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부산행> 잘 만든 영화에 재 한사발 뿌리기 <스포조심>
연상호 감독님의 전작들의 퀄리티나 칸에서의 긍정적인 반응, 국내 언시 반응등으로 유추해봤을 때
다행히 기본 이상의 작품이 나왔나 싶어 반가웠고
이제 한국에서도 <좀비스쿨>같은 병X같은 영화가 아닌 제대로 된 좀비영화가 흥행해서
장르영화 제작 환경 저변이 조금 더 넓어지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관람했습니다.
<부산행>은 기차 안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는 컨셉의 독창성을 잘 포착했고
또 그 공간 활용도도 좋은 편입니다.
시나리오 구성 면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끊임없이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차 세트나 CGI같은 기술적인 부분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유는 우선 연기도 연기지만 이 역할에 그리 어울리는 외모가 아닌 듯 하네요.
사실 <곡성>이나 <부산행> 같은 장르영화는 얼마나 핍진성을 성취했느냐가 영화의 승패를 좌우하는 종류의 영화들입니다.
만약 <곡성>에서 정말 그 마을에 살 것 같은 친근하고 현실적인 외모의 곽도원씨가 아닌
정우성씨가 캐스팅 됐었다면 어땠을까요.
같은 맥락에서 공유는 모델같은 기럭지 때문에 영화 내내 공유로 보이지 석우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 외에 선악 구도가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1차원적인 캐릭터들, 열차 안에서 충분히 학습을 했을텐데
마지막 아역의 뜬금없는 노래는 해피엔딩을 위한 너무 손쉬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생존한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은 또 어떻구요.
하지만 이 정도는 실사영화 데뷔작 감독에게 충분히 수긍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스탭 들을 설득하고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는 일들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한 가지 요소가 이 영화의 완성도를 엄청나게 갉아 먹고 있습니다.
힘겹게 도망가는 배우들, 촬영, 장면연출, 좀비들, 모두 합을 맞춰 다이내믹한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어울리지 않은 스코어가 제대로 산통을 깨고 있습니다.
타이틀 뜰 때부터 믹싱이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 가장 중요한 장면들마다 음악이 제 구실을 못하고 극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영화관을 나와 검색을 해보고 2차 멘붕이 왔습니다. 음악감독이 장영규씨더군요.
연감독님이 스코어에 대한 감각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장영규씨가 이번 작업을 아예 잘못된 방향을 잡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요.
물론 전체적인 책임은 감독에게 있습니다만..
암튼 저는 음악만 더 손을 봤어도 부산행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쫄깃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영화 발목을 잡는 스코어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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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짐머가 필요한 상황이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