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Blu-ray]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 블루레이 리뷰
데릭 시엔프랜스는 전작 을 통해 한 부부의 시작과 끝에 관한 가장 비관적인, 어쩌면 너무 냉정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무서운' 멜로드라마를 선보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비롯된 작은 변화의 씨앗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된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감독 개인의 경험적 보고서이기도 했다. 그의 최신작 역시 전작과 일맥상통한 주제 안에서 또 다시 상처받은 가족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데뷔작 를 포함하면 이번 작품으로 이른바 데릭 시엔프랜스의 ‘가족 삼부작’을 완성한 셈인데, 미국 사회의 가족 구성원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다.
원나잇스탠드로 태어난 아들을 처음 본 순간부터 위험할 정도의 강력한 부성애를 느끼며 인정받는 가장이 되기 위해 가족 몰래 은행을 터는 모터사이클 스턴트맨 '루크'(라이언 고슬링), 야망으로 가득 찬 신입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 그리고 15년 뒤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되는 아들들의 2대에 걸친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우리가 순간에 내린 선택이 세대를 거듭하며 어떤 식으로 되풀이되는지 흡입력 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빛나는 호연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된다.
인간은 서로 다른 크기로 규정된 사회적 공간 안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맺으며 개인의 자아실현과 성장을 도모하지만, 때로는 그 관계의 상호성 때문에 타의에 의해서 한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루크와 에이버리, 다시 말해 ‘두 아버지’가 한 화면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단 1초에 불과하지만, 각자 나름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살아가던 두 사람이 찰나의 선택으로 만들어낸 비극적 운명의 굴레는 대를 이어 그들의 자녀들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데릭 시엔프랜스는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유산’에 대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태어남과 동시에 물려받는 운명의 유산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대로부터 누적되어온 숱한 반복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 영화 속에서 합법적으로든 혹은 그 반대이든 아버지가 이룬 부와 명예의 달콤한 성취는 그 아들 또한 고스란히 누리게 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행한 아버지의 죄 역시 아들에게 전가된다.
영화의 배경이자 감독의 아내가 실제로 나고 자란 뉴욕주의 소도시 ‘스케넥터디’(Schenectady)의 인디언식 이름을 영어로 풀어내면 이 영화의 제목인 ‘소나무숲 너머의 장소’(The Place Beyond the Pines)가 되는데, 대를 걸쳐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복잡한 운명의 교차점이 되는 영화 속 소나무 숲의 공간적 설정은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흥미를 자아낸다. 영화 는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필연에 대한 커다란 담론을 담은 영화로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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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음향
디지털이 영화 산업을 완전히 휘어잡은 지금,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를 접할 때면 유독 반갑다. 는 슈퍼16mm와 HD 촬영을 혼용했던 전작과 달리 전체를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다. 영화의 어둡지만 아름다운 색감과 부드러운 아날로그적 질감이 탁월한 화질의 1080p 트랜스퍼로 담겼으며, 원경은 원경대로 클로즈업은 클로즈업대로 고운 필름 그레인의 입자감이 충만히 느껴지면서도 블루레이 영상다운 정세한 디테일과 또렷한 샤프니스를 자랑한다. 명부와 암부에 걸쳐 전대역의 계조 변화도 끊김없이 부드럽기 그지없으며, 필름 아티팩트 또한 전무한 수준. 근래 본 필름 영화의 BD 트랜스퍼 중 최상급에 꼽을만 하다.
DTS-HD MA : 5.1ch의 음향은 고예산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디자인 면에서 아주 뛰어나다. 많은 대사 트랙의 매끄러운 처리는 기본이고 영화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는 스코어 트랙의 채널 분배도 적당히 서라운드 음장을 활용하여 감상의 묘를 더한다. 전반적으로 드라마 위주의 영화이지만 전반부에 수차례 등장하는 바이크 질주 장면과 총격 장면의 사운드는 순간적으로 움찔할만큼 임팩트가 크다.
부가영상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단독 음성해설이 한글자막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다소 빈약한 나머지 부가영상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는 트랙으로 기타 스태프나 배우들이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감독 혼자서 많은 정보량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해설 본연의 목적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가치가 높다.
영상과 음향 상태가 매우 뛰어난 HD 삭제 장면은 4개 장면에 걸쳐 약 10분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극중 루크의 예민한 캐릭터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당장 본편과 섞여도 어색함이 없을만큼 각 장면의 완성도 또한 높기 때문에 꼭 챙겨볼 것을 권한다.
프로모션 성격이 강한 5분 남짓의 메이킹 영상은 짧은 분량이 아쉽긴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비롯해 촬영 현장 뒷모습 등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국내 개봉 버전의 HD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는 콘텐츠게이트, 블루키노, 콘텐츠랩 자박 등 세 미디어 업체가 함께 힘을 모아 런칭한 블루레이 컬렉션 '더 블루'의 첫 출시작이다. 향후 출시를 예고한 작품들을 보면 등 콘텐츠게이트와 블루키노가 그래왔던 것처럼 작품성 있는 다양성 영화 위주의 라인업임을 알 수 있다. 열악한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서 '돈 안되는' 다양성 영화를 앞세운 블루레이 컬렉션이 새롭게 선보인다는 것은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갖게 하지만, 모두 좋은 작품들임이 분명하니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이 따르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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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판형이 필름인 경우 영화적 몰입도에 도움을 주는것 같습니다.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