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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모아나(더빙,자막,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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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6 0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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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신작 [모아나]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56번째 장편 만화영화이다. 평균주기로 1년에 한편씩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디즈니는 2002년에 [릴로 앤 스티치]와 [보물성]을 개봉시킨 이후 14년만에 한 해 두편의 작품을 공개했다. 2016년 하반기에 북미 개봉한 [모아나]는 2016년 상반기에 개봉하여 찬사를 받았던 [주토피아]와 함께 모처럼만에 같은 해 나온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만화영화이다.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신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가공된 동화이다. 실제 역사와 신화에 접목시킨 상상의 구현은 좋다. 실제로 기록된 바에 의하면 폴리네시아 제도 문화권에서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은 약 3,000년 전 수세기 동안 의욕적으로 태평양 탐험을 하면서 수많은 섬들을 발견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섬들이 타히티나 하와이 등의 섬들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의 항해에 1,000년이나 되는 공백기가 있었고 이후 2,000년 전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역사학적으로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이 갑자기 항해를 멈춘 1,000년의 공백기에 대해선 무수한 추측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디즈니의 [모아나]는 바로 여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역사적으로 미궁에 빠진 고대사의 항해 기록을 신화로 확장시킨 세계관이 흥미롭다. 1,000년의 공백기 끝에 다시 항해에 나서게 된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의 계기를 상상의 힘으로 절묘하게 매치시키는데 순간순간 역사와 신화와 상상이 맞아 떨어지는 교차점이 재미있다. 구구한 해석이 난무하는 폴리네시아 제도 문화권의 1,000년 항해 공백기를 이런식으로 채워내다니 오래 전부터 소재의 재활용에 탁월한 기지를 발휘했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재치가 빛나는 작품이었다. 고대 신화로써의 매력을 더하여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힘으로 이야기를 착지시키는 힘이 있다. 정서적으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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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로 봤을 때는 역대 성공작들의 후광효과에 기대려는 굉장히 의존적인 구성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소 안일하기도 하고 아류작의 흐름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기시감도 크며 그래서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 구성 곳곳에서 여러 작품을 짜깁기 한 흔적이 숨김없이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겨울왕국]이다. 이 작품은 디즈니가 [겨울왕국]이후 3년만에 내놓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인데 뮤지컬 구성이나 배역 설정, 장면 전환방식, 전개과정이 [겨울왕국]을 쏙 빼닮았다. 주제곡인 How Far I’ll Go가 쓰이는 방식, 곡의 흐름에서 고음부가 폭발하는 지점도 영락없이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의식한 결과다. 

 

보통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만화영화 제작기간이 3~4년 정도인데 [모아나]가 [겨울왕국]과 3년 텀이 벌어진다는것은 우연한 상황이 아닌것이다. [모아나]는 장면별로 일대 일 비교를 했을 때 [겨울왕국]의 구성에서 어디 하나 어긋나는게 없는 전개로 진행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정도면 영향을 받은것을 넘어서 리메이크 수준이다. 단순히 [겨울왕국]의 제작공식을 차용했다고 보기엔 너무 똑같다.

 

여기에 [모아나]의 공동감독인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의 초창기 공동 작업물인 [알라딘]의 지니를 그대로 재현한듯한 반신반인인 마우이도 지나치게 지난 흥행작을 답습한 결과이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반신반인 마우이가 우락부락한 체격으로 자신만만하게 개인기를 펼치고 뮤지컬 장면을 소화할 때마다 [알라딘]의 지니가 떠오른다. 주인공이 마우이를 만나는 장소도 [알라딘]과 흡사하다. 미지의 사막이 미지의 고립된 섬으로 대체된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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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는 폴리네시아 고대 항해 기록에 따른 역사적 소재의 발굴과 신화로써의 확장방식은 흥미롭지만 정작 이야기를 궤도에 올리고 나서부터는 지지부진해진다. 디즈니 세계관에선 생소한 배경설정과 왕자 없는 공주(라 할 수 있는 족장의 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멜로가 빠진 공주 이야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건지 이야기를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너무 몸을 사렸다. 설정의 차용방식만 매력있을 뿐 배역구성이나 이야기에 있어서 창의적인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미있고 짜깁기 신공으로 발휘된 재활용 방식임에도 먹혀드는 지점이 많아 유쾌하게 보기는 했지만 [모아나]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명예회복에 성공한 [라푼젤]이후 구성면에서 가장 게으르고 나태한 작품이다. 나온지 20년도 훨씬 넘은 [알라딘]을 재활용한건 그러려니 하겠지만 겨우 3년 텀이 벌어지는 [겨울왕국]을 이렇게 빨리 배경만 바꿔서 아류작을 자처하다니 실망스럽다. 

