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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록키 호러 픽쳐 쇼 재개봉(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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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29 15:19:44

 

 

 

 

 

 

 

[록키 호러 픽쳐 쇼] 40주년. 1백 2십만달러로 제작한 저예산 실내극으로 1975년 개봉 이후 장기간의 심야상영으로 벌어들인 액수는 북미에서만 112,892,319달러이다. 환율 고려해서 수익을 맞춰보면 북미에서만 474,147,700달러를 벌었다. 역대 북미 박스오피스 7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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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관에서 관람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재개봉관을 찾았다. 내가 이 작품을 관람한 재개봉관은 압구정cgv아트하우스 2관이다. 국내 재개봉 3주차에 접어든 이 작품은 개봉 첫주부터 빈약한 배급규모로 재개봉 시늉을 냈고 개봉 3주차인 현재는 전국에서 달랑 3개관에서 상영되고 있을 뿐이다. 그 중 하루 1회씩 불합리한 시간대 위주로 상영일정이 배치돼 있는 압구정cgv아트하우스관은 이 작품이 상영되고 있는 유일한 멀티플랙스 극장이다. 남은 두군데 공간은 개봉 첫주부터 유일하게 이 작품의 싱얼롱 버전을 지금까지 상영하고 있는 서울의 KT&G 상상마당 시네마와 부산 영화의 전당의 시네마테크관이다.

 

아무리 치열한 배급경쟁 세계에 비집고 들어온 눈치밥 먹는 비수기의 재개봉작이라지만 그래도 18년만에 국내 재개봉하는 전설의 컬트영화인데 재개봉 배급규모가 너무 초라하고 보잘것없다. IPTV용도의 구색맞추기용 재개봉이나 진배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마냥 아쉽다고 투덜거릴 일만도 아닌게 수치상 배급규모를 확장시킬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봉 첫주부터 배급규모가 앙상한 소규모이긴 했지만 그 내에서 고무적인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상영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증명해 내지도 못했다. 

 

18년 전에는 전설적인 작품의 역사적인 국내 첫 개봉이라는 후광효과로 주목을 받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원작 공연이 내한공연과 라이센스 공연 도합하여 총 7번이나 올려진 뒤의 상황이라 지금은 단물빠진 컬트명작으로써 잠재관객 유치에는 실패한듯하다. 그래도 수입사가 18년 전 국내 첫 개봉 때처럼 단관개봉 수준의 소규모 배급이어도 재개봉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싱얼롱 버전도 준비하고 정식개봉 전 유료시사 형식으로 307석짜리 압구정cgv본관에서 대규모(?) 행사 상영도 하는 등 성의를 보였는데 반응이 시들시들하여 아쉽다. 하루 1회 상영이나마 3주째 cgv에서 버티는것만도 용하다. cgv는 이왕 상영하는거 할로윈데이까진 유지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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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규모나 배급의 형태가 지난 18년 동안 많이 바뀌었지만 18년 전 [록키 호러 픽쳐 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봉했을 때도 코아아트홀이나 동숭 시네마텍 같은, 아무 영화나 상영하지 않는 예술,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거의 단관개봉 형식으로 개봉을 했던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재개봉 3주차에 전국 3개관에서 단관시절처럼 틀어지고 있는것이 어색할것도 없다. 전설의 컬트영화, 컬트의 원조로 찬양받아서 그렇지 원래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대중문화로 폭넓게 소비되던 작품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개봉관 관객수보다 소극장 라이센스 원작 공연 관객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극장에서 보는건 남다른 기분이긴 하지만 코딱지만한 상영관에서 재개봉작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은 텔레비전이 워낙 커져서 극장 스크린의 체감크기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00석 내외의 소형관 스크린 크기는 성에 안 찬다. 신작이라면 신작 효과로 소형관 스크린 크기를 감수하지만 재개봉작이라면 대형 스크린까진 바라지 않아도 중형 스크린 크기는 받쳐줘야 예매할 의지가 생긴다. 스크린이 작으면 객석수라도 밀어붙여서 극장의 공간감을 안겨주어야 한다. 150석 미만의 소형관에서 재개봉작을 보면 스크린 크기와 별개로 김샌다. 그럴 땐 이번에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재개봉을 본것처럼 극장에서 봤다는것으로 자기위안을 한다. 아무리 텔레비전 크기가 커졌다 하더라도 극장이란 상징성과 공간감이 주는 경쟁력과 매력은 대형 텔레비젼이나 가정용 대형 빔프로젝트가 이길 수 없다.  

