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야마하 네트워크 리시버 R-N301
첨단 기능에 레트로 디자인, R-N301
올해 돌비와 데이터샛에서 각각 내놓은 3D 서라운드 포맷인 애트모스와 오로 3D를 통해 오랫동안 새로운 서라운드 음향 포맷에 목말랐던 홈시어터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온쿄, 데논/마란츠와 함께 일본 최고의 AV 리시버 메이커 야마하는 우선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리시버를 발 빠르게 내놓으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음향 가전 부문에서의 야마하는 홈시어터용 AV 리시버 전문 메이커이며 특히 그들이 진보시켜온 DSP 테크놀로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야마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악기 메이커이다. 얼마 전 뵈젠도르프를 인수한 것도 야마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하이파이 라인업을 개편해 새로운 라인업 런칭과 함께 계속해서 출시하는 모델들의 면면을 보면 무엇인가 공통점이 발견된다. 한 쪽에서는 첨단 악기와 AV 리시버 등 트랜드에 굉장히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하이파이 분야에서는 세기를 뛰어넘어 만들어진 음악과 악기, 하이파이 오디오 등의 유산에 대한 그들의 리스펙트가 느껴진다.
▲ 야마하 CA-2000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출시된 야마하의 하이파이 제품군을 보면 더욱 그러한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하이파이 라인업으로 꾸려진 A-S3000, A-S2000, A- S1000 등의 인티앰프를 비롯해서 짝을 이루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CD 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그 디자인이 마치 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한 행보다.
1970년대 후반의 CA-2000/2010 등 그 고결하고 묵직한 리시버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최근 야마하의 하이파이 라인업의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이해되겠지만 야마하 하이파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생뚱맞게 느껴질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야마하의 레트로 디자인은 이례적으로 꽤 성공적이다.
▲ 야마하 R-N301
그러나 디자인 외에는 모든 것이 변했다. 이번 R-N301만 하더라도 전면의 버튼들이 새롭게 직사각과 둥근 노브 형태로 야마하의 헤리티지 디자인을 이어받고 있지만 그 레트로한 디자인에 야마하는 가장 최신의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담아내고 있다.
전면에는 좌측부터 파워 버튼, 헤드폰 단자, 스피커 A/B 선택 버튼을 시작으로 각종 입력 선택 버튼들이 아기자기하게 박혀 있다. 게다가 중앙엔 저역, 고역 레벨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까지 마련되어 있어 편리한 대역 밸런스 조절이 가능하다. 이 외에 내장된 튜너의 주파수 조절 노브와 커다란 볼륨 노브가 그 옛날 고색창연했던 1970~80년대 일본 하이파이 메이커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야마하의 리모트 컨트롤 앱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지만 가까이에 두고 손으로 조절하면서 느끼는 손맛을 다시 되살려낸 디자인이다.
▲ R-N301 전면 우측에는 전원버튼과 헤드폰 입력, 스피커 셀렉터가 위치한다
▲ 중앙에 있는 저음과 고음 조절버튼, 입력선택 버튼
▲ 우측에는 곡/폴더 셀렉터와 볼륨 노브를 제공한다
후면에는 옵티컬, 코엑셜 등 디지털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별도로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어댑터를 연결하면 무선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도록 옵션 어댑터를 제공한다. 아날로그 FM, AM 방송을 수신하는 안테나 입력단 외에 CD, 라인단, 녹음 출력단 등이 빼곡하다. 우측엔 스피커 두 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두 조의 바인딩 포스트가 위, 아래로 도열해있다. 그리고 이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을 가능케 하는 이더넷 포트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R-N301의 후면
▲ 광 입력을 비롯한 각종 입력단자
▲ 2조의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는 스피커 터미널
▲ 네트워크 오디오를 위한 이더넷 단자와 각종 어댑터를 위한 USB 전원 입력단자
이제 야마하의 최근 하이파이 제품군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독자는 짐작했을 테지만 R-N301은 기존에 상급으로 출시되었던 R-N500의 연장선에 있는 후속기라고 할 수 있다. R-N301은 R-N500의 하위 모델로 출시되었지만 오히려 출력은 높아졌다. 앰프 출력은 8옴에 미니멈 100와트로 고출력을 자랑하며 MP3, WMA, MPEG4, AAC, WAV, FLAC 등의 파일에 모두 대응하며 FLAC 과 WAV 공히 24bit/192kHz까지 재생이 가능하다. 애플의 AirPlay는 물론이고 향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Spotify, Pandora, vTuner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모두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제품의 핵심은 R-N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네트워크 기능에 있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현재 여러 형태의 플랫폼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OS 등 상당히 다변화되고 있는 상태다. 야마하는 가장 보편적인 DLNA 1.5 버전을 채택했는데 네트워킹을 위해서 PC 또는 NAS 상에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11 이상 버전에서 공유하는 형태로 설계했다.
▲ 야마하 NP Controller 앱
▲ NP Controller 앱을 통해 네트워크 오디오를 재생할 수 있다
▲ PC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의 곡을 재생할 수 있다
▲ FM 라디오의 청취 및 주파수 선택 등이 가능하다
▲ 인터넷 라디오의 청취가 가능하다
야마하는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자사의 모델들 모두를 통합 컨트롤 할 수 있는 Network Player, 줄여서 NP Controller 앱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PC와 NAS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내 라이브러리 쉐어링을 통해 각 개인의 스토리지 안에 저장된 음원을 네트쿼크 상에서 재생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NP Controller 앱은 굉장히 심플한 기능만을 제공한다.
