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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뮤지컬 아이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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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10:26:52

 

관람일자 : 2017/2/4 샤롯데씨어터

더블캐스팅 : 윤공주,민우혁,이정화,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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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지금까지 뮤지컬 [아이다]의 라이센스 공연이 거쳐간 국내 공연장 중 가장 작품에 최적화되었던 장소인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아이다]의 국내 3번째 공연이 종연하던 무렵에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들려왔던 얘기가 있었다.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 이후 국내에서 [아이다]를 더는 보기가 어려워질것이란 말이었다. 그렇다고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다시 한번 반년 가까운 장기공연으로 재공연을 성사시켰던 2012년 [아이다]가 국내에서 진짜로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아이다]공연이란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을 끝으로 한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것이란 사실인건지, 아니면 불안정한 장기공연의 판매부진을 막기 위해 기획사가 궁여지책 끝에 내놓은 유치한 연막 작전의 홍보방식인지를 모르겠는 마지막이란 단서는 대수롭지 않은것으로 넘겨버릴 수만은 없었다.

 

기획사가 레파토리 라이센스 작품을 올리면서 '이번이 마지막으로 올리는 공연'이라거나 '이번 공연을 끝으로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더는 보기가 힘들것이다'거나 혹은 '이번 공연을 끝으로 한국에선 향후 10년 동안은 못 볼것이란' 엄포 같은 비공식 공지문이 몇 년도 못 가 없던 얘기로 간편하게 찌그러지며 금세 재공연 기획이 남발되어 객쩍은 홍보수단으로 전락된적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기획사가 마지막이란 단서로 레파토리 성공작을 우려낼 때의 태도를 보면 몇 년도 못가 결국은 재개할 연예인들의 은퇴선언과도 같은 허풍선이의 비장함이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른것이기에 기획사가 특정 공연을 올리면서 '마지막'이란 단서를 다는것을 건성으로 씹을 일은 아니다. 때로는 진짜가 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대규모 뮤지컬이 장기공연으로 올려지다가 폐막 무렵이 됐을 때 국내에서 한동안 볼 수 없을것이란 얘기들이 흘러 나오면 그걸 정말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저작권 깡패인 디즈니 소유의 [아이다]같은 대형 뮤지컬이 장기 재공연을 올리면서 '이제 정말로 끝''이번이 마지막'이란 공지를 터뜨리면 관객 입장에선 서서히 똥줄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다른 곳이 그러면 홍보수단으로 또 써먹고 있구나, 하고 가볍게 씹어버릴만한것들이 디즈니를 거치면 건성으로 넘겨 버릴 일이 아니게 된다.

 

디즈니가 어떤 곳인가. 한번 아니면 끝까지 아닌 곳이 저작권 깡패로 유명한 디즈니이다.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상품도 자체판단에 의해 판매율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의미를 두고 가차없이 시중에 유통된 상품을 전량회수하여 의도적으로 절판시키는 곳이 디즈니이다.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 쉽지만 디즈니의 [알라딘]플래티넘 에디션dvd를 디즈니가 한 때 사전공지한대로 일부러 품절시킨 적이 있었다. 그걸 그 뒤에 구하느라고 똥빠지는 줄 알았다. 결국 힘들게 구하긴 했지만 품절된 상품의 희소성에 의해 마지막 할인가의 세배 되는 값을 치루고 구입을 했는데 몇 년 지나자 플래티넘 에디션을 다시 찍어서 할인가로 유통시켰다.