 

1998년 개봉 때는 극장에서 못 봤으니 이번 재개봉 관람은 추억에 젖어 소비하는 낭비는 아니었다. 재개봉작을 볼 때마다 굳이 극장에서 또 봐야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에 늘 고민하는데 [록키 호러 픽쳐 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1998년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못 봤지만 2차 시장에선 수차례 흡수했기 때문에 꼭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 싶어 관람유무에 대한 고민으로 찝찝했던 마음을 예매완료로 털어버렸다. 여느 재개봉작 관람 때처럼 역시 좋았다. 재개봉작은 관람 전에는 고민을 해도 관람할 땐 늘 좋기만 하다. 선호하는 영화의 재감상은 장소가 영화관이 됐건 집이 됐건 웬만해선 좋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극장에서의 관람에 있어 실용성을 따지다 보니 관람유무로 망설이게 되는것뿐이다. 이번 재개봉에선 싱얼롱 상영판이 아니더라도 작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던 Dammit, Janet!이나 The Time Warp같은 뮤지컬 곡들이 나올 땐 영어 자막도 제공돼 싱얼롱 기능을 유도한다는것이다. 뮤지컬 재개봉작이 누릴 수 있는 자막활용의 여유다. 이왕 영어자막도 입혀지는거 전곡에 영어자막을 덧입혔더라면 더 괜찮았을것같다. 송스루 형식도 아니니 이중자막으로 화면이 가려지는것 때문에 거슬리는 불편함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전야개봉으로 압구정cgv의 중심관인 1관에서 홍록기의 사회로 전야개봉 행사가 치루어졌을 때 놓친게 무지 아쉬웠는데 소형관에서 보니 리마스터링 결과가 신통찮아서 나름 스크린도 곡선으로 휘어진 대형관인 압구정cgv1관에서 못 본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사라졌다. 이번 재개봉을 위해서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상영판본을 가지고 왔다니까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했겠거니 믿는것일뿐 화질복원 결과는 흔하게 접하게 되는 별 볼일 없는 수준의 옛날영화 복원수준이다. 이번 재개봉을 하면서 딱 한번 대형관에 걸렸던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대형관에서 봤다면 최악의 복원결과였던 코엑스M2관의 [아마데우스]의 악몽이 재현됐을지도 모른다. 화소가 떨어져 복원을 했는데도 초점이 안 맞는 결과물을 대형스크린에서 보면서 눈 버리느니 안정적인 상태로 소형관에서 관람하는것이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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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는 골백번...까지는 아니지만 2차 시장에서 볼만큼 봤고 영화 사운드트랙은 최소 골백번 이상은 들은것같다. 요즘도 가끔 듣는 앨범이다. 앨범과 영화, 둘 다 나를 흔들어 놓은 작품이다. 영화는 1990년대에 '시네마 천국'이나 '출발 비디오 여행'등의 영화전문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소개됐었기 때문에 인이 박히도록 원조 컬트물이란것에 세뇌를 당했다. 그렇게 간접적으로만 경험하다가 1999년에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이 작품의 국내 비디오 출시일은 1999년 2월 18일이다. 비디오는 두번 정도 빌려봤었던걸로 기억한다. 1999년에 발매됐을 때 기다렸다는듯 대여해서 봤고 2002년 겨울에 홍록기 주연의 라이센스 공연을 보기 전후에 다시 한번 대여해서 예습,복습을 했었다.

 

비디오로 빌려볼 때마다 3~4번씩은 봤는데 특히 수잔 서랜든이 간드러지는 가성으로 부르는 Touch-a, Touch-a, Touch-a, Touch Me가 좋아서 그 장면만 수십번 돌려 봤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처럼 잦은 편곡으로 재활용하지 않고 거의가 독립된 흐름을 타는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에서 내가 손꼽는 곡은 외설스러운 Touch-a, Touch-a, Touch-a, Touch Me와 음울한 Over at the Frankenstein Place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 두곡에 매료됐고 이후 사운드트랙을 반복 청취하면서 극 후반부에 비관적으로 울려퍼지는 중창곡인 Rose Tint My World/Don't Dream It, Be It/Wild and Untamed Thing도 즐겨들었다.

