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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패신저스(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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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2:06:10

영화 [패신저스]는 요즘의 헐리우드 상업영화에선 쉽게 보기 힘든 배짱 좋은 기획물이다. 요즘 기준에서 본다면 수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디시나 마블의 프렌차이즈용 코믹스 공산품이 아닌 이상 어떤 정신 나간 제작사가 주연배우 두명에게 전체 제작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일시불로 지급한단 말인가. 요즘에 이런 영화 거의 없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우들이 고액 출연료를 일시불로 따내는게 흔했지만 요즘은 웬만해선 러닝개런티를 건다. 요즘 너무 많이 챙겨간다며 일부에선 눈총을 사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헐리우드 출연료 기록갱신의 정점을 찍었던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찍으면서 8천만불 출연료를 일시불로 받은건 아니었다.

 

또한 1990년대처럼 연기만 하는것으로 고액 출연료를 단번에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지난지 오래다. 배우가 기획이나 제작도 겸하여 나중에 박스오피스 결과를 산정해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지는것이지 짐 캐리가 [케이블 가이]로 영화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만불을 받았네, 줄리아 로버츠가 여배우 사상 처음으로 [에린 브로코비치]로 2천만불을 받았네 하는 것등의 요란스러운 소식들은 옛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의 헐리우드는 그렇게 그전처럼 도박하듯 배우 인지도에 전적으로 기대어 일시불로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0년 중반인 현재의 상황에서 영화 [패신저스]가 보여준 배우들 출연료 지급 개념은 1990년대 시절로 역행한것이다. 그래서 신기했다. 요즘은 헐리우드라고 해도 이렇게 무턱대고 고액 출연료를 지급하진 않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거품이 걷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략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대단한 스타파워를 보여준 제니퍼 로렌스의 이름값에 의존하여 마치 1990년대처럼 영화 한편 출연으로 2천만불을 떡 하니 안겨주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론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제니퍼 로렌스의 상대역으로 기용된 크리스 프랫에겐 1천 2백만불을 지급했다. 그래서 배우 두명에게 지급된 액수는 도합 3천 2백만불. 이 작품의 총 제작비로 알려진 액수는 1억 1천만불이다. 제작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주연남녀 배우의 몸값으로 나간것이다.

 

[패신저스]는 시각효과나 세트의 위용만 봐서는 1억 1천만불이 들어간 영화로 보이진 않는다. 더 들어간것처럼 보인다. 이 정도 규모감과 SF적인 묘사를 하려면 1억 5천만불은 필요할것같다. 독창적이진 않지만 큰 화면에서 봤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엄한 우주의 풍경, 최첨단 우주선 내부의 체계적인 장치들을 확인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로써 사방에 돈을 쳐바른 흔적이 때깔 좋게 드러난 작품이다. 근데도 1억 1천만불로 나름 간소하게 블록버스터 규모를 맞출 수 있었던건 극의 설정이 원래 그러하긴 하지만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 중심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렌스 피쉬번과 마이클 쉰이 조연으로 출연하고 막판에 앤디 가르시아가 승무원으로 출연한 단역배우들을 사이에 껴서 한 장면 카메오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외에는 나오는 사람 자체가 없어서 제작비를 1억 1천만불까지 낮출 수 있었던것같다. 영화 제작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게 인건비인데 [패신저스]는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 두명이면 만사형통일것이라고 착각하는 게으른 구성의 작품이라서 두 배우에게 일시불로 지급된 출연료를 본전 이상으로 뽑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배우 의존증이 심각해서 영화 내리 크리스 프랫 아니면 제니퍼 로렌스의 스타파워에 기대려는 장면설정에 극 중반도 못가 물리고 만다. 쓸데없이 샤워 장면에서 크리스 프랫의 엉덩이가 나오고 툭하면 신체를 잔뜩 부각시키는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제니퍼 로렌스를 보여주는 등 헐리우드 스타파워가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의 스타 의존증이 가득한 골빈 기획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연거푸 나와서 한심하면서도 이런 영화를 하도 오랜만에 보다 보니 1990년대의 풍족했던 헐리우드 상업영화들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제니퍼 로렌스도 이 작품을 계약했을 때 박스오피스에서 연달아 대박을 내던 상황과 달리 요즘은 [조이]도 실패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았던 프렌차이즈 시리즈물인 [엑스맨 : 아포칼립토]도 시원찮아, 본인의 출연료 기록갱신을 다시 쓴 [패신저스]조차 1억불 돌파도 아슬아슬해, 요즘 흥행면에서건 비평 면에서건 체면을 연달아 구긴지라 앞으로 [패신저스]이상의 대접을 받기는 어려울것이다. 웬지 20대 시절에 부침이 심했던 줄리아 로버츠의 전철을 밟을듯한 느낌이다. 크리스 프랫도 최근작들이 별로 성공적이질 못해서 [패신저스]는 두 주연배우가 받은만큼의 스타파워를 입증하지 못한 굴욕적인 작품으로 기억될것같다.

