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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얼라이드(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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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21:58:40

마리옹 꼬띠아르는 [라비앙 로즈]이후 지난 10년 가까이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많은 헐리우드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앙상블 캐스팅 중심의 영화라서 이번 신작인 [얼라이드]처럼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비중의 주연급비중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물론 그 전 헐리우드 출연작들도 거의 다 주연급으로 참여한거긴 하지만 [얼라이드]처럼 세명 이하의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에서 극의 최소 반을 책임지는 주연급으로 들어간 작품은 없었다. 거기다 [얼라이드]는 제작규모도 제법 커서 마리옹 꼬띠아르가 이 작품의 성공으로 향후 헐리우드에서 최소 공동주연급의 위치로 기반을 다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

 

[라비앙 로즈]이후 지난 10여년간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자로서의 개인기를 압도적으로 펼쳤던 작품은 결국은 비 헐리우드 영화들이었다. 두번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작품도 다르덴 형제의 유럽 합작물인 [내일을 위한 시간]이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매 해 부지런하게 헐리우드 작품을 병행했지만 사람들의 뇌리를 사로잡은 연기들은 그녀가 모국어를 사용한 프랑스 영화나 유럽영화들의 주연작들이었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헐리우드 이력이 다른 프랑스 출신의 여배우들에 비하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편이긴 하지만 그녀가 동시에 병행했던 유럽권 영화들에서의 연기를 봤을 때 헐리우드 작품들에서의 모습은 비중도 그렇고 연기도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얼라이드]는 이전 마리옹 꼬띠아르의 감질났던 헐리우드 경력을 만회시켜주는 작품이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10여년간 쌓은 헐리우드 작품들에서 [얼라이드]만큼 분량이 많은 작품은 없었다. 첩보물의 탈을 쓴 멜로물임에도 요즘 헐리우드에선 드물게 8천 5백만불이나 투자된 규모있는 기획에서 당당한 주연급의 위치로 연기력을 발휘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모습이 반갑다. 비슷한 시기에 출연한 [어쌔신 크리드]에선 가장 출연 분량이 많은 여자 배역일 뿐 결국은 조연급이었지만 [얼라이드]는 상대역으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에 꿀릴것없는 주연급이다. 그래서 [얼라이드]의 흥행참패가 너무 아쉽다. 망해도 그냥 망한게 아니라 보기 좋게 박살이 나버렸는데 작품을 보고 나면 완성도가 제법이라 이렇게 망할만한 작품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요즘 보기 드문 대규모 기획의 고전적인 첩보멜로물이란것이 주목은 될지언정 장르적으로 전혀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듯싶다.

 

이 작품의 흥행실패로 인한 타격은 배우들보단 로버트 저메키스에게 더 크게 미칠것같아서 안타깝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장기간 퍼포먼스 캡쳐 애니메이션 제작과 연출에 집착하다가 오랜만에 실사영화인 [플라이트]로 복귀 아닌 복귀를 했을 때 실사판 연출력이 녹슬지 않았고 흥행도 잘 돼서 안도했다. 그 뒤 로버트 저메키스는 [하늘을 걷는 남자]와 이번 신작인 [얼라이드]까지 과거 실사 영화 연출작들에서 그랬던것처럼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하늘을 걷는 남자]도 흥행에선 완전히 말아먹었고 [얼라이드]도 죽을 쒔다. [하늘을 걷는 남자]야 저예산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얼라이드]는 대규모 기획물이다. 연출 경력을 갉아먹을 정도로 공을 쏟은것에 비하면 별 소득은 없었지만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달아 연출했던 퍼포먼스 캡쳐 기술의 애니메이션 연출작들도 구성은 안정적이었다.

 

마찬가지로 흥행에선 전혀 재미를 못 봐 향후 로버트 저메키스의 거취를 암울하게 하고 있지만 [얼라이드]도 최소 기본 이상은 하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실사물이다. [하늘을 걷는 남자]때처럼 [얼라이드]도 흥행실패가 의아하다. 극 자체적으론 꽤나 볼만하고 유려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준에서 본다면 예술영화 형태도 아닌 고전 첩보 멜로드라마 구성에 이 정도 예산을 퍼부은것이 시대착오적인 계산으로 보이긴 하는데 이건 영화가 실패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얘기이고 성공했다면 장르의 물꼬를 다시 틀어준 기점의 역할을 해줬다고 평가 받았을것이다. 첩보 멜로물인 [얼라이드]는 고전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도이긴 하지만 요즘엔 쉽게 볼 수 없는 구성에 풍성한 예산으로 기획된 결과물이라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찌즘이 팽배했던 2차 세계대전의 불안정한 기운 속에 각국의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결합한 스파이 남녀가 위기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직업적 신념을 저버리고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게 되면서 표면적으론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한다고 자위하던 차에 결혼 후 직업을 버리고 남자쪽으로 넘어온 여자는 남다른 출신성분 탓에 영국국가의 의심을 사게 된다. 결국 국가의 의심이 적중했다. 여자는 알고보니 이중간첩의 역할을 지시 받아 어쩔 수 없이 국가의 희생양이 되고 만것이다. 마타 하리가 되어 버린 여자는 어느 국가에서도 구제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시대의 한계를 절감한 남자의 절규로 마무리가 되는 진한 멜로물이다.

