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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 예측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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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01 02:33:59
※ 이 글은 영화 (이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웰 메이드 히어로 무비

나는 웰 메이드라는 평가를 칭찬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잘 만들었다. 이 말은 칭찬할 말이 없어 마지못해 하는 칭찬 같다. 귀엽다거나 선해 보인다는 말처럼 영혼이 없다. 독창적이거나 독보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지만, 못 만들었다고 쏘아붙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작품에 세상은 '웰 메이드'라는 칭호를 붙이곤 한다. 예술 작품으로서는 최악의 평가다. 차라리 어딘가 저급해도 기발한 매력 하나가 삐죽 솟은 작품이 낫다. 예술성은 그런 곳에 있으니깐.

하지만 상업 영화라면 웰 메이드만한 칭찬이 없다. 어느 구석 모자람 없는 영화라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일부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다수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Art이자 동시에 Entertainment이다. 후자라면 무난하게 잘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는 웰 메이드 히어로 무비다. 흥미로운 시나리오, 개성 있는 캐릭터, 근사한 미장센, 적절한 유머까지 모든 부분을 잘 만들었다. 그러나 잘 만들었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스파이 무비를 녹여놓은 점은 와 동일하다. 를 연상시키는 촬영도 여전하다. 특징은 있으나 별로 설명할 거리가 없다. 는 스토리 텔링을 용납하지 않는 탄탄함을 갖췄다;;;;

한 가지 특출나게 훌륭한 부분이 있다면 액션이다. 대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수준 높은 격투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CG를 적절하게 섞어 타격감과 고통을 잘 표현했다. 백미는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마치 홍콩 무협 영화의 황금기를 보는 듯했다. 그 시절 화산파와 아미파의 검술이 달랐듯이, 에서는 똑같은 격투라도 캐릭터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냈다. 특히 블랙 팬서의 액션은 원시적이면서도 고귀한 것이 아프리카 왕족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의 액션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1991의 반전, 클리셰, 성공적

요즘 디즈니가 즐겨 쓰는 작법이 있다. 영화는 정답이 없는 갈등을 던져놓고 여기에 사회적, 정치적 담론을 담는다. 하지만 결말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대신에 흑막이나 절대 악을 등장시켜 이를 무찌르는 쪽으로 갈등을 해소한다.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명확한 선악 구도로 치환하는 셈이다. 가 대표적이었고, 최근의 도 같은 작법을 구사했다. 이 방식은 명쾌한 결말로 오락성을 극대화한다. 반면에 핵심을 비껴간다는 단점이 있다. 갈등에서 비롯된 적대감이 빌런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지 못하면 엉성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배v슈...) 나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또한 이러한 작법을 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내전의 갈등이 빌런에게 이동하고 영웅들이 '위아더월드'를 외치며 마무리 되리라 여겼다. 이 예상은 시베리아에서 캡틴과 토니가 화해할 때까지는 잘 들어맞았다. 

그런데 최후의 빌런이 될거라 예상했던 윈터 솔져 2세대는 모두 죽어있었다. 적이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이 때 1991년 12월 16일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버키가 토니 부모님의 살인범이었다. 이로 인해 토니와 캡틴의 갈등이 재점화된다. 이번에는 정치적 갈등이 아니라 복수라는 개인적 갈등이었다. 그렇게 분열된 두 영웅은 정당성을 잃고 떨어진 방패와 깨진 아크 리액터처럼 몰락하고 만다. "Divided We Fall." 의 스토리는 예고편의 구호처럼 마무리된다. (참조 : )

감독은 무슨 의도로 갈등을 재점화하고, 결말을 분열과 몰락으로 마무리한 것일까? 솔직히 작품 내에서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는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딱히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 의무도, 관객이 이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흥행 전략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치적 대립보다는 복수가 더 직관적이며 그만큼 대중적이다. 이는 디즈니 우회 작법의 변주로 볼 수도 있다. MCU라는 큰 틀이 있기에 가능한 결말이라는 의의도 있다. 이렇게 찜찜한 결말로 마무리 해도 불만스럽지 않을 수 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 

부모의 원수가 버키라는 반전은 꽤 좋았다. 비록 반전 내용은 작위적이고 진부한 면이 있지만, 윈터 솔져 2세대라는 맥거핀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갔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덕에 반전의 단점은 가려지고, 충격은 더해졌다. 덕분에 영화 말미에 두 영웅이 죽어라 싸워야 하는 개연성을 마련해준다. 비슷하게 극의 흐름을 급변시키고자 했던 '느그 엄마 마사'는 예측 가능한 전개 속에서(배트맨과 슈퍼맨의 화해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깐) 작위성이 부각됐었다. 그에 비하면 '부모 원수 버키'는 꽤 성공적인 반전이었다고 본다.

반전 이전의 에서는 전작부터 이어 온 캡틴과 토니의 입장차이()가 소코비아 협정을 통해 갈등으로 비화했다. 반전 이후에는 복수라는 클리셰가 갈등을 유발한다. 두 영웅이 싸우는 개연성은 충분히 그려지고 있다. 의 개연성을 문제 삼는 일부 평론가의 의견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개연성의 촌스러움을 지적한다면 모를까,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과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걸 왜 몰라;;;)

영화의 결말은 두 영웅의 정당성을 헤치고 몰락으로 이끌었지만, 그 덕에 빛을 본 존재가 있다. 바로 빌런 제모다. 제모는 일반적인 빌런과는 다르다. 초인적인 힘도 없고, 막강한 권력도 없다. 하지만 어벤져스를 분열시켰고, 한 명은 반신불수를 만드는 무서운 전과를 올렸다. 굉장히 매력적인 빌런이라고 생각한다. 





※ 여담인데, 토니 엄마 힐러리 닮지 않았나요?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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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6-05-01 02:33:59

멋진 리뷰 적극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말씀처럼, 시빌워에 개연성이 없다고 본 일부 평론가는 솔직히 영화를 놓친 부분 없이 성의껏 제대로 보긴 하고 쓴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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