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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여교사(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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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2017-01-08 09:03:10

이번 주 토요일 날 강남cgv에서 봤다. 24시간 영화관인 강남cgv는 조조가 아침 6시 20분부터 시작하는데 늘 그런건 아니다. 이곳에서 가장 이른 시간대 상영하는 조조 시간대가 6시 20분일 뿐이다. 아무리 유동인구로 넘쳐나는 강남이고 24시간 영화관이라도 아침 6시 20분 조조는 주말에나 배치된다. 평일엔 6시대 조조보단 7시대 조조 위주로 상영시간표가 이루어진다. 인접접근성 때문에 자주 가는 영화관이라 시간표를 매주 챙겨 보는데 아침 6시 20분 조조가 흔하진 않다.

 

[여교사]를 아침 6시 20분 조조로 보려고 새벽 5시부터 준비하고 5시 25분에 집에서 나왔다. 토요일 날 극장에서 영화를 세편 봤는데 전부 조조로 봤다. 시간표를 짜보니 아침에 조조가 세편까지도 가능했다. 메가박스는 극장 운영 정책을 변경한 뒤 오전 11시 이전 상영작까지는 전부 조조라서 한관에서 조조를 두번씩 하는 경우가 많고 강남cgv처럼 새벽부터 조조가 시작되는 경우에도 조조가 두번씩 몰려 있어서 조조영화를 두편 보는건 손쉬운 일이다. 그러나 조조가 세편까지도 가능하게 될 줄은 몰랐다. 96분 밖에 안 하는 [여교사]를 아침 6시 20분에 보다 보니 이후에 메가박스에 가서 조조영화 두편을 연달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강남cgv에서 [여교사]보고 코엑스로 이동해 [사랑하기 때문에]도 조조로, [패신저스]도 조조로 보고 점심 때 나왔다.

 

강남cgv에서 평일에 별로 인기없는 영화를 새벽 조조로 보면 혼자 볼 때가 많지만 주말엔 아무래도 밤낮이 없는 강남이다 보니 인기없는 상영작이라도 관객 서너명 정도는 차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손익분기점이 고작 70만인 저예산 영화인 [여교사]는 주말, 그것도 토요일임에도 인기가 어느 정도로 없는지 강남cgv새벽 조조에 늘상 있기 마련인 현장구매자들이 즉홍적으로 시간 맞는다고 보는 조합도 전혀 따르지 않았다. 관객이 나 혼자였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혼자 봤다. 영화, 괜찮았는데 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제작비도 많이 안 들었는데 현재 상황에선 10만도 버거워 보이니 말이다. 가뜩이나 상영관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봉 첫 주에 이 정도로 반등하지 못하면 다음 주 상황은 불 보듯 뻔해진다.

 

웬지 선정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의 [여교사]는 김태용 감독의 전작인 [거인]보다는 못하지만 젊은 감독의 비범한 능력을 차기작에서 다시 한번 타진해봐도 좋을 우수한 작품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방향의 구성은 아니었지만 치정극으로써 장르물의 묘미를 비정규직이란 사회적 문제로 귀착시킨 빠른 전개의 호흡이 질척거리는 성인극의 재미를 안겨줬다.

 

나는 여선생과 남제자의 위험한 관계를 감독의 전작인 [거인]이 그랬던것처럼 진지하고 시의성이 높은 사회물의 범주로 확장하는 구성일 줄 알았는데 그 반대로 진행된다. 중심이 되는 요소가 사회극의 성질이 아닌 치정극의 구성이었다. 뒤틀리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치정극의 흐름에서 사회극의 요소가 구성의 한 범위를 차지하는것이고 이야기의 중심은 어긋난 관계로 극단적인 긴장감을 쌓는 치정극에서 탄력을 받는다. 김태용 감독은 사회적인 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치정극인 [여교사]에서 그려낸 사회물의 성격은 제작사인 외유내강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난 이것도 반대로 일어난것인 줄 알았다. 고등학교 계약직 선생이 겪는 직업으로 인한 비관이나 각종 굴욕적인 상황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치정극의 탈을 쓰고 작가주의를 실현한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작사가 사회물에 대한 욕심으로 감독에게 별도로 요구를 한것이었다.