 

디즈니의 세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첫 성인뮤지컬로 기획방향을 잡았던 [아이다]만 해도 현지에서 충분히 흥행에 성공했고 더 공연할 수 있음에도 앞서 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과 대등한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여 꽤 잘 나가고 있던 공연을 강제로 조기종연시켜가면서까지 내부회의에서 실패작으로 낙인찍어버렸다. 그러니 현지에선 이미 종연된 상태에서 국내 초연됐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공연된 디즈니 뮤지컬 중 유일하게 재공연이 됐으며 재공연도 성공했던 [아이다]의 재공연 가능성에 저작권 깡패인 디즈니라면 전족을 씌워가며 횡포를 부릴 수도 있는것이다. [아이다]이전에 라이센스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디즈니 뮤지컬인 [미녀와 야수]가 실패한 전례가 있었고 이후 [라이온 킹]도 유일하게 흥행실패한 국가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아이다]가 이렇게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공연까지 10년 이상의 라이센스 역사를 쌓고 있는것도 국내만 들어오면 되는 일이 없는 디즈니 대극장 뮤지컬 역사에선 이례적인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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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큐브 아트센터에서의 3번째 공연을 개막 초반에 한번, 종연 직전에 봤었는데 엘지아트센터 초연에 이어 성남아트센터 공연, 그리고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매 공연지마다 장기공연으로 기획됐고 그러면서 잠재관객도 빠져나가 초연 때를 떠올려보면 할인률도 후하게 풀려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 공연기간을 두고 세번째 공연까지 이어진 경우라면 디즈니와 별개로 재공연 간격이 벌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대 이후 신시컴퍼니가 연극사업에 매진하면서 뮤지컬 레파토리 개발에 게을렀고 그나마 성공적인 레파토리 안착이 [아이다]였다. 2010년대 이후 신시컴퍼니가 올린 대극장 뮤지컬 재공연 중 [아이다]를 넘어설만한 성공이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던가? 없다.

 

2012년 공연도 성남아트센터 공연이 종연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2013년 신시컴퍼니의 야심작이었던 [고스트]를 구동시키기 위한 자금확보 차원에서 무리해서 올린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공연 막바지에 이를수록 세번째 시도되는 장기공연의 후유증이 위태로운 예매율로 드러나 전에 없이 할인항목을 수시로 늘려가며 반등을 노렸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본것도 있었고 [아이다]같은 대규모 인력동원의 디즈니 장기뮤지컬이 유언비어로써 씹어버릴 수 없는 마지막 공연이란 희소가치까지 붙어버렸길래래 혹시나 싶어 아쉬워서 더블캐스팅 정도는 챙겨본것도 있었다.

 

2012년 11월 마지막 주에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개막했던 세번째 [아이다]공연은 해를 넘겨 2013년 4월 마지막 주에 마무리를 지었고 4년이 지나지 않아 샤롯데씨어터에서 네번째 공연을 기획했다. 3년여만의 재공연인데 체감기간은 그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한번 올려질 때마다 기록적인 장기공연으로 공연연보를 쌓는 작품이다 보니 실제 재공연 횟수보다 더 많은 기획으로 재공연이 기획된듯한 느낌이다.

 

신시컴퍼니는 2013년 디큐브 아트센터에서의 재공연을 끝으로 국내에서 한동안 보기 힘들것이란 얘기를 지켰는지도 모르겠다.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인데 신시컴퍼니 입장에선 디큐브 아트센터에서의 종연 후 3년 7개월이나 지나서 재공연이 성사된것이니 한동안 보기 힘들었다가 오랜만에 올리는 재공연으로 소개할 수 있겠다. 내 경우엔 3년 7개월이나 지나서 재공연된 느낌이라기 보단 3년 7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또 재공연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이 지금도 극히 드물게 이루어지는, 한군데 대극장에서 8개월 연속공연이란 독보적인 기록을 쓴 초연 때 이후 한번 재공연되면 최소 넉달은 끌고 가는 레파토리라 공연횟수로만 봤을 때는 예닐곱번 이상은 가동된 재공연 기획물의 부피가 느껴진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이번 샤롯데 씨어터에서 3년 7개월만에 재공연된것은 재공연 남발도 아니고 기간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오랜만에 올려지는것인데도 누적 공연횟수 때문에 그런지 오랜만에 접하는 느낌까지는 안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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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부터 지난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까지 매 공연 때마다 챙겨 봤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관심을 가졌어도 4번째 공연인 샤롯데 씨어터 공연까진 꼭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었다.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첫번째 재공연이 전 배역 원캐스트였고 주인공 [아이다]는 하필이면 캐스팅 선택의 폭을 작정하고 차단시킨 초연 주역이었던 옥주현이었기 때문에 주요 배역진이 새롭게 물갈이가 됐던 디큐브 아트센터는 캐스팅으로 인한 관람의 가치가 컸다. 그러나 샤롯데 씨어터에서의 4번째 공연에 이르니 이제는 매 공연 때마다 캐스팅 교체됐다고 일일이 챙겨봐야할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한것이다. 그래서 작년 12월 개막 때부터 재관람을 하기 위해 눈독 들이지도 않았고 크게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 종연 전에 한번 정도는 봐야겠다고는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어영부영 하다가 놓치게 된다 하더라도 아쉬울건 없었다. 

