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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특집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인생과 작품세계 (6) - 트루 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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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8-03 11:45:25


 

글 | 김정대(adoinel21@gmail.com)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훌륭해질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는 사람일 뿐이다 - 제임스 카메론

 

0. DIRECTOR UNDER PRESSURE

 

짐 카메론은 1992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연예계 파워 리스트 101’에서 당당히 23위에 랭크됐다. - 참고로 이 해 1위는 전년도에 이어 마이클 오비츠가 차지했으며, 루퍼트 머독과 마이클 아이즈너는 각각 6,7위에 랭크됐다. ‘미스터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19위에 랭크됐는데, 영화배우로서 이 리스트에서 20위권 내에 든 이는 그와 마돈나(10위)밖에 없었다. - 91년 리스트에서 78위였던 짐이 23위로 껑충 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폭스와 채결한 ‘어떤 계약’ 때문이었다. <터미네이터 2>로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린 짐은 그 여세를 몰아 92년 4월에 폭스 사와 역사에 길이 남을 ‘5억불짜리’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임스 카메론 및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짐의 영화사)는 폭스 측과 ‘5억불짜리’ 영화 배급 계약을 채결한다. 폭스는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12편의 영화(그 중 짐 자신이 감독하는 영화가 최소한 세 편은 포함돼야 함)에 대해 향후 5년간 ‘독점적’ 북미 배급권을 가진다. 짐은 제작비 7천만 불의 한도 내에서는 폭스의 승인이나 간섭 없이 원하는 작품을 마음껏 만들 수 있으며, 영화의 흥행 수익도 상당부분 나눠 가지게 된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계약이었다. 좀 과장하여 표현하자면, 폭스는 짐의 능력을 100% 신뢰하고 그에게 백지수표를 위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계약이야 말로 당시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이 할리우드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10여 년 전, 게일 앤 허드와 ‘눈물 젖은(?)’ 1달러 계약을 체결했던 풋내기 감독이 ‘할리우드 최고의 거물 감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나 이렇게 컸다우!”

 

그러나 ‘거물 감독’ 짐은 이 시기, 여러 자잘한(?) 사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터미네이터 2>의 제작이 끝난 시점부터 <트루 라이즈>의 촬영에 돌입하기까지의 기간은 짐의 영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창작 활동이 왕성했던 때였다. 이 시기, 짐은 총 네 가지의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추진하고 있었다. 첫 번째 것은 ‘24개의 자아를 가진 다중인격장애자 빌리 밀리건의 실화’를 다룬 <크라우디드 룸>(연재글 5편의 0번 항목 참조)이었고, 두 번째는 <스파이더맨>이었으며 세 번째는 <스트레인지 데이스>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물론) <트루 라이즈>였다. (<트루 라이즈>에 대해서는 이후 본문에서 ‘몰아서’ 설명하기로 한다). 

 

또한, <타이타닉>의 컨셉이 수립된 것도 대략 이 무렵이었다. 이 중 <크라우디드 룸>과 <스파이더맨>의 경우는 짐이 ‘특별히 애착을 가졌던’ 프로젝트였는데,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했던 여러 장애물들이 불쑥 불쑥 등장하는 바람에 그의 창작 의욕은 결국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우선 <크라우디드 룸>의 경우를 살펴보자.

 

사실 <크라우디드 룸>은 짐이 <터미네이터 2> 이후 제일 먼저 만들기를 원했던 영화였다. (짐은 이 영화를 통해 ‘SF-액션물 전문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최초에 제안했던 인디펜던트 제작자 산드라 아카라가 ‘딴지’를 걸면서 영화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짐은 이미 <크라우디드 룸>의 1차 각본을 쓴 상태였으며, 존 쿠삭을 주인공 빌리 밀리건 역으로 내정하여 곧 영화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폭스는 짐이 늦어도 1992년 7월에는 <크라우디드 룸>의 촬영을 개시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아카라가 폭스 측에 자신의 배당금을 최초에 책정된 25만 불에서 1백 5십만 불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억지 요구에 대해 폭스는 영화의 제작비 지원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 결과 프로젝트의 지연은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짐은 ‘억지요구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는 명목으로 아카라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카라는 (황당하게도) “프로젝트의 지연의 책임은 짐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짐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아카라는 짐이 폭스사와 체결한 계약으로 인해 자신의 배당금이 영화의 제작비로 포함되게 됐다면서, 궁극적인 비용 상승의 원인은 이 계약 때문이고 이것을 자신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짐에게 프로젝트 지연의 책임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짐으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크라우디드 룸>은 짐이 이전에 만든 영화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였기 때문에, 만일 프로젝트가 예정된 대로 추진됐다면 (쓸데없는)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는 이미 영화의 촬영이 완료됐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제 3의 인물’이 두 사람 사이의 다툼에 끼어들었다. ‘제 3의 인물’은 (어이없게도) 바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빌리 밀리건’이었다!

 

"아...이거 정말 피곤하군..."

 

(언제나 그랬듯) 짐은 <크라우디드 룸>의 각본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완벽한 고증’을 위해서는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빌리 밀리건의 조언을 듣는 것이 필수였다. 그리하여 짐은 일찌감치 밀리건에게 연락을 취해 영화 제작을 위해 조언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밀리건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는 사실에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밀리건은 영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언을 해주기로 짐 측과 ‘정식으로’ 합의했으며, 이를 위해 거처를 (본래 살고 있던 오하이오 주에서) LA로 옮기기까지 했다. 영화 제작이 언제 시작되느냐는 밀리건의 질문에 짐은 “최대한 빨리 제작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짐과 아카라 사이의 소송 등으로 인해 영화 제작이 계속 지연되자, 밀리건의 인내심은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루빨리 ‘자신의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 양반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_-;), 짐과 아키라 두 사람을 상대로 9백만 불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밀리건은 “영화 제작이 곧 시작된다고 해서 집까지 LA로 옮겼는데 아직도 영화가 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공연히 ‘삽질’을 한 셈이 됐다. 짐과 아카라는 명백히 나와의 약속 - 영화를 최대한 빨리 만들겠다는 - 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말 엉망이군!”

 

사실 아카라의 맞소송은 거물급 감독인 짐 카메론이 가진 프로젝트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녀의 ‘반발감’이 빚어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빌리 밀리건 마저 끼어들자 상황은 더욱 골치 아프게 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짐은 프로젝트에 대해 ‘정나미’가 뚝 떨어져버렸다. 짐은 설사 재판 결과가 그에게 유리하게 나온다고 할지라도, 더 이상 이 프로젝트를 아카라와 같은 ‘딴지형’ 인물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결국 짐은 프로젝트에서 발을 뺀다는 조건으로 아카라와 법정 외 화해를 했다. 

 

그 결과, 아카라는 <크라우디드 룸>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독차지 할 수 있게 됐다. 또, 짐과 아카라는 빌리 밀리건과도 법정 외 화해를 하여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밀리건은 계속 영화의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훗날 짐은 밀리건이 ‘지나치게’ 의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밀리건은 마치 자신이 감독이라도 되는 양 짐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했고, 초기부터 여러 혼란을 야기했다. 물론 그 중 하이라이트는 짐과 아카라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크라우디드 룸> 프로젝트는 이후 10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간 데이빗 핀처, 닉 카사베테스, 거스 반 산트, 스티븐 소더버그 등이 감독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메가폰을 잡지는 못했으며 조엘 슈마커가 감독으로 최종 낙찰되어 비로소 프로젝트가 빛을 보게 됐다. 참고로 조엘 슈마커판 <크라우디드 룸>의 각본은 토드 그라프(<어비스>에서 배우로 출연했으며, 짐과 함께 <크라우디드 룸>의 각본 작업을 했다)가 맡았으며, 짐이 썼던 각본의 내용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0.5. DIRECTOR UNDER PRESSURE PART 2

 

이 시기, 짐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바로 <스파이더맨>이었다. (에필로그 항목 참조) 또한 그는 이 때부터 (끈질기게) <터미네이터 3>의 연출 제의를 받게 된다. 물론 짐은 “나는 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를 이미 1, 2편을 통해 끝내버렸다”며 이를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러나 제안들 중에는 (놀랍게도) 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하나 있었다. 바로 랜드마크 엔터테인먼트의 중역 게리 고다드와 아담 베자크의 제안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컨셉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쇼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짐의 <터미네이터>야 말로 최적의 타깃이라 여기고 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제안해왔다. 짐은 랜드마크 측이 작성한 트리트머트를 본 뒤 즉각 흥미를 나타냈다. 짐을 매혹시킨 것은 바로 이 계획에 포함된 ‘3-D 영상물’이었다. 짐은 바로 여기에서 ‘영상 매체의 미래’를 본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이 때 랜드마크의 중역들이 ‘바람’을 넣는 바람에 향후 몇 년간 짐이 ‘3-D 영화’ 이외에 다른 ‘일반 영화’는 아예 만들 생각도 하지 않게 될 줄을!) 이 프로젝트가 바로 <티2-3D T2-3D: Battle Across Time>였다.  

 

<티2-3D T2-3D: Battle Across Time>

 

<크라우디드 룸> 프로젝트가 ‘불발’로 끝나고, <스파이더맨>의 제작 역시 무기한 보류되자, 짐은 자연스레 다음 프로젝트였던 <트루 라이즈>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짐의 전처 캐서린 비글로우가 제동을 걸어왔다.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각본을 최대한 빨리 써달라는 것이다. 짐은 1992년 초에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아이디어를 캐서린 비글로우에게 들려줬고, 그녀는 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당시 <크라우디드 룸>과 <스파이더맨>, <트루 라이즈>의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짐은 도저히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각본을 쓸 여유가 없었다. 비글로우는 짐이 매우 ‘정신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한 그를 ‘압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로서도 무한정 짐의 각본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만일 이대로 계속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제작이 지연된다면, 그녀가 차기작으로 구상 중이던 작품들의 제작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터였다. 결국 그녀는 짐에게 “빠른 시간 내에 각본을 써주지 않으면 <스트레인지 데이즈>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짐으로서는 이 때가 ‘최악의 카오스 상황’이었다. 짐의 ‘레퍼런스급 상상력’도 이 살인적인 업무 과중의 상황에서는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짐은 그 와중에 억지로 시간을 내서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각본을 써보려 했으나, 도저히 ‘필’이 오질 않았다. 짐은 이 때의 절망적인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나는 엘모어 레너드라도 모셔 와서 도움을 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짐은 (결국) 용케도 이 절망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단 4주 만에 131 페이지에 이르는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비글로우는 이 스크립트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곧 최종 각본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미 이 시점에서 짐에게 부여된 여분(?)의 시간’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짐은 하루빨리 <트루 라이즈>의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했던 것이다. 짐은 결국 ‘다른 이’에게 최종 각본의 완성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짐은 제이 콕스에게 이 중차대한 ‘과업(?)’을 위임한 뒤 <트루 라이즈>의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제이 콕스에 대해 궁금한 분은 DP의 <스타워즈 삼부작> DVD 리뷰의 <새로운 희망> 편을 참조하시길).

 

 

1. A WHOLE NEW WORLD

 

짐에게 <트루 라이즈>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안한 이는 다름 아닌 ‘미스터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츠네거였다. 1991년, <터미네이터 2>가 개봉한 후 짐과 아놀드는 정기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곤 했다. 아놀드는 ‘존경해 마지않는’ 짐과 함께 또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짐은 그에게 자신의 차기작은 (SF-액션 영화가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인!) <크라우디드 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짐의 이 ‘결정’은 아놀드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아놀드는 짐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짐은 아놀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SF-액션-어드벤쳐 영화 장르에 대해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네. 앞으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계획일세”. 말하자면, 짐은 ‘(특정) 장르 감독’이 아닌 ‘필름메이커’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아놀드는 ‘짐이 원하던 새로운 영화’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꺼냈다. 그는 최근에 자신이 본 프랑스 코미디영화의 내용을 짐에게 들려주었다. 문제의 영화는 바로 다음 작품이었다.

 

<라 또딸(토탈 라이즈) La Totale!>(1991)

 

“오! 코미디 영화라!” 순간, 짐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심각한 SF-액션 영화’만 만들어본 짐으로서 코미디 장르라는 것은 매혹적인 ‘미지의 신세계’로 여겨진 것이다. 아놀드가 언급한 <라 또딸!>은 프랑스의 유명한 코미디물 전문 감독 끌로드 지디가 199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실 미국에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아놀드는 로버트 슈라이버 - 이름에서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이 사람은 아놀드의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의 오빠다 - 의 ‘강추’로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됐다. (로버트 슈라이버는 훗날 이 ‘공로’를 인정받아 <트루 라이즈>의 크레딧에 Executive Producer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결국 짐은 아놀드의 권유로 얼마 후 이 영화를 직접 관람하게 된다.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도 짐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내용이었다.

 

<라 또딸!>의 주인공은 전화국에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프랑소와’라는 이름의 남자다. 그러나 사실 그는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정보국 비밀요원이다. 프랑소와는 10년이 넘도록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신분을 ‘감쪽같이’ 숨긴 채 살아오고 있었다. 프랑소와의 아내 엘렌은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고 있다. 어느 날, 프랑소와는 엘렌이 ‘누군가와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의 주인공은 ‘사이몬’이라는 사기꾼이었다. 사이몬은 자신이 ‘첩보원’이라고 ‘뻥’을 친 뒤 ‘따분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엘렌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고 있었다. 프랑소와는 이 사실을 알고는 엘렌을 위해 -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해 - ‘작은 계략’을 꾸미게 된다.

 

‘작은 계략’이란 무엇일까?

 

짐은 영화를 본 직후 ‘<라 또딸!>의 리메이크작’을 <크라우디드 룸> 제작 이후 추진할 프로젝트로 잠정 결정하게 된다. 짐은 이 프로젝트를 <트루 라이즈>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크라우디드 룸>의 제작이 무산되자, <트루 라이즈>의 제작은 곧장 본 궤도에 올랐다. “나는 거대한 액션과 어우러진 멋진 코미디물을 만들고 싶었다”. 짐은 <트루 라이즈>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코미디 장르는 당시 나에게 있어서 ‘신선한’ 것이었다. 따라서 <트루 라이즈>는 나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도전이 될 터였다”.

 

물론 짐에게 ‘코미디’라는 요소가 완전히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짐의 이전 작품들에도 분명히 ‘코미디 씬’이라 부를 만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짐의 이전 작품들에 나온 코믹한 신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빚어낸’ 아주 자연스러운 장면들이었다. 예컨대, <터미네이터 2>에서 T-800(아놀드) 때문에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들은 ‘억지로 웃기려고’ 설정한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플롯 전개 상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짐은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T-800이 도착했을 때’ 벌어질 법한 상황들만 골라서 영화의 코믹 씬으로 삽입한 것이다. 이런 장면들을 삽입하면서 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전체적인 플롯의 흐름’이었다. 이와 관련해, <터미네이터 2>의 다음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스마일!”

 

위 장면은 T-800이 ‘재부팅’된 후, 존 코너로부터 ‘웃는 법’을 배우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극장판이 아닌 스페셜 에디션에만 삽입됐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이 왜 극장판에서 빠졌을까??”라고 궁금해 하셨을 것이다. 실제로 <터미네이터 2>의 테스트 시사회 때 이 장면은 ‘대박 히트’를 기록했다. 관객들은 T-800의 ‘억지웃음’을 보고는 너나 할 것 없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편집판’에서 이 장면을 빼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코믹한 씬 때문에 관객의 주의가 분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코믹한 신을 넣더라도 그것이 ‘플롯의 중심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조절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짐의 기준으로 이 장면은 ‘지나치게 코믹한 씬’이었다. 또, 관객들이 이 장면 이후 살인기계인 T-800을 (코미디언 같은) ‘너무 가벼운 존재’로 인식할 위험성도 있었다. 짐은 이러한 ‘코믹한 요소와 진지한 중심 플롯의 흐름’간의 미묘한 균형을 대단히(어떤 면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다.

 

<트루 라이즈>에는 이전의 짐의 영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트루 라이즈>는 짐이 이전에 만든 ‘진지한 영화들’과는 성격이 180도 다른 영화였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관객을) 웃기기 위한 영화’였다. 짐은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과거 자신의 연출 재량을 억눌렀던 ‘균형의 법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짐은 각본 작성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스스로 구축했던) ‘균형의 법칙’을 마음껏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그간 (여러 ‘복잡한’ 일들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속 시원한’ 배출구 역할을 했다. 

 

짐이 <트루 라이즈>에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이유, 그리고 그가 이후에도 끊임없이 <트루 라이즈>의 속편을 만들기를 원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 이쯤 되면 짐이 이전에 만든 영화들과 <트루 라이즈>의 가장 큰 차이를 대략 짐작하셨으리라 믿는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트루 라이즈>는 짐이 만든 영화 중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다음 항목을 보면 더욱 확실하게 이해될 것이다. 


