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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식]  '판도라' 김남길의 ‘심플’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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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16 20:00:15

김남길은 자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후회, 그에 따른 자기 반성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에 대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솔직하다. 진심에 대한 믿음 없이는 못할 일이다. <판도라>가 155억 블록버스터라지만, 그 어떤 상업적인 숫자와도 상관없이 그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다운 영웅이 없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김남길이 <판도라>에 끌린 이유다. 사진 NEW
 
얼굴이 홀쭉해졌다. 영화 찍는 게 너무 고생스러웠나?
<판도라> 때문은 아니다. 몸이 좀 안 좋아져서 병원 다니다가 살이 빠졌다. <판도라> 찍을 때는 오히려 좀 살이 찐 상태였다. 캐릭터 설정 상 날카로워 보이면 안 됐거든. 분장도 거의 안 해서 씻지도 않고 나가는 촬영이 태반이었다. <판도라> 촬영 후 다른 영화 한 편을 더 찍어서 피로가 쌓였는데, 지금은 괜찮다.
 
제작비 155억 블록버스터 <판도라>, 상업성과 시의성 다 가진 작품이라 욕심났을 것 같다.
그런 것도 있지만 우선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좋았다. 특히 재혁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욕심 나는 장면이 있었다. 만약 뭇 할리우드 영화의 히어로처럼 엄지 척 들고 사라지는 영화였으면 안 했을 텐데, ‘필요한 신파’라고 해야 하나? 한국적인 정서에 끌렸다.
 
작품 출연을 결정할 만큼 딱 꽂힌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나?
후반부에 재혁이 혼자 남겨지는 신. 인간의 공포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 재혁은 재난영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다. 영웅이 되고 싶지 않은, 그런 생각조차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 장면에서 재혁의 진솔한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기도 하다. 박정우 감독은 김남길이 그 신을 찍을 때 엄청 고생을 했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아시는구나.(웃음) 정말 힘들었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테이크 두 번을 찍고 나서 감독님이 아쉬우면 한번 더 해보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죽어도 못 하겠다고, 내가 날 아는데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했다. 정말 이 장면 찍다가 죽는 줄 알았거든. 장국영이나 히스 레저를 보면서 ‘나도 저런 마지막을 준비해야지’ 했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게 유작이 되는 줄 알았다니까.(웃음)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영화 <판도라>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김남길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NEW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힘들었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서울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로 감정 표현하는 것도 힘들더라. 영화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원전이 왜 위험한지 얘기해주는 신이라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스태프들이 막 분장을 해주는데, 너무 힘드니까 내 몸에 다른 사람 손닿는 것도 싫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그렇다고 진짜 짜증을 낼 수도 없으니 꾹 참고 있었지.
 
그런데도 결국 세 번째 테이크를 갔고, 그게 영화에 쓰였다.
나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면서 말하니까 막 분하고 눈물이 나는 거다. 자존심이 상했다. 주변에서 나보고 곧 죽을 것 같다고, 귀신 들릴 것 같다고 하길래 그럼 이 미칠 것 같은 기분 그대로 한번 더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게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
 
박정우 감독은 영화가 의도치 않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부담스러워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가?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데 정말 그게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날 줄 누가 알았나. 그 밖에 정치적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해석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현실과 비슷해져서 보는 사람이 피로감을 느낄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우리가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 어쩌겠나. 그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만족한다.

김남길은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NEW
 
원래는 ‘나쁜 남자’의 아이콘이었는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이하 <해적>) 때부터 연기 철학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
선배들이 “연기하려고 하지 않을 때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하더라. 20대 때는 얼굴 근육을 통해서 뭔가를 막 표현하려고 했는데 <해적> 때부터 연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무뢰한>(2015)을 할 때 힘 빼는 연기를 시도해봤다. <판도라>는 그 연장선에 있다.
 
‘힘 빼는 연기’라는 게 뭘까?
두 종류의 배우가 있다. 배우가 지워지고 캐릭터가 보이는 경우 혹은 배우 개성이 너무 강해서 캐릭터보다 배우가 돋보이는 경우. 나는 전자를 추구한다. 이를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접근이 힘을 빼는 방식인 것 같다. 편안한 내 본연의 모습을 캐릭터에 조금씩 극대화해서 표현하면 어떤 역할을 해도 거부감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자연스러움에 대해 고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글쎄,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지 않나. 나이 먹을수록 사람의 얼굴에서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다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건 배우들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잘 늙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 보기에 <해적>부터 <무뢰한>, <판도라>까지 자신의 연기가 점차 달라진 것 같나?
하루아침에 한두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르마다 표현하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무뢰한>에서 힘을 뺐다고 해서 그 느낌 그대로 <판도라>에서 힘을 뺄 수는 없다. 기껏 세 작품 했는데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아마 상을 휩쓸고 다녔겠지.(웃음) 다만 내가 연기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디테일한 부분들이 달라지는 거다. 천천히 하나씩 하려고 한다.
 
