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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강스포) 곡성 - 누군가의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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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14 20:22:08

● 디피인들은 영화의 호불호에 관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 영화의 반전이나 결말 등에 대한 정보가 본문에 포함될 경우, 반드시 게시물 제목에 '스포일러'라고 표시를 해주세요.

 

오니 짱(!)의 기묘한 모험.

 

1. 전설...의 시작

바다건너 한국땅에 도착한 오니는 배고픔에 지쳐 산 속을 헤메고 다니다 곡성까지 흘러들어 옵니다.

배고픔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 어디선가 비릿한 피냄새가 나서 가보니 밀렵꾼이 잡은 싱싱한 고라니가 눈 앞에 뙇!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다가 뭔가 낌새가 이상해 살펴보니 그 밀렵꾼이 지켜보고 있네요.

냅다 달려가서 해코지하려는 순간! 

 

아직 체력이 비축되지도 않기 때문일까요? 몸에 좋다는건 다 쳐먹은 밀렵꾼의 양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소문을 내기 위한 미끼인걸까요? 

 

오니는 순순히 그 사람이 도망가도록 내버려 둡니다.

 

2. 소원은 불완전 연소.

일광(일본놈 광대인지 화투패의 일광인지)을 부하로 삼은 오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가끔씩 사람흉내를 낼 때 쓰는 가면은 얼굴만 형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자신에게 수작을 걸던 여인네가 정체를 알아채고 기겁을 하자 '더럽고 음탕한 년'이라고 일갈하죠.

(물론 그 여인네는 피로 그 죗값을 치루고요.)

 

사람이 되기 위한 희생양을 일찍이 점찍어 놓고 본격적으로 의식을 준비하는 사이 은거지에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귀신인 채로 이들을 맞이하게 된 오니짱. 

(사람이 되면 할 버킷리스트로 챙겨놓은 춘화가 걸린 건 덤.)

 

멍멍이와 자신의 귀기에 홀리게 만들어 경찰들이 증거물들을 압수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 중 덩치만 크고 겁많은 한 명이 딸아이를 위해서는 물불안가리는 저돌적인 사람인지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터줏대감 귀신과 만나고 온 터라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 셈이 되기까지 하죠.

 

오니는 일광과 사람이 되기 위한 신명나는 굿판을 벌입니다. 먼저 고기를 덕지덕지 붙이고 그 담에 사지에 뼈를 박기 위해 말뚝을 박는데 아차차... 천만원짜리 굿인데다가 불경한 짓을 하면 절대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 모지리가 쑥하고 들어가서 고이 만든 판을 뒤엎네요. 지가 무슨 위연도 아니고.

 

그 덕분에 희생양이 당해야 할 고통을 그대로 맛본데다가 마지막 핏줄기를 잇는 굿판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죠. (머리에 뿔이 있는 그 무엇을 참 좋아하더군요.) 

결국 고통에서 깨어난 오니는 설상가상으로 앞마당에 서 있는 터줏대감 귀신까지 봅니다. 안전한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 있었다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인 셈입니다.

 

3. 복수귀가 되다

불완전한 사람이 되고 사람들에게 쫓기다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고, 터줏대감 귀신까지 자꾸 나타나자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든 모지리를 없애기로 마음 먹습니다. 몸에 걸쳤던 몸뚱이는 모지리가 몰고 가던 트럭에 던져버리고 딸내미가 다 나은 양 집으로 보냅니다. 일이 끝났을 때에 일광을 보내 그들의 영혼을 거둬오라고 시키건만. 또 그 모지리가 제단의 촛불 하나를 꺼서 터줏대감 귀신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만들어 주고 그에게 일광은 혼쭐이 나 냅다 도망치게 됩니다. 

일광을 다그쳐 다시 곡성으로 부르며 그의 입을 빌어 모지리가 터줏대감 귀신의 결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도록 부추깁니다. 

 

결국 모지리는 사람의 입으로, 햇병아리 사제는 악마의 입으로 무너지게 만들고 난 뒤에 그들의 영혼을 사진 속에 가둡니다. 오니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그 안에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칠 것입니다. 뭐 그에겐 그것도 하나의 도락이겠지요.