 

2. LOVE AND LIES  

 

‘남이 만든’ 이야기를 자신의 버전으로 각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짐에게는 또 하나의 ‘모험’이었다. 짐은 이전까지 오로지 자신이 만든 ‘오리지널 이야기’로만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죽마고우인 랜디 프레이크(짐이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로, 글 쓰는 데 제법 재능이 있었다)를 불러들여 <라 또딸!>의 각색 작업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구했다. 짐은 1993년 봄, 수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친 끝에 <트루 라이즈>의 1차 각본을 완성했다. 각본에 묘사된 설정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해리 태스커는 ‘2중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해리는 <라 또딸!>의 ‘프랑소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해리의 가족과 이웃집 사람들은 그가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세일즈맨’이라고 알고 있다. 아내인 헬렌에게, 해리는 더없이 자상하고 품성 좋은 남자다. 동시에, (헬렌에게) 해리는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남자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한 일상생활에 지친 그녀는 남편 몰래 ‘모험’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자 그대로) ‘꿈’에 불과할 뿐이다. 그녀는 그러한 비행(非行)을 저지르기에는 너무나 소심한 인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남편 해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그런 ‘꿈’을 쉽게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딸 데이나에게도 해리는 ‘매력 없는’ 평범한 가장일 뿐이다. 데이나와 헬렌에게, 해리는 ‘항상 생활권 밖에 있는’ 인물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해리는 툭 하면 출장이다 뭐다 하며 집을 비운다. 헬렌이 느끼는 권태감도 결국은 여기에서 기인한 셈이다. 하지만 해리의 ‘진짜 정체’는 오메가 섹터(Omega Sector, 테러 근절을 목표로 설립된 비밀 정부 조직)의 1급 비밀요원이다. (집에서와는 달리) ‘직장(?)’에서 그는 ‘최고의 일꾼(?)’이다. 그는 ‘걸어 다니는 살인병기’나 다름없는 인물이며, (제임스 본드처럼) 다방면에 걸쳐 거의 ‘백과사전’에 가까운 지식을 보유한 인물이다.

“해리의 이중생활”

 

<라 또딸!>과 <트루 라이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캐릭터들의 설정의 깊이’다. <트루 라이즈>의 주인공인 해리와 헬렌의 관계는 <라 또딸!>의 프랑소와와 엘렌의 관계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며 현실성 있게 느껴진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트루 라이즈>의 해리와 헬렌의 관계는 사실상 짐의 순탄치 못했던 결혼 생활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트루 라이즈>의 주인공 해리처럼 짐 역시 항상 ‘이중생활’을 해야 했다. 할리우드(즉 ‘가정 밖’)에서 짐은 자타가 공인하는 ‘레퍼런스급 감독’이었다. 그러나 가정 내에서 짐은 항상 ‘빵점짜리 가장’이었다. 거의 병적인 워커홀릭 기질을 지닌 짐은 늘 자신의 일 때문에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트루 라이즈>의 해리처럼 그는 늘 집을 비웠고, 아내와 잠자리를 함께 하기보다는 스텝들과 함께 밖에서 밤을 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짐을 거쳐 간 여인들은 이러한 짐의 성향 때문에 늘 ‘욕구 불만’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짐의 예 적 천재성과 워커홀릭 기질에 반해서 그의 배우자가 되기를 선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짐의 강점은 그들의 부부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위기의 부부관계! “째려보는 눈매 무섭네~~”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은 바로 짐의 ‘여성 취향’이었다. 공교롭게도 짐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여성 - 강인하고 지적이며 일을 좋아하는 여성 - 만 ‘골라서’ 연인으로 삼았던 것이다. (짐은 예술가 기질이 다분하고 독립적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런 시절부터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짐이 만든 모든 작품에 ‘강인한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게일 앤 허드, 캐서린 비글로우와의 결혼생활에 실패(?)하면서 짐은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바로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 그가 원하는 여성형과의 결혼은 절대 성공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향이 비슷한 이들의 결합은 사람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짐의 경우는 물론 후자였다. 물론 짐을 거쳐 간 여인들의 입장에서도 무작정 짐을 욕할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항상 짐만큼이나 바빴기 때문에 가정을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일 앤 허드나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혼 후에도 짐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누구보다 이런 짐의 상황을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짐은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당시의 연인이었던 린다 해밀턴과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그들은 한동안 제법 ‘뜨거운’ 관계를 유지하며 딸(조세핀 아처 카메론)까지 낳았지만, ‘동거’만 했을 뿐 결혼은 하지 않았다. <트루 라이즈>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짐이 다시 ‘일 중독’ 모드로 들어가자, 해밀턴은 딸 조세핀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_-;) 짐과 해밀턴의 (짧았던) 동거 생활은 이렇게 끝났다. 

 

물론 그들은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헤어졌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악감정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짐은 그로부터 4년 뒤, ‘치명적인 실수’를 또 저지르고 만다. 린다 해밀턴과 결국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이것을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킹 오브 더 월드’의 팔자라고 해야 할까? 해밀턴과의 결혼 생활은 (물론) 오래 가지 못했다.

 

“이 때만 해도 좋았는데...쩝...”

 

<트루 라이즈>는 말하자면, 짐이 자신의 불완전(?)했던 결혼 생활을 반추하며 쓴 ‘반성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 때문에 정작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해리는 한 차례의 위기(?)를 겪은 뒤에야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비록 ‘실제 상황’에서 짐은 자신의 아내(들)과 진정한 ‘영혼의 결합’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판타지 반성문’의 결말에서 짐의 자아인 해리는 결국 헬렌과 ‘진정한 결합’을 하게 된다.

 

(짐의 표현대로) 결국 <트루 라이즈>의 플롯의 골격은 짐을 거쳐 간 ‘강인한 여성들’ - 게일 앤 허드와 캐서린 비글로우, 그리고 린다 해밀턴 - 이 제공한 셈이다. <트루 라이즈>는 ‘남성 판타지의 궁극적 형태’인 동시에 ‘현대적 여성 판타지의 궁극적 형태’이기도 하다. <트루 라이즈>에서의 헬렌의 모험담은 고전적 여성 판타지 - ‘신데렐라 이야기’로 대표되는 - 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구조다. 

 

헬렌은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를 원하는 여성이며, 참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도 기꺼이 즐기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물론 이것은 이전에 짐이 만든 작품 들 속의 여성상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의 몇몇 장면들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이 부분을 짐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 부분에서 따로 언급하겠다).

 

‘진정한 영혼의 결합’이란?

 

한편, (‘남성 판타지’라는 측면에서) 짐에게 <트루 라이즈>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초강력 아드레날린 유발제’였다. 왜냐 하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파이 영화’였기 때문이다. 6~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많은 남성들이 그렇듯, 짐 역시 고전 스파이물들 - 007 시리즈, <0011 나폴레옹 솔로 (The Man from U.N.C.L.E)>, <아이 스파이 (I Spy)> 등 - 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자란 다른 감독들처럼) 짐 역시도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한 편정도 만들기를 원했다. 짐은 <트루 라이즈>를 ‘코미디와 거대 액션, 그리고 최첨단 특수효과’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궁극적 스파이 액션물로 만들고 싶었다. 

 

즉, <트루 라이즈>는 ‘소품 코미디’였던 <라 또딸!>과는 출발점에서부터 ‘스케일’이 달랐던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트루 라이즈>에는 짐이 유년기에 보았던 스파이물들에 대한 애정 어린 ‘오마쥬’가 수도 없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트루 라이즈>의 기본 줄거리 - 핵폭탄을 갈취한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에게 요구조건을 내걸고,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도시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는 - 는 <007 썬더볼 Thunderball>에서 빌려온 것이다. 영화 초반부, 해리가 잠수복을 입고 스위스의 호화 저택에 침투하여 정장으로 갈아입는 장면(잠수복 속에 정장을 입고 있음)은 <007 골드핑거 Goldfinger>의 첫 장면에서 따 온 것이다. 

 

또, 설원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007 여왕 폐하 대작전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과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의 유명한 장면에 대한 오마쥬다. 그리고 아놀드와 테러리스트들이 화장실에서 벌이는 총격전은 제임스 코번이 출연했던 유명한 <전격 후린트 고고작전 Our Man Flint>의 한 장면에 대한 경애의 표시다. 어디 그 뿐인가? 눈치 빠른 분들은 아마도 브레드 피들이 맡은 배경 음악의 몇몇 부분이 존 배리의 007 음악과 제리 골드스미스의 <0011 나폴레옹 솔로>의 음악을 교묘히 뒤섞은 것임을 알아 채셨을 것이다.

 

<007 골드핑거> 중 한 장면

 

<007 썬더볼> 중 한 장면

 

<트루 라이즈>의 주인공 해리는 여러 면에서 ‘제임스 본드의 현대식 재해석’ 버전이라 할 수 있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면, <트루 라이즈>의 해리는 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다. 007 시리즈를 비롯한 ‘선구자격 스파이물’ 속의 주인공들은 항상 ‘공적인 인물’로만 묘사되어 왔다. 짐은 <트루 라이즈>에서 이들 ‘선배 스파이물’이 놓친 ‘주인공들의 사생활’에 특히 집중하기로 했다. 해리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만일 (천하무적 포커페이스인) 제임스 본드가 돌보아야 할 가정이 있고, 아내의 외도(?)로 인해 좌절 모드’에 빠진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짐은 이 부분을 현실감 넘치게 묘사함으로써 ‘불세출의 영웅 해리’를 ‘(약점이 있는) 인간적인’ 인물로 만들어 플롯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어서 짐은 (제임스 본드처럼) 해리에게도 ‘눈에 확 띄는 매력 포인트나 습관’을 몇 가지 부여하기로 했다. 예컨대, 제임스 본드는 자신을 남에게 소개할 때 항상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하며, 마티니는 항상 ‘젓지 않고 흔들어서’ 마신다. 또한 그는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며 각종 카드 게임과 도박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천부적인 (여자 홀리는) ‘작업(?)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사실들을 참조해, 짐은 해리에게 다음과 같은 ‘장기’를 부여했다.  

 

해리는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다

 

물론 해리에게도 천부적인 ‘작업’ 재능이 있다. 이런! 이름 소개까지 ‘본드, 제임스 본드’를 따라하다니!

  

예술적(?)인 운전 솜씨는 기본 중의 기본

 

 

무기 다루는 솜씨만큼은 선배 스파이들을 완전히 압도한다. (어련하겠는가? 해리는 보통 스파이가 아닌, ‘터미네이터’급 스파이다!)

 

 

1:1 몸싸움도 ‘동급 최강’이다!

 

“너 비행기도 몰 줄 아니?”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

그러나 해리의 ‘진짜 필살기’는 바로 이것이다!

 

Shall We Dance? - 탱고 한판 추시겠습니까?

 

 

3. THE PROBLEM WITH TERRORISTS


그러나 ‘고작’ 이 정도 컨셉만으로 끝났다면 이것은 절대 ‘짐 카메론의 영화’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짐은 각본 작업의 초기 단계부터 “과연 알버트 브로콜리와 해리 샐츠만(007 시리즈의 제작자들)이 꿈도 꾸지 못할 액션 장면은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했다. 이윽고 그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어떤(?) 장면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이 장면의 ‘영상화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 인물을 불러 각본을 검토하도록 했다.

 


존 브루노

 

존 브루노. 그는 이미 <어비스>와 <터미네이터 2>의 작업에 참여하여 짐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유능한 특수효과맨이다. (짐의 호출을 받았을 때 브루노는 한창 <클리프행어>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짐은 (위에 언급한) ‘어떤(?) 장면’을 <트루 라이즈>의 ‘킬러 씬’으로 일찌감치 점찍고, 아예 각본 단계에서부터 존 브루노와 상의하여 이 장면을 ‘최대한 실현 가능하게’ 만들기로 했다. 짐이 쓴 각본을 본 브루노는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씌어 있었다.

해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AV-8B 해리어기(!)를 타고 출동한다!!! (해리가 탄) 해리어는 지면 가까이에서 수직 상승하여 테러리스트들이 점거하고 있는 고층 건물의 한 층을 완전히 ‘쓸어버린다’. 한편, 해리의 딸 데이나는 같은 건물의 옥상에서 테러리스트의 두목 아지즈에게 쫓기고 있다. 추격전 끝에 그녀는 건설용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다. 아지즈가 그녀를 잡으려는 찰나, 해리가 해리어를 타고 (밑에서 -_-;) 나타나 아지즈를 총으로 쏜다. 아지즈는 땅에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하고, 해리는 데이나를 무사히 해리어에 태워 착륙한다!

 

“오 마이 갓! 이걸 영상화하겠다고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짐 못지않은 ‘레퍼런스급 도전 정신’의 소유자인 브루노에게 이것은 ‘한번 해 볼만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브루노는 각본을 읽은 뒤 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악당과 관련된 내용을 조금 더 보완하는 게 좋겠네요”. 짐은 브루노의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그로부터 몇 주 동안 팩스와 전화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클라이맥스 신의 내용을 다듬어갔다. (물론) 클라이맥스 신의 내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황당해졌다 (-_-;) 그들이 수정한 클라이맥스 씬은 다음과 같았다:

 

1. 데이나는 건설용 크레인 바로 밑에 떠 있는 해리어의 앞부분에 떨어져 매달리게 된다.


2. 해리가 그녀를 잡아 조종석으로 끌어 오려 하고 있을 때, 아지즈가 해리어의 날개로 뛰어내려 조종석 쪽으로 다가온다.


3. 해리와 아지즈는 (공중에 떠 있는 해리어 동체 위에서!) 한판 격투를 벌인다.


4.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두 사람이 격투를 벌이는 동안 해리어는 균형을 잃고 제멋대로 움직인다. 해리어는 빙글빙글 돌면서 건물을 마구 부수고, 미사일을 발사하여 마이애미 시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각본을 여기까지 수정한 짐은 문뜩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음을 깨달았다. 해리어는 (착한) 주인공이 모는 비행기가 아닌가? 그런데 각본 내용대로 하자면 (황당하게도) 주인공이 악당보다 훨씬 심각한 ‘기물파괴’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누가 악당이고 누가 주인공인가? (-_-;) 그래서 짐은 (문제의) ‘4번 파괴 장면’의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그 결과는 여러분이 영화에서 보신 대로다). 또한, 그들은 아지즈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도 보다 ‘황당한 버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브루노는 짐에게 “아지즈를 미사일에 매달리게 한 다음, 해리가 그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하는 게 어떤가요?”라고 제안했고, 짐은 이 아이디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짐은 결국 이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해 클라이맥스의 끝부분을 이렇게 수정했다: “아지즈가 매달린 미사일이 ‘앞서서 해리어가 쓸어버린’ 건물의 층을 통과해 테러리스트의 헬리콥터에 명중한다!”

 

You are fired!


4. THE TASKER FAMILY

 

짐이 만든 영화들의 제목은 항상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단순히 ‘종결자’라는 뜻만은 아니다. <에이리언 2>의 원제가 Alien 2가 아닌 ‘Aliens인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시라. <어비스> 또한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심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트루 라이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흥미롭게도 <트루 라이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이중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당장 ‘True와 ’Lie가 결합된 역설적인 제목부터가 재미있지 않는가?!) 

 

그들은 모두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자상한 가장인 해리는 실제로는 정부의 비밀요원이다. (역시)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인 헬렌은 남편 몰래 ‘기막힌 모험’을 꿈꾸며 ‘바람 아닌 바람’을 피고 있다. ‘사랑스럽고 착한’ 딸이어야 할 데이나는 (사실은) 상습적으로 남의 호주머니의 돈을 ‘슬쩍’하는 ‘귀여운 여도적’이다. ‘국가의 운명을 양 어깨에 짊어진’ 정보 요원 행세를 하는 사이몬은 사실은 중고차 판매원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진짜(True)’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은 바로 ‘거짓말(Lie)’이며, 이들이 ‘진실(Truth)’이라고 내뱉는 말들은 사실은 ‘거짓말(Lie)’이다.

 

<트루 라이즈>의 캐스팅은 (당연히) 이런 캐릭터들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했다. 물론 주인공인 해리 태스커의 역은 제외하고 말이다. 해리는 애당초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맞춤형’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그 역을 맡는다는 것은 - 물론 그럴 리도 없겠지만 -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자, 그렇다면 짐에게 첫 번째 과제는 해리와 더불어 플롯을 이끌어 나갈 주축 인물인 헬렌의 역을 누구에게 맡기느냐 하는 것이었다. 짐이 쓴 각본에 의하면 헬렌은 대략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 여성이었다.

