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박영수 특검. 서로 잊지 맙시다
특검 연장의 가능성은 현재는 희박해졌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장이 되든 안되든 이번 특검에 대한 기억은 남겨놓고 싶네요.
특검기간동안 매체에 노출되는 박영수 특검의 표정은 시종일관 무거웠습니다. 어쩌면 그도 대한민국이라는 메카니즘 안에서 '성장'코스를 밟아왔을겁니다. 그리고 특검기간동안은 그 메카니즘의 치부를 도려내야하는 임무가 주어졌구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까지의 성과만 보더라도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병우와 관련해서는 의혹의 눈길도 있었으나 설령 그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무척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 파견검사들이 다들 고생하고 참으로 고맙기도 하지만 저는 특히 이분이 강하게 기억이 남습니다.
솔까 준수한 외모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특검기간동안 제눈에는 원빈보다 잘생기고 빛나보였습니다. 언론에 가장 노출이 자주 되었으니 더 익숙해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주 상투적인 표현입니다. 물론 거꾸로 '정의보다 국가경제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입밖에 내지 않을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검사의 입을 통해서 듣는 저 상투적인 멘트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봐오던 비현실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장면은 상투적이지만 현실이기에 엄청난 임펙트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주 멋졌습니다. 이런 멘트가 '가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저는 19일날 최초에 이규철 특검보를 보고 빵터졌었습니다. 심각한 와중에 물론 웃으면 안되는데 거듭 죄송스럽게도 처음에는 빵터졌습니다.
빵터진것과는 별개로 '이 사람 진심이구나. 그리고 제대로 화가 났구나'라고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이 이야기하던 '분노'와 그 궤가 같다면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한번 잘생김이 +1 증가했습니다.
저는 이번 특검이 최초에 그들의 마음가짐보다 특검 기간동안 '국뽕'의 효과를 받아 많이 증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국뽕'은 기존의 국뽕이 아닌 '국민에 의한 스팀팩'이라고 해석해야겠죠. 공허한 '민심'이라는 것이나 '정의', '민주주의'라는 것을 아마 온몸으로 세포하나하나로 느꼈을겁니다. 해방이후로 이만큼의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검사가 있었을까요? 홍준표가 슬롯머신때 이랬을까요? 저는 지금 국민들이 박영수 특검이나 이규철 특검보에게 보내는 지지와 홍준표때의 그것과는 성질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홍준표때의 지지는 단지 네임밸류를 상승시키는 '포퓰리즘'적인 색채가 강한 지지였죠.
역사책에서 반민특위시기를 보면서 늘 생각했던 깊은 아쉬움. 그리고 그 이후 역사책에서도 보지 못했고 또 제가 태어나서 직접 목격한 시기동안에도 보지 못했던 '상식에 의거한 정의'로 뭔가를 심판하는 모습. 누군가에게는 미흡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특검도 국민의 스팀팩 맛을 잊지 말아야 하겠고 저도 이번 특검이 보여준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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