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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하프 넬슨(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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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15:29:39

 

 

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하프 넬슨]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 해 8월 맨하탄의 Lincoln Plaza Cinema와 Angelica Film Center에서 제한 개봉을 했는데 그 뒤로도 소규모 개봉으로 전전하다 막을 내렸다. 8월 개봉해서 그해 12월까지 넉달 동안 개봉관에 걸렸으니 나름 선방한거지만 크게 입소문을 탈 정도는 아니었다. 최고 많아야 105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나머지는 평균 50개 미만의 극장에서 상영 됐다. 개봉관 수만 봐도 자국인 미국에서조차도 이 작품을 개봉관에서 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소규모 배급으로 전달된 영화다.

 

이 작품으로 라이언 고슬링은 26살 나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젊은 남자 배우가 아카데미 조연상 부문엔 후보 지명이 되기 쉬워도 주연상 후보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당시 라이언 고슬링의 오스카 후보 등극은 후보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는 흑인 남자 주연 수상으로 세번째였던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테커였다. 그 뒤로도 그 작품이나 그 작품에서의 연기가 별로 언급이 안 되고 있는걸 보면 휘태커의 오스카 수상은 2000년대 이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을 못 받은 남우주연상 수상이었던것같다.    

 

[하프 넬슨]은 평론가들의 찬사에 비하면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진짜 아는 사람만 알았고 본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영화인데 2011년, 2012년에 걸쳐 인기가 확 치솟은 라이언 고슬링 덕분에 뒤늦게 소개가 많이 됐었다. 고슬링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시 고슬링의 아카데미 후보지명은 독립영화와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성 짙은 작품도 일부 수용하며 형평성을 맞추고픈 아카데미의 구색맞추기용 깜짝후보지명이긴 했다.

 

암튼 [하프 넬슨]은 국내에서 2011년~2012년에 특히 각광 받았던 라이언 고슬링의 인기에 지각공개됐던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구작 중 한편이었다. 이 무렵 라이언 고슬링의 영향으로 실제론 극장개봉은 무산됐지만 극장개봉한것처럼 기록되어 있는 2006년작 [하프 넬슨], 국내 개봉을 타진하다가 백지화 된 2010년작 [올 굿 에브리 씽]이 있었고 [드라이브]로 영화팬들 사이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인기가 급격히 올라가자 창고 작품이었던 [블루 발렌타인]도 정식으로 입수될 수 있었다. [킹메이커]도 개봉이냐, dvd직행이냐 아슬아슬했는데 다행이 분위기를 타고 개봉은 할 수 있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가 라이언 고슬링의 스타성에 기댈만한 즐거운 로맨틱코미디였고 여기서 멋지게 나왔는데 이 작품이 지체없이 국내에선 2차 시장으로 넘어간 바람에 시기적으로 아쉽게 엇나갔다.

 

[하프 넬슨]은 시간이 잘 흐르는 영화는 아니다. 독립 영화의 미덕 답게 전형성에서 벗어난 구조를 타고는 있지만 바로 그런 지점이 독립 영화 테두리 안에서 봤을 땐 눈에 익은 구성이다. 가족과 소원한 주인공의 모습이나 다큐멘터리처럼 훑어내는 가족들에 대한 묘사, 그 안에서 겉도는 주인공의 모습은 선댄스풍의 가정극에서 익히 봤던 흐름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다루는 진중한 태도는 여운을 남기며 연출력과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근사하다.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하나는 브루클린의 빈민계층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헌신적인 교사 이야기다. 이 부분은 평범한 키팅 선생 이야기다. 수업을 경청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흑인과 라틴 계열의 저소득층 자녀들인데 이 애들이 댄의 수업을 듣다가 책상 위에 올라서서 언제든지 오 캡틴, 나의 캡틴을 외칠것만 같다.

 

댄은 교장이 지시한 교제를 거부하고 자기 방식대로 수업 주제를 선정해 교장에게 여러차례 경고를 받는다. 아이들은 그의 수업에 집중하고 그가 지시한 발표를 돌아가면서 한다. 영화는 수시로 인권유린과 그 결과에 대한 역사의 과오를 되짚으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곧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댄의 수업은 창의적이고 신선하다. 댄은 어린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인권운동의 사례들을 자료 화면과 자신만의 의견을 더해 수업을 진행한다. 그의 수업 안에는 하비 밀크 사건이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축출 사건도 있다. 그는 교육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별도로 학교에서 농구 코치를 맡으며 다른 태만한 교사들과 달리 성실하게 학교 생활에 임한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이 세상은 가치있게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신념으로 학생들을 인도하려 한다.

 

그러나 댄은 정작 자기 자신조차도 조절을 못하는 나약한 마약중독자이다. 작은 세상에서나마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일을 마치고 나면 무너진다.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는 학교 화장실에서조차 마약을 흡입하다 형편없는 모습으로 어린 학생과 대면하고 그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낮에는 비록 떡진 머리에 부수수한 수염, 꾀죄죄한 모습으로 출근하긴 하지만 그래도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교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밤에는 마약에 쩔어 환각 속에서 혼음을 즐기고 몸을 방치하다 출근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는 무기력하고 나약하며 절망 속에 빠져 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댄의 이중생활 묘사는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의 여주인공과 약간 비슷하다는 느김을 받았다.

 

댄은 마약을 흡입하다 화장실에서 마추진 자신의 학생 드레이와 인종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그 아이의 탈선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이유엔 그 아이의 탈선을 주도한 프랭크가 자신이 거래했던 마약상이란 이유도 포함된다. 프랭크가 마약상이란걸 알고 드레이를 그에게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지만 결국엔 프랭크의 지시로 마약을 팔러 간 드레이에게 마약을 구입하는 댄의 처절한 모습이 그려지고 만다. 이 장면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자포자기한 모습의 연기는 잊을 수가 없다.

 

영화는 이 모든것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강렬하게 갈 수 있는 부분에서도 감정을 많이 덜었는데 이런 건조한 성격으로 영화의 절망적인 상황과 현실을 가식없이 담아낼 수 있었다. 결말은 적당한 타협이다. 절망적으로 내릴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아무래도 어린 학생과 교사의 우정에 중심을 둔 얘기라 주인공이 비록 직장에선 해고 당했어도 개선의 여지를 남기는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나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나 최선의 선택이었을것이다. 댄 같은 사람은 마약만 끊으면 금방 기사회생할 사람이다. 재활원 치료로도 회복되지 못한 중독자가 갑자기 어린 학생으로 인해 개과천선한다는것이 믿음직스럽진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인데 희망을 제시하는게 맞지 않나. 억지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주인공 댄이 한 사람이라도 교화시키려고 노력한것처럼 인생에서 좌절한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것이 이 작품을 감독한 라이언 플랙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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