 

1.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주부다.

 

2. 하지만 그녀는 (사실은) 대단히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섹시녀’다. 물론 그녀는 이와 같은 자신의 매력을 평소에 깨닫지 못하고 있다.  

 

3. 그녀는 또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관객을 웃기는 재주’도 있다.

 

4. 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실제로는 대단히 ‘강인한’ 인물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_-;) 헬렌의 역을 맡을 만한 여배우는 ‘단 한명’밖에 없다. 아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냐고? 흥분하지 마시길. 절대 억지가 아니다. 짐은 애당초 (각본 집필 단계에서부터) 제이미 리 커티스를 헬렌의 역으로 점찍고 있었기 때문에, 각본에 묘사된 헬렌의 면모 역시 그녀의 이미지와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연재 글 4편 참조. 짐은 <블루 스틸>의 촬영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미 제이미 리 커티스를 ‘차기작의 주연 후보’로 점찍은 바 있다. 그는 <트루 라이즈>의 헬렌이야 말로 ‘커티스를 위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사실상) 헬렌 역시 해리처럼 ‘맞춤형’ 캐릭터였던 셈이다.   

 

1958년생인 제이미 리 커티스는 전형적인 ‘연예계 집안 출신’의 배우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토니 커티스였으며, 어머니는 자넷 리였다.

 

자넷 리 (<사이코> 중) “우리 엄마에요!”

 

제이미 리 커티스의 공식적인 장편 영화 데뷔작은 존 카펜터 감독의 슬래셔 영화 <할로윈 Halloween>(1978)이었다. <할로윈>이 크게 히트한 후, 그녀는 (한동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크림 퀸’ 여배우로 군림하게 된다. (아마도 호러 영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작품들인) <안개 The Fog>, <공포의 수학열차 Terror Train>, <프롬 나이트 Prom Night> 등이 그녀가 초창기에 출연했던 호러 영화들이다. 

 

하지만 1983년 이후 그녀는 ‘호러 영화 전문 여배우’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코미디영화’와 ‘진지한 드라마’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녀의 80년대 출연작 중 <대역전 Trading Place>(1983), <닉키와 지노 Dominick and Eugene>(1988),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A Fish Called Wanda> (1988), 그리고 대단히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블루 스틸>(1989) 등은 국내 비디오세대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출연작들의 면모를 ‘종합해보면(!)’ 알 수 있듯, 그녀는 ‘터프한 동시에 코믹하고, 평범해 보이는 동시에 비범하고 섹시한’ 헬렌 역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헬렌의 ‘터프한 면’과 ‘코믹한 면’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트루 라이즈>에서 ‘총을 들고 설치는’ 주인공은 해리 한 사람으로 족했다. 만일 극 중반에서 헬렌마저 ‘여자 람보’로 변신한다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닌 ‘지나치게 진지한(?)’ 액션극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이전까지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던 헬렌이 갑자기 총을 들고 위기에 빠진 남편을 구해준다는 설정 자체도 (아무리 황당무계한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이렇게 된다면 영화의 ‘폭력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 상 헬렌이 총을 쏴서 남편 해리를 도와주는 신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기도 했다. 짐은 <라 또딸!>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즉, 헬렌에게 총을 쥐어주되 그녀가 직접 총을 다루지는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터미네이터 2>의 ‘존 코너와 총의 관계’ - 연재 글 5편 참조 - 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극장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의 배꼽을 달아나게 했던 다음 장면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명사수 헬렌?!” 제이미 리 커티스는 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의 의도에 120% 부합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한편, 테러 조직 크림슨 지하드의 두목 아지즈 역을 맡을 배우를 선정함에 있어서 짐은 또 한 차례 ‘예외적인 방식’을 택했다. 짐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놀드와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오디션을 거쳐’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감독이다. 심지어 <타이타닉>의 글로리아 스튜어트(나이 든 로즈 역)와 같이 ‘자신이 존경하는 노배우’의 경우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지즈의 역의 경우는 (앞선 커티스의 경우처럼) 짐이 ‘일찌감치’ 점찍어둔 배우가 있었다. 짐에게 ‘찍힌’ 행운의 사나이는 바로 아트 말릭이었다. 짐은 <007 리빙 데이 라이츠 Living Daylights>(1987)와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1992)를 본 뒤 말릭의 열연에 크게 감명을 받았고, 오디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말릭에게 테러리스트 아지즈의 역을 맡겼다. (물론 말릭은 짐의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대단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릭의 뛰어난 연기는 영화 속 특정 종교인/인종의 묘사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것은 영화의 흥행 성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아지즈 역을 맡은 아트 말릭

 

해리의 동료인 알버트 깁슨 역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톰 아놀드에게 돌아갔다. 톰 아놀드는 1990년에 (그 유명한!) 로잔느 바와 결혼함으로써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들은 <트루 라이즈>가 개봉한 1994년에 결혼 할 때만큼이나 요란스럽게(-_-;) 이혼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파국을 맞이하고 있던 톰 아놀드의 결혼생활은 그가 <트루 라이즈>의 깁슨 역을 ‘보다 실감나게’ 소화해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무슨 말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영화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당장 DVD를 재생시켜 톰 아놀드의 연기와 그의 대사를 유심히 살펴보시길!) 결론적으로 <트루 라이즈>는 (짐뿐만이 아니라) 톰 아놀드에게도 매우 ‘개인적인’ 영화가 돼버렸다.

 

사실 톰 아놀드에게 <트루 라이즈>의 캐스팅 제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그 역시 짐을 ‘특급 SF-액션 영화 전문 감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짐의 영화에 출연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톰 아놀드의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이런 소식을 전했다. “톰, 혹시 제임스 카메론의 차기작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함께) 공동주연을 맡을 생각 있으신가요?” 톰 아놀드의 대답은 이랬다:  “이봐요, 장난치지 말아요!” 그리고 그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깁슨 요원 역을 맡은 톰 아놀드. (대체 무슨 클럽을 말하는 걸까~요?)


중고차 딜러이자 희대의 사기꾼인 사이몬 역은 짐 카메론 사단의 스타(?)인 빌 팩스톤이 맡게 됐다. 빌 팩스톤은 카메론 사단의 배우들 중 짐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다. 오죽했으면 짐이 그를 위해 뮤직비디오까지 찍어줬겠는가? (80년대 중반에 빌 팩스톤은 잠시 ‘외도’를 하게 된다. 그는 이 무렵에 앤드류 토드 로젠탈과 함께 ‘마티니 랜치’라는 록그룹을 결성하여 ‘로커’에 도전한다! 마티니 랜치는 1988년에 ‘홀리 카우’라는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결국 마티니 랜치의 유일한 앨범이 됐다. (-_-;) 앨범의 수록곡 중에는 ‘리치 Reach'라는 곡이 있는데, 짐 카메론은 바로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 - 마카로니 웨스턴 분위기의 재미있는 내용임 - 를 감독한 장본인이다. 참고로 이 뮤직비디오에는 랜스 헨릭슨, 제넷 골드스타인, 폴 라이저 등 ’카메론 사단‘의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며, 짐의 전처인 캐서린 비글로우도 등장한다). 빌 팩스톤은 사이몬 역을 너무나도 감칠 맛나게 소화해어 짐을 기쁘게 했다. 결국 그는 짐의 다음 작품 <타이타닉>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짐 카메론과 빌 팩스톤

 

빌 팩스톤이 결성한 록그룹 마티니 랜치의 유일한 앨범 ‘홀리 카우’. 물론 이것은 손꼽히는(?) 희귀 앨범중 하나다. 


이 밖에 해리의 상관 스펜서 트릴비 역은 대배우인 찰톤 헤스톤이, ‘<트루 라이즈>의 본드걸’에 해당하는 주노 스키너 역은 티아 카레레가 각각 맡게 됐다. 

 

스펜서 트릴비 역을 맡은 찰톤 헤스톤. (그가 왜 검은 안대를 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시길!)


 

5. GUNS AND LIES


<트루 라이즈>의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에 앞서 짐은 두 가지의 중요한 ‘사전 준비’를 했다. 첫 번째는 ‘폭스와의 계약 조정’이었다. 초창기만 해도, <트루 라이즈>가 <터미네이터 2>와 같은 매머드급 영화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영화의 규모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될 것임이 점점 확실해져갔다. 어느 순간, 짐은 <트루 라이즈>의 제작비가 폭스가 정한 상한선인 7천 만 불(위의 계약 내용 참조)을 넘어설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결국 그는 영화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얻기 위해 폭스와의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수정된 계약에 따르면, 계약 내용이 적용되는 영화는 총 세 편이며 기존 계약과는 달리 영화 각 편의 제작 때마다 계약 내용이 각각 독립적으로 적용되도록 돼 있었다. 짐은 이렇게 해서 영화의 제작비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영화의 ‘특수 효과’와 관련된 사전 준비였다. <트루 라이즈>는 어떤 면에서 <터미네이터 2>보다도 더 수준 높은 특수 효과 기법이 요구되는 영화였다. <터미네이터 2>의 경우는 관객들이 입을 쩍 벌릴 정도의 ‘가시적인’ 특수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였지만, <트루 라이즈>의 경우는 반대로 ‘보이지 않는’ 특수효과를 추구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즉, 짐의 목표는 관객들이 <트루 라이즈>를 본 뒤 ‘대체 어떤 장면에서 특수효과를 쓴 것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트루 라이즈>가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을 타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특질 때문이었다).  

 

“대체 이 장면의 어느 부분에서 특수효과가 쓰였다는 거야?”


안타깝게도 짐이 선호하는 ILM의 CG팀은 이미 <포레스트 검프> 등 여러 편의 특수 효과를 의뢰받은 상황이어서 <트루 라이즈>에 ‘전력투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짐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1993년 봄, 그는 ‘카메론표 영화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손수 특수효과전문 회사를 하나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바로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이다. 

 

짐은 오랜 동료인 스탠 윈스톤 및 ILM의 중역이었던 스콧 로스와 함께 이 회사를 설립했으며, 원활한 물자 및 기술 공급을 위해 IBM과도 전폭적인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트루 라이즈>의 제작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디지털 도메인은 아직 조직 정비가 완전하게 되지 못한 상태였다. 짐은 <트루 라이즈>의 제작을 진행하며 (동시에) 디지털 도메인의 조직 정비를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이 전략은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을 만들면서 ILM의 기틀을 다졌던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과정 자체가 ‘조지 루카스의 영화 제국’ 및 ILM에 대한 도전장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스타워즈> 제작 당시 존 다이크스트라가 ILM에서 맡았던 ‘십장’ 역할은 존 브루노가 맡게 됐다. 

 

“루카스에게 ILM이 있다면 나에게는 디지털 도메인이 있다!”      


짐은 <트루 라이즈>의 특수효과와 미술을 위해 두 명의 ‘핵심 인물’을 영입했다. 첫 번째 인물은 (앞서 언급한) 존 브루노였다. 브루노는 <클리프행어>의 후반 작업이 끝나자마자 카메론 팀에 합류하여 디지털 도메인의 특수효과 팀원들을 진두지휘했다. 두 번째 인물은 바로 피터 라몬트였다. 라몬트는 이미 <에이리언 2>에서 한 차례 짐과 호흡을 맡춘 바 있는데, 짐이 그를 ‘핵심 인물’로 점찍은 것은 바로 그가 ‘007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라몬트는 <골드핑거>(1964)의 미술팀에서 활동함으로써 007 시리즈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나를 사랑한 스파이>, <유어 아이즈 온리>, <옥토퍼시>, <뷰 투 어킬> 등 7080세대들이 기억하는 대다수의 007 영화에서 미술을 맡았다. <트루 라이즈>의 영화적 성격(?)을 생각한다면 짐이 그를 영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007 시리즈의 상징 피터 라몬트


<트루 라이즈>의 촬영은 1993년 5월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연을 맡은 ‘어떤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한창 후반 제작 과정을 마무리 짓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촬영이 불가피하게 되어 아놀드를 잠시 ‘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영화’는 바로 이 작품이었다. 

 

존 맥티어난 감독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 Last Action Hero>(1993)  


짐은 “으악!”이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영화의 개봉일(폭스는 <트루 라이즈>의 개봉일을 1994년 7월 초로 잡았다)과 제작비, 후반 제작 일정 등 모든 것을 계산하여 촬영 스케줄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촬영 개시일을 연기한다면 제작 과정 전체가 삐걱거릴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 연재 글을 읽은 분은 모두 기억하시겠지만, 짐은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 2>의 작업 당시에도 같은 ‘악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나마 <에이리언 2> 때에는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나오지 않는 장면부터 찍음으로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극복했지만, <트루 라이즈>는 경우가 달랐다. 초, 중반부에 찍기로 내정된 신들 중 해리(아놀드)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짐은 제작 과정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했다: 그는 아놀드가 현장에 복귀할 때까지 촬영을 ‘아예’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오 노~~ 낫 어게인!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문제의 사나이’ 아놀드가 드디어 카메론 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모두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마지막 액션 히어로>가 흥행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카메론 팀에게 이 사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간단하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트루 라이즈>와 유사한 장르(코미디-액션)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폭스 사의 간부들은 (당연히) 이 사건이 <트루 라이즈>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겉으로 태연한 척 하고 있던 아놀드는 실제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처구니없게도) <트루 라이즈>는 자존심이 구겨진 수퍼 액션 스타 아놀드의 ‘부활 작품’의 성격을 띠게 됐다. 아놀드는 짐에게 ‘코미디보다는 액션에 중점을 맞춘 연출을 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 사건 때문에 ‘코미디-액션’ 영화라면 진절머리가 나는 그로서는 당연한 요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짐은 아놀드의 이 요구를 딱 잘라서 거절했다. 어차피 짐은 ‘코미디 물’을 만들 것을 목표로 하고 <트루 라이즈>의 제작에 임했기에, 목표를 수정한다면 영화의 제작 의미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아놀드는 다시 한번 ‘존경해 마지않는’ 위대한 감독 짐의 용단을 믿기로 했다. 

 

아놀드의 굴욕!(젠장! 이게 망할 줄이야!)   

 

그러나 ‘아놀드의 굴욕’을 본 짐으로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영화의 제작을 밀어 붙일 수는 없었다. 그는 <마지막 액션 히어로>의 실패 요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로 했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사실 완성도 면에서 봤을 때, 그렇게까지 관객의 외면을 받을 작품은 아니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이견이 분분하다). 

 

짐은 이 영화의 실패 원인을 ‘소격 효과가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 영화는 아놀드에게 몰입하려는 관객을 지나치게 멀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을 (지나칠 정도로)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도가 적절하다면, 이것은 영화를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무기’가 되지만 <마지막 액션 히어로>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짐은 <트루 라이즈>에서 이와 같은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서와 같은 실수는 결코 범하지 않을 것이다!”


<트루 라이즈>의 촬영은 캘리포니아 주의 산타 클라리타에서 시작됐다. 기록에 의하면, <트루 라이즈>의 촬영이 개시된 이후의 며칠간은 이 지역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기간이었다고 한다. 카메론 팀은 이 기간 동안 해리와 헬렌의 관계를 묘사하는 잡다한 신들을 찍었다. 짐과 스텝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역시 ‘더위’였다. 촬영 현장에는 에어컨이 풀가동되고 있었지만, 살인적인 더위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 더위는 배우와 스텝들의 컨디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영향의 결과는 영화에 ‘플러스’로 작용했다. 예컨대, 헬렌과 사이몬의 관계를 안 해리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찌는 듯한 더위는 두 배우가 ‘불안한 심리 상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즉, 배우들이 더위로 인해 느꼈던 초초감이 표정으로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영화를 유심히 보면 아놀드가 촬영 직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짐은 각본 집필 단계에서 가장 공들여(?) 구상한 장면을 찍었다. 바로 헬렌이 해리 앞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짐의 영화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선정적인 - 동시에 코믹한 - 신이었다. 말하자면, 이 장면은 짐이 <트루 라이즈>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킬러 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거의 한 달 동안을 금식하며 몸매를 가꿨다. 그리고  (코피 터지는) 몸동작을 선보이기 위해, 스트립 댄서들의 동작을 철저히 연구(?)하는 정성을 기울이기까지 했다. 이 장면의 촬영은 (누가 짐의 영화 아니랄까봐) 무려 4일 동안이나 지속됐는데, 결국 커티스는 4일 동안 짐과 스텝들에게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준 셈이다. 

