서 가장으로 대우 받던 시절의 그들이 더이상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여전히 가부장적 가치에 매몰되어 있으니 가족들과의 합리적 대화가 어려울 것이고 대체로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빈곤계층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빈곤해도 젊고 국가에 이바지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늙은 꼰대 취급을 받으니 심사가 꼬일대로 꼬여 있는거죠.. 그 상실감을 광장에 나와서 해소하는 겁니다. 과거에 젊었던 시절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비슷한 느낌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로 중국의 홍위병이 있습니다. 문혁 당시 대단했죠.

마오쩌뚱의 정치적 이슈로 발생한 그 홍위병은 극단의 사상이 어떻게 미쳐 가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대체로 빈민계층의 똘끼충만한 십대 중후반의 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의 광기는 항일전쟁 시대의 유명한 군인이자 한국전쟁때 중공군 총사령관이던 팽덕화를 조리돌림해서 나중에 죽게 만드는 만행을 저지를 정도 였습니다... 중국의 지식인뿐만 아니라 일반 노동자들도 학을 뗄 정도였죠..  

 

결국 자신에 대한 광기어린 추종이 군과 경찰의 치안마저 위협할 수준의 세력으로 확장되어 가자 마오쩌뚱이 서둘러 해산시켰습니다. (노년에 정신줄 놓고 있던 마오쩌뚱이 그나마 제대로 처리한 일 중 하나 입니다. 그게 아니였다면 중국은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져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홍위병들은 자신들이 '마오 주석을 위한 일이 국가를 위한 일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온갖 악행과 인륜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홍위병 출신들은 대부분 다른 공청단처럼 출세하지 못하고 기억속에서 사라져 갔죠. 단지 그들만이 '그 시절이 좋았다'고 늙어서 회상할 뿐입니다. 아무도 인정을 해 주지 않습니다. 그들끼리의 자위일 뿐입니다.

 

현재 광장에 나온 박사모들은 늙은 홍위병에 가깝습니다. 늙고 경제력을 상실하고 사회와 가족들에게 대우받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상실감이 그들을 광장으로 모이게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은 6,70년대 젊었을 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시절로 돌아가겠죠. 늙은 그들에게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집회 하는 것이 꽤 무리가 갈텐데 말입니다.

 

딱히 동정이 가지는 않습니다. 나는 절대 그렇게 늙지 말아야겠다고 한번 더 다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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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2-21 11:48:05

일베 같은 애들도 있어요. 

 

육십 쯤 돼 보이는 늙은이가 '야 그래 오늘 내가 너 여자 붙여줄게' 이러면서 처음 만난 듯한 이십대 중반 애랑 같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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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1:48:07

나이먹으면 젊은 세대가 성공 하도록 도와 주어야지 둿다리 잡는게 아니죠.
저는 동정이 아니라 경멸합니다.

2017-02-21 11:48:40

일단 홍위병이 일당받고 활동하지는 않았으니 홍위병이 좀 기분나쁠 것 같습니다.

경제발전시대와 군사독재시절의 잔여 폐기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7-02-21 12:27:08

잘못된 신념 하나만으로 나가는 꼴통들도 있으니.. 

2017-02-21 11:51:25

늙은 홍위병...딱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시들어가는 빨갱이 왕조의 공주에게 마지막까지 충성하는 늙은 홍위병들 ㅜ.ㅡ...

2017-02-21 11:54:42

젊을때 고생은 다하고 나이들어선 노인빈곤률 오이시디 1위라는 아이러니 그들이 묻지마 선택한 종자들이 토사구팽해도 그들은 맹목적입니다 정말 새뇌가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2017-02-21 12:02:01

박사모 혹은 보수중의 나이많은 전문직종의 소위 옛부터 똑똑하다고 주위에서 들어왔던 사람들도

요새 일베 많이 합니다. 카톡으로 퍼나르는 내용의 대부분이 출처가 일베더라고요 애국보수 사이트라나.

 

60-70대 유년기를 6.25 겪은 혹은 전쟁으로 폐허가된 바닥에서 커오신 분들이고 그들에게 중국은 우리를 침략

했던 혹은 도와준 공산당. 미국은 우리를 지켜준 우방..혹은 형님국가..

이건 밥상머리 교육에 어머니나 아버지 소위 학교가면 교육으로 귀에 인이 밖히도록 들은 내용일겁니다.

일종의 최면이자 세뇌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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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1 12:08:17

아마 박사모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젊어서는 경제를 일으킨다고 뼈 빠지게 일하고 늙어서는 정치를 바로 잡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 나는 대단하다'고요. ㅋ

2017-02-21 12:22:55

시대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중요한 가치기준 중에 하나가 '내 선택은 옳았다'입니다. 이게 부정되면 나이든 세대에게는 인생 전부가 부정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런 것에 쉽게 동조되기도 하죠.

 

경제발전이란게 뭣같은 대통령 하나 혹은 불세출의 영웅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 작은 가게 자영업자, 해외 노동근로자 등등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일궈내는 일종의 종합예술인데 이걸 각 개인으로 나눠서 보면 '누구나 그렇게 살았던 평범한 인생'이 되어 버립니다. 즉, 뭐 하나 내세울것 없는 보잘것 없는 시간인거죠.  세상의 주인공은 오직 자신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괴리는 노년의 자존감에 큰 상처이고, 이건 이성을 앞서 지독히 감정적으로 전면에 나섭니다.

 

물론 지금의  '떼거지로 떼를 쓰는' 떼떼문화는 의도적인 관제행동입니다만, 직접 나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흔히 보이는 동조현상은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이들면 입다물고 많이 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면 중간은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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