 

왕자 없는 공주 설정,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원주민들 시선에서 주도적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한 점은 과거 작품들에서 쉽게 묻어 나왔던 서구인들의 오만함과 편견어린 시선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발전된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암흑기인 2000년대에 [모아나]같은 작품이 나왔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주목과 성공을 거두었을까 싶다. [모아나]는 1990년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들의 흐름이 그랬던것처럼 영화 자체적인 힘보단 현재 뭘 해도 성공하는 디즈니의 흥행탄력의 기운을 받아 운좋게 묻어간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더빙은 정말 별로다. 나는 어색한 더빙을 먼저 보고 도무지 성에 안 차서 자막을 다시 봤다. 더빙영화가 활성화 됐던 예전과 달리 성우들의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적합한 목소리를 매치시키기가 어렵고 그래서 이렇게 어정쩡한 조우가 일어나게 된것같다. [겨울왕국]이후엔 애니메이션 자막상영과 심야상영이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겨울방학 기간이라 그런건지 [모아나]는 생각보단 자막상영이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춰보기 힘들 정도로 자막상영이 부족한것같지는 않다. 가급적이면 자막판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드웨인 존슨의 성우 기용이 무척 성공적이라서 자막판 흐름을 굉장히 풍성하게 해준다. 가창력도 기대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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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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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16 22:47:11

모아나의 사건과 갈등의 전개나,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새롭거나 신선하는 않습니다.

단순하죠.

뮤지컬 장르의 특징이자 한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많은 디즈니 뮤지컬 애니에 비해서도 모아나는 훨씬 단순합니다.

그게 모아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아나가 마을을 벗어나고부터

대사가 있는 캐릭터는 모아나, 마우이, 게, 단 세명뿐입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순서로 보자면,

전개, 위기, 절정까지 사실상 모아나와 마우이만 대사를 하고 있다해도 무방합니다.

 

수많은 떠벌이 조연 캐릭터들이 즐비했던 애니메이션들을 떠올린다면

헤이헤이(치킨)는 반드시 떠벌이 캐릭터였어야 했고,

중간에 만나는 귀여운 해적이나, 막판 보스(?)도 주절주절 떠들어댔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게 말고는 아무도 대사가 없습니다.

 

대사가 있는 캐릭터를 극도로 제한한 것은 디즈니의 과감한 결단이었다고 보며,

그 결과, 새롭지 않은데 새로운 느낌을 주는 

지극히 단순명쾌한 매력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주토피아를 재밌게 보긴 했지만

농사와 주차단속 업무를 경시하는 듯한 영화의 태도는 불쾌감이 들 정도였고,

주디와 닉이 중간에 틀어지는 계기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사건 해결이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기능이 있는 펜이라는 점,

주인공 두명 외에는 사실상 아무도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

"Anyone can be anything"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잘 표현되었는가는 좀 의문이 남습니다.

 

(아이들이 주토피아를 보고, 농사와 주차단속은 시시한 일이고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까봐 우려가 들 정도였으까요)

 

저는 모아나가 주토피아보다 더 매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정성스러운 글에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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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21:21:41

오늘에서야 봤는데 화려한 영상에 비해 내용이나 메시지가 너무 심심하더군요. 아니 심심하다기 보다는

두 감독에겐 죄송하지만 좀 올드한... --

소품이라 생각하고 봤다가 돈들인 티는 좀 나길래 놀랐습니다만....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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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16 23:10:55

너무 재미가 없더군요ㅠㅜ 재미가 없는것 빼고는 다 괜찮은데...그리고 윗분말대로 주토피아는 재미는 있는데 캐릭터를 다루는 시선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엇는데 저는 모아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물자체가 적게나와서 티가 덜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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