 

커티스는 이 장면을 찍으면서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 그녀에게 이런 연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 춤추는 도중 침대의 기둥을 잡다가 (땀 때문에) 손이 미끄러져 땅바닥에 ‘쿠당!’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아놀드는 그녀를 도우려고 순간 ‘흠칫!’하고 움직였으나, 그녀는 어떻게든 이 장면을 완성해야 한다는 일념에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계속 해서 춤을 췄다. 짐은 이 부분에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고, 이 실수장면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한 나머지 영화에 그대로 삽입해버렸다!

 

“나 섹시해요?”


이어서 짐이 이끄는 대규모 촬영팀은 워싱턴 D.C.로 이동했다. 여기서 그들은 그 유명한 ‘거리 추격신’을 찍을 예정이었다. 아놀드가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길거리는 그를 구경하려는 인파들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스텝들은 당장 촬영에 앞서 이 인파들부터 ‘정리(?)’를 해야 했다. 아놀드 일행이 찍을 신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타고 벌이는 상투적인 추격신이 아니었다. 아놀드는 짐이 쓴 각본을 본 뒤 깜짝 놀랐다. 각본에 의하면, 해리는 아지즈 일행과 한바탕 총격전을 벌인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아지즈를 ‘말을 타고’ 추격하게 돼 있었다. 아지즈가 탄 오토바이가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해리 역시 말을 타고 호텔로 들어가 옥상까지 아지즈를 뒤쫓는다! 

 

“뭐? 말이라고?”


호텔 로비 내부에서의 추격신은 LA의 보나벤쳐 호텔에서 따로 촬영됐다. 이 호텔은 외관상으로 멋질 뿐만 아니라, 짐이 필요로 했던 전망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어서 촬영에는 제격이었다. 스텝들은 호텔 바닥을 보호하고 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카페트를 바닥에 깔고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를 했음에도 촬영 도중 말이 미끄러져 바닥과 기둥에 흠집을 내 촬영팀은 호텔측에 여기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줘야 했다. 이 촬영에서 가장 골치 아팠던 부분은 바로 해리가 말을 탄 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말이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망 엘리베이터를 탈 경우 (기겁하여) 어떤 난동을 부릴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결국 짐은 말과 배우, 스텝들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이 장면에서 ‘모형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모형 말의 제작은 메이크업 앤 이펙츠 래버러터리(Makeup & Effects Laboratories)에 맡겨졌다. 사실 이 모형 말의 부위 중 (살아있는 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곳은 머리와 꼬리뿐이었다. 하지만 짐은 완벽한 컨트롤을 위해 모형 말의 내부에 사람이 한 명 들어가 말의 머리와 꼬리를 직접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 결국 짐의 요구대로 (비교적 체구가 작았던) 피터 엘리옷이라는 사람이 말의 모형 속에 들어가 ‘멋진 연기’를 소화해냈다. 

 

호텔 로비 신의 촬영에 사용된 모형 말

 

한편, 호텔 옥상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신들은 밴 너이스(Van Nuys) 공항에 지어진 특별 스테이지에서 별도로 촬영됐다. 해리는 아지즈를 뒤쫓아 말을 탄 채 건너편 건물로 점프(!)하려 하지만 기세 좋게 달리던 말은 겁을 먹고 옥상 끝부분에서 ‘스톱’하고 만다. 관성의 법칙(-_-;)에 의해 해리는 앞으로 튕겨져 나가 옥상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다. 

 

이 장면에서 옥상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놀랍게도) 모두 합성된 것이다. 실제 촬영 광경은 아래 사진과 같다. 사진에서 아놀드의 발밑은 온통 (합성을 위한) 그린 스크린 자재로 뒤덮여 있다. 이 장면에 쓰인 거리의 풍경은 사실 워싱턴 D.C.가 아니라 LA 시가지의 모습이다. 특수효과팀은 이 장면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리를 LA가 아닌 워싱턴 D.C.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개의 LA 시가지 촬영분을 교묘히 뒤섞어 최대한 워싱턴 D.C.와 가까운 거리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찍었다우!


아지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건너편 건물의 옥상의 풀장으로 점프하는 장면은 보스 필름 스튜디오(Boss Film Studios)의 스테이지에서 별도로 촬영됐다. (아지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점프하는 부분은 스턴트맨 지미 로버츠가 아트 말릭의 분장을 한 채 연기했다). 스텝들은 ‘옥상에 풀장 시설을 갖춘’ 건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또 한번 ‘합성 마술’을 활용해야 했다. 즉, 촬영팀은 풀장이 없는 건물의 옥상을 찍은 뒤 풀장을 합성한 것이다. 물론 밑에 내려다보이는 거리의 풍경과 정신없이 지나가는 차들도 몇 개의 촬영분을 교묘히 합성한 것이다. <트루 라이즈>에는 엄청나게 많은 특수효과 신이 있는데, 대부분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터미네이터 2>에서와 같이) 관객이 실제로 ‘특수효과 씬’이라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아지즈의 점프 장면 촬영 과정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큰 편이었던) 영화의 스케일은 끝없이 팽창하고 있었다.  이미 촬영이 중반 정도에 이르렀을 때, 대부분의 스텝들은 이 영화가 <터미네이터 2>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것을 능가하는 규모의 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촬영 진도는 (시간이 갈수록) 예정보다 뒤쳐지고 있었다. 이미 아놀드 때문에 한 달 가량이나 ‘손해’를 본 짐은, 어떻게 해서든 스케줄을 예정에 맞추기 위해 스텝들을 더욱 가혹하게 채찍질했다. 

 

폭스 사는 이미 이 시점부터 (<어비스>때의 끔찍한 딜레이 상황을 떠올리며) 짐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이중 삼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짐은 배우와 스탭들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며 제 시간 내에 원하는 수준의 촬영분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시점부터 몇몇 스탭들은 촬영장에는 ‘YOU CAN'T SCARE ME - I WORK FOR JIM CAMERON’라고 적힌 티셔스를 입고 나타났다. 이것은 물론, 자신들을 끊임없이 들볶아대는 짐에 대한 장난기어린(?) 항의의 표시였다. 

 

물론 레퍼런스급 배짱과 유머감각의 소유자인 짐은 이 희극적인(?) 광경을 목격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짐은 이런 상황에서 난감해하거나, 그들에게 “티셔스 벗어버려!”라고 화를 낸다면 자신의 카리스마가 구겨질 뿐만 아니라 촬영장의 질서(?)마저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스탭들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장난스러운 문구가 찍힌 티셔스를 입고 작업에 임했다. 

 

짐의 오랜 친구 스탠 윈스톤은 “관객들은 짐에게 감사해야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무슨 말이냐면, “할리우드에서 짐처럼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감독은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짐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극장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스텝들을 부단히 ‘갈궈서’ 한계치를 넘어선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그만의 능력(?)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런 투철한 ‘사명의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짐의 영화에서 본 놀라운 장면들은 자신의 연출료마저 반납하고 영화를 ‘원하는 수준’으로 완성하고야 마는 짐 특유의 집념, 그리고 (짐에게 ‘죽도록’ 들들 볶인) 스텝과 배우들이 흘린 땀이 이루어낸 귀중한 결실이었던 것이다. 

 

Let me entertain you!


 

6. MAYHEM OVER MIAMI


이어서 카메론 일행은 (그 유명한!) ‘해리어 신 및 다리 폭파 신’을 찍기 위해 플로리다로 이동했다. 물론, 짐은 촬영에 앞서 “대체 이 신을 어떤 방법으로 찍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했다. 각본상으로 정말 멋진 씬이긴 했지만, 짐의 완벽주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 특히 폭스의 간부들의 생각에는 - 이 신은 정말 ‘아찔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감독이 이 장면을 찍는다면 아마도 ‘미니어처 모델을 이용한 촬영’ 정도로 만족했겠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짐은 다르다. 짐의 성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미 해군에 요청하여 ‘실제 해리어기’를 대여해 영화를 찍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대략 ‘덜덜덜’이다!) 그러나 실제 해리어기를 촬영에 쓴다는 것은 짐에게도 너무 큰 리스크였다. 

 

당시 시가로 해리어기의 한 대당 가격은 대략 3천 3백 만 불정도 됐는데, 영화 한편을 찍는다고 이 전투기를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실제로 이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군의 협조를 얻어 전투기를 대여해서 쓰자니, 대여료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 전투기의 대여료 - 주로 연료 비용 - 는 시간당 2만 불이나 됐다). 결국 짐은 ‘다리 폭파 신’에서만 실제 해리어기를 쓰고, 나머지 장면에서는 정교하게 만든 ‘모형’을 이용하기로 했다.

 

짐의 각본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수도 없이 있었다. 물론 이 장면에 등장한 것은 ‘실제 해리어기’가 아닌 ‘모형’이다. 

 

해리어의 모형을 만드는 작업은 도널드 펜닝턴에게 맡겨졌다. (펜닝턴은 <어비스> 제작 당시 정교한 잠수정 모형을 만들어 짐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펜닝턴은 (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제 해리어와 완전히 똑같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해리어 모형을 만들어내야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미 해군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다행히 해군 측은 영화 촬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펜닝턴은 애리조나에 있는 해군 기지로 가서 실제 해리어의 ‘본’을 뜨는 작업을 시작했다. 펜닝턴은 24개에 이르는 유리섬유 본을 뜬 뒤, 그것을 이용해 정교한 해리어 모형을 만들어 나갔다. 이 모형은 외형상으로 실제 해리어와 똑같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튼튼해야 했다. 촬영장에서 이 모형은 배우들이 탑승한 상태에서 ‘사정없이 굴려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촬영용 모형과는 달리) 이 해리어 모형은 실제 해리어와도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한편, 펜닝턴은 모형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해리어의 주요 부속품을 모형 제작에 활용하기도 했다. 예컨대, 모형의 코크핏이나 사출좌석 등은 실제 해리어의 그것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또, 펜닝턴은 이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부속품인 기어 역시 ‘실제 기어’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해리어의 노우즈 기어(앞바퀴 부분)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F-8 크루세이더 기의 노우즈 기어를 구해서 적절히 변형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펜닝턴은 운반 및 촬영상의 편의를 위해 이 모형의 각 파트를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리어 모형의 제작 과정


그러나 정작 짐에게 있어 진짜 고민은 ‘실제와 똑같은 해리어의 모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모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 첫 번째로 해결할 문제는 이 모형을 어떤 식으로 움직여서 ‘실제로 날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느냐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짐벌 메카니즘(Gimbal Mechanism, 비행기 모형과 같은 동체의 하단에 연결되어 동체가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내는 장치)으로는 그다지 사실적인 효과는 내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이 때, 존 브루노가 고용한 특수효과 엔지니어 마크 T. 노엘이 ‘<주라기 공원>에서 활용된 것과 유사한 모션 베이스’를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주라기 공원> 촬영 시(마크 T. 노엘은 당시 특수효과 스텝 중 한명이었다) 스탠 윈스톤 스튜디오가 만든 티 렉스의 모형을 작동시키기 위해 일반적인 짐벌보다 훨씬 크고 정교한 모션 베이스가 쓰인 바 있는데, 거대한 해리어의 모형을 리얼하게 움직이려면 이와 같은 것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엘의 주장이었다. 결국 그의 주장이 수용되어, <주라기 공원> 때 쓰인 것보다 더 큰 모션 베이스가 주문/제작됐다.  

 

해리어 신 촬영에 쓰인 모션 베이스

 

다음 문제는 바로 이 모형으로 어떻게 ‘진짜 같은 합성 쇼트’를 만들어내느냐는 것이었다. 각본에 의하면, 해리가 탄 해리어는 고층건물 위에서 잡다한 묘기(?)를 부리게 돼 있었다. 따라서 (보편적인 특수촬영 방식에 따라) 스튜디오에서 모형을 가지고 촬영할 경우, 영화사상 가장 거대한 블루/그린 스크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리어가 등장하는 신 전체를 이 방법으로 찍는다면, 영화에 비치는 모든 도심 배경은 ‘합성’으로 완성될 예정이었다. 결국 특수효과팀은 수 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밴 너이스 공항의 빈 격납고를 거대한 블루/그린 스크린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웅장한 스테이지를 지을 장소로 결정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생겼다. 바로 ‘거대한 해리어 모형과 모션 베이스를 어떻게 이 스테이지까지 운반하느냐’였다. 무게가 7톤이나 나가는 이 ‘물건’들을 운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을 때, 짐은 문뜩 이런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빌딩의 옥상 위에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한 해리어 모형을 놓아 앞뒤로 움직이도록 만들면 어떨까?” 이 말을 들은 존 브루노는 반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예 빌딩 옥상에 모션 베이스를 설치하고 거기서 영화를 찍어버리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짐의 눈은 반짝 반짝 빛났다. 이 말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몸값 비싼 액션 배우를 (모형과 함께) 고층 건물 옥상에 매달아놓고 영화를 찍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짐의 음흉한(?) 눈빛을 본 브루노는 ‘아차!’ 하고 속으로 외쳤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이 장면은 (진짜로!) 인터테라(Interterra) 빌딩의 옥상에서 촬영됐다! 

 

인터테라 빌딩에서의 촬영 장면


짐은 이 장면의 대부분을 ‘실사’로 촬영함으로서, 만족할만한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실사로 촬영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스테이지에서 따로 촬영하여 실사 배경과 합성하기로 했다. 사실 (짐의 영화가 늘 그랬듯) 이 장면의 촬영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모션 베이스를 이렇게 ‘황당하게(?)’ 활용한 영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해리어의 모형과 모션 베이스가 놓인 빌딩의 옥상 광경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제이미 리 커티스는 옥상에 올라와 이 광경을 본 뒤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옥상에는 해리어 모형과 모션 베이스 외에 거대한 건설용 크레인도 설치됐는데, 이것은 플롯 상의 중요한 소품일 뿐만 아니라 실제 제작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해리어 모형을 포함해) 촬영에 필요한 잡다한 장비들을 이 크레인을 이용해 올리고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만으로 이 많은 장비들을 운반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 크레인은 또, 촬영의 보조 도구 - 거대한 ‘돌리’ 역할- 로도 사용됐다. 짐은 ‘(다용도) 크레인이 빌딩의 옥상에 있어야만 하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해당 장면의 빌딩을 ‘건설 중’인 것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스텝들은 (이미 완공된) 빌딩의 여기저기에 합판 등을 이용해 ‘건설 중’임을 나타내는 여러 증거물(?)들을 만들었다. 

 

인터테라 빌딩에 설치된 건설용 크레인은 플롯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데, 막상 촬영을 개시하려고 하니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해리어 신’ 중에는 아지즈가 AK-47 자동소총으로 해리가 탄 해리어의 캐노피(투명한 조종실 덮개)를 날려버리는 장면이 있다. 사실 이 장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삽입된 것이다. 만일 해리어 모형의 캐노피를 그대로 붙여두고 촬영을 진행할 경우, 캐노피에 조명과 각종 촬영용 도구들이 거울처럼 비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촬영에 앞서 테스트를 해보니, 사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캐노피에 비친 것을 모두 디지털로 지우려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일 이 작업의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에는 - 당시만 해도 디지털 특수효과 기술은 100%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 씬 전체가 ‘가짜’처럼 보일 위험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브루노는 이 부분을 가장 염려했다). 결국 브루노는 짐에게 “캐노피를 총으로 쏴서 그냥 날려버리죠?”라고 제안했다. 짐은 이 제안에 동의했고, 즉석에서 각본이 수정됐다. 

 

짐은 캐노피가 날아가는 장면을 ‘실사’로 찍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장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태가 또 발생하고 말았다. 짐은 ‘총으로 갈기는 순간’ 캐노피가 산산 조각 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술했듯, 해리어 모형의 캐노피는 실제 해리어 기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인데, 이것은 ‘폴리카보네이트’(당연히 방탄 능력이 ‘레퍼런스급’이다)로 만들어졌다. 브루노는 ‘아무리 방탄 재질이라고 해도 총알을 그렇게 박아대는데 버티겠느냐’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캐노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튼튼했다. 몇 차례의 총격을 받았음에도 캐노피는 ‘끄떡’도 없었다. 이 사태에 실망(?)한 짐은 결국 격앙된 목소리로 “됐어! 그냥 캐노피를 끼우고 촬영 하자고!”라고 외쳤다. 당황한 브루노는 후반 제작 과정에서 있을 ‘재앙’을 우려하여 짐에게 이렇게 외쳤다. “짐, 당신 화난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진정하세요. 이 상태로 촬영하면 안 됩니다!” 그는 짐에게 캐노피를 ‘수작업’으로 잘라버린 뒤 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캐노피가 날아가는 장면은 나중에 별도로 만들어서 삽입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브루노는 간신히 짐을 설득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펜닝턴과 특수효과 팀들은 각종 첨단(?) 절단 도구들을 들고 우루루 몰려가서 해리어 모형의 캐노피를 사정없이 잘랐다!

 

캐노피가 없으니 시원~하군!

