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Vinyl] 그 남자, 턴테이블을 가지고 있을까요?
대학다니던 오래전 일이에요.
어느날 가요음반 vinyl을 복사한 tape을 워크맨에 넣고 듣고 있었지요.(이때는 LP를 사면 꼭 공테입을 같이 사서 녹음을 한후에 아웃도어에서 음악을 들을 땐 그걸 들었었죠. 많이들 그 패턴을 하셨을 겁니다.)
평소 좋아하던 남자 선배가 다가와서...... 뭐 듣는지 관심을 보이면서 본인이 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어폰을 건네주니....음~ 좋은데 하더군요....그래서 공테잎을 꺼내서 주면서....선배 괜찮으면 이거 들으세요. 전 다시 녹음할게요.....
며칠후 모임이 있을 때...그 선배가 오더니.....전에 준 복사테잎 고마웠어....이런 것도 들어봐 첼로 선율이 참 좋아.... 하면서 큼직한 LP박스를 건네주는게 아니겠어요?
평소 좋아하던 선배였길래 아주 기뻤지만 선물 크기가 남들 다 보이게 아주 커서 쑥스럽기도 하고 여튼 좋았습니다. 건네주면서 던진 멘트가...음....난 요요마가 연주한 CD를 듣는데..... CD가 비싸서(혹은 현재 자금 사정이 나빠서.....표현상의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확실한건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LP로 샀어....
다 좋은데 그냥 건네주지 왜 거기서 금전적인 멘트가...옥의 티였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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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가 선배에게 준 테잎은 015B 5집에서 리메이크곡인 슬픈인연을 부른 김돈규가 015B 활동 직후 발표한 솔로 데뷔작이었습니다.
처박혀서 십수년동안 플레이를 안했었네요. 이사만 수없이 같이 다니고....(vinyl 깨끗한 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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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선물해준 LP입니다.
당시에는 요요마의 CD보다 저렴했을지는 몰라도(2CD가 3LP의 두배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가치있는 vinyl입니다. 박스형식이구요. 3장의 LP로 되어 있고 6개의 면에 차례로 6개의 모음곡이 포진해 있습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은 정말 vinyl로 듣는게 압권이지요. 최근 약 2년전까지만해도(다시 턴테이블을 사용하기전까지) 저에게 클래식 LP는 이거 포함해서 10장이 채 안되었던....어찌보면 저도 오랜세월 방치하고 있던 음반이었어요.
그 남자선배를 십수년간 한번도 본적은 없는데 우연히 들린 소식으로 서울 같은 구, 인접 동에 산다는 소식을 들었고 결국 2주전에 연락이 되어 명절 지나고 만나서 차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지....이제 완전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는데요.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이 양희경을 만나는 분위기가 되버릴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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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저에겐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졌지요.
Analogphonic에서 마이스키의 15년만의 두 번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똑같은 박스형식으로 최근 발매했습니다.
(아마도 거꾸로 이사실이 선배에 대해 추억하고...소식을 알아보고 만나게된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물흐르듯, 노래하듯 연주하는 스타일은 15년전의 녹음보다 오히려 더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마이스키의 가슴은 더 낭만적이고 더 젊어진것 같습니다. 외모는 저기 사진의 차이만큼 늙어버렸을지라도요. 선배와 저도 저만큼 늙었지만 아직도 그 시절의 감정은 생생합니다. 마이스키가 대신 그걸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ㅜㅜ
이건 저의 감상용이자 소장용이고....하나 더 구입해서 2월에 그 선배를 만날 때 이제 거꾸로 제가 선물을 할까 하는데요.
턴테이블이 없으면 어쩌나요? 턴테이블로 음악 감상하는 게 아주 드문일임에는 틀림없으니....
남편한테 상의해보니.....아마 그 요요마 CD고 뭐고 음반 다 팔고....지금은 건담 조립하고 있을거다....건담을 선물해라 조립하시라고...
으이구...상의한 내가 잘못이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은 어느 연주자가 연주해도 좋습니다. 그만큼 곡이 훌륭하지요.
카잘스의 연주가 원본격이고 다른 연주도 카잘스의 그것과 비교되곤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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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Fournier
푸르니에의 연주는 기품이 있습니다. 60년도이지만 음질도 꽤 훌륭하지요.
바흐가 의도한바의 연주는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추합니다.
DG111에서 발췌한 CD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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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il Shafran
러시아 특유의 진중함과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많이들 좋다고해서 구입했는데 음반 자체가 현 특유의 소리를 잘 잡아내는 건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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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r Bylsma
빌스마가 원전악기로 연주한 음반인데요. 음....깊은 울림이 좋지만 곡마다 음의 편차가 좀 느껴지고(레코딩 때문인가).....손은 잘 안갑니다.
Vivarte 박스에서 발췌한 CD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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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Janigro
이탈리아 첼리스트 야니그로의 음반입니다. 어떤 곡은 부드럽고 어떤 곡은 힘차고 곡마다 연주스타일의 다양성이 엿보입니다.
기존에 들었던 바흐 무반주 첼로곡과 상당히 특이함이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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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os Starker
박력있는 바흐 무반주라면 슈타커가 걸맞을 듯 합니다. 사후 발매된 EMI 박스에서 발췌한 CD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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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os Starker
EMI 녹음보다는 머큐리 녹음이 좀더 괜찮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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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tislav Rostropovich
명성에 비해 늦게 무반주 녹음을 남긴 로스트로포비치입니다.
이 레퍼토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인 것 같습니다.(아마도 판매량도 이음반이 가장 높지 않을까 합니다.) 스케일도 호쾌하고 오디오적인 쾌감도 훌륭합니다.
슬라바의 최고 명연이라면 역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일테지만....바흐 무반주 첼로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명연임은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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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rico Mainardi
가장 따뜻한 바흐 무반주 첼로라면 여기 마이나르디의 연주일 것 같습니다.(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에서 시게티같은 느낌?) 여유가 넘칩니다.
마이나르디 DG 박스에서 발췌한 CD입니다. 무슨 4장에 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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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er Wispelwey
빌스마의 제자 비스펠베이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세 번 녹음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하고 그림이 펼쳐지는 듯 화려합니다. 강추합니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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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분 반응이 더 재밌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