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잡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오디오 뽐뿌 대처법
AV에 입문한 지 근 20년 다되가면서도 사용기 거의 써 본 적이 없는데 며칠 전 앤썸 리시버 간단 사용기 써놓고 나서 보니 여러 사람에게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오디오 뽐뿌질을 한 것 같아...죄책감을 이기기 위해 잡담 한 번 합니다.
남자가 자동차, 낚시, 카메라 등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데...오디오도 만만치 않죠. 옛날 어디선가 봤던가 들었던가 한 얘기인데...한 중년 남성이 사고로 돌아가셨답니다. 남편이 남긴 오디오 팔아달라고 아내가 오디오 좀 아는 이웃한테 부탁했는데 시스템 가격이 2~3억원선이었다나....한데 그 분이 50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계셨답니다. SLR클럽에서 유명했던 국자 사건 저리가라죠.
제가 파워앰프 팔면서 느낀 건데 퀵서비스 기사님들 완력이 약하더군요. 30킬로 심지어 50킬로 앰프 저 혼자 다 사가지고 와서 혼자 설치했는데 그 양반들 무겁다며 "고객님 좀 도와주시죠" 하더군요. 백면서생 제가 오디오만 보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처음 AV나 하이파이 입문하시는 분들 이 사이트에서 질문 많이 합니다. 어떤 스피커가 좋요? 00제품에는 어떤 제품을 매칭해야 하나요? 00스피커 케이블 성향 어때요 △△앰프와 매칭 잘 되나요?
'매칭' 따지는 순간, 오디오는 돈 먹는 하마 될 가능성 높습니다.제가 총각 때 AV에 입문했습니다. 처음 싸구려로 시작했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한가지 신념에 빠지기로 했습니다. 실용오디오 운영자님의 모토 디지털 오디오 기기에 음질 차이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50만원 짜리 앰프나 500만원 짜리나 그 누구도 구분할 수 없다. 스피커 빼놓고는 차이가 없다....
그때문에 다행히도 스피커 케이블등은 강원전자, LS전선꺼로 썼고 앰프는 국산인 인켈을 선호했고... 스피커만은 예외므로 가성비를 많이 따졌습니다. 결국 실용오디오 운영자님의 추천기 목록 가운데 300달러 이하선에서 제일 싼 PSB 알파 av를 쓰게 됐습니다. 이 녀석이 맘에 들어 거의 20년 째 아직도 보유 중입니다. 즉 제가 psb에 빠순이가 된 계기는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psb 가격이 북미보다 되레 20~30% 싸죠. 성능도 아주 좋고.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건만 사람이 원래 이성보다 강한 게 본능이라 "결혼하면 마누라 한테 지갑 다 빼앗기니까 마지막으로 내 오디오 생활을 위해 써보자"며 인켈 AM9080과 AVP9080 신품을 카드 12개월로 확 질러버립니다. 용산에서 깎고 깎아서 카드가 160만인가 170만원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용산 인켈 대리점 사장님이 "녀석 사고는 싶은데 돈이 없구만" 다소 불쌍한 표정으로 보더니 그 가격에 주더군요.
"실용오디오 운영자님 디지털 앰프 차이 없다더니 AM9080 들이니 완전 신세계구만~"
결혼하고 나니 제 통장 입력되는 월급은 바로 마누라 통장으로 출력돼버리고 2000년 초반 '아~아~악~싸다'에서 PSB 북셀프 IMAGE 2b를 35만원인가 팔았는데 그걸 살 돈을 빼낼 수 없어 침만 흘리다가 못 샀습니다. 2005년인가 2007년이던가 역시 아악싸다에서 당시 PSB 최고급 라인이었던 PLATINUM 시리즈를 절반 가격으로 판 적이 있습니다. 200만원 넘었던 PLATINUM M2를 100만원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PSB광팬이었던 저는 그걸 사보려고 별 수단을 다 썼으나 결국 마누라한테 국자로 제 대가리 두들겨 맞을 뻔한 위기만 겪고 못 샀습니다.