 

짐과 스텝들은 해리어 신을 감히(?) ‘실사’로 촬영한다는 무모한 계획을 ‘밀어붙인’ 데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빌딩 옥상 위에서의 촬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린 페이스로 진행됐는데, 주된 이유는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이었다. 구름 한점 없이 맑았던 하늘이 불과 몇 분 사이에 ‘암흑천지’로 변하는가 하면, 햇빛이 쏟아지다가도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말괄량이 같은 날씨 때문에 가장 애먹은 사람은 바로 촬영감독인 러셀 카펜터였다. (카펜터는 <트루 라이즈>에서 처음 짐과 호흡을 맞췄으며 <타이타닉>에서 다시 한번 중책을 맡아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었다).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조명을 맞추기가 극히 까다로웠던 것이다. 워낙 높은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관계로, 스텝들은 갑작스러운 ‘벼락’에도 주의해야 했다. 확률이 낮긴 하지만, 주의하지 않는다면 신문에 “<트루 라이즈> 스텝, 벼락 맞아 죽다!”라는 기막힌(?) 기사가 실릴지도 모르는 판이었다. 이 때문에, 옥상에는 번개 감지 장치가 설치되어 유사시(?)에 스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해리어의 수직 이륙 장면. 이 장면은 세 개의 굵은 와이어로 모형을 대형 크레인에 매단 뒤 그것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후반 작업에서 이 와이어는 디지털로 제거됐고,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역시) 디지털로 그려졌다. 


한편, 인터테라 빌딩 옥상에서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짐의 ‘사악한’ 얼터 에고가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현기증 나는 ‘고공 촬영’을 몇 시간이고 계속 하던 아놀드는 대략 ‘안습’ 모드였다. 육체적으로도 지친 상태였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생리적 욕구’였다. 짐이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촬영을 강행하는 바람에, 공중에 매달려있던 아놀드는 화장실에 갈 수도 없었다. 

 

한번은 (‘한계점’에 달한) 아놀드가 “도저히 못 참겠어요! 화장실 좀 갑시다!”라고 외쳤다. 여기에 대한 짐의 (사악한!) 대답은 이랬다. “어~ 그건 안 되죠! 당신은 지금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인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짜 파일롯이고, 임무 수행중이라면 ‘볼일을 보기 위해’ 전투기를 착륙시킬 수 있겠소?!” 짐의 말인즉, 촬영을 완벽하게 끝내기 전까지는 해리어 모형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차라리 바지에다가 ‘실례’를 할지언정 말이다!

 

해리어 모형의 이륙 장면은 실제 해리어의 비행 장면과 교묘하게 이어서 편집됐다. 실제 해리어기에 탑승한 파일롯은 후반 작업에서 아놀드로 교체됐다.


옥상에서의 촬영이 끝난 뒤, 해리어 모형은 모션 베이스와 분리되어 (크레인에 의해) 땅바닥에 내려졌다. 이 모형은 케이블에 매달려 다시 200피트 위까지 끌어올려졌는데, 바로 세 사람(해리, 데이나, 아지즈)이 매달려서 잡다한 액션을 벌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에서는 ‘고난도’의 묘기가 요구됐기 때문에 세 명의 스턴트맨이 (<터미네이터 2>에서처럼) 분장을 하고 배우들의 대역을 소화해냈다. 

 

아놀드의 대역은 빌리 루카스가, 말릭의 대역은 지미 로버츠가, 그리고 더쉬쿠의 역은 킴 짐머맨이 각각 맡았다. 짐은 헬기를 타고 공중을 선회하며 모형 위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직접 찍었다. 약간은 위험한 액션 장면이었지만, 세 명의 스턴트맨들은 마치 놀이동산이라도 온 듯 이 장면의 촬영을 마음껏 즐겼다. 짐은 (누가 완벽주의자 아니랄까봐) 30초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신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찍었는데, 스턴트맨들은 촬영이 거듭될 때마다 더욱 ‘신나게’ 자신들의 액션을 연기했다. 촬영 도중 짐은 ‘전투기를 회전시키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말을 듣고 스턴트맨들은 이렇게 외쳤다. “좋아요! 마구마구 돌려주세요!” 그리고 다음 순간, 짐은 확성기를 통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빨리! (Faster! Faster!) 

 

“좋아요! 마구마구 돌려주세요!”


한편, 해리어가 빌딩의 한 층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스테이지에서 미니어처 모형을 활용하여 따로 촬영됐다. (아래 사진 참조) 이 장면에 이어 해리어의 꼬리 부분이 캐피탈 뱅크 빌딩의 창문을 부수고 ‘침입’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브루노는 ‘청소부 한 명이 해리어가 빌딩 내부를 박살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청소에 열중하는’ 코믹한 신을 제안했다. 짐은 이 제안에 즉시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기막힌 아이디어를 제공한 데 대한 보상으로 브루노를 이 청소부 역으로 ‘깜짝’ 출연시켰다.  

 

해리어가 빌딩의 한 층을 쓸어버리는 신의 촬영과정

 

이 사람이 바로 존 브루노다


마이애미에서의 촬영을 마친 뒤 스텝들은 플로리다 키스로 이동했다. 두 대의 해리어기가 다리를 폭파하는 신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은 (기나긴) 클라이맥스 신 중 가장 장관을 이루는 부분으로, 해군의 협조로 ‘실제 해리어기’가 투입됐다. 해군은 짐 카메론 측과 협의하여 해리어기의 훈련 스케줄을 잡았으며, 지정된 날짜에 두 대의 해리어 기가 공중에 뜨자 촬영팀은 이를 다양한 각도로 찍었다. 하지만 실제로 촬영팀이 찍은 장면은 ‘해리어가 공중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장면’ 뿐이었다. 

 

해리어가 매버릭 미사일을 발사하는 신이나, 미사일이 다리에 명중하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신, 해리어가 (테러리스트가 쏜) 스팅거 미사일을 피하는 신 등은 (물론) ‘실제상황’이 아닌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참고로, 이 장면에 등장하는 다리는 플로리다의 명소인 세븐 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다. 아무리 짐이 ‘리얼리티의 절대적 신봉자’라고 하지만, 실제 다리를 폭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영화의 진짜 같은 폭파 신은 대체 어떻게 찍었냐고? (누가 봐도 이 이 장면은 ‘진짜’ 같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밝혀본다.

 

해리어기가 매버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여기 등장하는 것은 모형이 아닌 실제 해리어기다. 하지만 매버릭 미사일이나 (미사일이 지나간 자리의) 스모크 자국 등은 모두 CG로 그려진 것이다. 본래 각본상에는 세 대의 해리어 기가 출격하여 그 중 한 대가 스팅거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도록 돼 있었으나, 이 부분은 예산상의 이유로 삭제됐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다리의 부분은 예전에 건설된 세븐 마일 브리지의 한 섹션으로, 새로운 다리가 건설됨에 따라 (1982년부터)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운 좋게도, 이 옛날 다리에는 ‘끊어진 부분’이 하나 있었다. 피터 라몬트가 이끄는 미술팀은 이 부분을 적당히 치장하여 ‘마치 폭격에 의해 무너져 내린’ 것처럼 만들기로 했다. 아트 디렉터였던 밥 랭은 마이애미 강에서 ‘방금 철거된’ 다리의 한 섹션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폭격에 의해 내려앉은 다리의 잔해’로 사용됐다. 아니, 그렇다면 정작 다리가 폭파되는 신은 어떻게 찍었단 말인가? (대충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미니어처 다리’를 이용해 촬영됐다!

 

특수효과팀 및 미술팀에게 (실제 다리와 육안으로 구별이 불가능한) 정교한 미니어처 다리를 만드는 것은 이 신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과제였다. 그러나 미니어처 다리를 만들기에 앞서 해설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니어처 다리를 만들 장소’를 찾는 일이었다. 말이 미니어처지, 이 모형 다리는 (짐의 까다로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자면) 사실 ‘빅어처’라고 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놓이게 될 장소 역시 ‘진짜 같은’ 곳이어야 했다. 

 

최초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큰 탱크나 <어비스> 제작 당시 잠시 활용됐던 솔튼 시(Salton Sea) 등이 거론됐으나, 모두 촬영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이 신의 실제 배경인 플로리다 키스가 다리가 놓일 장소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주 정부로부터 모형 다리의 제작 및 촬영 허가를 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 장면이 기본적으로 ‘폭발 신’이라는 데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영화 촬영을 하다가 지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주 정부에서 파견한 환경 문제 전문가들이 직접 촬영 장소의 ‘검증’에 나섰다. (미국은 이런 부분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다). 모형 다리가 들어설 후보 장소에 산호나 해면동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는 게 발견되면 - 사실 이런 것들은 플로리다 키스에 거의 널브러져 있었다! - 환경 문제 전문가들은 즉각 ‘노우!’라고 외쳤다. 짐은 여러 번 ‘퇴짜’를 맞은 뒤에야 겨우 적합한 장소를 찾아 ‘한시적 촬영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미니어처 다리 제작 장면


디지털 도메인은 당시만 해도 조직이 완전하게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후반 특수효과 작업 외에 미니어처 다리의 제작까지 맡을 여력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 다리의 제작 작업은 스테츤 비주얼 서비스(<블레이드 러너>의 미니어처 모델 제작으로 유명한 마크 스테츤이 설립한 회사)가 맡게 됐다. 짐이 ‘실제와 똑같은’ 다리 모형을 요구했기 때문에, 원래대로 하자면 이 모형은 3분의 1 스케일이나 4분의 1 스케일 정도로 만들어져야 했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5분의 1 스케일의 모형이 만들어지게 됐다. 다리의 전부가 아닌 (화면에 등장할) 일부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모형의 길이는 무려 60미터에 달했다. 이 중 약 24미터 정도 되는 중간 부분(‘폭파 되는 부분’)은 ‘클로즈업’으로 찍힐 예정이었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디테일이 요구됐다. 나머지 부분은 모형 밴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만 ‘간략하게’ 만들어졌다.   

 

완성된 다리 모형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져서, 부수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짐과 팻 멕클러그(모형 다리 제작 및 폭발 장면 전반의 지휘를 맡음)는 이 ‘예술품’을 실제로 부수기에 앞서 축소 모형을 통해 ‘예행연습’을 하며 구체적인 폭파 계획을 수립했다. 짐은 다리가 ‘마치 증발하듯’ 군더더기 없이 멋지게 날아가 버리는 장면을 원했다. 관객의 스트레스를 단 번에 날려버릴 정도의 ‘통쾌한 신’ 말이다. 12월 초에 촬영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다리 모형만큼이나 정교한 미니어처 트럭(테러리스트들이 타고 있는)도 제작이 완료되어 촬영 현장에 배달됐다. 짐은 이 트럭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나, 곧 한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각본에 의하면) 이 트럭은 여기저기에 부딪혀서 잡다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따라서 이 트럭은 ‘적당히 찌그러진’ 모양이어야 했다. 짐은 트럭 모형의 재질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그것이 ‘납’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안 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누가 해머 좀 가져오세요!” 잠시 후, 해머를 손에 든 그는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일거에 발산하듯 ‘신나게’ 모형 트럭을 두들겨댔다!

 

촬영에 사용된 모형 트럭


그러나 막상 촬영을 시작하려 하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또 발생했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져 모형 다리 주위에 흰 파도가 생겨버린 것이다. (본래 이 지역은 물결이 잔잔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문제는 이 흰 파도 때문에, 모형 다리의 실제 크기를 부각돼 버린다는 점이었다. 짐은 할 수 없이 촬영을 다음 날로 연기했다. 다음 날 아침, 모형 다리의 주위에는 총 다섯 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됐고, 다리에는 폭발물이 설치됐다. 폭발에 앞서, 환경 문제 전문가가 경비행기를 타고 주위에 거북이나 해우와 같은 생물들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들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드디어 모형은 ‘폭파’됐다. 

 

짐이 ‘약간의 슬로우 모션 효과’를 원했기 때문에, 이 장면은 초당 120~144 프레임으로 촬영됐다. (짐은 할리우드에서 ‘슬로우 모션’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으로 손꼽힌다. 그는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슬로우 모션을 쓰며 요즘 액션 감독들처럼 그것을 남발하는 일이 절대 없다. 물론 그가 찍은 슬로우 모션 장면은 세 명의 편집자들의 감탄사를 항상 자아낼 정도로 완벽하게 계산된 것이다). 파편이 날아가는 장면, 모형 트럭이 공중에 붕 뜨는 장면, 순간적으로 다리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 등 짐이 각본 작성 과정에서 ‘필살기’로 여겼던 모든 것들이 훌륭하게 필름에 담겼다. 

다리 폭파 장면 


짐은 촬영분을 본 뒤, 만족을 표시했으나 ‘만약’을 위해 한 번의 촬영을 더 감행하기로 했다. 짐은 두 번째 테이크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는 마지막 폭발의 규모를 더 크게 하고, 그것이 트럭의 바로 밑 부분에서 일어나 트럭을 번쩍 들어올리기를 원했다. 또, 그는 보다 정교한 촬영을 위해 여섯 번째 카메라를 배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스텝들은 단 이틀 만에 모형 다리의 재조립에 성공했지만, 촬영에 앞서 큰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여건 상 두 번째 폭파 이후에 다리를 또 재조립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번째 테이크에서는 촬영을 완료해야 했다. 다행히 그들은 이 두 번째 테이크에서 짐이 원했던 수준의 멋진 폭발 신을 찍을 수 있었다. 워낙 사전준비가 완벽해서, 스케일 문제 - 미니어처 다리를 폭파한 것처럼 느껴지는 - 도 전혀 없었다.  

 

트럭이 폭파된 다리의 끝부분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코믹한 장면은 올드 세븐 마일 브리지 현장에서 촬영됐다. 피터 라몬트가 이끄는 미술팀은 이 다리의 끊긴 부분을 마치 ‘폭격에 의해’ 날아간 것처럼 치장했다. 밑에 놓인 다리 잔해는 사실 마이애미 강에 있던 ‘다른 다리’의 일부다. 


현장에서의 주요 촬영이 끝난 뒤, 해리어 모형은 분해되어 밴 너이스에 있는 특수 촬영용 스테이지로 옮겨졌다. 현장 촬영에서 찍지 못한 부분을 그린스크린 촬영 등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폭이 36미터가 넘는 그린스크린을 배경으로 하는 촬영 광경은 인터테라 빌딩 옥상에서의 그것만큼이나 ‘장관’이었다. (아래 사진 참조) 그런데 스텝들이 한창 특수 촬영에 열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또!) 발생했다. 

 

1994년 1월 17일, 리히터 스케일 6.7의 강력한 지진(노스리지 지진)이 LA 지역에 발생해 수 백 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이다. 진앙지는 (하필이면) 스테이지가 있는 밴 너이스 공항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스텝들에게는 즉각 ‘비상’이 걸렸다. 다음 날 아침, 스텝들은 스테이지가 폭삭 내려앉은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현장은 완전히 ‘쓰레기장’이었다. 두 개의 거대한 격납고 문은 완전히 찌그러져버렸고 그 곳에 있던 작은 미술부서 자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작) 스테이지의 내부는 거의 아무런 손실이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두고 “하늘이 도왔다!”고 하는 걸까?) 지금도 미국인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악명 높은 ‘노스리지 지진’에서, <트루 라이즈> 스텝들이 입은 피해는 고작 ‘3일의 촬영일 손해와 약간의 기물 파손’에 불과했다! 

 

몇몇 해리어 액션 장면은 미니어처 모형을 이용해 촬영됐다. 사진의 인물은 디지털 도메인의 모션 컨트롤 오퍼레이터인 마이클 카프다.


 

7. THANKS JIM! IT WAS BLAST!


세븐 마일 브리지 폭파 신은 ‘원자 폭탄이 폭발하면서’ 마무리된다.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느끼셨겠지만, 짐은 자신의 작품들에서 ‘핵폭탄’ 혹은 ‘핵폭발과 관련된 컨셉’을 줄기차게 다뤄 왔다. <터미네이터> 1,2편이 그랬으며, <어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에이리언 2>의 LV-426 콜로니 폭발장면도 (물론) 이 컨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쯤 되면,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핵폭탄’ 및 이와 관련된 도덕적 딜레마는 학창 시절부터 짐의 주요 관심대상이었다. 전 세계의 핵보유국 중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그것을 사용해 본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이유로 미국인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타국의 핵보유 상황 및 핵실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은 물론, 언젠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보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집단적 불안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짐에게 이 점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트루 라이즈>의 핵폭발 장면은 개봉 즉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장면이 미국인들에게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간단하다: 테러리스트들이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 본토에서 핵폭탄을 터뜨린다는 설정 때문이다. 미국은 그때까지 테러리스트의 대규모 공습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라지만(이 때는 9.11 테러가 있기 전이었다), 이에 대한 불안감은 늘 존재하고 있었다. <트루 라이즈>는 바로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루 라이즈>는 수 년 뒤 있을 9.11 테러를 직접적으로 예언하는 영화가 돼 버렸다). 더군다나 <트루 라이즈>에서 짐은 이 ‘민감한 설정’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핵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을 뒤로 하고 해리와 헬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트루 라이즈>는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짐은 여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트루 라이즈>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물이며 우화(fable)일 뿐이었다. 즉, 지금까지 심각하게 다뤘던 소재를 여기서는 코믹 터치로 살짝 비틀었을 뿐이다. ‘영화에서 핵폭발이라는 소재는 반드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는 철칙 같은 건 없지 않은가?!

