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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피에가, TMicro와 LDR 2642 MK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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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0 10:33:45


피에가의 홈 페이지에 가면 아주 감동적인 인용구가 하나 보인다. 바로 16세기 초, 마틴 루터가 한 말이다.


“음악은 악마를 쫓아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실제로 루터는 예배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 방식을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즉, 현란한 장식음과 복잡한 편성을 억제하고, 가사에 담긴 깊은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심플한 멜로디를 지향했던 것이다. 이런 음악이 결국 나중에 가스펠로 계승되고, 흑인 음악의 기초가 된 것을 보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다.


지난 번 아티클에서, 피에가의 리본 트위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좀 언급했던 것같다. (링크 ▶ 스위스 스피커의 명가, 피에가​)



▲ 피에가 리본 트위터


이제 실제로 들어보는 시간인데, 두 시리즈에서 하나씩 대표 스피커를 골랐다. 단, 티마이크로(TMicro) 시리즈는 엔트리 클래스라 따로 리본이 투입되지 않았고, 프리미엄 시리즈에는 본격적으로 탑재되었다. 그런데, 비싼 리본 대신 투입한 티마이크로 26미리 구경의 LDS-Dome이 실제로 리본과 비슷한 음을 내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피에가의 음을 너무 리본에 국한시키지 않았나 싶기는 하다.


동사의 역사를 보면 이미 창업 초기에 리본 트위터를 만든 상태다. 그러나 자신들의 음 조성에 맞는 나머지 부분, 특히 캐비닛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결국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알루미늄 캐비닛에 담기에 이른다. 스피커란 유닛 한 두 개의 성능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며, 그런 면에서 티마이크로 시리즈가 들려주는 청아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음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TMicro 시리즈​



▲ TMicro 시리즈 중 톨보이형


현재 티마이크로의 라인업을 보면, 총 여섯 개의 모델이 보인다. 그중 센터 및 서브 우퍼를 빼면 북셀프 2종(형번 3, 4)과 톨보이 2종(형번 5, 6)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 5번을 직접 청취하여 리뷰를 진행하였다.


사실 이 시리즈의 톱인 6 다음에 위치하는 모델이기는 한데, 처음 보면 대체 뭐야, 싶을 정도로 작다. 그냥 왜소하기만 하다. 과연 여기서 무슨 음이 나올까 싶지만, 이런 엔트리 클래스조차 피에가가 만들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들은 가장 인상적인 스피커가 되었다.


우선 스펙을 보면, 4오옴에 90dB라는 감도를 갖는다. 즉, 앰프의 출력이 그리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메이커측에선 최소 20W, 최대 150W를 권장한다. 통상의 인티 앰프로 얼마든지 넉넉하게 구동할 수 있는 것이다. 워낙 스페이스가 적고, 표면적이 좁아서, 투입되는 유닛도 작을 수밖에 없다. 트위터는 26미리 구경의 LDS-Dome이 쓰였고, 우퍼엔 10cm 구경의 MDS Bass가 두 발 쓰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동사가 자랑하는 알루미늄 캐비닛이 쓰인 데다가, 본격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을 채택해서, 담당 주파수 대역이 의외로 넓다. 아래로는 45Hz, 위로는 20KHz까지  뻗기 때문이다. 특히, 풍부하면서 다이내믹한 저역의 표현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신세시스의 ROMA 510AC를 사용했고, 소스기는 로텔의 RCD-12를 썼다. 두 제품 모두 가격적으로는 높지 않으나, 하이 퀄리티한 음을 추구하는 쪽이라, 본 기와 연결했을 때 상당한 실력을 발휘했다.


첫 곡으로 야니네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이다. 워낙 많이  들은 곡인데, 여기선 상당히 흥미로운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마치 리본을 듣는 듯한 담백하면서 빼어난 해상도가 인상적이고, 반응 또한 무척 빨랐다. 눈을 감으면 저 작은 원통형 톨보이의 존재가 사라진다. 그냥 음악만 흐르고 있을 뿐이다.

이 가격대에,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저런 음 매무새를 갖춘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면에 부각되는 바이올린의 음은 적절한 두께감을 갖고 멋지게 부유한다. 배후의 오케스트라도 그냥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존재감으로 독주자를 빙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서로 주고받으며 악상을 전개하는 대목이 일목요연하다. 심지어 바이올린의 지판을 짚는 소리까지 포착되어 깜짝 놀랐다.


