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21세기에 만난 LP
저는 블루레이가 나오고 나서 홈씨어터를 꾸미면서 스피커나 앰프 등을 만나게 되었던 사람이라 음악을 잘 듣던 사람도 아니었고 블루레이나 DVD가 200~300장이면 CD는 20장 있을까 말까 하는 환경에서 DP를 만나서 HiFi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CD도 잘 안 사던 사람이라 LP는 더더욱이 관심 밖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제가 DP에서 여러 가지를 막 배우고 있던 시절에는 HD Audio가 막 나오던 시절이었고 무손실음원이라는 개념이 막 퍼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를 사는 저에게 LP라는 것은 먼 옛날에 사라진 공룡과 같은 존재였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홈씨어터로 음악도 들어 보고 하다가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좀 더 나은 스피커와 인티앰프 그리고 DAC등을 만나게 되어 영화보는 시간보다 음악 듣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2년 정도 전에 강릉의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 가서 처음으로 바늘이 골을 따라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디지털처럼 깨끗한 소리를 분명히 아니었지만, 100여년 전의 소리는 CD등과는 다른 울림과 뭔가 시원한 느낌을 주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나중에 하이파이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그것이 개방감이라고 하더군요.
그저 지나간 구닥다리라고 생각했던 LP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첫번째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디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계속되어 보는 눈과 듣기 귀가 조금 더
성숙(?)해져 갈 무렵 몇년 만에 친척 어른신을 만나러 가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몇 번을 방문했을지 모르는 그 친숙한 어르신 댁에 지금까지 안 보이던 무언가가
보이더군요. 아캄 CD플레이어, 맥킨토시 인티앰프, Revox턴테이블, 오르토폰 카트리지와
JBL 4312....
쪽방에는 젋은 시절 출장길에 하나씩 사 모으셨다는 노란딱지 도이체그라마폰 LP들이
수십 장이 무심하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그 가치를 알아 본 것이지요.
몇년 전 설날에 처음으로 매킨토시 인티앰프의 포노단으로 JBL 4312가 울리는 LP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따뜻한 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시스템이 오래되고 잘 쓰지 않은
연고로 아주 훌륭하진 않았지만 LP소리가 어떤 것인지 맛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친척댁에 찾아가서 몇 차례 LP를 들을 수 있었고
매번 친척집에 가서 외양간을 나온 송아지 같이 (와이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아하던
저를 보고 측은하게 여긴 마눌님께서 예산편성을 허락하시어 집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글 제목처럼 저는 21세기 들어서 LP를 만나게 된 것이죠.
제가 쓰고 있는 오디오가 대단히 비싸거나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CD와 LP소리는 분명히 다른 것으로 느껴집니다. 풍성하고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의 소리가 좋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LP를 만나다보니 처음에는 LP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된겨 ㅠㅠ"라고 한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 yes24같은데서 LP전문관도
생기고 세계각지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살 수 있게 되어 사진처럼
중고 뿐만 아니라 신품 음반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고음질 음원이 나오고 Disc매체도 없어져서 스트리밍 서비스나 NAS에 저장된 Data로써
모습을 변화시켜 가고 있는 시대에 뒤늦게 LP를 만나서 때로는 기계적인 문제에 봉착하기도
하고 (수평잡기, 톤암 조정하기 등등 초보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들) 판에 붙은 먼지털기나
카트리지의 수명 등 디지털 기기에 없는 문제들을 만나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음악을 듣는 행위에 많은 수고가 필요한 만큼 더 애정을 가지고 음악을 듣게 된 것 같습니다.
{0번 이미지 없음}
{1번 이미지 없음}
{2번 이미지 없음}
{3번 이미지 없음}
{4번 이미지 없음}
{5번 이미지 없음}
글쓰기 |
원래 CD를 사모으던 입장이었는데... 힘들게 모았던 음반들이 죄다 도매급 박스로 풀리고 SACD마저 털려서 고음질음원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거 보면서... 일찌감치 디지털 미디어를 수집하는데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LP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어느날 리이슈 전문레이블에서 만든 고음질 음반을 한번 들어보고는 그 이후로 주~욱 LP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컬렉터로서 만족감도 훨씬 높구요... 적어도 초판, 재판에 따른 프리미엄이 구분되기 때문에 나중에 뒤통수 얻어맞을 일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