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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블루레이 리뷰 | 레전드 오브 타잔,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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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19 23:40:27
분명 [레전드 오브 타잔]의 재해석에는 영리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고뇌하는 히어로물의 트렌드를 타잔에게 대입시킨 점이나 원작의 함의를 전복시키는 내러티브의 설계도 나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가 추구하는 지향점에서 벗어나기엔 부담을 느낀 탓인지 결정적인 순간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소심함이 영화 전반에 걸쳐 관찰된다.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고뇌하는 슈퍼히어로, 타잔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유인원 타잔’이 발표된 지도 벌써 100여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다양한 변주가 대중 매체를 통해 시도되었지만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근육질의 사내가 ‘아아아아아~’하는 특유의 괴성을 지르며 밀림을 활강하는 모습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특히 100여편이 넘는 영화와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매체를 통해 타잔은 정글의 슈퍼히어로이자 문명에 때묻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작 원작 소설에서의 타잔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소설에 등장한 타잔은 그 이름부터가 ‘하얀 피부’ 즉 백인이라는 뜻이다. 그런 타잔이 유아기부터 유인원의 젖을 먹고 자라나 정글이란 생태계에 완벽히 적응하고, 심지어 정글의 탁월한 강자들을 차례로 제압해 타고난 전사적 재능을 드러내는 부분들은 모두 그가 백인,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영국인 남자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프리카인들은 ‘비열하고 흉폭한 야만족’으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다시 말해 원작 소설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살았던 시대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으로서 서구열강들의 식민제국 정책에 대한 정당성과 약육강식의 비타협적 논리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아마 요즘 시대에 이 소설이 발표되었다면 웬 정신나간 인종차별주의자가 쓴 삼류소설 취급을 받으며 한바탕 곤욕을 치뤘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사실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대중 매체들 덕분에 타잔의 이미지가 많이 순화되고 가공된 면이 있지만 흑인 캐릭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타잔]에서 보여지듯이 – 백인과 동물들은 수호하지만 흑인은 돕지 않는 - 타잔이라는 캐릭터의 근원적인 인식 자체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전드 오브 타잔]은 기존의 매체들이 1세기 가까이 쌓아 올린 타잔의 정형성을 하나 하나 부수어 나간다. 우선 이 작품에서 타잔은 영국의 귀족 가문 그레이스토크의 후계자이자 상원의원의 신분을 가진 존 클레이튼 3세로 관객에게 소개된다. 정글의 야성미 넘치는 마초에서 양복을 멋지게 빼 입은 귀족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살던 정글로 돌아가 웃통을 벗어 제끼고 넝쿨 스킬을 시전하지만 그는 여전히 문명인의 바지를 입고 있다.

 

 

타잔을 돕는 일종의 사이드킥 역할을 한 미국인 특사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는 흑인이다.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콩고 학살을 폭로한 실존 인물이니만큼 이 작품 속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 윌리엄스의 위치는 타잔과 대등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타잔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콩고의 원주민 친구들도 있고 이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때 타잔은 분노한다.

 

 

무엇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의 가장 큰 변화는 정치적인 스탠스다. 벨기에의 초청 귀빈으로 콩고에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타잔은 거절한다. 그러나 윌리엄스가 콩고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예 착취의 실상에 대해 언질을 주자 마음을 바꾼다.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원작이 취했던 제국주의 옹호의 태도와 정 반대다. 일순간 태고적 야성의 모습을 간직한 콩고를 짓밟는 제국주의 문명국가의 폭정은 원작에서 야만적이라고 불렀던 흑인 원주민들보다도 훨씬 더 야만적이고 비열하게 묘사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이처럼 백인들의 신화적인 산물로 존재하던 타잔은 현실의 세계로 편입해 들어온다. 벨기에령 콩고라는 실제 무대는 판타지와 현실을 결합하는 훌륭한 장치이며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기 위한 발판이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으로 인해 비로소 타잔은 설득력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레전드 오브 타잔]은 원작에서 벗어나려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산 기획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짓밟은 인류사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지도 않지만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걸 부정하지도 않는다. 어찌보면 비겁할 정도의 모호함이다. 

 

더군다나 존 클레이튼이 타잔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건 납치된 그의 백인 아내 제인 때문이지 제국주의자들의 오만함에 저항하는 혁명적인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다. 영화 내내 타잔은 고뇌하는 슈퍼히어로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결국에 가서는 백인 유전자를 지닌 한 남자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모양새로 끝난다. 