 

ps. 마지막에 무명이 걸어놓은 나뭇가지가 시들어버린 꽃(?)모양이 꼭 해골같아 보였습니다. 처음 살인사건 현장에 걸려있었을때부터 섬뜩했는데 저만 그런지 모르겠네요.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딱 밤 12:00 상영을 보고나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한 20~30분정도 온몸에 서늘함이 남아있더군요. (두번은 못보겠어요. 다시 보면 디테일이 더 잘보일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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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5-12 16:16:23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의 리뷰네요. ^^ 저도 밤새 잠을 설쳤네요. 섬뜩섬뜩 ㅋ 자고 있는 우리 애기도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됩니다. 오늘 새벽에 애기가 잠꼬대햐서 더욱 무서웠다는...ㅠㅠ

WR
2016-05-12 16:24:36

왜 일본인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헷갈리게 되는걸까? 라고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심야영화 보고 집까지 걸어가면서 영화를 곱씹는걸 즐기는 편인데 오늘만큼 택시 타고 가고 싶더라고요.

2016-05-12 16:31:55

저도 이부분을 마니 고민해서 지금 2번째 리뷰 작성중인데요. 저의 경우는 일본인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헷갈리는 문제보다....그 헷갈리는 현상이 왜곡되는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쓰다보니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서...잠시 글쓰는거 쉬는 중이랍니다 ㅠㅠ

WR
2016-05-12 16:39:19

아 리뷰 1편도 잘 봤는데 정말 머리아프시겠습니다. 정제된 두번째 글 기대하겠습니다. ^^

2016-05-12 16:20:44

잘읽었습니다. 일본놈 광대...... 덜덜덜 좋은거 다 먹은 밀렵꾼 ㅋㅋㅋㅋㅋ

WR
2016-05-12 16:25:22

모든 일의 원흉인지라 번개까지 맞죠. 천벌받은 놈입니다.

2016-05-12 16:54:20

영화를 보고난후 혼란스러웠던 제 머리를 맑게 해주시네요. 여러모로 평생 잊지못할 작품이 될듯합니다.

WR
2016-05-12 17:04:47

과찬 감사합니다. 얼른 보고싶어 일 끝나자마자 달려갔는데 압도당해버렸습니다.

2016-05-12 17:15:44

글이 재미있네요! 이렇게 보니 또 내용이 확 이해가 되는것이... 잘보고 갑니다~^^

WR
2016-05-12 17:32:29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되짚어볼때도 슬쩍 서늘하길래 일부러 밝게 써봤어요. ㅠㅠ

2016-05-12 21:01:02

일광과 일본인이 한패라는 단서는 마지막에 차에 챙기는 그 사진 때문인가요? 왜 일광이 천우희 라고 거짓말을 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네요.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WR
2016-05-12 21:11:36

일단 저는 둘이서 똑같은 훈도시를 입은 걸 보고 어 저거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은 일광이 사람인지도 의심이 가요. 일본인의 분신 혹은 또다른 일본요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일본인이 갖고 있던 사진들을 보면 희생자가 죽기전, 후로 찍혀있는데 똑같은 카메라로 일본인은 사제를, 일광은 죽은 이들을 찍고요. 그리고 세번째로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16-05-12 21:15:06

아.. 놓친 부분이 두군데나 더 있었군요. 카메라 클로즈업샷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2016-05-13 00:53:48

리뷰잘읽었습니다.^^ 금어초입니다. 꽃필땐 이쁘지만, 시들면 해골모양이 되는 꽂입니다.  감독인터뷰를보니 감독이 의도한 소품이 맞더군요. 금어초관련 http://me2.do/5yLMz9LR

WR
2016-05-13 01:36:13

와 그렇잖아도 궁금했었는데 감사합니다. 저 감독이라면 사람 수대로 대롱대롱 매달아놨을거 같아요.

2016-05-13 16:19:33

와우 궁금했는데 금어초였군요.

2016-05-13 14:35:28

이 글을 읽으니 오니가 도망가다 떨어졌을 때 왜 우는소리를 냈는지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이해가 되네요. 저는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아요.

WR
2016-05-14 20:17:05

알고보면 오니짱의 "하 이렇게까지 사람이 돼야 하나"라는 회한의 눈물이었... (시골 내려와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2016-05-13 23:11:54

와 이런 내용이었나요? 분위기에 압도당했었는데 이제 이해가갑니다.

WR
2016-05-14 20:17:47

헙... 그냥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과찬 감사드려요.

2016-05-14 01:03:50

정말 대단한 리뷰고 해석입니다 지금막 영화보거왔는데 완전히 이해가 되네요 후덜덜 잠은 다잔것 같습니다 ㅠㅠ

WR
2016-05-14 20:19:46

알고보면 머나먼 타국까지 찾아온 불쌍하신 분입니다? ^^

2016-05-14 02:21:43

나홍진 감독보다 더 나은 해설. 잘 읽었습니다. 일본인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WR
2016-05-14 20:22:08

종구는 기본적으로 혼란스러울수 밖에 없으니까요. 외려 이쪽이 더 끌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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