 

‘핵폭발 키스 신’. 이 장면에서 배경으로 비치는 버섯구름은 CG 애니메이터인 제이미 딕슨이 만들었다. (<트루 라이즈>가 비록 코미디물이긴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버섯구름의 형태나 움직임은 대단히 치밀한 고증이 바탕이 된 ‘신빙성 높은’ 것이다. 

 

‘핵폭발 키스 신’의 작업을 진행 중인 제이미 딕슨. 참고로, 그의 아버지는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였다. 


플로리다에서의 촬영을 끝마친 스텝들은 영화의 첫 장면(해리가 스위스의 호화 저택에 침입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로드 아일랜드로 이동했다. 헌데, 여기서 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모린 오닐이 이끄는 지역 시민 단체가 <트루 라이즈>의 촬영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시민 단체는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출연한 영화들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 고장에서 총격 신 따위를 찍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항의가 워낙 거셌기 때문에, 시 의회는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촬영 허가 여부에 대한 ‘특별 투표’를 실시해야 했다. 자칫 투표 결과가 엉뚱하게(?) 나올 경우, 짐이 애써 짜 놓은 스케줄은 (막판에 와서!) ‘개판’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 투표의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영화 촬영을 허락하는 쪽이 우세했다. 결국 짐은 가까스로 이 장면의 촬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스위스가 아닌!) 로드 아일랜드에 위치한 역사적인 맨션을 배경으로 찍혔다. 맨션이 마치 ‘스위스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전경과 후경은 별도로 찍힌 사진 및 매트 페인팅들로 대치됐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이 장면은 무려 40여개의 (별도로 촬영된) 이미지가 정교하게 짜깁기돼 완성됐다. 


<트루 라이즈>의 촬영은 1994년 3월에 완료됐으며, 후반 작업은 그로부터 단 3개월 만에 ‘광속도’로 마무리됐다. 영화의 주된 특수효과 작업은 디지털 도메인에서 도맡아 했으나, 퍼시픽 데이터 이미지와 같은 다른 특수효과 업체에게도 몇 가지의 작업이 할당됐다. (위에 언급한 ‘스위스 저택’ 장면은 바로 퍼시픽 데이터 이미지의 작품이다). 짐은 이전에 <어비스>와 <터미네이터 2>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써서 후반 작업 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는데, 이 때의 경험은 <트루 라이즈>의 제작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대단히 까다로운 신이 많았음에도 - <어비스>나 <터미네이터 2> 때도 그랬듯, <트루 라이즈>의 특수효과 신들 역시 대다수가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것들이었다 - 짐은 후반 제작 과정 중 단 한 차례도 ‘방향감’을 잃지 않고,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지휘했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훌륭해질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는 사람일 뿐이다”

 

사실, <트루 라이즈>의 특수효과 신의 완성도는 <터미네이터 2>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술했듯) <터미네이터 2>때와는 달리, <트루 라이즈>에서 짐은 ‘눈에 띄지 않는’ 특수효과 신을 만드는 것을 지상 목표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 영화의 특수효과의 수준을 ‘체감’할 수가 없었다. (만일 관객이 영화를 본 뒤 특수효과가 쓰인 장면을 일일이 집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디지털 도메인의 작업이 ‘실패작’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특수효과 작업을 총지휘한 존 브루노조차 완성된 영화를 본 뒤 ‘대체 특수효과가 쓰인 장면이 어느 부분이지?’라고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였다. 그린스크린 합성은 완벽에 가까웠고, 미니어처를 쓴 장면에서는 스케일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CG가 쓰인 부분은 전문가들조차 육안으로 판별해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누가 봐도 아놀드는 ‘실제로 해리어기를 몰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짐은 플로리다의 역사적 유물인 세븐 마일 브리지를 ‘실제로 폭파한’ 테러범으로 여겨졌다. 아이즈가 피는 담배의 연기가 CG로 그려진 것임을 알아챈 사람은 (물론) 아무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루 라이즈>의 특수효과 신의 이런 특질은 이듬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트루 라이즈> 대신 ‘아이큐 75짜리 어떤 청년이 출연하는 영화’에 시각효과상을 안겨준 것이다! 

 

“짐 카메론의 굴욕!” - 아니, 아이큐 75짜리한테 오스카 트로피를 뺏기다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포레스트 검프>의 특수효과 신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포레스트 검프>의 특수효과 역시 완성도 높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가 아카데미 시각효과 상을 수상한 데는 기술적 완성도와는 관계없는 ‘분위기적 플러스 요인’ -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에 발표된 영화 전체를 통틀어 미국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 - 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은 한번 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트루 라이즈>가 이룬 놀라운 기술적 성취도가 지금까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이리언 2>, <어비스>, <터미네이터 2>로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을 연거푸 수상했던 짐은 (결국) 이번만큼은 눈물을 머금고 ‘잠시 쉬어’ 모드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8. SUNSHINE OF YOUR LOVE


언제나 그랬듯, <트루 라이즈>의 후반 제작 과정에서도 짐은 끊임없는 ‘압박’을 주위로부터 받았다. 영화의 제작비는 당초 책정된 금액을 일찌감치 넘어서 ‘1억불’에 근접하고 있었고, 130일로 예정된 촬영 스케줄 역시 엿가락처럼 늘어난 지 오래였다. 당초 ‘7주 동안’만 촬영에 참가하기로 한 여배우 티아 카레레는 무려 ‘7개월 동안(-_-;)’ 촬영장에 머물러야 했으며, 각본 상 금방 촬영이 끝날 것 같았던 사이몬 역의 빌 팩스톤 역시 수개월 동안 짐의 고함소리를 들어야 했다. 

 

촬영감독 러셀 카펜터는 3월에 촬영이 끝난 뒤 “마치 십자군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폭스로부터 살인적인 독촉이 계속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여기에다가 당시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사전 제작 단계에 돌입해 있던 캐서린 비글로우마저 (손이 세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짐을 ‘살짝쿵’ 괴롭히고 있었다. 비글로우는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각종 제작 준비 사항들을 일일이 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요청했는데, (물론) 짐은 제작자 입장에서 이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짐은 워낙 이전부터 이 단계에서 ‘카오스 상태’를 많이 경험해본 터라, 이 정도의 '압박’ 쯤은 우스울 뿐이었다. 그는 놀랍도록 침착하게(!) 이 정신없는 상황을 수습해 나갔다. 

 

<트루 라이즈>가 <터미네이터 2>의 기록을 넘어서 ‘할리우드 제작비 신기록’을 세울 것이 거의 확실해지자, 폭스 사의 간부들은 ‘덜덜덜(!) 모드’에 돌입했다. 이미 <어비스>로 짐에게 카운터 펀치를 먹은 전력이 있기에, 그들의 불안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좀 과장하자면) <트루 라이즈>는 ‘폭스 판 <천국의 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짐이 찍은 촬영분을 본 폭스의 간부들은 즉각 이 우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들은 짐이 만든 기막힌 액션 신에 완전히 넋이 나갔고, 이 영화가 1994년 여름 흥행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렇다 할 스타배우가 없었던 <어비스>와는 달리, <트루 라이즈>에는 ‘아놀드’라는 확실한 보험상품이 있다는 점도 그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폭스의 전폭적인(?) - 보다 정확히는 ‘마지못한(!)’ - 지지 하에 짐은 다시 한번 ‘할리우드 제작비 신기록’을 경신하고 말았다! (<트루 라이즈>의 최종 제작비는 약 1억 1천 5백만 불이었다). 


“축하합니다 짐! 제작비 신기록 또 세우셨군요!” 


<트루 라이즈>의 개봉일은 1994년 7월 15일로 잡혔다. 이는 본래 예정된 것 보다 2주나 늦춰진 것인데, 물론 짐의 요청(‘후반 작업을 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때문이었다. 짐은 후반 편집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완벽주의자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촬영분 중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발견되자, 그는 부랴부랴 <주니어 Junior>(1994)를 찍고 있던 아놀드를 호출해 추가 촬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아놀드는 짐의 명령을 ‘절대’ 거역할 수 없었다). 세 명의 편집자(콘라드 버프, 마크 골드블랫, 리차드 A. 패리스)와 함께 편집실에서 신나게 가위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최종 상영시간은 무려 144분이나 됐다. 물론 이번에도 상영시간을 놓고 폭스와의 짧은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결과는 (언제나처럼) 짐의 승리였다. 

 

짐은 7월 7일에 LA에서 있었던 기자 시사회에서 또 한 차례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을 뽐내기도 했다. 영화를 보던 중, 그는 음향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짐이 이것을 지적하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제가 듣기에는 정상인데요? 착각일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짐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결국 그는 의자를 박차고 나와 영사실로 향했다. 짐은 몇 명의 기술자들을 불러 영사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확인 결과는 이랬다: 필름은 (초당 24프레임이 아닌) 초당 23.2 프레임의 속도로 영사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은 자신이 ‘할리우드에서 가장 정확한 (인간) 무비 메이킹 머신’임을 다시 입증한 셈이다.


한편, 영화의 개봉일을 앞두고 여러 가지 불길한 징조가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폭스는 <트루 라이즈>의 개봉에 즈음해 <어비스> 때의 악몽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 했다. (연재 글 4편 참조). 1994년 여름에도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 섬머 시즌 ‘빅 4’로 꼽혔던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트루 라이즈>(폭스), <포레스트 검프>(파라마운트), <라이온 킹>(디즈니), <와이어트 어프>(워너). 이 네 작품은 6월말~7월 중순 시기에 차례로 개봉하게 돼 있었다. 

 

물론 ‘액면가’만 놓고 봤을 때, <트루 라이즈>는 나머지 세 작품에 비해 절대 ‘꿀릴’게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뜻밖이었다. 우선, 네 편의 작품 중 제일 먼저 간판을 내건 <라이온 킹>은 개봉 첫 주에만 4천만 불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는 디즈니 셀 애니메이션의 중흥기(<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잇단 흥행 성공으로 디즈니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였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1994 할리우드 섬머 시즌 ‘빅 4’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개봉한 워너의 야심작 <와이어트 어프>는 ‘케빈 코스트너’라는 (당시의) 막강 파워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이 때부터 서서히 ‘이상조짐’이 엿보인 셈이다. 이해 여름 흥행 라인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7월 5일에 개봉한 <포레스트 검프>였다.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의 야심작이긴 했지만, 애당초 ‘초대박’이 아닌 ‘중박~대박’ 사이의 흥행 성적이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즉시 관객과 평론가들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흥행 포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포레스트 검프>는 3억불이 넘는 ‘덜덜덜’급의 최종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라이온 킹>과 함께 그 해 박스오피스 왕좌에 등극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당초 메가톤급 흥행작으로 점쳐지던 <트루 라이즈>의 입지는 점점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트루 라이즈>는 <포레스트 검프>, <라이온 킹>과 비교했을 때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안고 있었다. 바로 'R등급 영화‘라는 점이다. 한편, 개봉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줄 변수가 또 하나 등장했다.          

 

폭스가 한창 <트루 라이즈>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피켓을 들고 영화의 상영을 반대하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우선, 미국 내의 아랍인 단체들이 (<트루 라이즈>의 줄거리를 안 뒤) 폭스를 향해 격렬한 항의의 의사를 표출했다. 이들은 “<트루 라이즈>가 아랍인과 이슬람(교도)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며 영화의 상영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폭스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삽입하기도 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이 영화는 픽션일 뿐이며, 특정 문화권이나 종교권의 행동이나 사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폭스가 뒤늦게 삽입한 이 문구에서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개봉한 후, 아랍인들의 항의는 더 거세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몇몇 페미니스트 및 여성단체들이 영화에서 ‘헬렌이 묘사되는 방식’(특히 남편 앞에서 스트립댄스를 추는 장면)을 문제 삼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경쟁작들과는 달리, <트루 라이즈>는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간판을 내걸었다. 개봉 첫 주의 흥행 성적은 약 2천 6백 만 불 정도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초대박’은 아니었다. 첫 단추부터가 잘 못 끼워져서인지, <트루 라이즈>의 최종 흥행성적(북미 기준 1억 4천 만불을 상회하는 수준)은 <터미네이터 2>의 그것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엇갈렸으나, 전반적으로 ‘SF-액션 물의 황제’가 코미디물을 (그것도 쓸데없이 큰 규모로!) 만든 데 대해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시추에이션이었다 (-_-;) 물론 이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영화가 특정 종교/인종을 왜곡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며 비판했고, 여성(헬렌)에 대한 이상한(?) 묘사 역시 맹렬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 부분은 특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전까지 짐의 영화들은 페미니스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짐은 영화에 쏟아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처음에는 ‘완전히 난센스다’라고 여겨 아예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이없는’ 비판이 계속 해서 쏟아지자, 마침내 입을 열어 이에 대한 해명, 아니 ‘반박’을 했다. 먼저, 영화 속 여성에 대한 묘사에 대해 평론가들이 내뱉은 비난(국내 영화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한 케네스 튜란 같은 평론가는 ‘더러운 바이러스 Nasty Virus'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쓰며 이 부분을 신랄하게 공격했다)에 대해 짐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은 그런 지적을 하는 평론가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여성 평론가들은 오히려 내 영화를 옹호하고 있다.” 

 

짐의 지적은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특히 뉴욕 타임즈의 여성 평론가인 자넷 매슬린의 경우는 문제가 된 ’헬렌의 스트립 신‘에 대해 오히려 칭찬을 했다. 또, 몇몇 여성단체들의 주장과는 달리 영화를 본 여성 관객 중 이 장면을 보고 ‘분노’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매슬린과 같은 여성 평론가들은 이 부분을 남성 평론가들과는 정 반대의 관점으로 보고 있었다. 헬렌은 비록 남편에게 속아 그의 앞에서 스트립 댄스까지 추지만 - 짐에 의하면, 남성 평론가들은 바로 여기까지만 보았다 - 곧 (자신이 이전에 해 본적이 없는) 이 행위에서 ‘재미’를 느끼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게 된다. 즉, 이 부분에서 헬렌은 (평범한 주부였던 때는 전혀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매슬린은 이렇게 말했다. “헬렌이 이 장면에서 스트립 댄스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관객들도 그녀의 감정에 동화되어 이 장면을 즐기게 된다”.

 

이 장면은 과연 ‘여성 모독’일까?


짐은 “남성들은 여성에게 ‘총’을 쥐어주면 ‘파워’가 부여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관점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여성들은 ‘정체성/자아의 자각’이나 이성을 놀라게 하는 힘, 그리고 자신의 예상(스스로 생각한 한계)을 뛰어넘는 어떤 행위를 통해 자신들에게 새로운 ‘파워’가 부여됐음을 느낀다”라고 주장한다. 짐은 (헬렌의 경우처럼) ‘자신의 숨겨진 성적 매력’을 발견하는 행위가 바로 그런 예라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성적 자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편, 여기에 대해 ‘미래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는 다소 용감한(?)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나도 내 아내에게 스트립댄스를 추게 한다(-_-;). (그것을 문제 삼는) 당신의 가정은 얼마나 유별난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결혼생활을 활기차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편, 평론가들에게 ‘찍힌’ 또 하나의 장면은 바로 아래 신이다. 

 

찰싹! 


주노 스키너(티아 카레레)가 아지즈에게 뺨을 힘껏, 그것도 두 대(!)나 얻어맞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대해 평론가들은 ‘비열한(mean) 취향’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공격했다. 짐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가 비열한 게 아니라, 악당이 비열한 거다. 흥미로운 것은, 관객은 악당이 사람을 총으로 쏘는 장면에서보다 여자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뺨을 맞는 상대방이 ‘여자’라는 이유로 이 장면은 훨씬 강렬하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이 장면으로 인해 관객은 ‘아지즈=악당/죽일 놈’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뇌리에 새겨 넣는다는 것이다. 