 

둘은 할만큼 했다. 샤워 장면, 그냥 걷는 장면에서도 크리스 프랫은 근육질 엉덩이를 보여줬고 제니퍼 로렌스도 수시로 섹시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또 둘의 조합이 매력적이고 그냥 서있는것만으로도 호감은 간다. 두 사람의 스타파워는 원했던것만큼 발휘됐다. 포스터조차도 다른 대안은 고려도 안 했다는듯이 두 사람의 얼굴만 떡하니 박아 놓아 자신감을 표출했다. 최근 나온 헐리우드 포스터 중 [패신저스]만큼 성의없는 디자인도 못 봤다.

 

근데 두 배우에게 너무 기댄게 문제다. 내용이 없다. 시작하고 한시간까지 도무지가 극에 있어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망가지고 오염된 지구를 대신하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초호화 우주선인 아발론 호를 타고 120년 후의 개척행성에 가기 위해 동면상태로 떠난다. 그런데 평민 신분이라 먹을것도 마음대로 못 먹는 기술자인 짐 프레스턴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90년이나 일찍 깨어나게 된다. 그는 1년 동안 아발론 호에서 홀로 지내며 대체 왜 본인만 동면상태에서 벗어나게 됐는지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로빈슨 크루소가 된다.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로봇 바텐더인 마이클 쉰 뿐이다. 그는 너무 외로워서 자살 직전까지 가다가 작가이자 상류층 신분인 오로라 레인을 본인의 기술력을 발휘하여 깨운다. 그리고 오로라가 진실을 알기 전까지 또 1년 동안 오로라와 짐은 아담과 이브처럼 아발론 호의 첨단 시설을 누리면서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대체 왜 짐이 남들보다 90년이나 일찍 동면상태를 벗어나게 됐는지 분위기를 있는대로 잡으며 비장미 있게 그려내고 있다. 오로라 몰래 짐이 오로라를 깨워 버린 뒤에도 극은 뭔가 우주선 내부에 엄청난 비밀이라도 숨어 있는것처럼 불안한 기운을 깔고 간다. 그런데 알고보니 짐이 90년 일찍 동면상태에서 깨어난 이유는 기계상의 결함 때문이었다. 짐이 자고 있던 동면기계도 기계상의 결함으로 짐을 깨운것 뿐이고 그 외에도 우주선 곳곳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된다. 다른게 없다! 아발론 호가 개척행성으로 가는 과정 속에 무슨 대단한 기밀이나 국가의 음모가 개입된것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이나 외계 인종이 침범하여 위협을 받는 상황도 아니다. 말그래도 기계 오작동 문제. 해결방법은? 90년이나 일짝 깨어난 짐이 하필이면 실력 좋은 기술공이라서 위기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하여 우주선을 고치고 그 덕분에 아발론 호에 탑승한 5,258명의 승객들은 120년 후에 안전한 상태로 깨어나 우주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다는 미담이다.

