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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어쌔신 크리드(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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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21 02:16:06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들 중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그나마도 연이은 흥행실패와 평단의 조리돌림의 도돌이표 같은 계보 속에 호평을 받은 예도 거의 없어서 2007년 유비소프트가 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성공시킨 동명의 게임을 각색한 [어쌔신 크리드]의 영화화 소식은 별로 내키지 않는 실사화 계획이었다. 그냥 일반적으로 평범한 수준의 중형급 오락물 기획이거나 블록버스터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텐데 이건 2015년판 [맥베스]를 연출한 저스틴 커젤의 차기작이었다. 거기다 [맥베스]를 작업하면서 죽이 잘 맞았는지 [맥베스]의 두 주역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를 그대로 영입하여 [맥베스]에 이어 연속으로 [어쌔신 크리드]의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맥베스]가 나올 때부터 [맥베스]출연진과 제작진의 연장선격인 작업으로 비춰졌던 [어쌔신 크리드]의 촬영 소식들은 수시로 공개됐었다. 그런데 장엄하고 비극적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비장미있게 받쳐주었던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 그리고 저스틴 커젤 감독이 의기투합한 연속 기획물이 실패의 우려를 잔뜩 사고 있는 게임 실사판이라, 뭔가 이들의 이름값에서 기대되는 품위가 손상되는 느낌이었다. 도무지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였던것이다. 저스틴 커젤 감독과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를 다시 한번 도약시키며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던 [맥베스]이후 바로 의기투합할 대상으로 [어쌔신 크리드]를 선택한건 너무 엉뚱했다.

 

개봉 전까지 꾸준히 올라왔던 이 작품의 촬영장 소식을 접했을 때도 흔하게 망가진 게임 실사판 이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게 일반적인 게임원작의 영화들처럼 불안하고 조악해 보였지만 그래도 감독이 [맥베스]를 만든 저스틴 커젤이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구석은 남아 있었다. [어쌔신 크리드]는 [맥베스]에 바로 이어 1년만에 내놓은 저스틴 커젤의 신작이었다. 연출력에 탄력이 붙을거란 기대를 갖기에는 충분히 짧은 작업 주기였다. 다작하는 마이클 패스벤더나 마리옹 꼬띠아르보단 편차가 훨씬 적을거라 봤다.   

 

결과적으로 저스틴 커젤 감독은 [어쌔신 크리드]를 통해 [맥베스]로 얻은 연출력의 신뢰를 지속시키는데에는 실패했다. 끝내주는 셰익스피어 재해석과 연출력의 깊이를 증명한 [맥베스]를 떠올려보자면 [맥베스]의 두 주역과 감독이 의기투합한 연장선격인 기획물로 [어쌔신 크리드]의 완성도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저스틴 커젤 감독도 역시나 게임원작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감독은 전작에서 증명한 능동적인 셰익스피어 재해석과 달리 1억 2천 5백불의 대작규모로 제작된 [어쌔신 크리드]에선 게임원작이란 제한된 테두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수안경 착용하고 즐기는 비디오 게임의 속성을 뻔하게 활용하여 철지난 [매트릭스]류의 도식적인 가상현실 설정으로 액자구성을 띄는 [어쌔신 크리드]의 서사는 너무 평범하고 조잡하다. 인류의 모든 근심과 고뇌를 짊어진듯한 나르시시스트의 표정으로 매사를 심각하게 대처해나가는 등장인물들은 이런 류의 SF설정의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이 마치 정답이라도 된듯히 잡는 무게와 행동양식으로 닭살만 생성한다. 그럴싸한 배경과 설정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우리가 지난 영화들에서 숱하게 보아 왔고 그래서 하나 새로울게 없는 게임의 기본적인 속성을 이용한 가상현실 체험 전개일 뿐이다.

 

초반부에 사형수였던 마이클 패스벤더가 사형 당하기 직전에 구사일생으로 구출되어 정체를 모를 조직인 '앱스테르고 인더스트리'의 감시를 받으며 아슬아슬한 실험대상으로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관계자나 동료들은 그곳이 감옥이 아니라곤 하지만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데 감옥이 아니라는게 우습다. 죄수나 다를게 없는 생활을 하게 된 주인공이 속한 새로운 공간은 연옥이나 중천과도 같은 세계인데 그는 과학자인 마리옹 꼬띠아르의 도움을 받으며 1492년의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그 시절 비밀 암살요원으로 활약했던 아귈라의 훌륭한 사상과 삶을 체험하게 된 주인공은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속알머리를 버리고 아귈라와 중세 암살단의 정신을 계승하여 곧 현대의 인류에 닥칠 거대한 재앙을 막아내는데 사력을 다한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현대엔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사형수인 칼럼 린치를, 중세에는 희생정신이 앞서는 암살대원인 아귈라 역으로 1인 2역을 맡았지만 칼럼이 자신의 조상인 아귈라의 삶을 체험했다기보다는 칼럼의 전생이 아귈라였다는것이 맞을것이다. 현대의 기술로 중세를 체험하게 된것이긴 하지만 시간여행같은 혼란과 모순된 긴장감은 없다. 인더스트리 연구소 사람들이 칼럼에게 1492년 스페인의 암살대원을 체험하게 하면서 풀리지 않는 비밀을 알아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자기들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과정의 유기성이 떨어지고 그저 툭하면 신체를 압박하여 중세로 넘어가 그 시절과 그닥 어울리지 않는 파쿠르 액션이나 보여줄 뿐이다.

