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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쿠르베 아톰 MK2 & 퍼피 (Courbe Atom MK2 & Pu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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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9-26 19:58:37

 

글 | 코난 (blog.naver.com/canrobot77)

 

 

'쿠르베'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구스타브 쿠르베라는 프랑스 화가가 떠오른다. 프랑스어로 단순히 'Curved'라는 의미라고는 하지만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화가 쿠르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헤미안 같은 성질에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묘사했던 그는 기존의 제도권 미술을 탈피한 자유주의의 산물이었다. 영웅이나 신은 없으며 우아한 분위기로 연출된 여인들도 볼 수 없다. 주인공이 없는 시골의 평범한 장례식을 그리는가 하면 누드를 그린다고 해도 고상한 분위기의 품격 대신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충동질하는 그림을 그리기 일쑤였다.

 

쿠르베 스피커 또한 처음 봤을 때 둥그런 원통 캐비닛을 대역 별로 나누어놓고 각 대역을 담당하는 유닛을 자유롭게 장착해놓은 모습에서 천연덕스러운 인상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마치 구스타브 쿠르베의 자유로운 예술적 감각처럼 유닛을 자유자재로 분리하고 합체해놓은 느낌. 그런 형태에서 과연 훌륭한 소리가 나올지도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자유로워 보이는 형태와 설계 속에는 소리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고민이 켜켜이 누적되어 있었다.

 

 

▲ 트리니티(중앙)로부터 시작된 쿠르베(Courbe) 스피커 시리즈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공진의 제거로 유닛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왜곡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DF, HDF 등은 물론 알루미늄, 카본을 사용하기도 하며 상당히 복합적인 물질을 사용한다. 그 구조 또한 굉장히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한편 일부 전통적인 스피커 메이커들은 나무를 얇게 만들고 특유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어떤 메이커는 혼(Horn)의 개구부를 나무로 만들기도 한다.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스피커들이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같은 시대에 공존하고 있다.

 

쿠르베 오디오가 고안한 것은 공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과 캐비닛의 울림을 활용한 것, 이 각각의 장점을 하나로 절충, 융합하는 시도로 보인다. 나무를 사용하되 유럽에서 들여온 고강도의 자작나무 적층 목재를 캐비닛 재료로 사용한 것은 그 목적에 거의 완벽히 부합했다. 고강도의 적층 자작나무를 사용해 공진을 감소시켰지만 한편으로는 적층 자작나무 특유의 울림을 활용할 수 있다. 가공하기 어렵고 제작비와 인건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채산성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르베는 계속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 같은, 그저 디자인 예쁜 스피커일 것이라는 오디오파일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작자의 진심이 통했는지 전시회, TV 프로그램 등으로부터 대여 요청은 물론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꾸준한 호응과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쿠르베 오디오는 본격 3웨이 스피커 Trinity를 시작으로 Elle, Snowman, Dew, Atom 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스피커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 범위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대형기에서의 장점이 과연 미니 사이즈 북셀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Atom MKII'와 'Puppy' 는 또 다른 용도의 쿠르베의 성능과 일관성의 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쿠르베(Courbe) Atom MKII 북셀프 스피커

 

 

Trinity 이후의 모든 모델이 그렇듯 신제품인 Atom MKII 와 Puppy 또한 Trinity 로부터 출발한 뚜렷한 패밀리에 합류하고 있다. 쿠르베의 레퍼런스 스피커 Trinity 는 이후 세 가지 모델을 나았다. Trinity 의 10인치 우퍼를 제거하고 스탠드에 올린 톨보이 Elle, 그리고 스탠드까지 없앤 Junior, 아크릴 거치대를 빼고 원목 받침을 적용한 Snowman 이 그들이다. 그리고 각각의 모델은 다시 후속기 또는 하위 모델로 진화한다.