 

2010년에 계획됐던 2장짜리 dvd출시가 취소되고 이후 해외 수입판으로 개봉 3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가 입수됐고 작년에는 개봉 40주년 기념판도 국내로 들어왔지만 두차례 출시된 블루레이엔 부가자료에 한글자막 지원이 안돼서 구매욕을 반감시켰다. 이번 재개봉 기념으로 40주년 블루레이에 한글자막이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국내에선 극소수만의 자생력을 갖고 있는 해외 컬트물에 대한 시들시들한 반응으로 2차 시장에서 꼼꼼한 지원을 받기엔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블루레이 한글자막 지원은 기대도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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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형성된 관객참여형 컬트영화의 원조이고 이게 철저히 미국 문화로 자리 잡힌것이라 국내에선 [록키 호러 픽쳐 쇼]만이 갖고 있는 유대감을 느끼는것에 한계가 있다. 1998년 첫 개봉 때나 홍록기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2000년대 초반의 라이센스 공연 때는 전설적인 컬트영화의 후광으로 반응이 적극적인 편이었지만 이것 역시도 해외의 [록키 호러 픽쳐 쇼]의 관람문화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흉내내기에 그쳤다고 볼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자가 최면으로 해외 관람문화를 의식하고 열광하는 어색한 관람분위기라며 관람형태에 대한 비판이 좀 있었다. 국내에선 너무 뒤늦게 상륙했던 이 작품의 관람문화를 간접경험이나마 처음으로 시켜준게 아마도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알란 파커의 [페임]일듯싶은데 알란 파커의 1980년작인 [페임]도 국내에선 미개봉 상태로 1989년에 이르러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대중적으로 공유됐었다. 그러니까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독특한 관람문화를 동시대적으로 공유하기엔 한국의 분위기가 너무 척박했다.

  

지금 보면 국내에서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와 뮤지컬 [록키 호러 쇼]가 적극적으로 소비됐던 세기말과 2000년대 초반은 서구에서 차곡차곡 쌓인 [록키 호러 픽쳐 쇼]만의 기이한 관람문화와 특유의 축제 분위기에 젖어 한번쯤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성 반짝 열기였던것같다. [록키 호러 픽쳐 쇼]가 국내 첫 개봉했던 1998년 무렵은 유럽 예술영화나 괴상한 컬트영화를 장신구 삼아 문화적 허영심을 충족시키려던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던 시기라서 너무 뒤늦게 국내 상륙했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적절한 시기에 원조 컬트영화의 경쟁력으로써 국내 시장에 안착했던것같다.

 

뮤지컬 공연도 2001년 이지나 연출 초연으로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초연을 가진 뒤 여러차례 재공연을 했지만 2000년대 중반도 못 가 관객의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명이 짧았는데 뮤지컬도 영화처럼 이벤트성 반짝 열기에 기인하여 화제를 모으고 지지를 얻지 않았나 싶다. 영국 뮤지컬인 [록키 호러 쇼]는 영화로 개봉하기 전 1975년 3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지만 브로드웨이 입성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때도 팀 커리가 프랭크 역을 맡았는데 45회만에 막을 내렸다. 2001년에 라이센스 공연이 유치됐던건 같은 해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공연이 막을 올리면서 시도된것이었다.

 

홍록기는 [록키 호러 쇼]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뮤지컬에 꾸준히 참여하였고 도무지 늘지 않는 가창력으로 최근엔 [모차르트!]같은 대형 뮤지컬의 재공연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가 훌륭한 뮤지컬 무대연기를 보여준 작품은 [록키 호러 쇼]가 유일하다. 가창력이 부족해서 뮤지컬에는 어울리지 않는 배우이지만 미흡한 성량과 탁한 음색에도 불구하고 [록키 호러 쇼]에선 적역임을 증명했다. 대체배우가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록키 호러 쇼]에선 잘 했다. 라이센스로 뮤지컬 [록키 호러 쇼]는 지금까지 총 6번 올려졌고 홍록기는 2003년 재공연을 제외한 다섯번의 무대에 올랐다. 

