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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너의 이름은.(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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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06:46:48

메가박스VIP무료관람권 유효기간도 얼마 안 남아서 작년, 재작년처럼 유효기간 내 무료관람권 이용범위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아끼다가 결국은 시간 안 맞아서 메가박스 강남점 같은 시시한 영화관에서 그것도 상시이용권을 가지고 평일에 이용하게 되는 불상사는 안 만들려고 작년엔 신경을 썼다. M2관 같은 특수관도 사용할 수 있는 회원전용 무료관람권 아끼는건 그만두고 이동동선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얼른 써버렸다. 그래서 작년엔 메가박스 VIP무료관람권으로 코엑스 M2관에서 영화를 자주 봤다. 이제 남은 무료관람권은 두장이었고 다음 달 말일까지가 유효기간이었다. 이달 내로 써야지 다음 달까지 넘기면 관람일정에 차질이 생겨 성가시게 될지도 모른다. M2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할 때 우선적으로 시간을 맞춰서 이 달 내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국내 개봉 첫 주에 못 본 [로그 원]과 [너의 이름은.]이 [패신저스]와 함께 코엑스 M2관에서 교차상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깔끔하게 맞출 수 있었다. [로그 원]은 3D애트모스로, [너의 이름은.]은 2D애트모스로 M2관에서 연속관람을 했으니 이 정도면 무료관람권 용도를 최대한 이용한것이다. [로그 원]은 3D상영도 별로 안 한 작품이라 관람권 범위를 최대한도로 누렸다. 근데 코엑스 M관은 스코프 관이라서 일본 만화답게 비스타 비율인 [너의 이름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상영관이다. [너의 이름은.]은 적당히 큰 월투월 기준의 일반 cgv에서 보고 메가박스 무료관람권을 가지고는 [로그 원]과 [패신저스]를 맞출걸 그랬다. 이번 주 메가박스 코엑스 M2관 시간표가 [너의 이름은.]과 [로그 원]이나 [로그 원]과 [패신저스]를 교차로 맞추기가 용이했었다. [너의 이름을.]을 큰 관의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욕심에 M2관 관람을 고집한건데 아무리 화면이 커도 스코프 관에서 보는 비스타 비율의 영화는 좌우 걸리는 검은 띠 때문에 거슬릴 수 밖에 없어서 답답했다. 전에도 몇 번 M2관 상영작을 접할 때 겪었던 일인데 앞으로는 되도록이면 대형관은 상영관 화면비율에 맞는 영화가 걸릴 때나 이용해야겠다.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일본에서 지난 8월 26일 개봉하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작품이었다. 일본영화 중 자국에서 개봉하기 전부터 관심을 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인것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을 무척 좋아해서 이 감독의 차기작 소식과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신작 티저 영상에 관심이 많았었다. 빛을 표현하는 감각이 탁월하고 실제하는 풍경을 그대로 옮긴 사실적인 작화, 꼼꼼하게 묘사된 배경의 치밀한 표현방식이 압도적이어서 낯간지러운 사춘기 소년 감성이나 감상주의로 도배된 부실한 극 구성은 문제될것이 없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은 작화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부여된다.

 

내가 좋아하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의 상영시간이 장편이라고 하기엔 머쓱한 수준의 텔레비전 단막극 길이였기 때문에 너무 감질났다. 오죽하면 작년에 메가박스 단독으로 재개봉된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은 동시상영작으로 묶여 한번에 재개봉이 됐었다. 그런데도 두편을 합친 총 상영시간이 2시간이 안 됐다. 신작인 [너의 이름은.]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신카이 마코토 작품인데 상영시간도 100분을 넘긴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근데 일본에서도 작가주의의 저예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인식됐던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신작이 모든 예상을 뒤집고 기록적인 흥행을 하고 있다는 외신이 실시간적으로 보도가 돼서 의아하면서도 반가웠다.

 

지난 8월 26일 일본에서 개봉한 뒤 지금까지도 일본 극장에서 상영중인 [너의 이름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일본영화 역대흥행 2위에 올라있다. 외화를 포함하면 일본에서 역대흥행 4위이다. 2위는 [타이타닉]이고 3위는 [겨울왕국]이다. 일본에서 개봉 5개월째를 잇고 있는 현재 수치를 봤을 때 종합 1위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적인 결과를 부수긴 불가능할것같고 3위인 [겨울왕국]정도는 넘볼 수 있을것같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정말 대단한 성공이고 눈부신 기록이다. [너의 이름은.]은 저예산 애니메이션에 속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타이타닉][겨울왕국]같은 일본 극장가를 집어 삼킨 역대 흥행작들은 블록버스터 제작규모였지만 초창기 작품들은 1인 제작, 그 이후 제작한 상업용 장편극들도 소수 작업 방식을 유지했던 신카이 마코토는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제작규모인 50억 미만으로 [너의 이름은.]을 완성했다.