 

10년을 계약직 선생으로 견뎠던 효주가 예정대로 정규직으로 승급이 됐다면, 그리고 아버지 덕분에 낙하산 인사로 효주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혜영의 존재가 없었다면 효주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미쳐버리진 않았을텐데, 파리목숨으로 연명하는 계약직이 난무하는 현실의 암울한 상황을 대입해 봤을 때 참으로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극의 악녀 짓은 효주가 다 하고 있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들이 비참하고 보편적으로 공감가게 사실적이어서 지지까지는 못하겠지만 이해는 간다. 10년 사귄 룸펜 남자친구한테 차이고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한 계약직 선생 자리마저도 수시로 위협 받는 직업적 환경에서 자기 자기를 비집고 들어온 동료 여교사의 약점을 하나 잡았으니 그걸 이용해서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효주의 어긋난 광기는 측은하다.

 

근데 장면 하나에 함축하고 있는 성질이 많아서 감정의 표현이 들쑥날쑥할 때가 많다. 극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건 어쩔 수 없는것같다. 중반까지의 구성과 인물설정은 전형적인데 치정극의 범위에서 감정적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널뛰기하듯 순식간에 돌변할 때가 많아서 상황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도 전후 배경의 설명을 생략하고 감정의 응어리진 표현을 응축해서 보여주는터라 뜬금없는 발악으로 비춰질 때가 많은것이다. 후반부 효주가 혜영 앞에 젼교생이 다 보는 앞에서도 무릎을 꿇는 행위라든지 혜영이 효주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자기 약혼자를 소개시켜주고 반려견처럼 따르는 모습들은 과장돼 있다. 그리고 효주의 무시와 냉대에 지쳐 반격을 가하던 혜영이 퇴근길에 효주의 절박한 사과에 금방 풀어지며 언니, 언니 따르는 모습은 감정의 흐름에서 당황스러운 전환점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효주와 혜영 사이를 오가며 자기 자신의 성욕도 채우고 두 여선생의 욕망도 해결해주는 옴므파탈 무용특기생인 재하가 알고보니 혜영의 사주로 효주에게 접근했다는 후반부의 반전도 급조한 인상이 짙다. 재하가 혜영을 사랑하면서도 두 여선생에게 이용 당해주는 설정도 혜영과 재하의 관계를 봤을 땐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막장드라마의 정서로 넘어간다면 이해 못한 장면도 없지만 막장드라마를 의도한것도 아니고 함축적인 치정극의 서늘함을 표현하고자 한것같은데 너무 배경과 인물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생략을 많이 해서 감정선이 뚝뚝 끊기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중반까지는 계약직 여선생의 비참한 상황들과 결합하여 사회물의 성격으로 원만하게 진행되는데 반해 후반부에 이르면 말 그대로 막장 치정극으로 겁날것없이 되는대로 물감불기 미술수업 과제를 완성해나가듯 막나간다. 결말도 이렇게 화끈하게 끝낼 줄은 몰랐는데 파격적이라기 보단 당황스럽다.

 

그러나 96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뻔한 인물설정의 치정극 요소에서 종잡을 수 없는 관계형성으로 방향성을 틀 때의 전환점이 극의 긴장감을 지탱시켜주고 있으며 외유내강의 요구대로 중반까지는 계약직 선생의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책임감있는 사회물의 성격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김하늘의 예민하고 차갑고 건조한 배역묘사와 후반부에 황폐해진 심리표현이 근사하다. 김하늘은 예능에서나 인터뷰에서의 모습을 보면 성깔이 보통은 넘어서는것같고 굉장히 깐깐해 보여 깰 때가 많다. 연기자로서의 자아나 스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거만해 보일 때가 많아 별로 호감은 안 가지만 이번 작품에서 연기 하나는 좋았다.

