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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푸어맨스 하이엔드,인티앰프 아톨(Atoll) IN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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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6:54:59

 

글 : 이종학 (Johnny Lee)

 

 

 

푸어맨스 하이엔드(Poor Man's High End) 아톨 IN400

 

요즘 집밥 백선생이 인기다. 흔히 백주부라 불리는 백종원씨에 의해 주도된, 이른바 요리에서 DIY 열풍은 이제 나도 약간의 비법만 알면 어느 식당 못지 않은 요리를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런데 그 비법이라는 것이 마치 컬럼부스의 달걀처럼 알고 나면 별 것 아닌데, 알기 전에는 도통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의 차이인가?

 

예를 들어 김치찌개 끓이는 방송을 봤더니, 출연자들이 이제 제법 숙달된 솜씨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하나 부족했다. 이때 백선생의 지적이 들어간다. 아직 제대로 돼지고기를 익히지 않았다. 그럴 경우 좀 더 잘게 잘라서 충분히 기름이 나오게 더 끓여봐라. 그 지적을 시정하고 약간 더 끓이고 나니, 완전히 딴판의 맛이 나온다. 

 

왜 이런 이야기를 쓰는가 하면, 흔히 “메이드 인 U.K.” 혹은 “메이드 인 저머니” 하는 것을 캐치 프레이즈로 들고 나오는 메이커가 많은데, 대부분 그냥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들과 다른 지역의 회사들이 차별화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경험과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비법이 요소 요소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간단하게 매뉴얼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무수한 시행착오와 반복된 행위를 통해, 이른바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노하우다. 당연히 아무한테나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번에 만난 아톨의 IN400만 해도 그렇다. 일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으로 보면 가격이나 사이즈 면에서 좀 부족해보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동사의 라인업 중에는 최상위를 점하고 있고, 거기에 알게 모르게 무수한 고안과 노하우가 숨어있는 것이다. 똑같은 재료를 갖고 찌개를 끓여도 백선생과 다른 출연자들의 맛이 다르듯, 아톨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솜씨는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대체 어떤 면이 다를까? 아주 일반적인 백그라운드부터 말하면, 역시 풍부한 문화와 음악 유산을 가진 프랑스라는 지형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떼루와”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와인을 평할 때 이 말을 쓰는데, 그 의미는 대략 이렇다. 예를 들어 똑같은 카르비네 소비뇽 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고 할 때, 보르도에서 생산한 것과 칠레나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것은 차원이 다르다. 왜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조량, 밭의 품질 등 다양한 변수 등이 어우러져서 결코 똑같을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오랜 기간 농사를 해온 사람들의 손길까지 감안하면 그 차이는 보다 크게 벌어진다. 이 떼루와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면, 왜 아톨이 특별한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싶은데, 아무래도 실제 물건을 만들 때의 철학이나 방법론에서 보다 철저하고 또 많은 연구가 뒷받침된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동사의 제품들은 다음 여섯 가지 과정을 꼭 거쳐서 제조가 된다.

 

1) 기판에 각종 부품을 숙련된 장인의 솜씨로 일일이 삽입한다.

2) 당연히 손으로 납땜 처리가 이뤄진다.

3) 완성된 기판은 일단 테스트를 거쳐 교정 처리된다.

4) 섀시에 마운트되기 전에 다시 한번 테스팅과 프리 세팅 과정을 거친다. 이게 대략 4회 정도 이뤄진다.

5) 섀시에 마운트 된 후 조립이 시작된다.

6) 완성된 기기는 히팅 과정을 통해 파워 서플라이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최종적으로 귀로 확인한다.

 

물론 이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기술하자면 몇 개의 과정이 더 추가될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톨의 모든 제품이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싸구려라도 대충 대량 생산의 프로세스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솔직히 아톨의 제품 가격대를 고려할 때, 다른 데에선 아무도 이런 방식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단 단가가 맞지 않는다. 각종 부품, 섀시, 인건비, 감가상각비,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특히 모든 공정이 노르망디의 프레세이라는 공장에서 다 이뤄지고, 부품 조달도 프랑스 및 E.U.에 한정지어서 공급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도저히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최상의 퀄리티로 최고의 음악적 감동을 최대한 적은 예산으로 체험하게 만들자는 동사의 철학에는 일절 변함이 없다. 그런 면에서 빌리 빈 단장이 회사를 경영하는 듯싶다.