 

결국 [레전드 오브 타잔]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할 듯 하다. 그간 관객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였지만 시대에 뒤쳐진 원작의 함의를 스스로 탈피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는 점, 정글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훌륭하게 재현해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 또한 상업 영화로서 갖추어야 할 미덕들은 어느 정도 내포한 작품이기에 과도한 기대치를 내려놓는다면 킬링타임 무비로서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레전드 오브 타잔]은 디피인들에게는 별로 어필할 건덕지가 없는 영화인가? 아니다. 필자의 사심이 듬뿍 들어간 영화의 장점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이분의 존재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참고로 이 리뷰는 마눌님 몰래 쓰고 있다.  )


남성팬들의 취향을 저격하기라도 하듯, 청순함과 요염함,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제인 역의 마고 로비는 왜 타잔이 그녀를 구출하려고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며 달려드는지에 대해 납득 가능한 모든 이유를 만들어 준다. 


 

 

이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망연자실함 가운데서도 혼자서 영화를 하드캐리한 그녀인 만큼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 마고 로비의 매력은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헐벗은 몸매 따윈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레전드 오브 타잔]은 [황금나침반]의 촬영감독 헨리 브래함이 레드 에픽 드래곤을 이용해 찍은 작품으로 디지털 촬영 특유의 화사한 느낌이 특징이다. 화면 디테일이나 안정적인 컨트라스트, 또렷한 샤프니스 등 여타의 기술적인 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간혹 야간씬에서는 암부 노이즈가 발견되기도 한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the pictures below to Enlarge)


 


영화는 현재 시점과 회상 씬의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은 전체적으로 세피아톤의 빛바랜 듯한 색조를 사용했고 현재 시점은 보다 자연스런 색감으로 밸런스를 맞춰 관객들이 쉽게 플래시백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사운드는 매우 만족스럽다. 굳이 돌비 애트모스 규격의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레전드 오브 타잔]의 뛰어난 음향 설계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정글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현장감과 에너지가 넘처 흐르는 효과음이 여름철 블록버스터다운 위용을 뽐낸다. ‘타잔’ 영화의 유명한 클리셰인 타잔의 괴성이 그토록 크고 우렁차게 들리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인 듯.


 

 

 

서플먼트


부가영상은 일반적인 헐리우드 타이틀과 대동소이한 구성을 보여준다. 그 중 몇 가지 특징적인 서플먼트를 고른다면 먼저 주 메이킹 필름에 해당하는 "Tarzan Reborn"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타잔’ 영화는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많다. 벌써 여러 편이나 만들었는데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앞서 설명했듯이 이 영화는 뭔가 신선한 접근법을 통해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타잔을 보여주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만큼이나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관객에 판단할 몫이지만 이 영상에서는 그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차별성을 두려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Tarzan and Jane's Unfailing Love“도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레전드 오브 타잔]은 로맨틱한 영화다. 자신의 여자를 구하기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니까. 원작 소설에서 타잔은 제인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가슴 아픈 사랑을 보여주지만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는 이미 제인과 혼인까지 했으나 이미 한 차례의 유산을 경험한 상태다. 

 

문명에서의 삶은 타잔도 제인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결국 그들의 사랑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는 아프리카로 돌아간 이후의 일이다. 이 영상에서는 타잔과 제인의 멜로 라인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에 대한 해설이 담겨있다. 여담이지만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정말 부럽더라는....



끝으로 “Creating the Virtual Jungle”을 보면 정말이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상 참 편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유인원 타잔’의 원작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는 소설의 배경인 아프리카에 단 한 번도 가 본일이 없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레전드 오브 타잔] 역시 모든 장면을 영국에서 촬영한 영화다. 리얼리티를 위해 배우들이 아프리카 땅을 밟아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진짜 정글은 막상 가서 보면 안타까울 만큼 실망스럽다고 한다. 

 

제작진이 원하는 타잔의 상징적인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선 실제 정글보단 영국에서 촬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고 가봉이나 사바나 등 영화에서 필요한 몇몇 풍경들을 찍어와 이를 토대로 세트를 세우고 CG를 덧입혀 실감나는 아프리카의 풍경과 정글을 창조했다. 


 

 

총 평


분명 [레전드 오브 타잔]의 재해석에는 영리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고뇌하는 히어로물의 트렌드를 타잔에게 대입시킨 점이나 원작의 함의를 전복시키는 내러티브의 설계도 나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가 추구하는 지향점에서 벗어나기엔 부담을 느낀 탓인지 결정적인 순간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소심함이 영화 전반에 걸쳐 관찰된다. 

