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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사랑하기 때문에(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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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0:39:24

유재하의 동명 곡을 제목에 차용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차태현표 휴먼코미디라 관심도 없었고 볼 줄도 몰랐다. 2016년 개봉에서 2017년 1월 첫주 비수기로 개봉일이 밀린 이 작품 말고도 이달에 볼 작품은 많았다. 보통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영화를 보게 될 때는 두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영화가 의외의 흥행을 기록했을 때 군중심리로 떠밀리듯 선택해서 보게 되는 관람, 다른 하나는 영화관 가면 기본 두편씩 때우고 오는게 오래된 관람습관인데 곁다리로 맞출 영화가 없을 때 그나마 최선의 대안이라 여기고 아무 생각없이 선택해서 보는것이다.

 

왕복 교통비, 외출하면서 생기는 자잘한 소비 가능성을 떠올려 보면 영화관 가서 한편만 보고 오는것은 내 기준에선 너무 손해다. 바로 집 앞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영화관이 생긴다면 이렇게 곁다리로 집는 영화가 줄어들텐데 나는 영화관 갈 때마다 대중교통이건 자차건 최소 8km이상은 이동해야지 접근이 가능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 아까워서 한편만은 못 보겠다. 곁다리로 보는 식이라고 이런저런 상황들을 재보면 한편은 돈 주고 봐도 거저 보는 느낌이어서 쓰레기같고도 개같은 영화를 봐도 시간이 아까울 뿐 돈이 아깝진 않다. 그리고 간혹 곁다리로 보는 영화들 중에서 건지는 작품들도 있어서 복불복 효과도 있다. 너무 내 기준, 내 성향을 확신하는것도 오만이다. 절대기준이라도 되는것처럼 확고했던 기준과무관한 작품을 보다가 취향에 맞는 경우를 한 두번 겪은게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영화관 가서 곁다리로 본 작품의 복불복 효과까지는 없었다. 늘상 볼 수 있는 무난한 차태현표 휴먼코미디였고 차태현 연기도 예상했던대로 무개성적이어서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이 작품을 막간용으로 봤다. 이 날 아침 조조를 세편 봤는데 아침에 조조영화를 세편까지 맞추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시간 때문에 아무리 강남cgv처럼 아침 6시 20분부터 조조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세편까지는 맞추기 어렵다. 이 날 아침부터 [여교사][사랑하기 때문에][패신저스]를 조조로 연속 관람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20분 이상씩 텀도 생겨 편하게 마라톤 관람을 이어갈 수 있었다. 조조시간대가 괜찮아서 그 속에 곁다리로 [사랑하기 때문에]하나 정도 껴넣어도 괜찮을듯 싶었다. 어차피 연초라 카드사 제휴 할인 이용횟수가 넉넉해서 4천원만 지불하고 볼 수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헐리우드 상업영화의 5분의 법칙이 효과적으로 부합된 작품이다. 늘어지는 후반부 신파, 지지부진한 중반부의 구성과 달리 도입부의 전개는 신속하다. 차태현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후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갈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유체이탈 증상을 겪는데 유체이탈 소재를 펼치기 위한 서막이 5분 내로 깔끔하게 해결된다. 이후 벌어지는 유체이탈 구성은 평범한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된다. 극 중 차태현은 미혼모가 될 처지의 고등학생 임신부인 김윤혜의 몸을 시작으로 성동일, 배성우, 선우용여, 임주환까지 남녀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몸으로 차례차례 유체이탈 경험을 한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각 사람의 몸에 들어갈 때마다 그들이 떠안고 있는 사랑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중재자 혹은 큐피트의 역할을 한다. 최종적으로는 과거의 사랑이었던 가수 지망생이지만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서현진과 결실을 맺기 위해 임주환의 몸으로 들어가 사랑을 완성한다. 임주환을 제외한 앞선 네사람의 고민해결사가 되어준 차태현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가 사망하지만 임주환의 몸으로 기어 들어와 연가시처럼 기생한다.

 

옴니버스 설정은 도식적이지만 사랑과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형편없는 졸속 코믹 신파물인 줄 알고 얕잡아 봤었는데 그 정도로 날림 기획물은 아니다. 그러나 배우로서 출연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유재하 곡에 매료돼서 출연했다는 차태현 연기는 너무 지겨워서 정말이지 당장에라도 연기변신이 필요해보이고 옴니버스 구성의 유기성이 의도한만큼 붙지를 못해서 어색하다. 중반부까지 동떨어졌던 각 인물들간의 옴니버스 구성을 완성해주는 후반부의 교집합이 억지스럽고 전체 맥락을 떠올려 보면 겉돈다.

 

차태현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신비의 힘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은 영화이고 이야기니까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왜 차태현이 당한 교통사고 목격자들의 몸에 일일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교통사고 목격자의 몸에 차례로 들어갔으면서 김유정의 몸에는 왜 들어가지 않는것인지, 그리고 극 중 김유정의 해설로 실토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와 상관도 없는 임주환의 몸에는 왜 들어가서 평생을 기생하려 하는지 설명을 못한다. 그렇게 교통사고로 죽고 임주환의 몸으로 들어가버리면 임주환의 삶은 뭐가 되는것인지 너무 대책없는 결말을 냈다. 다른 사람들에겐 희망있는 삶을 제시해주고 몸을 떠나면서 대체 임주환은 무슨 죄를 지엇길래 차태현의 환생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는것일까. [사랑하기 때문에]는 옴니버스 구성을 하나의 골자로 연계시켜주는 기둥이 부실해서 옴니버스 극의 묘미가 떨어진다. 단편적으로 이어지는 각 배역의 상황들과 사건을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는 재미있지만 전체로 연결시키면 어색하다.            

아무리 유재하 곡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에 사운드트랙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지만 그래도 유재하를 추모한다는 크레딧의 자막은 뜬금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유재하의 곡 중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 날'만을 사용했음에도 극의 전체 정서를 아우르는 파급 효과가 보기보다 크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는 모처럼만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유재하가 부른 버전을 전면에 깔고 가는 작품이다. 스튜디오 녹음임에도 가창력이 한참 부족해서 유재하의 곡은 유재하의 음색이 아닌 다른 사람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들을 때가 많았는데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유재하의 음색으로 유재하의 곡을 들으니 가창력을 떠나 영화가 의도한것처럼 아련하게 적셔주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고 부족한 가창력과 음색이 나와는 안 맞아 사놓고 거의 안 듣는 유재하 앨범을 영화 보고 나서 듣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화 속 흐름과는 궁합이 잘 맞아서 영화를 볼때만큼은 유재하의 목소리로 듣는 유재하의 곡이 듣기 좋았다. 유재하의 두 곡을 기능적으로 삽입한 덕분에 극의 겉도는 옴니버스 구성을 하나의 고리로 구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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