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15주년이 된 지금에 봐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마스터피스라 불릴 만한 깊이를 담아낸 무협 영화였다. 영화와는 별개로 기존에 발매된 DVD와 (특히)블루레이의 경우 자막 문제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이번 블루레이는 그러한 아쉬운 점들은 거의 모두 보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막과 화질 측면에서 잘 정리된 퀄리티를 담아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15주년 기념판으로 개선된 블루레이

이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2000년 당시 무협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던 영화 '와호장룡'이 개봉 15주년을 맞아 새롭게 4K 리마스터를 통한 개선된 화질과 추가된 부가영상으로 재발매되었다.

본격적으로 1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간단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와호장룡'은 개봉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이안 감독의 이전 필모그래피와 무협 영화라는 장르를 두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었다. 일단 이안 감독은 드라마에 강점을 보이던 감독인 동시에 이 작품 이전에는 액션 영화를 연출해 본 적이 단 한 편뿐이었으며 (그 작품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라이드 위드 데블 (Ride with the Devil, 1999)'인데 이안 감독은 '와호장룡'을 만들기 위해 액션 영화 연출에 대한 일종의 연습이 필요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안의 무협 영화는 그간 중화권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정통 무협 영화들과는 다른, 드라마가 중심이 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고전 무협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안이 만들어 낸 무협 영화는 정통 무협 영화와 형식적으로는 조금 결을 달리했을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분명 무술이 아닌 무협의 범주에서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안 감독은 애초부터 이 영화를 중화권 관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 관객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여겼었기 때문에, 작품의 포커스를 영미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두고 있기도 했다.

이 역시 결론적으로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수상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미권 관객들이 당시만 해도 시시한 장르로 여기고 있었던 무협 영화를 작품성 있고, 무엇보다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가진 장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새로운 무협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불리게 되었다.

# 확실히 개선된 자막

'와호장룡'은 이미 국내에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된 적이 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자막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호칭과 이름에 관한 문제인데, 극 중 양자경이 연기한 수련이 사형인 이모백 (주윤발)을 부를 때 '오라버니' 혹은 '리무바이'라고 번역 표기되어 의미상으로나 통일성 측면으로 보나 적절하지 않은 자막이었다. 하지만 이번 1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에는 호칭에 있어서도 '사형'으로 분명히 표기되고 있으며 이름에 있어서도 리무바이가 아닌 '이모백'으로 제대로 통일성 있게 표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잘한 번역 오류나 통일되지 않은 대화체 등이 개선된 버전으로 수록되어, 적어도 현재까지 출시된 한국어 자막 판본으로는 가장 추천할 만한 타이틀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다.

# VIDEO & AUDIO

이번 '와호장룡' 15주년 블루레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새롭게 4K 리마스터를 통한 개선된 화질이 수록되었는데, 기존에 출시된 블루레이와 비교해도 확실히 더 나은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필름 그레인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날카롭기 보다는 부드러운 질감의 영상이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장면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4K 리마스터링 된 장점이 느껴지는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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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발매된 블루레이 화질과 비교해보자면 전체적으로 색감에 대한 톤 정리가 되어 좀 더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수록하고 있으며, 디테일 측면에서는 깊이 파면 팔 수록 기존 판본과 큰 차이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양자경과 장쯔이가 함께 등장하는 실내 장면의 경우 이 장면의 색감이 이렇게 화려했었나 싶을 정도로 색감의 표현력이 돋보이고, 어두운 밤 장면에서도 만족스러운 화질을 선보인다.

DTS-HD MA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준수한 편이다. 참고로 ‘와호장룡'의 사운드 디자인은 액션 장면에서 좀 더 개성을 드러내는데, 배경으로 흐르는 스코어 사운드와 합을 겨룰 때 발생하는 효과음 들의 표현에서 조금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이러한 액션 씬의 경우 좀 더 액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이 강렬하게 극적인 요소를 돋우는 경우가 많은데, ‘와호장룡'은 전통적인 북소리를 중심으로 한 스코어가 철저히 말 그대로 배경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합을 겨루는 사이에 검과 병장기 등을 통해 발생하는 효과음들은 더 날카롭게 표현되어 보통의 음악이 깔린 액션 씬의 사운드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멀티채널의 활용도가 아주 돋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대사 전달이나 앞서 언급한 액션 장면에서의 디테일한 효과음들의 전달력은 우수한 편이다.

# SPECIAL FEATURES

이번 1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의 경우 먼저 2개의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었는데, 하나는 이안 감독과 각본가 겸 총괄 제작자인 제임스 샤머스가 참여한 트랙이고 다른 하나는 촬영 감독 피터 파우가 참여한 음성 해설이다.

이번 블루레이에 새롭게 추가된 부가영상은 이안 감독의 작품을 연구한 영화 기자이자 문화평론가인 타샤 R. 로빈슨이 이안 감독을 비롯해 편집자 팀 스콰이어스와 각본가 겸 제작자인 제임스 샤머스와 나눈 인터뷰 영상이다.

3개의 인터뷰의 러닝 타임은 총 1시간 20분가량인데 제법 긴 시간인 만큼 심층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질문의 퀄리티나 감독과 제작진의 답변 내용들도 매우 충실해서 개선된 자막과 화질만큼이나 이번 15주년 기념판의 소장가치를 더해주는 인터뷰 영상이다.

특히 이안 감독이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뭔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는데, 양자경은 마치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연기를 해온 것만 같다는 이야기와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 것처럼 주윤발의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이모백이라는 캐릭터 형성에 의미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그것이었다.

이 외에 ‘와호장룡 : 제작과정 (The Making Of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과 ‘양자경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Michelle Yeoh)’ 그리고 예고편 및 주제가 뮤직비디오 2개, 사진 갤러리는 기존 블루레이에 수록된 내용과 동일하다. 참고로 제작과정과 양자경과의 대화는 SD화질로 제공된다.

# 총 평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15주년이 된 지금에 봐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마스터피스라 불릴 만한 깊이를 담아낸 무협 영화였다.

영화와는 별개로 기존에 발매된 DVD와 (특히)블루레이의 경우 자막 문제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이번 블루레이는 그러한 아쉬운 점들은 거의 모두 보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막과 화질 측면에서 잘 정리된 퀄리티를 담아내고 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타이틀 커버 이미지 정도).

‘와호장룡'을 좋아한다면 큰 고민 없이 이번 1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를 선택하면 될 듯 하며,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무협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 별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