 

난 2001년 공연의 앙코르 형식으로 재공연된 2002년 하반기의 폴리미디어 씨어터 공연으로 이 작품의 무대극을 접했다. 공연 연혁으론 3번째 [록키 호러 쇼]의 국내 공연을 본것이었다. 당시 보면서 느꼈던건, 서양에서 수십년동안 견고히 쌓인 작품의 컬트문화가 어줍잖은 관객참여 유도의 흉내내기 방식으로 서툴게 끌려가고 있다는것이었다. 영화가 컬트라는 기현상의 문화산물로 소비되고 그 연장선격으로 원작 공연이 선보이다보니 그 명성에만 취해 작품이 표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저질적인 소재에만 집중해서 재미있게는 봤지만 완성도면에선 실망스러웠다.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휘발성 강한 삼류 코믹 속옷쇼 같은 느낌이었다. 14년 전에 한번 보고 안 봤는데 국내에서도 공연된지 오래됐기 때문에 제대로 정돈된 상태에서 주체성 있게 재계획된다면 재관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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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공연된건 2010년 8월에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가진 첫 내한공연이었다. 당시 표가 더럽게도 안 팔렸고 공연도 산만하여 혹평을 받으며 쫄딱 망했다. 그 뒤로 라이센스 재공연에 대한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라이센스 공연은 2001년 7월 26일에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초연됐다. 그 뒤 2001년 12월 8일에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재공연됐고 2002년 11월 30일에 앙코르 공연 개념으로 3번째 공연을, 2003년 11월 21일부터 동년 12월 31일까지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4번째 공연을 가졌다. 이후 2005년 12월에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처음으로 공연장을 바꿔 재공연이 이어졌고 2008년 9월 26일부터 약 넉달간 대학로 씨어터 SH에서 장기공연을 끝으로 라이센스 명맥은 끊겼다. 6번째 라이센스 공연이자 [록키 호러 쇼]의 라이센스 공연 중 가장 공연기간이 길었던 2008년 재공연 때 이미 잠재관객이 바닥났음을 증명했기 때문에 2010년 8월에 유치한 첫 내한공연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 결국은 사람들이 우려한대로 내한공연은 거듭된 재공연들이 예매율에서 바닥을 치던것에 방점을 찍을 정도로 망했다. 완성도도 라이센스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관객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2002년도에 이 작품을 관람했던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가 떠오른다. 정말 구질구질한 시설의 협소한 공간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가 본 공연장 중 그렇게 시설이 후진 곳은 처음이었다. 쌍팔년도식 시민회관 관람분위기였다. 근데 어수선한 공연장의 창고같은 눅눅함이 [록키 호러 쇼]의 막나가는 극적 분위기와는 잘 맞았다. 그래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자주 공연했었나 보다. 영화에서 비오는 장면은 장난감처럼 생긴 분무기 같은것을 배우들이 들고 다니며 객석에 난입하여 관객에게 뿌려댔고 록키가 놀라서 도망가는 장면에선 끈팬티만 입은 홍록기가 객석으로 내려와 관람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영화에서 팀 커리가 입은 속옷 의상은 얌전했던것이다. 라이센스 공연에서 홍록기는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끈팬티를 입고 나온다. 당시 남자 연예인들 중 독보적으로 미끈한 각선미와 탱탱한 엉덩이로 유명했으니 홍록기의 엉덩이 노출이 라이센스 공연에선 대단한 화제였었다.    

 

폴리미디어 씨어터는 이후 여러차례 극장명을 바꾸며 재개관을 했고 [록키 호러 쇼]의 관람 이후에도 간간이 공연보러 방문했던 공연장이다. 폴리미디어 씨어터 시절을 생각해보면 재개관 모습은 호텔 연회장 수준으로 개조된것이다. 폴리미디어 씨어터 시절에는 무슨 학교 강당 공연 볼 때처럼 접이식 의자가 놓여 있었다. 처음 접이식 의자가 놓여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지정석으로 예매하고 극장을 방문한건데 접이식 의자를 지정석으로 판매할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때는 내가 공연장 경험이 많지 않아서 접이식 의자로 지정석을 판매하는 극장의 객석상태가 진풍경으로 여겨졌었다.