 

내용은 특별할게 없다. 익숙한 첩보 멜로물인데 이걸 감독은 정공법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분위기 있게 고전적인 멋을 살려 고풍스럽게 잡아내었다. 내용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의 치밀함이나 복선의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고 익숙함으로 무장된 안정적인 고전미 획득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배역의 개성이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는것도 아닌 느린 호흡의 드라마 구성을 지니고 있다. 내용보단 분위기로 끌고 가는 작품인데 그래서 예산 범위를 너무 높게 잡은게 아닐까 싶다. 극을 보다 보면 8천 5백만불이나 들어간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초기작부터 한결같이 기술력의 범위를 넗히는데 주력했던 로버트 저메키스 작품답게 이 작품도 현대의 발전된 기술력을 집약시킨 세련된 결과물이다. 비 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에도 촬영이나 세트 구현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게 느껴진다. 프레임도 일반 실사물보다 많이 쓴것같았다. 카메라의 속도감이 예사롭지가 않다. 매 장면 화보같은 촬영과 의상 등 기술적으로 굉장히 꼼꼼하게 만들어지긴 했는데 이야기의 범위가 좁다 보니 필요이상의 예산으로 기획된 느낌도 드는것이다.   

 

거기다 72시간 내에 아내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제거해야 한다는 사살명령이 떨어진 위급한 상황임에도 남자의 움직임이 둔감하고 시간의 촉박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설정은 긴급한데 설정을 이루는 성질이 느긋해서 긴장감이 상쇄된다. 과연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설정이라면 관객들도 여자가 첩자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해야 하는데 여주인공의 배역설정에 그러한 모호함이 결여되어서 흥미가 반갑된다. 여주인공의 묘사에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아서 결국은 국가가 의심한대로 여자가 첩자였다는 사실에 허탈해지고 만다. 이런 구성의 공백을 진한 멜로드라마 정서로 채우려하지만 브래드 피트의 감정연기가 나무토막같아서 매 장면마다 감정이 절절 끓어 넘쳐 오르는 마리옹 꼬띠아르와의 화학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것도 흠이다. 좀 더 감정연기를 섬세하게 펼칠 수 있는 남자배우가 했으면 좋았을 역인데 브래드 피트는 너무 뻣뻣하다. 브래드 피트가 가장 못 하는 평범하고도 모범적인 배역을 맡아서 연기력의 한계를 오랜만에 드러낸것같다. 그러나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녀가 프랑스, 유럽 예술영화들에서 보여줬던 넋나가게 만드는 연기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준다.

 

초반부에 매력적으로 휘어잡는 스파이 역할도 매혹적으로 표현했고 간첩이라는 정체가 밝혀졌을 때의 격렬해진 감정연기나 밀항을 시도할 때 갈등하는 내면연기, 브래드 피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것을 알고 전부 다 포기하고 자살을 택하는 극단적인 감정처리까지 헐리우드 대규모 기획물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멍석깔아주니 제대로 실력발휘까지 한다. 영화가 흥행이나 평단에서의 반응이 아쉽게 돼서 그렇지 능동적이고도 입체적인 연기는 역시나 기대이상이다. 구성면에선 빈틈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크나 고전 첩보 멜로물의 정서적인 힘에서 기운을 받는 작품이라 나는 괜찮게 봤다. 상투적인 설정을 이겨내려고 도발하려는 강박증을 버리고 서서히 돌진하는 느린 호흡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 점이 흥행실패의 패착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이 정도로 멜로 정서가 함유된 작품은 처음인데 연출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론 하워드도 그렇고 로버트 저메키스도 연출력은 녹슬지 않았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만드는 작품마다 줄줄이 망하는건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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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7-01-17 08:08:34

얼라이드

첩보스릴러물의 수작~

한번 더 보고싶네요..마리옹 꼬띠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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