이어서 조 수미가 부른 . 여기서 따스하면서 상쾌한 조 수미의 보컬이 더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왼쪽 채널에 위치한 어쿠스틱 기타의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통 울림은 매우 사실적이며, 중간에 나오는 클라리넷 솔로는 곡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소담스러우면서 일체 과장이 없는 재생음은, 과연 30년 이상 스피커를 만들어온 메이커다운 관록이 우러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 원래 이런 곡은 대형 혼 스피커를 강한 출력으로 드라이브해서 그냥 압도되는 맛으로 듣는데, 이런 재생음도 괜찮다. 의외로 저역 재현력이 좋아, 킥 드럼이나 스네어의 울림이 깊고, 타격감이 좋다. 또 심벌즈의 찰랑거림에서 모던 재즈 특유의 리듬감이 잘 살아나는 바, 고역의 재생에 있어서도 별 무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울림으로 전면을 장악하는 테너 색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이 곡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피에가도 때에 따라선 이런 야성적인 음색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LDR 2642 MK2



▲ LDR 2642 MK II

이어서 프리미엄 시리즈로 넘어가보자. 여기엔 본격적으로 리본 트위터가 삽입되어 있다. LDR 2642 MK2라는 모델인 바, 동사가 자랑하는 기술력이 총집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리본의 제조에는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다. 숙련공 한 사람이 총 7시간에 걸쳐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내구성을 단단히 보장함으로, 무려 50여년간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완성품마다 제작자의 사인이 일일이 들어가는 것도 바로 그런 투철한 장인 정신의 발로라 생각하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단순히 트위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미드레인지 일부를 커버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상급기에 쓰인 리본은 아예 중역대까지 포괄하지만, 본 기는 그보다 용적이 적은 만큼, 일부만 다룰 뿐이다. 그래도 피에가가 추구하는 음향 철학을 구현하는 데엔 별 무리가 없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우퍼는 13cm 구경의 MDS Bass라는 것으로, 총 두 발이 동원된다. 그 결과 저역으로는 34Hz, 고역으로는 50KHz라는 광대역이 구현되고 있다. 지난 번에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는 100KHz 이상의 대역을 커버하리라 짐작되지만, 일단 명시된 스펙을 따라보자.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와 CDP는 위에 언급한 것과 동일한 라인 업을 채택했다. 그리고 첫 곡으로 정명훈 지휘의 말러 을 듣는다. 대형기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필적할 수는 없지만, 음악을 듣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이즈가 나온다. 첼로나 더블 베이스군이 움직일 때의 바닥을 두드리는 양감이 대단하고, 고역부의 한없이 개방적이면서도 높은 밀도감을 갖는 부분은 가벼운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많은 음장형 스피커들은 정교한 무대 연출에는 능하나 저역의 펀치력이나 깊이가 모자라는 감이 있다. 본 기는 그런 아쉬움을 멋지게 날리고 있다. 머리카락이 쭈삣 서게 되는 재생음이라 하겠다.



주얼의 는 어쿠스틱 기타를 반주로, 마치 독백하듯 힘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트랙이다. 그러나 숨소리, 침 삼키는 소리, 가벼운 기척까지 모두 포착되어, 정말 눈부신 해상력을 연출한다. 그런데 그 부분이 너무 쨍하지 않고, 약간 중립적인 음색으로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그 튜닝이 절묘하다. 이어서 드럼, 베이스 등이 본격 가세해서 몰아칠 때의 기세가 좋다. 가볍게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여성 보컬의 아름다움을 논할 때, 피에가의 리본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명품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 여기서 리드 기타는 조지 해리슨에 의해 초빙된 에릭 클랩튼이 맡았다. 단 1회의 세션으로 멤버 전원이 만족할 만한 연주를 들려줬는데, 그런 라이브한 느낌이 잘 살아난다. 두툼한 베이스에 간결한 피아노 반주, 흐느적거리는 일렉트릭 기타 등이 촘촘하게 어우러져 있고, 다소 여린 듯한 조지의 보컬은 매력 만점이다. 비틀즈의 음악은 여러 악기들이 오소독스하게 엮어지면서, 보컬에 포커스가 제대로 맞춰져야 한다. 그런 밸런스가 잘 표현되고 있다. 이쪽에서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주변의 악마가 출행랑을 치는 기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4. 12. 30 | 이종학 (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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