연기 접근 방법이 달라졌으니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까?
그건 아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건 변함없다. 배우로서 아직은 연기에 대한 고민을 더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고르는 데 있어서는 스토리 이상으로 뚜렷한 기준을 두지 않는다. 예전엔 쓸데없이 구체적이었는데 지금은 심플해졌다.
 
욕심을 많이 버렸다는 의미인가?
전에는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장면은 뭐가 어때야 하는지’ 그런 생각들을 했다. 지금은 그냥 재밌으면 한다. 연기적인 욕심을 많이 비웠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끄집어내는 게 자꾸 쌓이면 나중에는 더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냥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표현하자는 생각이다.
 
<판도라> 역시 그런 심플한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봐도 될까?
맞다. 거창하고 대단한 거 없다. 그저 스토리가 재미있고,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장면이 분명히 있으니까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난 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그게 대중성, 상업성이 떨어지더라도 상관없다. <판도라> 이후 개봉할 영화들은 다소 상업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아마 지금 찍어놓은 것 중에는 <판도라>가 가장 상업적인 영화일 거다.

김남길은 흥행 여부를 떠나 ‘여운을 주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사진 NEW
 
저예산 영화, 비상업적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쓴소리도 듣는다고?
사실 내가 그런 ‘작은 영화’만 하겠다는 주의는 아닌데, 고르다 보면 그렇게 된다. 내가 해서 그렇게 되는 건가?(웃음) 규모가 작다. 주변에서는 ‘네가 해야 할 연기와 하고 싶은 연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야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나 자체가 하고 싶은 것에 딱 꽂혀야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행여 나에게서 마이너 같은 느낌이 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흥행 결과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지. 김남길에게 ‘흥행’은 어떤 의미일까?
진짜 아무도 모른다. 난 <무뢰한>이 진짜 잘 될 줄 알았거든. 흥행이란 아마 하늘이 정해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그냥 어느 순간 따라오는 것 아닐까. 흥행 욕심이 안 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갈망하는 데 시간을 보낼 바엔 내가 필요한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흥행이 되는 거고, 흥행이 안 되더라도 본질을 잊어버리진 말아야지.
 
천만 영화만 성공한 영화처럼 각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도 했었다.
맞다. 너무 큰 영화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 탓을 하겠나. 자본주의 논리라는 게 그런 것인데. 투자자의 탓도 아니고, 배우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궁시렁 궁시렁 욕이나 하고 말지.(웃음) 억지로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고.
 
언제부터 이렇게 초연해졌나?
예전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아 그걸 내가 했어야 되는데, 그 자리 내 건데’ 이런 후회도 했다. 욕심이 전혀 없으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야지.(웃음) 다만 이제는 흐름에 대해 이해한 것 같다. 스타들의 롤, 선배들의 롤, 그리고 나의 롤에 대해서. 이걸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보면 내가 받아들인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고 참고 있는 거더라. 지금은 작은 거에 행복해 하자는 생각이 많아졌다. 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좋은가. 계속 스스로 이렇게 세뇌를 시켜야 한다.(웃음)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여운이 남는 배우. 관객이 나를 보면서 정서적인 여운을 가득 느꼈으면 좋겠다.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NGO ‘길스토리’ 활동도 하고 있다.
6년 정도 됐는데 드러내려고 하는 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더불어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완벽한 사람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자문위원 서너 명과 시작했다가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비영리단체로 키우게 됐다.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거창할 것도 없다. 얘기할 수 있는 건 이 활동을 통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 존중도 배웠다. 내가 느낀 변화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김남길에게도 절대 열어선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게 있을까?
나는 세상에 열리지 말아야 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것들을 외면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더 강해지지 않겠나. 한 지인도 똑같은 질문을 한 적 있다. “너에게 있어 ‘판도라의 상자’란 뭐야? 너의 과거?” 이러면서.(웃음) 나에게 그런 건 없다. 열고, 비우고, 받아들이면서 채우는 거지.
 
글 차지수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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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14 16:27:23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혼났었습니다. 후반부 마지막 인상적인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싶네요

2016-12-15 09:39:29

마지막 대사 부분 등을 신파조로 길게길게 늘린게 옥의 티라고 봅니다.
재난영화의 긴박감을 희석시켜서 지루해 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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