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스피커 배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며칠전에 프론트 스피커 위치를 옮기고서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서 공유 차원에서 글 올립니다.
시스템이 방에 있다보니 배치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평소 1미터 정도 벽에서 떨어뜨려서 듣고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http://arqen.com/acoustics-101/speaker-placement-boundary-interference/
대략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앞벽 — 스피커 — 청취자 — 뒷벽
편의상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앞벽과 스피커 사이의 거리에 따라 특정 주파수가 지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뒤쪽으로 발사(?)된 웨이브가 앞벽을 때리고 반사, 다시 원래 유닛위치까지 와서 (위상 180도) 앞쪽으로 발사된 웨이브와 합쳐져서 소멸하는 것이죠. 앞벽과 스피커 사이의 거리 * 4에 해당하는 파장을 갖는 주파수 대역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SBIR(speaker-boundary interference response)라고 부르나 봅니다. 스피커를 앞벽에 매립하거나 앞벽이 없거나(?) 등이 아니면 막을 수 없지만,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음질이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거리를 가능한 좁혀서 해당 주파수를 고역쪽으로 몰아라, 고역으로 갈수록 직진성이 강해서 뒤쪽으로 발사되는 에너지가 적어진다, 흡수도 잘되니 뒤쪽에 흡음재를 넣어서 더 확실히 막을 수 있다… 등등입니다.
궁금해서 주파수와 파장의 관계를 찾아봤습니다.
파장(m) 파장/4(m) 주파수(hz)
1 0.25 343
2 0.5 171
3 0.75 114.4
4 1 85.8
그러니까, 만약 스피커를 벽에서 25cm띄우면 (앞벽에서부터 유닛이 있는 곳까지, 스피커 뒷면까지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343hz는 없어지는 겁니다. 스피커의 깊이가 최소 20에서 30은 될테니 조금만 벽에서 띄위도 저역 주파수대로 진입하게 되어서 SBIR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제가 모호하게 알고 있었던 ‘스피커를 벽에 붙이면 저음이 강해진다’라는 얘기는 SBIR관점에서 보면 틀린 얘기가 됩니다. 즉, 저역이 보강되는 것이 아니고 없어졌던 저역이 돌아온다고 봐야 겠죠. 여기서 하나 더 제 생각을 얹으면, SBIR로 저역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파수 대역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청감상 저역이 줄어든 것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음이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러워 진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와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으므로 제 스피커를 최대한 벽으로 붙여봤습니다. 참고로, 제 스피커는 ATC의 밀폐형 북셀프라서 뒷면이고 어디고 포트가 없습니다. 뒷쪽으로 포트가 나 있는 스피커라면 벽에 붙일때 다른 부작용이 있을 듯도 싶네요. 결과는 꽤 큰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음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스테레오 이미지가 더 잘 드러나고 원래 있던 디테일이 훨씬 더 묻어나오는 사운드가 됐습니다. 나빠진 건 없는 거 같습니다.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 하나를 찾은 기분이네요 (-_-) 혹시라도 스피커 배치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 내용을 토대로 실험해 보실것을 권합니다. 돈드는 거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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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치밀하게 찾아보고 검증하는 분들 보면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저는 대충 사는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제가 사용하는 스피커는 앞뒤 깊이가 삼십센티 정도 되니까 어차피 효과가 없겠군요. 스피케 제조사에서 그런 내용을 모를리 없을테고, 덩치 큰 스피커들도 많은데 그런 스피커들은 어차피 잃어버리는 소리를 감안하고 만드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