 

특히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 때 작품에 전에 없던 감흥을 받긴 했지만 한편으론 나로선 아쉽지 않을만큼 본 작품이고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 때 받았던 감동과 재미를 교체된 배역구성으로 깨뜨리고 싶지도 않아서 이번 재공연으로 재관람을 하는것에는 다소 회의감도 들었다. 재관람을 시도할만한 여유도 없었다. 요새 뮤지컬 같은 경우는 툭하면 재관람을 해서 안 본 작품을 보고 싶었다. 우선은 안 본 작품 몇 편을 보고 난 후에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아이다]를 재관람하는게 낫겠다고 여기던 차에 일시적으로 특가가 풀렸고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재관람에 대한 회의감이 순식간에 달아났고 관람일정을 조율해서 체증처럼 불어 있었던 샤롯데 씨어터 재공연 관람도 깔끔하게 해결했다.

 

[아이다]는 11년 전 화제의 엘지아트센터 초연으로 처음 접했을 때가 가장 신선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이후의 재공연도 작품관리 잘 하는 신시컴퍼니 레파토리답게 기본적인 충족감이 채워졌었다. 이번 샤롯데 씨어터 재공연도 마찬가지다. 초연 때의 활기는 당연히 잃었고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작품이나 새로 바뀐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신선한 흥미는 유발되지 못했다. 그것은 작품관리에 강박적으로 철저한 디즈니의 틀에 박힌 원본유지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 때문에 발생되고 만 공산품 기획물의 기계적인 흐름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 보아도 똑같고 변치 않아서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폐쇄적인 기획물의 흐름에서 받게 되는 갑갑함에 인공미와 한치 오차도 발생하지 않는 기계적인 세련미가 발화되는것이다. 이게 디즈니 뮤지컬의 특징이자 한계이며 동시에 매우 큰 경쟁력으로 살아나는 장점이다. 최소한의 현상유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다]가 국내에서 초연된지 12년이 지났고 한번 올려졌다 하면 기본 넉달은 연속공연이 되는 대극장 뮤지컬이며 12년 동안 4번이 공연됐지만 재공연에 재공연을 이으면서도 여지껏 단 한번도 기본기를 잃은적이 없었다. 까다로운 디즈니의 제약과 간섭 때문에 4번째 장기공연에 이르러서도 이 같은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것이지만 항상 라이센스의 원형 내에서 구동되는것을 미덕으로 알며 레플리카 기획에 긍정적인 신시컴퍼니의 라이센스에 대처하는 기획양상이 비례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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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서 디즈니 비위에 거슬리지 않도록 정형화된 배역을 전형적인 디즈니 배역상으로 맞춤형 연기를 선보인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은 국내에서 디즈니 뮤지컬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윤공주, 민우혁, 이정화 등 모두 기량 좋은 배역소화력으로 작품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었다. 다만 웬만해선 끄덕없는 윤공주도 사람 잡는 Dance Of The Robe에선 기우를 이겨내진 못했다. 대체 엘튼 존은 왜 이렇게 장기공연되는 대극장 뮤지컬의 곡을 고음역대로 작곡해서 여배우들에게 철인삼종 경기와도 같은 음역시험대를 만들어 버렸나 모르겠다. 듣고 나면 짜릿하긴 하지만 음이 너무 높고 배우가 너무 힘겨워 보여서 처음 봤을 땐 멋모르고 넘어가도 재관람할 때엔 곡에 대한 긴장감에 부담스럽게 들린다.