 

거기다 접이식 의자를 예매처에 명시한대로 설치해놓지도 않아서 동행 둘과 같이 보느라고 연석으로 예매했는데 좌석도 떨어져 있었다. 좌석이 2열로 구분돼 있었는데 어차피 붙박이 의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없이 극장에 항의같은거 안 하고 접이식 의자를 들고서 동행과 붙어 봤었다. 나중에 신시컴퍼니가 인수해 신시뮤지컬극장으로 재개관했을 때 [렌트]를 보러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했었는데 붙박이 의자로 교체돼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구 폴리미디어 씨어터는 지난 12년 동안 극장명이 3번이나 바뀐 곳이다. 여기도 극장 연혁이 사나운데 처음엔 폴리미디어 씨어터로 개관했다가 2005년에 신시뮤지컬극장, 2007년엔 이다, 2011년엔 지금의 문화공간 필링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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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의 세월을 먹은 [록키 호러 픽쳐 쇼]같은 컬트영화는 평가를 한다는것이 무의미하고 지루한 일이다. 재감상의 여유로 작품 자체를 즐기면 그만이다. 이번에 극장에서 재감상하면서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면서도 느낀거지만 정말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제대로 미친 영화가 맞다. 1970년대 저항문화의 시대적 은유와 광기도 선명하며 [프랑켄슈타인]을 비튼 기형적 구성의 반전도 절묘하다. 다양한 문화인용을 찾아보는 잔재미도 넘친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수잔 서랜든의 미모는 눈부시며 그녀의 개성 강한 창법도 청각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건 아닌데 영화만큼이나 음색과 창법이 독특해서 이 작품의 극단적인 개성과 잘 어울린다. 엄청난 열연을 보여주는 팀 커리의 온 몸을 불사르는 열연은 압도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근육질의 비율과 균형미로 그리스 조각을 연상시키는 '록키'역의 피터 힌우드가 선보이는 육체미는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피터 힌우드는 노래를 할 줄 몰라 노래할 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렸다.

 

좋아하는 작품이라 재개봉을 재개봉관에서 챙긴것이지만 이 작품을 둘러싼 서양의 시끌벅적한 컬트문화와는 나도 안 맞는 관객 중 한명이다. 나는 관객참여형 공연을 볼 때도 시체처럼 가만 앉아서 조용히 보며 즐겁고 신나는 기분은 삭혀가며 보는 수줍음 많고 반응을 드러내는걸 귀찮아하는 관객이기 때문에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보면서도 단 한번도 The Time Warp의 발 동작을 따라해보고 싶은 욕구는 생기지 않았다. 영화 [페임]에 나오는 [록키 호러 픽쳐 쇼]상영만의 기괴한 숭배 문화를 봤을 때 흥미롭긴 했지만 명성이 대단한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심야상영 이벤트 문화엔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원조 컬트영화의 명성에 눌리지 않더라도 [록키 호러 픽쳐 쇼]는 그 자체로 즐기기에 탁월한 산물이다. 좋은 음악과 훌륭한 배우들, 재치가 번뜩이는 온갖 문화인용까지 눈치보지 않고 잡탕으로 섞어낸 난장판 지도의 구성에는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측은함과 파괴적인 저항문화의 흔적과 그 시대만의 치기, 여전히 생기를 유지하고 있는 파격과 도발적인 쾌감이 화끈하게 묻어있다. 영화가 북미에서 수십년간 대중의 열광스러운 환호를 받으며 재개봉을 통해 거둔 수익은 112,892,319달러이다. 환율 고려해서 수익을 계산하면 북미에서만 474,147,700달러를 벌었다. 역대 북미 박스오피스 7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수잔 서랜든 주연작으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작품이기도 하다. 1975년 미국 개봉 당시엔 재개봉으로 주간 박스오피스에서 4위까지 역주행하기도 했다.  

 

순진무구한 처녀가 성에 눈을 뜨면서 음탕한 여자로 돌변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수잔 서랜든이 잘 하는 배역 중 하나. 초기 영화 출연작인 이 작품 뒤에도 [이스트윅의 악녀들](비디오 출시명)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과정을 겪는 여자를 훌륭히 소화했다.

 

유명한 도입부의 입술은 마젠타 역의 패트리샤 퀸의 것이다. 이 장면에서 Science Fiction/Double Feature를 간드러지게 부르는 목소리는 이 작품의 각본을 맡았고 집사 역으로 출연했던 원작자 리차드 오브라이언이다. 원래 패트리샤 퀸은 이 장면에서 본인의 노래가 삽입되는 줄 알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으나 리차드 오브라이언의 통보로 당황했다고.   

  

1998년 개봉 당시 포스터

 

1998년 개봉 당시 포스터

1998년 개봉 당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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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0-29 03:10:04

예전에 남산 기자시사회실에서 보고 충격먹었던게 기억나네요.

Updated at 2016-10-30 01:27:07

너무 멋진 글입니다.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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