세팅은 굉장히 쉽다. 공유기와 R-N301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IP을 잡는다. 이제 미디어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담겨 있는 음악을 앱을 사용해 선곡하기만 하면 된다. 네트워크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스토리지에 담긴 음원 재생뿐만 아니라 인터넷 라디오도 해당되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상당히 깨끗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 안테나를 장착해 아날로그 FM을 들을 수도 있지만 대게는 인터넷 라디오로 즐기게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R-N301은 옵티컬과 코엑셜 등 두 개의 디지털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어 활용도가 뛰어나다. 물론 PC 등으로부터 광출력을 받아 재생할 수도 있으며 특히 영상기기들과 함께 사용할 때 유용하다. 열악한 음질의 저가 블루레이 플레이어 또는 TV로부터 디지털 출력을 R-N301의 옵티컬이나 코엑셜 입력에 연결하면 더욱 향상된 음질을 들을 수 있다. 물론 네트워크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PC 외 휴대용 플레이어 등에서 광출력을 뽑아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다.
R-N301에서 특히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아이패드로 작동할 경우 모든 재생 화면에서 실제 사이즈에 근접하는 크기의 볼륨 노브를 터치해 돌리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편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앰프 전면에 여러 기능들이 있지만 베이스/트레블 조절 노브 외엔 거의 만질 일이 없다. NP Controller 앱은 심플한 디자인에 거의 모든 컨트롤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청음 테스트는 필자 개인 리스닝 룸에서 진행했다. 스피커는 포컬의 일렉트라 1008BE를 사용했고 일반 심오디오 네오 380D DSD DAC를 연결해 청취했다. PC에서 푸바 2000을 통해 재생하며 앰프의 성능 외에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음질 수준을 살펴보았다. 사실 야마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버거운 스피커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테스트에서는 실사용에 비해 좀 더 악조건에서 들어보는 것이 실제 성능을 파악하는 데 있어 변별력이 높다.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에 기본적으로 담겨 있는 Bob Acri의 ‘Sleep Away'를 들어보면 볼륨을 약 45정도 레벨까지 올려서 청취했다. 소릿결은 굉장히 차분하고 섬세하다. 처음 야마하의 R-N301을 접했을 때 과연 이러한 올인원 기기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청취에 사용된 일렉트라 1008BE에서는 100와트의 출력에도 불구하고 볼륨을 상당히 많이 올려야 했다. 그러나 1008BE에 매칭했던 수 백 만원 대 앰프를 생각한다면 이 가격대 앰프 자체만으로도 표준 이상의 성능이라고 보인다. 맑고 차분한 소리로 토널 밸런스가 안정적이어서 청자를 상당히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어서 제니퍼 원스의 ‘Somewhere, Somebody', 아이유의 ‘한낮의 꿈’을 들어보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며 단아한 음색을 보여준다. 크기를 크게 그리는 스타일은 아니고 아기자기한데 특이한 것은 스테레오 이미징이 상당히 훌륭하다. 각 악기의 음색도 정확히 표현되며 배음이 자연스럽게 흘러와 마치 음원을 듣고 있지만 FM을 들을 때 느껴지는 홀톤 같은 것이 배어나온다.
내친 김에 네트워크로 돌아가 인터넷 라디오를 찾았다. ASIA 카테고리 중 SOUTH KOREA를 찾아 CBS FM을 켰다. 잠깐의 인터벌을 두고 DJ의 안내와 함께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굉장히 선명하게 잡힌다. 이 글을 다 마치고 나서도 약 몇 시간을 더 청취했을 정도로 인터넷 라디오의 품질이 뛰어났다. 오히려 음원 재생보다도 좀 더 소릿결이 두툼하고 포근해 BGM으로 하루 종일 틀어놓아도 부담 없이 공간을 음악으로 메워준다.
야마하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하이파이 제품군은 최근 여타 메이커들과 달리 완벽한 레트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트랜드가 아니라 야마하의 전통을 되살려 21세기에 다시 한 번 승부해보겠다는 의지가 듬뿍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안엔 음악 재생에 있어 가장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그 안에 녹여놓고 있다. 야마하 헤리티지의 위대한 유산과 현대의 트랜드를 따르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 역설적이지만 의외의 매력으로 나타났다.
여담이지만 아이패드로 조작하면서 R-N301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옛 것의 아름다움과 함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오디오지만 음악을 듣는다는 것 외에 음악을 들려주는 기기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이 얼마나 또 음악에 대한 느낌을 다르게 만드는 지 새삼 놀라웠다. 야마하가 선택한 스스로에 대한 오마쥬는 계속될 것 같다.
별점
음질 ★★★★
디자인 ★★★★☆
기능 ★★★★☆
편의성 ★★★★☆
가성비 ★★★★☆
스펙
글쓰기 |
요즘 네트웍 플레이어에 관심이 많아 여러 모델을 비교 하고 있습니다. 온쿄 8050 이나 마란츠 를 내심 찜 하고 있는데 야마하에서 신모델이 출시 되었네요 포노단이 없는게 아쉽긴 하지만 기 존 음악을 즐기기에는 HIFI 앰프를 대체해도 큰 무리는 없을것 같아요. 에어플레이나 네트웍 플레이를 중점으로 활용 할 예정인데 좋은 비교 대상이 될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CD, LP 등 기존매체로 음악을 즐기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것 같아요. 향후 네트웍 플레이어에 많은 정보 공유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