 

Junior 는 Dew를 낳았고 다시 사이즈를 줄이고 유닛을 바꾸어 Atom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Snowman의 구조를 유지하되 유닛을 교체하고 사이즈를 줄인 것이 Puppy 다. 마지막으로 Atom MKII 는 말 그대로 기존 Atom의 후속기다. 마치 한 가족이 몇 세대에 걸쳐 혈통을 이어나가는 듯 쿠르베의 라인업 확장은 시간이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 동시에 각 모델들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라인업 구조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 쿠르베(Courbe) Puppy 북셀프 스피커

 

 

모두 하나의 아버지 Trinity 로부터 기원한 라인업이기에 각 모델은 서로 간에 촌수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Atom MKII 와 Puppy 는 마치 사촌 지간 같은 사이로 동일한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두 개 모델 모두 높이가 채 30cm 가 되지 않는 북셀프 타입으로 책상 위 또는 스탠드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기 적당한 크기며 유닛도 작은 사이즈다. 우선 트위터는 데이톤(Dayton)의 1 1/8인치 소프트 돔 타입으로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한 유닛이다. 여기에 더해 미드 우퍼는 Tang Band 의 4인치 Underhung  타입 유닛을 사용했다.

 

하지만 캐비닛 용적이 다르다. 결론적으로 Atom MKII 의 내부용적인 Puppy 보다 약간 커 사촌 형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그 외 스펙의 거의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두 모델 모두 공칭 임피던스는 4옴이며 능률은 86dB 로 쿠르베 스피커들 중 가장 낮다. 2웨이 2스피커 타입으로 후면에 포트를 마련한 저음 반사형으로 설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체 주파수 대역은 저역의 경우 60Hz, 고역은 20kHz 까지가 한계로 크기에 딱 어울리는 만큼의 주파수 대역을 커버하고 있다. 바인딩포스트는 모두 싱글 와이어링만 대응한다.

 

 

아주 작은 사이즈지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가격에 상급기 못지않은 실력과 쿠르베 사운드를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어쩔 수 없이 유닛은 다운그레이드했으나 캐비닛 소재와 구조는 상급기들과 거의 동일하게 뽑아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존 모델에서 풍겼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아기 쿠르베처럼 그대로 축소되어 나타났다. Atom MKII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무 잎사귀 또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연상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만화 주인공 아톰의 머리 스타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 Puppy 는 마치 강아지가 앉아서 주인을 바라보는 듯한 포즈다. 키가 작은 나머지 주인을 위해 약간 비스듬히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Atom MKII부터 들어보면 Puppy 와 동일한 유닛을 사용했지만 용적이 약간 더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중후하다. 두 모델 모두 전면에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뒤로 깊은 타입으로 예상했던 것 보다 크고 웅장한 스케일을 만들어낸다. 사실 책상용으로 사용하기는 상당히 큰 사이즈로 작은 스탠드를 받치고 사용해도 무리가 없는 스테이징과 저역을 만들어낸다. 그만큼 해당 사이즈에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 다이내믹레인지를 구사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아이유의 '한낮의 꿈'(24bit/96kHz, Flac) 같은 보컬곡에서는 쿠르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중역대역의 풍성한 울림이 더욱 깊고 풍요로운 하모닉스를 만들어낸다. 적층 자작나무 특유의 낭랑한 울림이 느껴지지만 과도하게 부풀려지지 않는 소리로 따스하며 풍부한 중, 저역은 크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토널 밸런스는 사이즈가 작다보니 고역이 약간 많은 편이나 충실한 중역 대역이 든든히 받쳐주면서 소란스럽지 않게 생생한 느낌을 표현해준다. 타격감이 뛰어난 편으로 목제 테이블 위에 설치해 오라노트 V2 로 볼륨을 높여 감상하는 경우에도 큰 공진이 없다. 다만 제공되는 하단 금속 스파이크는 꼭 장착하길 바란다.