 

또 한 편으로 보면, 프랑스 대혁명에서 비롯된 이 나라 특유의 평등주의와 박애주의를 느낄 수 있다. 한쪽으로는 브르조와와 귀족의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 일반 평민들에게 골고루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쓰는 부분에서, 프랑스만의 독특한 전통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디오계에서 싸고 좋은 제품은 없다, 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아톨만은 예외라는 조항을 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IN400은, 동사의 인티 라인업 중 최상위에 속한다. 시리즈명은 감마로서, “Gamme 400” 시리즈로 보면 된다. 본 기는 인티 앰프이고, 라인 업을 보면 전문적인 프리 및 파워로서 각각 PRE400, AM400 등이 있으며, 소스기로 CD400이 런칭되어 있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면 본 기는 프리 및 파워로 구분된 제품들의 장점을 한데 잘 모은 듯한 인상으로, 정말 컴팩트한 바디에 잘 집어넣었다고 해도 좋다.

 

 

일단 본 기는 외관만 봐도 그 포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CD400을 위에 놓으면, 일종의 오브제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위로 올라갈 수록 좁아지는, 일종의 마름모꼴 형상이다. 또 각이 진 부분이 부드럽게 마무리되어, 이런 라인 자체의 컨셉도 컨셉이지만, 방열핀을 이용해 멋지게 구현한 부분은 동사의 뛰어난 장인 기술을 역으로 웅변하고 있다.

 

본 기의 컨셉을 보면, 출력단에 MOS-FEF를 사용한 가운데, 피드 백을 거의 걸지 않고, 최소의 신호 경로를 추구하며, 튼실한 전원 트랜스를 갖추고, 각종 콘덴서는 되도록 큰 용량으로 채우는 등, 요즘 하이엔드에서 추구하는 설계 사상에 충실하고 있다.

 

 

또 그 음에 있어서 프랑스 특유의 에스쁘리가 느껴지는데, 이것은 어떤 면에서 골드문트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음과 통하는 바도 있다. 사실 그 점이 무척 흥미롭다. 오디오에서 지역색이라는 것은 때로는 특정 제품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좀 과장하면 본 기를 “빈자의 골드문트” 혹은 “푸어맨스 골드문트”(Poor Man's Goldmund)라고 불러도 좋을 듯싶다.

 