한데 그런 제가 나이 먹고 애들도 어느 정도 크고 직장에서 직급도 올라가니 그전에는 꿈도 못 꿨던 앤썸 MRX1120을 사버렸네요. 그것도 소니 파이오니어는 어떻고, 야마하는 어떻고 마란츠나 데논은 저렇고 품평까지 하면서...참 나...
사설이 길었고...35만원짜리 스피커를 사지 못해 안달하던 제가 어쩌다보니 일제 리비서 2배 가격의 캐나다산 리시버를 사버렸고 소리가 나름대로 괜찮아 인켈 AM9080 처음 샀을 때 감동이 되살아나 사용기를 올리는 바람에 오늘도 엄처시하에서 전전긍긍하는 오디오 남성들에게 지름신을 강림하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예상외로 '가격이 얼마냐?'고 문의하는 분이 많군요...하~ 참~ 이러면 현세에서 업보를 쌓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AV 인생에서 가장 크게 업그레이든 한 게 있습니다. 이제까지 업그레이든 한 것보다 쫌 과장해서 100배 더 뛰어난 업그레이드..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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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전원주택 지은 거 아니구요 제가 업무상 필요한 짐이 너무 많아져서 30평대 아파트에 도저히 수납이 불가능해 지하 창고 하나 싸게 계약한 뒤 작업실 비슷하게 공사를 해버렸습니다. 1층도 공장 비슷한 곳이어서 아무리 음량 크게 높여도 전혀 이상없습니다.
'AV업그레이드의 끝판왕은 공간 업그레이드'라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크 쓰고 보니 오디오 업그레이드 신경 쓰지 말라고 하다가 결국은 그보다 돈 더는 집 업그레이드로? 제 갠적 생각에 오디오 여기저기 돈 써봐야 큰 효과 없습니다. 그 돈 아껴서 지하 창고라도 하나 싸게 얻는 게 AV나 오디오 생활에서 훨씬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좋은 제품 사도 그 성능 제대로 발휘할 수 있죠.
제가 계속 아파트 제 방에 서식하는 한 앤썸리시버가 사봤자 그 성능의 20% 쓰기도 힘들죠.
추신 ) 쓰고 나서 보니 스피커 케이블 얽힌 얘기도 기억나네요. 2000년 초반이든가 중반이든가 실용오디오에서 한 회원과 운영자분(및 그 충성파?)이 크게 붙은 적 있습니다.
그 회원분 왈
"스피커케이블 제대로 만들기 해외 사이트 이 잡듯 뒤졌습니다. 00랜케이블이 좋다는 걸 알게됐고 그걸 생산하는 LS전선 공장까지 차를 3시간 몰고 직접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업체에 대량으로 납품하지 당신 같은 개인한테는 팔 수 있는 규정도 없고 팔아서는 안된다." 이런 공장장을 한 달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갔습니다.
결국 "아이고~ 그만 좀 귀찮게 해요" 화를 버럭내는 공장장이 던져주는 CAT5(CAT9?) 랜 케이블을 받아 다 일일이 피복을 벗긴 다음 내부 동선을 조심스럽게 추출해 해외 사이트에 나온 방식 그대로 꼬아서~ 소리가 확 달라졌고 막귀 우리 마누라도 '아니 어떻게 했길래 스피커 소리가 확 달라졌어!'라며 감동 먹었고....그런데도 운영자님은 오디오 미신 탓하니....실증적으로 검증해야지 이론만으로 오디오를 논하면 그거야말로 미신 아닙니까?"
대충 이랬던 걸로 기억하는데...이 회원분 실용오디오에서 제명됐던가 자진 탈퇴했던가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무튼 저는 여전히 파워케이블, 스피커케이블 등 액세서리에는 눈길도 안 줍니다. AV 입문 초창기 때 M당 1000원 짜리 막선 쓰다가 한번 어떤가 보려고 10만원짜리 써본 뒤 별 차이가 없다고 제 나름대로 결론 내리고 이후 이 신념(=아집)을 지키고 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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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옛생각도 나구요...요샌 AV자체가 인기가 없어 재미없는데 2000년대 초반은 참 열기가 대단했었죠.
오디오 케이블은 영원한 논쟁거리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