 

민우혁은 지금까지 나온 한국판 라다메스 중 가장 몸이 좋아서 동화같은 디즈니 세계의 훤칠한 장군 느낌엔 제격이었다. 민우혁이 보여주는 외모적인 힘으로 이 작품에 전에 없던 로맨틱한 기운이 솟아난듯 싶다. 디큐브 아트센터 공연 때의 안시하에 이어 암네리스는 이번에도 실력에 기반한 제법 투명해 보이는 오디션의 결과로 느껴지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신시컴퍼니 간판스타로 떠오른 아이비가 전관예우식의 오디션 결과로 비춰졌다면 인지도가 약한 이정화는 실력에 기반하여 기용된 결과로 안시하가 그랬던것처럼 [아이다]를 기점으로 국내의 대극장 뮤지컬을 책임질 여배우로 도약할것이다. 초연 때 배해선이 원숙한 여성미로 종종 앙칼지게 돌변하며 귀여움을 풍겼고 정선아는 특유의 자기도취적인 매력으로 자신감이 넘쳤다면 이정화는 통통 튀고 발랄한 기운으로 새침한 디즈니 공주의 싱그러움을 풍겨낸다. 민우혁과 마찬가지로 노래 마디마디마다 바이브레이션이 지나치게 들어가서 뽕짝으로 만들어버리는게 흠이긴 해도 듣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정화는 전체 극과 융화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이다]가 감당하기엔 샤롯데 씨어터의 무대규모가 좁아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박물관 장면이나 세트가 돋보이는 일부 장면들에선 비좁은 동선으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디즈니 공주 뮤지컬의 계보도에 걸맞는 알록달록하고 오색찬란한 빛의 기운이 꽉 찬 아기자기함으로 살아날 때가 더 많아서 이번 공연지 역시도 만족스럽다. 성남아트센터에서의 비대한 재공연 실험 이후 신시컴퍼니는 다행이도 디큐브 아트센터에 이어 샤롯데 씨어터까지 초연을 올렸던 엘지아트센터 때처럼 [아이다]에 어울리는 극장선택으로 영리한 재공연 행보를 보여주었다.

 

 - 샤롯데 씨어터는 아이스크림만 반입되는 줄 알았더니 빨대로 빨아 먹을 수 있는 엔제리너스 아이스커피도 반입이 되나 보다. 안내원이 못 본건지 아니면 이제는 앤제리너스 아이스커피 반입도 허용이 되는건지 객석 곳곳에 빨개 꽂힌 아이스커피를 들고 있는 관객을 여럿 봤다. 근데 다행이 그들이 취식하느라고 잡음을 일으키진 않았다.

 

 - [아이다]포스터로 꾸며진 전용 티켓봉투가 예뻤다. 해당 작품의 전용 티켓봉투를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이것도 기획사가 작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고급화를 추구할 때나 제작되기 때문에 흔한듯 하면서도 흔하지가 않다. 이런게 다 작품에 대한 성의이자 애정의 표시이다. 예술의 전당 같은 곳에서 공연 볼 때는 현장에서 직원이 바로 발권해주기 때문에 그 흔한 봉투도 없이 멋없는 표만 건네주고 끝이다. 일회용품으로 쓰레기통 직행이 될 봉투에 표 한두장을 동봉하느라고 괜한 자원낭비로 환경오염이나 부추기는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이다]같은 경우처럼 전용봉투로 예쁘게 꾸며내면 기념으로 간직할 사람도 버릴 사람들만큼이나 많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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