 

현장에서 감독과의 상의 끝에 원래 시나리오에서의 효주가 김하늘의 의견으로 많이 바뀐듯한데 본인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동의 아래 배우로서 신중하게 상의하여 조율한것이라고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 배우는 배우로서 단순 의견제시로 상의한 결과라고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그 반대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서 김하늘의 적극적인 의사표명은 김윤석과의 자리합리화로 받아들였다. 노출 문제만 해도 자꾸 배역이 처한 상황, 극의 분위기를 보고 조절한것이지 노출하기 싫어서 안 한건 아니라고 변명하듯 말하는데 애초에 치정극으로 극의 가닥을 잡은 성인극이라서 이원근의 엉덩이 노출 뿐만 아니라 여배우들의 신체 노출도 극의 정서를 다잡는데 김하늘 말처럼 불필요한건 아니었다.

 

유인영의 혜영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악녀 취급을 받는 다소 불쌍한 인물인데 살다보면 이렇게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성질을 돋구는 직장 동료가 꼭 있기 마련이라 공감이 갔다. 유인영은 주는것없이 미운 혜영을 해맑게 모습으로 가해자의 역할을 부여하여 완급조절을 잘 했다. 반면 옴므파탈 설정의 이원근은 미스캐스팅이다. 별로 그렇게 치명적으로 유혹적이지도 않은데도 연기를 특별히 잘 한것도 아니고 무용장학생다운 개인기를 멋지게 펼친것도 아니다. 이 정도 외모, 이 정도 연기력이라면 차라리 실제 무용장학생을 선발하여 훈련시키는게 나았을것같다. 무용전공자들도 재하 역의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왜 이원근을 기용했는지 의문이다. 일단 이원근은 무용장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무용연습이야 했겠지만 상의 탈의할 때도 그렇고 하반신도 그렇고 도무지 무용하는 남학생의 몸이 아니다. 저 나잇대 무용전공자 남학생들의 몸이 이원근처럼 삐쩍 말라있지 않다. 은근히 특별출연 구성진이 화려한데 김하늘의 남자친구로 나온 이희준의 낙오한 지식인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처음에 [여교사]의 설정을 보고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던 [노트 온 스캔들]이 바로 떠올랐다. 아예 [노트 온 스캔들]을 리메이크 했어도 재미있었을것같은데 말이다. [노트 온 스캔들]은 국내 미개봉작이라서 인지도도 약해 리메이크 해도 경쟁력이 있었을것같다. 미모의 여선생과 남학생의 불륜 스캔들 소재만 동일하다 뿐 [여교사]는 [노트 온 스캔들]과 전혀 다른 구성의 작품인데도 자꾸 기본 설정 때문에 [노트 온 스캔들]이 생각나는것을 보면 [여교사]의 전개방식이 아쉬워서 그런것같다. 치정극으로써 재미도 있고 여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각 상황에 맞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좀 더 이해가 가게 다듬었으면 좋았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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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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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0:25:51

전반적인 완성도는 예산을 감안하면 괜찮더군요.
그러나 설정이나 전개가 일반인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흥행은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복수는 나의것처럼
예술적 성취를 이뤘느냐... 그것도 갸웃...
사회적인 이슈의 소재들로 잘 만든
우리들이나 4등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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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08 14:23:05

특정 배우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그 사람의 인격이 이러이러하다 단정지으며 무슨 사실인양 감상기에 포함하셨는데

평소 호감있게 바라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하네요.

성깔이 보통은 넘어서며 거만하다는둥, 감독과의 의견조율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은

평소 해당 배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말도 안되는

악플러의 악의적인 댓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네요.

감사한 마음으로 읽으러 왔다가 참 어이가 없고 기가차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2017-01-08 14:23:19

저는 감독이 좀더 사회물의 외피를 두르고싶었는데 제작사에서 오히려 치정극을 강조한게 아닌가 했는데 정반대였나보네요... 분명 아쉬운 점도 존재했지만 인물의 심리묘사나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분명 존재하는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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