 

 

마커스 밀러의 'Detroit'(16bit/44.1kHz, Wav) 에서는 일렉트릭 베이스 피킹이 마치 근육질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느낌이다. 피킹하는 손놀림이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하다. 확실히 중역 대역의 밀도감이 부각된다. Puppy 도 마찬가지지만 마치 밀폐형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을 듯한 중, 저역 에너지감이 인상적이다. 이 정도 사이즈에서 이 정도 탄력적이고 해상력이 뛰어난 중저역이 나오는 것이 놀랍다. 물론 편안하고 여유 있는 소리는 아니며 니어필드에서 상당히 몰입감 있게 즐기기 적합한 북셀프 스피커다.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과 탄력적인 중, 저역 대역이 돋보이는 작은 거인으로 음색은 상위 라인업의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Puppy 또한 Atom MKII 와 사촌 또는 형제처럼 비슷한 사이즈에 앙증맞은 크기의 북셀프 타입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와 중저역을 담당하는 미드 베이스 유닛을 상위 라인업처럼 별도의 챔버에 분리해서 담았다. 오라노트 V2 와 매칭해서 들어본 Puppy 는 Atom MKII 와 조금은 차별된 소리다. Atom MKII 에서 중역과 저역의 양감을 조금씩 덜어내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가 중립적인 쪽에 가깝게 튜닝된 모습이다.

 

 

작은 책상 위에 오라노트와 Puppy 의 모습이 마치 올망졸망 모여 음악을 연주하는 재즈 악단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음악을 재생하자마자 이 녀석들이 연주해내는 음악이 결코 올망졸망한 수준이 아니다. 마르신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Sudovian Dance'(24bit/96kHz, Flac)를 들어보면 퍼커션의 낮은 음계에서도 제법 뚜렷한 콘트라스트를 뽐내며 그 위를 가르는 테너 색소폰의 복잡한 화성구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아주 입체적인 음장을 그려내진 않지만 책상에서 듣기에는 웅장하고 추진력 넘치는 소리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제이슨 므라즈의 'Hello, You Beautiful Thing'(24bit/96kHz, Flac)에서는 무대 크기가 놀라울 만큼 크게 펼쳐진다. 시청거리 2미처 정도에서도 무대가 크게 잡혀 약간 더 물러서 시청했을 정도다. 포커싱은 또렷한 편으로 특히 중역 대역의 담백한 매력은 Puppy에서도 숨길 수 없다. 특히 남성보컬의 중역대역은 두텁고 묵직하게 잘 표현하는 편이다. 사이즈를 보고 가볍고 여윈 중, 저역에 신경질적인 고역을 상상한다면 곤란하다. 자작나무의 목질감이 하모닉스에 배어 있으며 무르거나 탁하지 않고 단단한 밀도감과 묵직한 펀치력이 돋보인다. 근거리용이라고 보기엔 무대 크기나 대역 밸런스가 스탠드 마운용으로 더욱 어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크로 다이내믹보다는 매크로 다이내믹이 뛰어나 클래식보다는 하드밥 재즈, 팝, 록 등 경쾌한 음악에서 스피커의 장점이 더욱 잘 살아난다.

 

 

Trinity 는 쿠르베의 레퍼런스로서 그 독창적인 캐비닛과 디자인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분리된 챔버와 시어스 유닛의 조화, 모든 제작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며 만들어낸 수공 목공예품이자 국산 하이파이 스피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Elle, Junior, Snowman, Dew을 거쳐 완성된 Atom MKII 와 Puppy 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상급기들의 소리를 더욱 가까이 놓을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이제 커다란 거실이 아니더라도, 책상 위 또는 작은 서재의 한 쪽 구석에서도 쿠르베의 순수한 음악적 이상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 Atom MKII 와 Puppy 는 쿠르베의 음악적 이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기린아로서 구스타브 쿠르베처럼 북셀프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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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6 19:58:37

욕심을 가득 안게 되는 글, 추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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