 

초창기 제작방식의 습관이 몸에 베인 덕분에 100억은 들어간것처럼 보이는 [너의 이름은.]을 50억 미만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것같다. 배경과 달리 인물의 표현방식은 단순하고 공들인 흔적은 덜 느껴진다. 정교한 배경묘사에 감탄이 나오긴 하지만 보통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배경들은 정지된 상태로 보여지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불어나게 되는 주 원인인 그림의 사용횟수가 타 작품들에 비해 적다. 제작비를 아낄 수 있었던건 소수작업 방식 덕분이기도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도 작화에 참여한 배경의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 그만큼 노동력과 원화에 들어가는 재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일것이다.     

 

일본에서도 제작비 대비 너무 성공을 하며 문화현상을 만드니까 음해성 기사도 쏟아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거품이 꺼지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될것이다. 그래도 감독의 전작들을 능가하는 결정판같은 역작임은 맞는것같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 내용은 기대할게 못되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도 궁금하게 만든다. 흔한 시간여행,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설정이라 식상하고 후반부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과도한 설정들은 이야기에 대한 욕심에 무리한 흔적도 보이지만 전작들의 자기도취적인 소년감상주의를 이겨내고 이야기의 묘미를 살리려고 신경썼다는것이 곳곳에 느껴졌다.

 

재난 뒤 남겨진 사람들이 갖는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움의 정서를 공감가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이토록 열광을 받는게 아닌가 싶다. 작품의 기술적인 요소들이나 구성방식을 떠나 정서적인 면에서 영화를 봄으로 위로가 되고 치유 효과가 생겨서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선 현재의 이상열기를 끌어낸것같다. [너의 이름은.]은 소재나 구성방식을 넘어서 정서적인 면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감독도 정서적으로 스며드는 공감대 형성을 의식하고 이야기를 짜냈겠지만 관객들이 작품 이상의 것으로 소화하며 위로를 받는것이 이 정도 범위로 확대될 줄은 몰랐을것이다. 감독의 능력 밖에서 일어난 천운이 아닌가 싶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소재 차용이었고 말이다.   

 

혜성 충돌로 사라진 한 시골마을, 엄청난 인명피해로 얼룩진 비극적인 상황이 일본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데 6년 전 재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 후유증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위로도 해주고 보듬어도 주는 씻김굿으로써 효과적이며 시종일간 유지되는 맑은 기운의 정서가 보는 이를 정화시켜 준다. 재난으로 잃은 사람들을 과학적으로 설명불가능한 시간여행과 유체이탈을 통해 소생시킨다는 점에서 재앙과도 같은 재난 뒤 남겨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원죄의식을 잠시나마 털어내게 해주는 대행효과도 있다. 위로도 되고 치유에도 효과적이긴 하나 이야기로써 볼 때는 판타지 설정을 너무 밀고 나가서 중반부까지의 구성과 후반부 전개의 구성이 겉돈다.

 

서로 다른 지역에 머무는 고교생 남녀의 몸이 뒤바뀌며 일어나는 각종 소등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기반하여 일어나는 반면에 일본의 토속신앙 정서를 초자연적인 현상들과 결합한 후반부는 지나치게 현실을 넘어선 비현실적 세계관으로 감정의 폭발도 과도하고 인물들의 방황도 너무 현실도피적이어서 몰입하기엔 부담스럽다. 애절하고 애틋하긴 하나 판타지가 생기는 접점도, 오열하는 인물들의 절박함도 너무 극단적이며 감정과잉이다. 혜성 충돌 이후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상황들과 이미 저승에 간 사람들을 소생시키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을 조금만 절제해서 그려냈다면 더 좋았을것같다. 어차피 동일본 대지진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것도 아니니 혜성충돌로 마을은 사라졌지만 이상한 술을 먹고 토속신앙의 기운을 빌어 시간여행과 유체이탈로 인명피해만은 막고 해피엔딩으로 결론지은것이 소재의 범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을 살린 이야기로써의 결합으로 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현실도피적인 나약함도 느껴진다.

 

개봉 전 하도 떠들석했던 작품이라 기대가 너무 커진것이 극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됐던것같다. 기대했던것만큼의 감흥은 얻지 못했다. 인상적인 작품이긴 했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인 [초속 5센티미터]나 [언어의 정원]만큼의 여운은 생기지 않았다. 농담 삼아 집어 넣은거겠지만 영혼이 바뀔 때마다 집요하게 묘사되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행위도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되니 불편했다.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들어갈 때마다 가슴을 조물락거리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여줄것이라면 동등하게 여자도 남자의 생식기관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장면전환을 시도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본만화니 그러려니 하며 보고 넘기려 해도 여성의 신체표현 묘사에 관음증적인 시선이 나올 때마다 불편했던건 어쩔 수 없다. 현재의 이상열기로 불어난 거품이 걷히고 난 다음에 다시 본다면 언론에서 추켜세우는 감독의 역작이란 평가에 지금보다는 수긍하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도쿄 도심의 풍경을 세련되게 묘사한 작화나 빛과 소리를 표현하는 방식,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의 전매특허인 건너뛰기식 편집효과로 뮤직비디오 같은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면구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기지있게 발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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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7-01-09 08:17:51

저랑 비슷한 느낌이시네요.

초속이나 언어의 정원처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전작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이번에도 그런 감성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난데 없는 판타지가 나와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한 화면 빨과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는 참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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