 

차라리 어느 한쪽을 선택해 강하게 밀어 붙였더라면 타잔 영화 중에서 가장 시리어스한 작품이 되었던가 아니면 화끈한 오락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는 차기작을 염두에 둔 듯 한 느낌이 강한데,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블루레이 평점

 

- 화질 ★★★★

- 음질 ★★★★★

- 부가영상 ★★★☆

 

스 펙


  • 화면비율 - 2.40:1
  • 오디오 - Dolby Atmos TrueHD; 영어, Dolby Digital; 체코어 5.1, 힌디 5.1, 헝가리어 5.1, 폴란드어 5.1, 러시아어 5.1, 터키어 2.0, 만다린 5.1, 태국어 5.1
  • 자막 - 한국어, 영어 SDH, 아랍어, 불가리아어, 중국어, 광동어, 크로아티아어, 체코어, 포르투갈어, 에스토니아어, 히브리어, 헝가리어, 리투아니아어, 라트비아어, 폴란드어, 루마니아어, 러시아어, 슬로베니아어, 태국어, 터키어
  • 상영시간 - 110분
  • 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9
    Comments
    2016-10-19 11:53:11

    타잔이라 쓰고 마고 로비라고 읽었네요 ^.^

    2016-10-19 13:28:44

    4k버전과의 차이도 궁금하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2016-10-19 20:29:50

    출연진들은 빠방한데 땡기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감독판은 없겠죠?

    2016-10-20 10:40:31

    아~~그런갑다.

    아~~그러겠지.

    영화 끝

    Updated at 2016-10-21 08:42:22

    저에게는 그냥 그저 그랬던 스토리와 영상이었던것 같습니다

    마고로비도 할리퀸만큼 인상적이지도 않구요~

    소장할것 까지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정글북이 역시 명작답게 훨씬 와닿더군요~

     

    2016-10-25 10:43:58

    개인적인 기대작이었으나 매우 실망했습니다. 타잔 모양의 석상이 연기하는 느낌이었어요.

    비주얼 면에서는 최고의 타잔과 제인을 보여주었으나, 몇몇 부분은 트와일라잇과 유사해 실소가 나왔습니다.

    타잔 실사 영화는 1984년 휴 허드슨 감독의 그레이스톡 타잔이 제일 좋았습니다. 오락적 재미는 좀 덜했지만

    역대 타잔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2016-11-09 12:44:13

    이 영화 궁금하긴 한데ㅎㅎ
    근데 타잔의 몸매는 그냥 아주 그냥...ㅋㅋ

    Updated at 2016-11-11 15:46:44

    댓글에 혹평 일색이네요^^; 전 완전 취양저격 당해서 구매하자마자 보고 어제 3d로 한번 더보고 댓글작성합니다. 디즈니 타잔이후 타잔에 완전 빠져서 타잔 영화면 다보고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아주만족이었습니다. 이유는 우선 화질, 음질이 쨍 합니다. 블루레이로보는 맛이 납니다. 오블리비언, 헌츠맨, 헨젤그래텔 같은 영화는 영화완성도나 스토리와는 별개로 AV적인 즐거움이있달까. 두번째는 스토리도 괜찮습니다.너무 유치하지도않고,타잔 신체능력이나 동물들의 의인화도 최소한으로 하고있구요. 마지막으로 3D 효과나 CG도 좋았습니다. 3D를 위한 장면들도 꽤 돼구요. 저는 앞으로 몇번은 더돌려볼거 같네요^^

    2016-11-18 01:39:30

    예고편을 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스틸북을 구매해서 3d로 감상했었는데요...

    일단 스토리 측면에서 과거 회상씬이 중반 이후?에도 등장해서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 빼고는

    타잔탄생 이후의 이야기로 참 좋았습니다. 화질도 좋고, 음질도 좋고, 3d 효과도 좋고, 캐스팅도...심지어 스틸북도 이쁘게 잘나왔고... 다 좋은데 뭔가 딱 보고나서 잔상에 남을 만한 장면이 없어서 이게 아쉬웠습니다.

    그냥 드라마로 생각하고 봤으면 엄청 만족했을텐데 전 뭔가 긴 시간을 다 때려부시는 액션으로 구성한 영화로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좀 아쉬었습니다. 그나마 후반 소떼씬은 예고편에서 다 본 거라 감흥이ㅠㅠ 이 장면을 예고편에서 안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어디서 '동물들이 다 화나있다'라는 평을 보고

    이야..이거 고릴라들이 막 신경질내면서 나쁜놈들 많이 때려주나보다 했는데...진짜 쬐~끔 나오는 느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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