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코엑스 M2]너의 이름은 - 노스포
[시류에 따르되, 본연의 모습은 남기고.]
- 현실과도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배경화면과, 시를 읊는듯한 대사. 그리고 적극적인 환경음의 사용을 통해 [언어의 정원], [초속5센티미터]와 같이 '생활 속 환상'을 애니메이션화 해 온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줍니다.
[너의 이름은]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 너머에서 큰 규모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초기작인 단편 [별의 목소리]와도 큰 차이를 보여 줍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대다수 작품들은 결국 '현실 속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현실의 작은 규모에서 계속 더 작은 규모로 파고드는 형식이었으니깐요. 비록 외부에서 끌어오는 이야기가 우주 규모라 하더라도, 결국 모든 걸 이끌어 가는 건 현실의 주인공이나 현실의 아름다운 풍경, 현실의 미려한 환경음등이었으니 말이죠.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신카이 마코토>의 것들은 "센티멘탈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이성이나 철학에 기반을 둔 논리보다는, 감정에 매달려 호소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식이죠.
물론, 이번 작품도 그 "센티멘탈하다"에 부합하는 부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신카이 마코토>표 환경음은 여전히 감성을 자극하고, 주인공들의 일상생활을 기반으로 한 초중반부의 배경들은 이 사람의 영화를 자주 봐왔던 사람들에겐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으니깐요.
하지만, 기존 <신카이 마코토>작품에서 '현실 속 환상'을 보여주기 위해 작은 틀에서 안주하며 "센티멘탈"에 집중 하느라 자주 실종 되어 버렸던 이야기의 흐름이 [너의 이름은]에는 존재 합니다. 때문에 이 영화,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이 있습니다. 사실 그의 기존 작품에서 보고 듣는 맛은 상당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한편으론 어처구니 없고, 또 한편으로 지극히 감정에만 호소하기 때문에 맥이 빠지는 부분이 많았으니깐요.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최근작이었던 [언어의 정원]에서 이 단점이 더 크게 부각 되어 보였다는 점일 겁니다.
외형적인 발전 - 즉 배경의 묘사나 음향 묘사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그것을 받쳐 줘야 할 이야기의 틀은 데뷔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거죠. 되려 초기 작품들의 실험적 모습에 비해 좀 아연실색할만한 요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들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예전 작품들처럼 전면에 나서서 관객들을 끌어들이진 않습니다. 대신, 그 장점들이 배경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며,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에 설득력을 제공합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신카이 마코토>가 그려내는 배경과 환경음이라면 납득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뛰어난 애니메이터이니깐요.
이 설득력을 기반으로 이야기는 과감하게 확장해 나갑니다. 그것도 꽤 빠른 템포로, 부지불식간에 말이죠. 이게 꽤 매력적입니다. 자칫 허황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장치들 - 가령 닫히고 열리는 문의 측면 화면 등을 통해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쾌속 행보를 하기 때문에 따라가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이는 기존에 느리고 섬세했던 그의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의 장점들이 전면에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의 이름은]은 <호소다 마모루>로 대표되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트랜드와 궤를 같이 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장기가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을 이야기 속에 천연덕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표현해내는 거니깐요. 특히나 과할 정도로 진지했던 모습에서 탈피, 간간히 사람들을 웃겨주는 부분들이 많이 투입 되었다는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적 타협점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 작품은 <신카이 마코토>라는 큰 가능성을 품은 영화감독이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하며, 스스로의 장점을 잠시 내려두고 기존 애니메이션 업계의 시류에 합류하여 자신의 색채를 유지한채, 본인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큰 화면에서 보셔야 합니다.]
- <신카이 마코토>의 장기인 배경과 효과음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야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게 [너의 이름은]의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이 배경과 효과음이 한단계 더 진화한게 보입니다. 특히 하늘을 표현하는 그의 실력은 정말이지…….
만약 화면과 소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약간의 고민 후 화면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가득 채우던 환경음의 매력이 이번 영화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니깐요. 비록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에 비해 OST가 투입 되는 타이밍이 매우 훌륭해졌긴 하지만, 그래도 스크린으로 표현되는 놀라운 광경들이 더 매력적입니다.
또한, 약간씩 어긋나 보였던 인물들의 외형 묘사도 요즘 시류에 맞춰 동글동글(?)해 졌기 때문에, 보기에 좀 더 편해졌습니다.
p.s : 코엑스 M2관이 꽉 찼는데, 과반수가 솔로 남성들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주룩)
글쓰기 |
언어의 정원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초속3센치도..
이번작품도 무난하게 간다면 재밌겠네요^^
오늘 예매는 해뒀는데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고민이네요. 큰 화면에서 보려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을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