 

이 단순하고 발로 쓴것같은 구성을 보완하느라 전반 1시간은 남녀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멜로드라마 구성 속에서 알맹이 없는 떡밥을 마련하기 위해 분위기를 잡고 있고 결국 후반부엔 수습이 안 되니까 책임자급의 로렌스 피쉬번을 깨워서 위기 한 두개를 던져주고 로렌스 피쉬번의 지위를 이용한 해결방법을 마련해준 뒤 죽게 놔둔다. 죽은 이도 살려낼 수 있는 최첨단 의료장비로 죽은 크리스 프랫은 살려내면서 왜 로렌스 피쉬번은 살릴 생각조차 안 하는것인지도 어이없다.

 

120년간이나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 우주공간을 횡단하는데 제 아무리 설계가 잘 된 우주의 '타이타닉호'인 아발론 호라 하더라도 기계상의 결함을 발생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아발론 호가 완벽한 우주선이라고 자부하여 이 부분을 아예 간과한것부터가 황당하고 때마침 동면기 오작동으로 깨어난 사람들이 하필이면 한 사람은 숙련된 기술공, 한 사람은 책임자급이란것도 너무 끼워 맞춘 설정이다. 짐은 서민 출신으로 우주선 시설을 이용하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으니 국가가 혹시 모를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일부러 서민인 짐을 희생양으로 설정하여 90년 일찍 깨울 수 있도록 사전에 시스템을 조작했다든지 하는 음모같은게 개입되어야 계급갈등을 빚는 우주판 [타이타닉]의 구성이 느껴질텐데 이 작품은 너무 단순하게 극을 전개시킨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자주인공이 깨어났는데 그 이유가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우주선 내부의 기계오작동 문제였다. 그래서 기계를 고치고 그 사이에 외로워서 미모의 지적인 작가 출신인 오로라를 깨워 중간에 깨운 문제로 대판 싸우긴 했지만 화해하고 남들 다 자고 있을 때 둘만의 사랑을 나누며 닭도 키우고 나무도 키웠다는 얘기다. 보면서 이게 대체 뭔가, 싶었다.

 

[타이타닉]의 장면순서와 설정을 많이 따왔다. 비슷한 장면설정이 굉장히 많은데 우주선 내부의 폭발문제로 위기에 몰리는 후반부에 이를수록 [타이타닉]과 겹친다. 남자가 여자만 두고 우주로 나갈 때의 애틋한 감정묘사나 위기에 빠진 남자를 구하는 여전사 같은 여자의 고군분투도 [타이타닉]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데 [타이타닉]과 달리 [패신저스]는 오로지 주인공 중심으로만 나오니 주변의 상황과 맞물린 긴장감이나 감동, 재미가 부족하고 충분히 우주선 내부의 상황과 환경에서 고려해볼만한 많은 변수가 있음에도 다 접고 주연배우의 스타파워에 의존하여 구성의 발전에 손을 놓아버렸다. 이야기의 균형도 안 맞고 계급갈등의 소재도 낭비했다. 시각효과는 근사하지만 속도가 더딘 두 남녀의 우주연애담은 따분하다. 거기다 비극으로 마무리를 지어서 여운을 남기는것에도 몸을 사려 결국은 둘 중 하나라도 다시 동면에 들어 120년 후의 개척행성에 갈 수 있는데도 접고 아발론 호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다는것 아닌가. 로봇 닭인지도 모르지만 닭까지 키우면서 말이다.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을 통해 기대는 스타파워의 안일함에 1990년대 헐리우드 상업물에서 자주 느낄 수 있었던 돈지랄의 쾌감을 종종 느낄 순 있지만 옛 기획방식의 복원으로써 미덕으로 읽혀지는건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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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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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5:14:09

로렌스 피쉬번은 이미 세포가 괴사 진행 중이라 살릴 수 없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겠죠.
고통을 줄여주는 약 처방 밖에 없다고 진통제만 나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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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6:31:46

 동면기 이상으로 동면상태에서 이미 병세가 심각하게 되었다고 나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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