 

또, 짐은 영화의 폭력성 논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트루 라이즈> 이전에 내가 만든 영화들의 (착한) 주인공들은 절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트루 라이즈>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이 영화가 신나는 액션 활극이 되길 원했고, 그를 위해서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쩔 수 없이 많아져야 했다. 60년대 스파이물처럼 말이다. 악당을 ‘수다’로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해리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테러리스트를 ‘감정에 호소하여’ 설득시킬 인물은 아니다”. 심지어 몇몇 평론가들은 영화의 대사들도 문제 삼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사 말이다.

 

여자란....!


몇몇 평론가들이 이 대사를 지적한 이유는, (하필이면) <트루 라이즈>가 개봉하기 직전에 터진 O.J. 심슨 사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짐은 이렇게 간단히 말했다. “그것은 순전히 시간적 우연의 일치다. 영화 개봉 직전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배포된 3000여 개의 극장용 프린트를 회수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만일 관객들이 그 대사를 듣고 (내가 의도한 대로) 웃는 대신 실제 세계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떠올리며 불쾌해 할 것이라고 느꼈다면, 나는 그 대사를 빼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내 아랍인들에 의해 제기된 ‘특정 종교(인)에 대한 왜곡된 묘사’에 대해서 짐은 이렇게 밝혔다. “나는 (심지어) 영화 속에서 종교와 관련된 표현을 쓴 일 조차 없다. 나는 아랍어 전문가까지 고용해 배우들의 발음/대사를 일일이 검증하도록 했다. 심지어 배경 음향으로 희미하게 들리는 말소리조차 어떠한 종교적 함의도 담지 않도록 완벽하게 검증했다”. 

 

짐은 최근 들어 평론가들이 영화의 정치성이나 도덕성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들었다. “만일 셰익스피어가 그의 희곡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만 묘사하려 했다면, 그의 희곡은 절대 다이너믹한 퀄리티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짐은 스크린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적 라이센스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짐의 이런 주장들에 대해 동의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자유다.


 

9. EPILOGUE - THE LEGEND OF AMAZING SPIDER-MAN


 

짐 카메론은 1991년에 분량이 80페이지에 이르는 <스파이더맨>의 트리트먼트(영화의 줄거리와 중요한 장면들, 등장인물 등을 압축해 적은 글)를 작성했다. 이 트리트먼트는 짐이 꿈꾼 스파이더맨 버전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좋은 자료다. 그럼 지금부터, 이 트리트먼트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17세의 고등학생 피터 파커다. 그는 안경을 쓴 ‘학구파 청년’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며 친구가 많지 않다. 과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스포츠와 같은 ‘육체적 활동’과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다. 그는 오래 전부터 메리 제인 왓슨(이하 ‘엠제이’)을 짝사랑해오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껄렁한’ 남자친구가 있다. 물론 그 남자친구는 ‘플래쉬’다. 피터는 플래쉬를 매우 증오한다. 플래쉬는 피터에게 없는 것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통학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피터와는 달리 플래쉬는 포르쉐를 끌고 다니며, 학교에서 알아주는 운동선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에게는 (결정적으로) 엠제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피터에게도 놀라운 일이 생겼다. 엠제이가 과학 숙제를 함께 하자고 요청해온 것이다. 그녀와 파트너가 된 것을 기뻐하려는 찰나, 플래쉬가 나타나 포르쉐에 그녀를 태우고 가버린다. 피터는 플래쉬와 그 친구들의 조롱을 듣고는 모멸감을 느낀다. 

 

“‘엠제이’나 ‘라나 랭’같은 수퍼 히어로의 짝사랑 대상들은 왜 꼭 이런 껄렁한 남자친구를 사귈까?”


그날 오후, 피터는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과학 세미나에 참석한다. 그 날의 주제는 ‘DNA 및 유전자 조작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였다. 그런데, 실험의 대상이 된 과일파리 중 한 마리가 ‘탈출’을 감행하다가 거미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 거미가 다시 피터의 손은 물게 된다. 

 

유전자 변형 거미


이 부분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짐은 만화(피터가 ‘방사능 거미’에게 물림)와는 달리 피터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거미에게 물린다는 컨셉을 택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는 시의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탠 리가 1963년에 <스파이더맨>을 처음 발표하기 이전에, 할리우드에서는 ‘방사능에 의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동물에 관한 영화가 자주 만들어지곤 했다. 물론 이것은 2차대전 이후 무르익은(?) 냉전 분위기와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생긴 부산물이었다. 

 

한편, 짐이 <스파이더맨>의 트리트먼트를 쓰던 시기에는 유전자 실험이 한창 주목을 받고 있었다). 거미에게 물린 피터는 ‘수퍼 파워’를 가지게 되는데, 짐은 여기에서도 만화와는 다른 컨셉을 한 가지 더 첨가하게 된다. 만화에서는 피터 파커가 ‘거미줄 생성기’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 돼 있으나, 짐은 17살짜리 청소년이 - 비록 그가 나이에 비해 대단한 과학적 재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 ‘초강력 거미줄 생성기’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무시무시하게 질긴!) 거미줄이 피터 파커의 체내에서 생성돼 팔목의 구멍을 통해 발사된다는 컨셉을 고안했다. 

 

샘 레이미 버전의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가 거미줄을 발사할 때의 이 동작은 짐의 트리트먼트에 묘사된 것 그대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피터 파커는 (만화와는 달리) ‘완전한 변종 인간’이 됐다. 이것은 피터 파커의 결정적인 ‘무기’이자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 특히 짝사랑하는 엠제이가 - 이 사실을 안다면, 자신을 무슨 ‘괴물’로 보지나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착용 한 뒤, 손목에 ‘가짜 거미줄 생성기’를 만들어 거미줄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인 것처럼 위장하고 다니기도 한다. 

 

피터는 자신의 ‘초능력’을 발견한 뒤,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만화와는 달리, 짐의 이야기에서 그는 (레슬링이 아니라) TV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각종 ‘묘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는 매니저에게 보기 좋게 당하여 돈을 못 받게 된다. 매니저를 만난 뒤 복도에서 그는 무장 강도를 마주친다. 헉헉대며 강도를 쫓던 뚱뚱한 경비는 피터에게 강도를 잡아달라고 하지만 피터는 ‘내가 알 바 아니다’라며 무시한다. 그리고...그 강도는 벤을 살해한다. 피터는 곧장 벤의 살해범을 추적하게 되고, 그 살해범이 자신과 복도에서 마주친 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강도를 잡아서 경찰에게 넘기지만, 강도는 오히려 자신이 스파이더맨에게 억울하게 당했다면서 경찰에게 도움을 청한다. 경찰은 ‘신분을 밝히라!’며 피터를 위협한다. 피터는 어쩔 수 없이 총을 든 경찰을 밀어제치고 도망간다. 이 사건은 (조나 제임슨에 의해) TV에서 보도되고, 이 때부터 피터는 ‘경찰의 적’이 된다. 

 

스파이더맨, 적인가, 아군인가! 


이 사건을 계기로, 피터는 ‘세상의 정의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실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은 짐의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시점부터 스파이더맨은 경찰과 미디어, 범죄 집단 모두에게서 미움을 받는 고독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를 이해해주는 것은 오직 그의 도움을 받은 이웃들뿐이다. 그나마 이 이웃들도 얼마 후, 범죄왕 칼튼 스트랜드의 치밀한 음해공작에 의해 스파이더맨을 혐오하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짐의 이야기는 샘 레이미의 버전보다 훨씬 심각한 (어떤 면에서 ‘처절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띤다. 

 

짐의 트리트먼트에는 두 명의 악당이 등장한다. 한 명은 ‘칼튼 스트랜드’로, 그는 번개를 맞은 뒤 ‘전류의 흐름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얼핏 보면 ‘일렉트로’와 유사한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캐릭터는 일렉트로를 참조해 짐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칼튼은 강력한 ‘전류 빔’을 발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전파의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도 지녔다. 그는 이 능력을 이용해 억만장자가 된다. 칼튼은 또 한명의 강력한 변종 초능력자를 자신의 오른팔로 거느리고 있는데, 그가 바로 ‘샌드맨’이다.  각본에 묘사된 샌드맨의 변신 과정이나 전투 장면은 마치 T-1000의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 (이 트리트먼트가 <터미네이터 2> 직후에 작성된 것임을 주목하라). 칼튼은 스파이더맨을 자신의 휘하에 두려 하지만, 스파이더맨이 이를 거부하자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미디어를 매수하여 스파이더맨을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려 한다. (칼튼이 스파이더맨을 유혹하는 장면은 마치 펠퍼틴 황제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유혹하는 장면과도 닮았다. 고독감을 못 이긴 스파이더맨은 칼튼의 달콤한 제안을 듣고는 순간 마음이 동요되기도 한다). 클라이맥스 신에서, 엠제이를 인질로 잡은 칼튼은 샌드맨과 함께 스파이더맨을 상대로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 대규모 격투를 벌인다.

 

짐의 트리트먼트가(이후의 드라마틱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영화화됐다면, 우리는 ‘샌드맨’의 모습을 (벌써)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자, 이 쯤 되면 짐이 만들고자 했던 <스파이더맨>이 어떤 것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스탠 리의 <스파이더맨>’이 아닌 ‘제임스 카메론의 <스파이더맨>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야기 구조에 지극히 ‘카메론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만화의 분위기를 깡그리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짐은 <스파이더맨> 프로젝트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1991년에 오랜 우상이었던 스탠 리를 직접 만나, 자신의 영화화 계획을 들려줬다. 짐의 이야기를 들은 스탠 리는 이렇게 공언했다. “지구상에서 <스파이더맨>을 가장 완벽하게 영화화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제임스 카메론이다!”

 

아마도 위의 내용을 읽은 뒤, 샘 레이미 버전의 <스파이더맨>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분도 많으실 텐데 이것은 당연하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의 각본을 맡은 데이빗 코엡이 짐 카메론의 트리트먼트를 기초로 하여 각본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비록 짐의 트리트먼트에서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지만 ‘유전자 돌연변이’ 거미라든가, 거미줄이 피터의 손목에서 직접 발사되는 아이디어 등은 코엡의 최종 각본에서도 그대로 살아남게 된다. 이후 짐은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트리트먼트를 손보게 되는데, 이 수정본에서 줄거리는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피터는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며, 엠제이 대신 리즈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또, 악당으로는 닥옥/오토 옥타비우스가 등장한다).         

 


샘 레이미 버전의 이 엔딩은 짐의 트리트먼트에 묘사된 것과 거의 유사하다. 트리트먼트에 묘사된 스파이더맨의 고공 질주 장면은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자, 그렇다면 이토록 ‘야심 찬’ 프로젝트였던 <스파이더맨>이 어째서 짐의 손을 떠나게 됐을까? 이 과정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 중 ‘하이라이트’만 추려서 서술하기로 한다. 이야기는 짐이 한창 <에이리언 2>를 만들고 있던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독립 영화 제작사인 캐논(Cannon)의 운영자였던 메나헴 골란은 마블(Marvel)로부터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있었는데, 바로 ‘1990년 4월까지 반드시 영화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지 못할 때는 판권이 마블로 반환된다’는 것이다. 캐논 영화사는 얼마 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고 결국 파테 커뮤니케이션(Pathe Communication)에 인수된다. 1989년, 메나헴 골란은 이 회사에서 나와 21세기 필름(21st Century Film)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때 그는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함께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마블과 약속한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고 있었건만)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작업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초조해진 골란은 마블과 시한 연장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한편, <스파이더맨>의 TV판권과 비디오 판권을 비아콤(Viacom)과 소니(Sony)에 각각 팔아 자금을 모았다. 협상의 결과, 골란과 마블 사이의 계약 시한은 1992년 1월로 연장됐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변수가 생겼다. 캐롤코 픽쳐스가 판권 구입에 나선 것이다. 

 

캐롤코는 짐 카메론이 <스파이더맨>의 영화화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골란을 설득해 영화의 판권을 사들이려 했다. 결국 1991년에 기존의 마블-골란의 계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됐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캐롤코는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을 보유한다. 그러나 반드시 1996년 5월까지 영화를 만들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시 판권은 마블에게 반환된다”. 골란은 이 계약에 한 가지 조항을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이 크레딧에 (제작자로) 명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캐롤코는 계약 직후 짐 카메론에게 각본 비용으로 3백만 불을 지불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캐롤코와의 계약에 따라 짐은 <스파이더맨>의 크레딧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짐은 골란의 이름이 제작자로 명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골란은 이 사실을 알고 캐롤코와 자신 간의 계약을 무효화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것이 바로 ‘<스파이더맨> 전쟁’의 시작이었다. 캐롤코는 얼마 후, 비아콤과 소니의 TV-비디오 판권이 무효라면서 두 회사를 고소했다. 이에 ‘발끈’한 두 회사는 캐롤코, 21세기 영화사, 마블을 모두 고소했다. 이 상황에서, 난데없이 MGM이 또 끼어들었다. 파테 커뮤니케이션의 일부(MGM은 1990년 11월에 지안카를로 파레티와 계약을 맺음으로서 파테 커뮤니케이션에 속하게 됐다)였던 MGM은 자신들이 캐논 영화사의 <스파이더맨> 판권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하고, 당시 법정 공방 중이었던 회사들을 모두 고소했다. 

 


“영화 한편 만들기 정말 어렵군!” 


1996년에 와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캐롤코 픽쳐스가 파산한 것이다. MGM은 캐롤코로부터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는데, 문제는 이 때까지도 판권 보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스파이더맨> 판권 분쟁은 1999년에야 비로소 해결됐다. 1999년 2월, LA 대법원은 MGM의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이 1996년에 만료됐다고 판결했다. MGM은 더 이상 분란을 초래해봐야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블 측과 화해했다. 

 

한편, 마블은 소니와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소니는 <스파이더맨>에 관련된 모든 권리(짐이 쓴 트리트먼트의 소유권을 포함한!)를 보유하게 됐다. 소니는 계약을 체결한 뒤 “오늘은 스튜디오로서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버전은 아무리 못 만들어도 ‘최소한’ 대박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일반적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신화의 창조자인 스탠 리 역시, 판권 문제가 해결된 뒤 “그간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버전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 시점에서 짐은 <스파이더맨> 프로젝트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트루 라이즈>를 만든 직후만 해도, 짐은 <스파이더맨>의 영화화를 (여전히)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정 공방이 몇 년째 계속 되고, (결정적으로 <스파이더맨> 대신) <타이타닉>을 만들면서 그의 관심은 <스파이더맨>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설사, 그가 <스파이더맨>의 영화화를 원한다고 해도 (이제는)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됐다. (앞에서 서술한) 20세기 폭스와의 계약 때문에, 만일 그가 <스파이더맨>을 영화화하려면 반드시 폭스 쪽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소니가 이를 허락할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폭스가 짐을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소니가 짐을 감독으로 기용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가뜩이나 살인적인 제작비가 요구되는 판인데, 몸값도 비싸고 ‘늘 비싼 영화만’ 만드는 짐을 굳이 감독으로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니가 짐보다 몸값이 싼 ‘유망주’를 감독으로 기용할 것은 누가봐도 명백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짐은 1999년 인터뷰를 통해 “나는 더 이상 <스파이더맨>을 만들 생각이 없다”라고 못 박아 버렸다. 늘 ‘신선한 영화’만을 추구하던 그에게, <스파이더맨> 프로젝트는 (다 년간의 법정 공방의 결과) 이미 ‘신선함’이 증발해버린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창작자에게 ‘때’가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짐의 일생일대의 야심작이 될 뻔한 <스파이더맨>은 이렇게 해서 ‘잃어버린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 

 

짐이 프로젝트에서 떨어져 나간 후, 소니는 여러 감독을 <스파이더맨>의 연출자 후보 명단에 올렸다. 론 하워드, 팀 버튼, 크리스 콜롬버스, 데이빗 핀처(한 때 핀처가 가장 강력한 감독 후보였다)가 물망에 올랐지만, 최종 ‘당선자’는 샘 레이미였다.         

다음에는 (본 연재의 마지막편인!) <타이타닉> 특집이 이어집니다! 마지막편인 동시에 기존 이미지가 서버에서 몽땅 유실된! 터라 모든 이미지를 HD 수준의 해상도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새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밤새 블루레이를 캡쳐하며 수고하신 김정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본 기사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는 실정법에 위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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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06-03-24 17:11:50

드디어 올라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_+

2006-03-24 17:46:51

미워잉~ ㅡ.ㅜ

2006-03-24 17:13:36

아쉽게 2등.. 언젠가 1등을.. ^^ 잘 읽어보겠습니다..