확실히 본 기의 음을 들으면 스위스의 제네바 지역(이곳은 프랑스의 영향이 강한 지역으로, 불어를 많이 쓰고 있기도 하다)에 포진한 여러 하이엔드 메이커의 제품 철학과 접근법에 통하는 바가 있어서, 음에 있어서도 신선하고 또 빠르며, 개운한 느낌이 멋지게 표현되고 있다. 프랑스 사람이 제대로 마음을 먹고 만들면 영화든 음악이든 다 예술이 되는데,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본 기의 스펙을 보면 8오옴에 160W를 낸다. 이것은 정공법으로 만들어서 낸 160W이기 때문에, 사실 대단한 스피커 구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채널당 8개의 MOS-FET를 투입해서, 안정적인 동작을 꾸민 점도 흥미롭다. 대략 이 정도 출력이라고 하면, 4개 정도의 MOS-FET로도 충분한데, 무려 두 배나 투입한 것은, 각각의 소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로드를 최대한 줄여서 안정적인 동작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1,015VA 급의 큼직한 토로이달 트랜스를 본 기의 정 중앙에 배치한 것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듬직하다. 사실 이 정도 용량의 트랜스라면, 300~500W 정도의 출력도 너끈히 커버한다. 그 정도로 전원쪽에 막대한 물량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외관을 보면 멋지게 만곡을 그린 테두리가 인상적인 바, 이 섀시는 2mm 두께의 강철을 성형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무척 단단하고, 두껍다. 주먹으로 두드려보면 꽤 높은 강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어서 프런트 패널은 무려 10m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서, 왼편에 채널 셀렉터, 오른편에 볼륨 노브를 갖춘 심플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게다가 한 가운데에 길게 디스플레이 창이 떠 있어서, 입력된 소스와 볼륨의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푸른 불빛은 어둠 속에서 바라볼 때 무척 신비롭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소스기는 이와 커플링되는 CD400을 동원했고, 스피커는 피에가의 프리미엄 50.2를 사용했다. 참고로 피에가로 말하면, 리본 트위터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할 만큼, 이의 장점을 멋지게 구현하고 있는 바, 본 기와 만나서 정말 흥미로운 재생음을 들려주고 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정 명훈 지휘, 말러의 이다. 사실 이 정도의 대편성은 하이엔드 중에서도 대형기에서나 제대로 울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 세트로도 그 진수를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그간 오디오 업계가 숱한 기술 개발과 진화를 거듭해서, 상급기의 퍼포먼스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초동에 강력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른쪽 채널의 첼로군.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빠르고 가뿐하게 공간을 진동시킨다. 이어서 조금씩 현악군과 관악군이 기지개를 켜는데, 의외로 표현하는 무대가 넓다. 점차 진행이 빨라지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바이올린군의 구슬픈 멜로디. 또 그와 대비되는 뜨거운 지옥의 불길과 같은 저역의 어택. 이 모순되고 상반된 요소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말러의 세계를 아무런 가감없이 드러낸다. 스피커를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전 악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다.

 

이어서 젊은 날의 요요 마, 무터 등이 함께 한 카라얀 지휘의 베토벤 를 들어본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약하게 긋는 현악군의 출현에서 거대한 폭풍우를 예감할 수 있다. 이윽고 본격 테마가 연주되고,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질주가 시작된다. 한데, 착착 일체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렬한 악단의 모습이 명확하게 떠오른다. 거기에 약간 멜랑콜리한 부분도 가미되어 곡에 깊이를 더해준다. 이윽고 차례차례 등장하는 솔로 악기들은 마치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강하게 부각된다. 세 솔로 악기의 치밀한 앙상블에 더한 오케스트라의 백업. 그러나 하등 흐트러짐이나 어긋남이 없는 재생이다. 탄복할 수밖에 없다.

 

세자르 프랑크의 를 뒤메이 & 피레스의 컴비로 들어본다. 그러고 보면, 작곡가와 바이올린 주자 그리고 본 기가 모두 메이드 인 프랑스. 역시 이런 지역색의 독특한 시정과 정취가 풍부하게 표현된다. 사실 본 곡은 그리 쉽지 않은 작품이다. 자칫 잘못하면 난삽하게 표현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정갈하면서 디테일하고 또 아름답다. 이 미음을 접하고 나면, 더 이상 분석이나 평가의 자세를 잃고, 그냥 감상에 몰두하게 되어버린다. 갑자기 보르도의 와인 한 잔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마틴 그루빙거의 를 들어본다. 타격 시 공기를 진동하는 느낌이 정확하게 다가온다. 북의 텐션과 그 울림 그리고 깊은 잔향까지. 아주 디테일한 부분의 묘사가 탁월하면서 또 자연스러워, 역시 급이 다른 재생음을 들려준다. 동사가 감히 하이엔드 제품이라 부르는 데엔 이런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코러스가 가미될 때, 뒤에서 나직이 두드리는 타악기군과 명확히 구분되어, 신비적이면서 전위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허심탄회하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피에가의 스피커와 멋진 매칭을 이루는바, 확실히 앰프의 출력을 뛰어넘는 재생음이 분명하며, 그 하이 퀄리티는 무척 인상적이다. 과거 하이엔드 제품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퍼포먼스가 드디어 이 가격대의 제품에도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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