 

게임의 실사화 방식이 평범한 가상현실 체험효과로 좁혀 있어서 식상하고 실망스러운데 반해 중세의 스페인을 그려내는 배경묘사와 빛을 담아내는 입체적인 화면구성은 극의 엉성하고 느슨한 서사에 아깝게 꼼꼼하고 근사하며 굉장히 사실적이어서 괴리감이 든다. 일반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특수효과나 특수촬영에 의존하지 얺았다고 하는데 배경묘사나 촬영만 보자면 대규로 불려낸 유럽 예술영화같다. 파쿠르 액션도 액션 자체로만 봤을 때는 매우 역동적이다. 감독이 어떻게 해도 망가지기 일수인 게임원작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한것같다. 초반엔 굳이 덤빌 가치가 없는 원작을 각색하여 재능기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가상현실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보는 이를 지치게 할 때면 재능기부에서 재능낭비로 소모된 느낌이다.

 

엉성하고 유치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너무 성실히 배역에 임해서 그의 진지한 열연만은 평범한 게임 실사판의 무기력한 기운을 넘어서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말은 곧 감독과 배우에 따른 기대치를 버리고 본다면 [어쌔신 크리드]는 게임 실사판으로선 기본적인 무난함을 갖췄다는 말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무난하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썩 잘 어울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최악은 아닌 마리옹 꼬띠아르의 생 단발머리처럼 종종 어색하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실패한 실험이었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중간에 상의를 탈의하고 실험에 참여하는 배역 탓에 극의 3분의 1쯤은 상의를 노출한 채 연기한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벗은 상반신과 특유의 긴 허리를 실컷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마이클 패스벤더 작품 중 가장 보기 좋은 근육질의 상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근데 배우가 체질적으로 살이 잘 안 찌는것같고 근육도 잘 안 붙는것같아서 운동은 배역에 대한 준비로 많이 한것같았지만 무적의 암살요원다운 건장한 체격은 의도한것만큼 형성되진 않았다.   

 

게임 원작의 영화화에서 진중한 걸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원작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데 작품성의 기준으로 판단하는건 무리가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어중간하다. 게임원작의 한계로 서사의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걸 각색의 참신한 방향으로 만회하지도 못했는데 시각적으로 예술적인 감각이 탁월하여 이런 류의 가상현실 체험 소재물에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오락성도 끄집어내지 못했다. 흔한 설정의 게임 실사판인데 [맥베스]와 같은 서사적 분위기로 주인공들이 온갖 폼을 다 잡고 있다 보니 객석에선 극의 어색한 겉멋에 중간중간 피식거리는 반응이 영화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졌다.  

 

블록버스터라 크레딧 길이가 길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쿠키영상도 없는 [어쌔신 크리드]는 크레딧만 14분이나 된다. 본편은 100분 정도 길이로 간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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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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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04:16:57

 게임 원작의 한계에 빠진게 아니라 게임도 못살렸습니다. 이 게임을 해보신분을 다들 동의하듯이 어쌔신 크리드는 과거가 주가 되야하고 현대 이야기는 거드는 식이어야합니다.

 하지만 스토리 진행은 현대에서만되고 과거씬은 그 그냥 액션뿐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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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16:13:29

영화도 그냥 과거이야기만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현대극이 다 망쳐놨음 ㅠㅠ

Updated at 2017-01-21 19:11:46

머드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원작을 해보셨는지 그 중 몇편을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게임 원작의 한계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왔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윗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스토리 진행을 현대가 아니라 과거에 집중해서 제작했다면 오히려 맥베스를 만들었던 장기를 잘 살려 지금보단 훨씬 나은 작품으로 완성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작 이야기가 있어야 할 과거는 이미지만 나열되었고 필요 이상으로 현재 상황에 무게감만 주고 있는데 그게 바로 겉멋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원작이 그렇게 조악하지도 않고 설정만 잘 살려도 얼마든지 영화화해서 좋은 결과를 낼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건 SF액션물이죠.  게임원작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헐리우드 SF물들 중에 게임 어쌔신 크리드 보다 설정이나 스토리가 안좋은 경우도 수두룩한 걸 감안하면 저스틴 커젤이 단순히 게임원작을 맡았기에 재능낭비를 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WR
2017-01-21 20:48:08

연출이 능력 밖의 일을 벌렸나 보군요.

2017-01-22 08:37:27

 그냥 단순한 크레딧이 13분이라구요?

어마어마한데요?

WR
2017-01-22 09:39:26

네. 영화연속 관람할 때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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