2006-03-24 17:18:24

언제 올라오나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선리플 후감상이군요 ^^

2006-03-24 17:19:46

선리플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드리고! 맛있는것 먹듯이 아껴서 읽겠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나이트메어 후일담도 굉장히 잼나게 읽었습니다.^^)

2006-03-24 17:35:36

선리플 후감상이란걸 인터넷 접한 이후 처음으로 해보니다.
잘 읽겠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도 수고하셨습니다.(^^)(__)

2006-03-24 17:36:07

해보니다" -> "해봅니다."

2006-03-24 17:40:18

선리플 후감상! ㅜㅜ

드디어 올라왔군요....
좋은글 재밌게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6-03-24 17:46:24

선리플 후감상...
세상에...다음주라고 하시고는 얼마만에 올리시는 거에요...흑흑...
어찌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손이 다 꼽히고 없어요~

아무튼 너무너무 잘 볼께요~

2006-03-24 17:52:04

헤리어기 특촬 자료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역시 아주 일반적으로 보이기 위한 특촬이 트루라이즈에서 쓰였다는것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더군요. 그게 만들어진 리얼리티의 재미거든요. ~~

자료수집이 대단하십니다. 이정도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할텐데

부럽습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2006-03-24 18:30:53

오죽했으면 해리어점프젯이라는 FS2002 용 애드온을 영국에서 구입했을까?
직접 뉴욕 빌딩사이에서 해리어기 노즐이용해서 요리조리 피해가볼려고...... ~~
되더군요. 오래전 이곳 dp에도 스샷을 올렸었습니다.

트루라이즈 처럼 해본다고...

2006-03-24 17:54:19

저또한 선리플 후감상..
이 씨리즈를 화보집으로 엮어서 '제임스카메론 박스셋트'에 부록으로 준다면 100만장 돌파도
가능할듯..^^ 말이 필요없습니다. 최고!!

2006-03-24 17:57:51

흑.. 다음주에 올려주신다더니 월간으로 올려주시고.. 이 시리즈 기다리다 눈 빠집니다~ 저도 선리플후감상이구요. 늘 아주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정대님 만세!!!

2006-03-24 18:08:03

정말이지 이 기사는 씨디롬을 제작하든지 아니면 영상으로 꾸며서 다큐DVD로 나와야 합니다!!!

2006-03-24 18:11:04

트루 라이즈... VHS테이프부터 보관중인 작품입니다. @@;;

2006-03-24 18:17:57

앗싸.....선리플
^^
벌써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네요.....^^

2006-03-24 18:30:34

선리플...후감상...

요새 사는 큰낙입니다 ^^

2006-03-24 18:38:34

저도 선리플.....

2006-03-24 18:50:04

수고하셨습니다~+.+

2006-03-24 18:52:58

기냥 선리플 후감상...

이제 다음이 마지막인가 보군요.
혹시 제임스 카메론씨리즈가 끝나면 나중에라도 다른 감독들에 대해서
연재하실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2006-03-24 18:55:24

으흐~~ 정말 빡시세 쉬지도 않고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편도 잘 부탁드립니다!!!

2006-03-24 19:33:53

저 기다리다가 눈 튀어나왔습니다...(에고...)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내용 정말 기대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2006-03-24 19:43:52

저는 선감상 후리플.....
멋진 영화 멋진 감독에 이글 또한 멋진 글입니다

타이타닉이 마지막 연재라니...
빨리 제임스 카메론이 후속영화 만들고
(타이타닉이후 벌써 10년이 다되가는군요...)
그래서 이 연재글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2006-03-24 19:48:06

정말 멋진 기사입니다...^_^ 꼭 책으로 나오던지 공구하던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타 신고 : 제이미 리 커티스의 출연작중 "프롬 나이트(From Night)"는 Prom Night의 오타가 아닌지..

2006-03-24 22:44:12

엇. 지적 감사합니다. -_-; 그런 황당한 오타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
영화 원제는 나중에 워낙 급하게 다느라...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ㅎㅎ 다른 오타 있는지 한번 더 살펴봐야겠군요. DP 분들 다 퇴근하셔서 수정은 좀 늦을것 같습니다.

2006-03-24 19:52:00

읽는데 한시간이 걸렸네요.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근데 타이타닉은... 5월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ㅡ.ㅜ;;;

2006-03-24 20:21:30

드...드디어...ㅠㅠ
선리플 후감상~

2006-03-24 20:39:16

트루라이즈의 특효는 정말 지금 봐도 진짜 같더군요..
다리 폭파 씬은 진짜로 다리를 폭파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고 있었구요.. 근데모형이였군요^^;;
암튼 다음 타이타닉편도 기대하겠습니다.

2006-03-24 20:51:11

눈 까뒤집고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겠네요^^
과연 특수효과가 어디어디에 사용되었는지....!!!!

2006-03-24 22:49:29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위대한" 연재글입니다.
이거 읽을때는 진짜 말 그대로 <무아지경> 입니다.


어느덧.. 다음이 대망의 타이타닉...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벌써 아쉽습니다 ㅠㅠ
항상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복 많이 받으시길 덤으로 기원합니다~

2006-03-24 23:28:59

우... 차 고장난 사이에 올라오다니.. 좌우간.. 일단.. Great....

2006-03-24 23:46:39

평론가 정성일씨는 이런 얘기를 했죠.
'진짜 거짓말'은 '거짓'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하이퍼 리얼리즘적인 특수효과 그 자체이며, 어쩌면 후대에는, 이 영화가 특수효과사에 있어서 T2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리고......이런 얘기도 있었죠.
True lies에는 진짜 거짓말이란 뜻도 있지만, 진정한 보금자리란 뜻도......

2006-03-25 00:01:16

DVDPRIME.COM 워터마크 때문에 눈이 아파 스크롤할 수가 없어요........

2006-03-25 00:01:16

앗...드디어 (우선 리플 달고^^;)

2006-03-25 00:06:20

아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ㅜ.ㅜ 제가 가장 많이 돌려본 카메론의 <트루라이즈>는 서플먼트가 없어서 아쉬었던 감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네요!! &#52573;오입니다!!

2006-03-25 01:03:52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ㅅㅅ

디피 &#52573;오~ >.<//

2006-03-25 01:15:17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ㅠㅠ 너무 잘 보았습니다. 근데 정말 제임스 카메론이 <스파이더맨>을 감독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궁금하군요.

2006-03-25 01:17:39

멋진 글입니다 ^^ 밤에 혹시나 하고 다시 DP 들어왔다가 줄줄 읽었습니다 ㅋ

개인적으로는 T2-3D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T2UE DVD말고는 정보를 알 수 있는데가 딱히 없잖아요 ^^;

흐음... 역시 다른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인가요? ㅜㅜ

2006-03-25 01:24:22

이리도 장문의 글을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읽는 재미가 정말 굿입니다.

2006-03-25 02:38:23

많이 기달렸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

지면(?)의 제약때문에 글을 너무 줄이실려고 하신건 아닌지...ㅠㅜ

'타이타닉' 편 후에 후기 형식으로 글을 하나 올리시는건 어떨까요?

dp 역사상 전무후무한 특집글인데요 ^_^ㅋ
2006-03-25 02:42:50

'덜덜덜 급' 글 잘봤습니다.

목빠지게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

그나저나 최근 카메룬 감독은 뭐 만들고 있는지 혹시 아시는분?

2006-03-25 02:49:13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원망도 많이 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모든게 풀린정도가 아니라.. 죄송하기까지 하내요.....

철없을때 동경해오던.. 키워드 카메론.. 샘레이미..란 이름은.. 아직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몇자 끄적여봅니다..

1. '다크맨'의 샘레이미는.... 이제는 조엘 슈마어나 론 하워드가 찍어도 별반 다를거 없는.. 감독으로...입지를 굳인것 같아.... 참.. 아쉽내요,...

2. 하이퍼 리얼리즘... 정성일씨가 쥐라기 공원1편을 보고 처음 썼던 들었던 표현이라 기억이 생생하내요..
터미내이터 2 가.. 기계복제와 디지털복제의 정점에서 최고의 수작이였다면..(당연이..2006년 3월 25일 지금까지도 ...) 그 종말을 알린 작품이.. 바로.. 쥐라기 공원1이였다고...

터이네이터2편 까지만해도.. 자랑스럽게 내 비추었졌던.. "그래.. 나 특촬이야... 실감나지.."의 시대는 쥐라기 공원에서 부터.. 멸종된거 같습니다.

3. 카메론의 다음 작품이 어떤 형태로 등장할진 몰라도...... 모든 비주얼이.. 가상에서 실현되는 요즘에...말 장난이 아닌... 테크놀러지로써의 작가주의가 무었인지를 보여주는...그의 차기작이.. 정말로 기대됩니다...

4. 월드 오브 더 킹.... 빨랑.. 차기작을 드리대라..


2006-03-25 02:51:40

할말은 레퍼런스급인데... 글재주가.. 영구급이라.. 더 적을 말도 없지만... 뭐비우스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2006-03-25 06:49:44

존 브루노는 반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예 빌딩 옥상에 모션 베이스를 설치하고 거기서 영화를 찍어버리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짐의 눈은 반짝 반짝 빛났다. 이 말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몸값 비싼 액션 배우를 (모형과 함께) 고층 건물 옥상에 매달아놓고 영화를 찍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짐의 음흉한(?) 눈빛을 본 브루노는 ‘아차!’ 하고 속으로 외쳤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여기가 젤 웃겨요 ㅋㅋ

2006-03-25 10:51:46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이타닉 이야기가 끝나면,샘레이미 이야기도 듣고싶네요...
(끝부분에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줄기차게 나와서...후후후!)

2006-03-25 10:56:42

와우... 다읽는데 한시간 넘게 걸리네요... 잘봤습니다..

2006-03-25 11:01:14

잘봤습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에구~ 또 한참 기다려야 '타이타닉'버전을 볼 수 있겠군요.
기사 기다리긴 처음인듯...

3-5인 정도의 대표적 감독을 이렇게 분석하고 소소한 기타 영화 뒷이야기를 덧붙여 출판한다면
대박이겠는데요?

잘 읽고 갑니다~ 어떻게 또 기다리나~ 덜덜덜~~~

대단하십니다!

2006-03-25 11:06:33

1달이넘게 기다린끝에 드디어 보는군요 ㅠㅠ
드디어 다음편이 타이타닉이란것에서 기쁜만큼 이 재미있는 시리즈가 끝난다는것에 대해서 아쉽기 그지없네요 이제 이시리즈가 끝나고 가능하다면 또 다른 영화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게될수있기를 바랍니다 ^^ 이거 책으로 묶어내실생각 정말없는지 ㅎㅎ

카메론 정말 재미있는감독이네요 ㅋㅋ 저도 용가리님이 말씀하신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한편, 인터테라 빌딩 옥상에서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짐의 ‘사악한’ 얼터 에고가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현기증 나는 ‘고공 촬영’을 몇 시간이고 계속 하던 아놀드는 대략 ‘안습’ 모드였다. 육체적으로도 지친 상태였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생리적 욕구’였다. 짐이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촬영을 강행하는 바람에, 공중에 매달려있던 아놀드는 화장실에 갈 수도 없었다. 한번은 (‘한계점’에 달한) 아놀드가 “도저히 못 참겠어요! 화장실 좀 갑시다!”라고 외쳤다. 여기에 대한 짐의 (사악한!) 대답은 이랬다. “어~ 그건 안 되죠! 당신은 지금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인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짜 파일롯이고, 임무 수행중이라면 ‘볼일을 보기 위해’ 전투기를 착륙시킬 수 있겠소?!” 짐의 말인즉, 촬영을 완벽하게 끝내기 전까지는 해리어 모형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차라리 바지에다가 ‘실례’를 할지언정 말이다!

이장면도 웃겼어요 '안습'과 (사악한!)이 압권이라는 ㅎㅎ

2006-03-25 11:53:03

친구 결혼식 때문에 일단 여기까지 읽고 나머지는 다음에 읽어야 겠네요..
피로연 안가고 바로 와야겠다...ㅎㅎㅎ

정말 좋은 글 계속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3-25 13:21:50

트루라이즈 재출시 계획 소식 없나요? 어비스와 트루라이즈는 더 확장되어 출시되어야 할텐데..기존판은 영...

2006-03-25 16:00:35

Two thumbs up!!!! ㅇㅣ럴때 쓰는 말이겠죠?

2006-03-25 17:32:06

아시는분 많겠지만 엔키노에 '헐리우드뒷담화'라고 김정대님이 글 쓰시거든요. 그것도 한번 보세요. 역시 재미있습니다. ^^  | http://www.nkino.com/…

2006-03-25 18:16:45

역시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열정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란 것을 느끼게 하는군요.

2006-03-25 18:37:06

잘 봤습니다. 숨쉴틈 없이 읽어버렸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6-03-25 19:07:45

잘 읽었습니다 ^^
드디어 다음편이 타이타닉이군요
기대 많이 하고 있겠습니다 ^^

2006-03-26 20:03:29

정말 잘 읽었습니다... ^^

2006-03-27 13:23:01

이렇게 누군가의 글을 기다려보기는 처음입니다. 흡... 넘 재미있어요.

2006-03-27 14:12:44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이따가 수업 끝나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감상해야지~

2006-03-27 15:58:24

기다린 보람이 가득..

2006-03-28 18:12:12

아~ 타이타닉편 무진장 기달려집니다.^^

2006-03-28 19:44:25

재밌게 잘 봤습니다.
짐 감독을 참 좋아해서 차기작만 기다리고 있는데 영 소식이 없네요.
차기작 소식도 혹시 아시는지..^^

2006-03-28 20:22:51

정말 멋진 글, 기다리다 눈이 빠지도록 좋아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최고입니다!!

2006-03-29 09:52:15

짐이 왜 CG를 꺼리고 실사위주로 가고 싶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트루 라이즈 극장 개봉시에 봤을 때 CG가 제일 거슬리는 장면이 해리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류와 다리씬의 물위에 생기는 기관총 자국이었죠. 당시의 컴퓨터 기술력으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요. 해리어 기류 CG는 해리어가 큰 모형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명백히 드러내 주었습니다만 다리씬이 미니어쳐 인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제 CG 기술력이 엄청나게 발전한 지금 카메론이 만들 영화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러한 도구들을 이용하게 될지 정말 흥분됩니다.

2006-04-01 15:33:34

잘 읽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편을 기대..^^

2006-04-06 01:56:40

정말 잘 읽었습니다. 항상 기다려지는 님의 글... 자료의 방대함도 그렇지만...대단한 필력이십니다.
트루라이즈는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라서 10번은 본 듯한데.... 이글 읽고 나니 다시 또 보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카메론 감독이 몇년간 외도 했다는 3D 영화 (터미네이터..3D) 몇년전 출장갔을때 보았는데..
대단하더군요.. 우리나라 놀이공원등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무늬만 3D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스케일도 대단했고, 공격로봇이 갑자기 칼날을 찔러올때는 몸을 움찔하며 피하게 되더라는... ㅎㅎ
카메론 감독이 만들면 3D 영화의 완성도도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는 걸 보여줬던거 같네요.
꽤 신기하게 봤던 그 영화의 몇몇 컷을 다시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2006-04-10 21:41:52

오옹.... '타이타닉'편은 언제나오죠? 예고 부탁드립니다용... 또 기다려지네...

타이타닉으로 끝은 아니겠죠? 다른 글도 꼭 기대합니다~

1
2006-04-12 09:19:56

<타이타닉> 특집은 약간 늦어질 것 같습니다. 다뤄야 할 내용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 내용을 줄일지 현재 머리를 싸매고 고민중입니다. -_-;;; 이전 연재 글에서 그랬듯, DVD의 방대한 서플먼트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뒷이야기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내용들이 많이 소개될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06-04-12 12:47:35

화이팅입니닷! >,.< 기대만땅! 충실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2006-04-14 21:43:40

줄이지 마시고 많이 올려주세요! 얼마든지 읽을수 있습니다 ^^

2006-04-18 01:19:06

혹시나 다음 기사에 대한 리플이 있을까 해서 왔는데 여기 계시는 군요.
늦어지신다니 아마 5월은 되야하겠군요.
줄이지 마시고 상하로 나눠서 하시는건 어떨까요? ^^
다음이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군요.

2006-05-13 22:36:45

모비우스님~ 아직 멀었나요? 올때마다 특집클릭하고 올리신 시리즈 몇번이나 정독했습니다. 크~
5월달두 중반달려가는데... ^^; 잘 마무리하시고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2006-05-15 00:57:36

타이타닉 편, 이번주에 올라갑니다 ^^

2006-05-17 14:57:01

감사합니다. 눈은 벌써 빠졌어요~

2016-07-16 06:55:25

김정대님 리뷰가 벌써 트루라이즈까지 복원이 되어 있네요. 타이타닉 복원 후에 아바타 리뷰가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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