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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더 킹(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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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2:40:51

2017년 1월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은 명절연휴기간을 노리고 개봉일정을 잡은 한국영화 [더 킹]이다. 이 작품은 요즘 툭하면 충무로에서 생산되는 사회풍자물이다. 그렇다. 또 사회풍자물이다. 한재림 감독이 [관상]이후 햇수로 4년만에 발표한 신작인데 보기도 전부터 예상범위가 좁혀지고 그래서 피로해지고 마는 사회풍자물인것이다. 한재림 감독은 4년 전 사극 유행의 바람 속에 제대로 탄력 받고 흥행한 [관상]에 이어 이번엔 사회풍자물의 유행 속에 [더 킹]을 지휘했다. 그래서 [더 킹]은 전략적으로 기획된 매우 눈치 빠른 상업영화로 느껴져 사회풍자물로써의 소신이 의도한것만큼 와닿지는 않았다.

 

한재림은 이 작품 전에 [관상]에서도 그랬고 익숙한 조폭소재를 가장의 무게감에 짓눌린 한 중년남자의 소시민적 자화상으로 덧입힌 [우아한 세계]에서도 그 시기에 가장 무난하고 익숙한 소재를 끌어다가 전략적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써왔다. 매번 유행의 흐름 속에서 후발주자로 나서면서도 오락성을 유지하여 대중성을 획득하는것도 굉장한 능력인데 한재림의 4번째 연출작인 [더 킹]에서도 한재림의 상업 기획영화 감각은 다시 한번 적중했다.

 

[더 킹]은 사회풍자물로써의 진중한 책임감이나 주도적인 자세는 보이지 않지만 근래 나온 국산 사회풍자물 중에선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이며 부담이 없는 오락물이었다. 감독이나 제작진도 기존의 사회풍자물들과 달리 본격적으로 비리검사의 행태를 무차별적으로 까발린 차별화 된 대상선정에서 소재에 대한 책임감이나 경쟁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을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더 킹]처럼 비리검사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은 없었던것같다. 그러나 이것도 사회풍자물의 인기가 지난 몇 년 동안 식지 않고 지속되다 보니 식상한 장르, 익숙한 사회풍자물의 구성에서 최소한의 개성을 띄우려고 이런 장르에서 써먹을 수 있는 제한된 직업분야에서 조율을 하다 보니 검사의 영역으로 넘어가 적당한 선에서 소재의 타협을 한것처럼 보인다.

 

[더 킹]은 제법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사회풍자물이 각광 받고 있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존적인 상업기획물의 흐름에서 영악하게 살아 남은 기획력의 승리로도 읽힌다. 과거 각각의 유행 속에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안고도 깊은 완성도로 대외적인 도약에 성공했던 잘 만든 조폭코미디, 잘 만든 멜로물, 잘 만든 한국형 신파코미디를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선두에 선 사회풍자물은 아니기에 지금 봤을 때는 극이 군데군데 심어 놓은 극적인 장치에서 받게 되는 감흥은 의도한것만큼의 효과를 못 보고 있다.

 

그러나 한 직업분야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풍자의 호흡을 놓치지 않는 구성의 합이 좋다. 과도한 광기와 감정의 호소, 음향과 음악사용으로 부담을 주었던 감독의 전작인 [관상]과 달리 [더 킹]의 구성력에는 여유가 있다. 한재림은 이번 작품에서 전작의 겉멋을 버렸고 관객에게 몰입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사회풍자물의 예리함으로 공감과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그러면서도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유머러스한 태도로 사회풍자물로써 겨냥해야 할 지점을 뚝심있게 짚어냈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건 국산 사회풍자물에서 지겹게 볼 수 있는 극의 중심격으로 배치된 나잇살 좀 먹은 남자배역들이 과시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허풍, 사회에 찌들대로 찌든 그들이 매 순간마다 인상 팍팍 구겨가며 명대사를 의식하고 막말을 쏟아내며 귀를 간지렵히지 않아서이다. [더 킹]은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하게 자행하는 겉멋이 없다. 겉멋의 낯뜨거운 정서 대신 유머를 채웠다. 물론 형제격 영화들과 같이 [더 킹]에서도 툭하면 욕하고 속이며 자학적인 대사들을 치는 등장인물들의 위선은 민낯으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끝까지 속도를 유지하는, 사회풍자물이 마땅히 지녀야 할 유머러스한 태도가 정형화된 인물과 설정의 한계를 중화시켜주며 몰입을 돕는다. 정우성과 조인성은 여전히 연기를 못하는데도 극이 소재와 직업을 유쾌한 방식으로 비틀고 몰아세우는 덕분에 이들의 어설픈 배역소화력까지 비틀기의 의도로 흡수시킨다. 분명 본인들 딴에는 최선을 다한 열연이었겠지만 상황설정과 인물이 처한 감정상태를 봤을 때 매 장면마다 표현력이 부족했고 너무 단순했다. 이걸 빠른 호흡의 풍자 정서가 무마시켜준다.

 

전체 구성이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친구들]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조정시킨 [범죄와의 전쟁]을 보는것같은데 보이스오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마틴 스콜세지의 범죄물에서 극의 영감을 많이 받은듯싶다. 감독은 이런 설정을 가진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의 범죄물같은 전개를 따를 수 밖에 없는것이라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것에는 부인하는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 방면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들이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영화들이니 비교당하는것도 어쩔 수 없다. 영화 시작하고 바로 교통사고가 나고 슬로우모션 처리되면서 조인성의 보이스오버가 깔릴 때부터 [좋은친구들]이나 [카지노]등이 바로 떠올랐다. 영화도 [좋은친구들]과 같은 정서로 전개된다. 특별출연한 김아중은 [좋은친구들]의 로레인 브라코 정도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소재도 다르고 [좋은친구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던져주었던 서늘함과 묵직함에는 못 미치지만 이야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 유사하다.

 

한국영화 속에서 검사들은 대게는 거만하고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것같은 자신감으로 들 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직업분야를 낱낱이 까는 영화가 나왔으면, 싶었는데 [더 킹]이 그런 면에서의 수행이 확실했고 온갖 비리와 연관된 검사들의 유착관계도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현실감있게 꼬집었다. 후반부의 전환점이 다소 무리가 있고 비현실적인 반전이라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기적이고 악랄한 세상에서 되찾은 양심으로 그나마의 정의를 구현해 내려는것에서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희망을 엿보았다. 지난 달 그럴싸한 포장으로 뭔가 대단한게 있는것처럼 폼을 잡더니 결국은 시시한 [검사외전2]로 전락했던 [마스터]가 하지 못했던 사회풍자물의 반전과 통쾌함, 조소의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한재림의 데뷔작인 [연애의 목적]부터 4번째 작품인 [더 킹]까지 보고 나니 소재를 다루는 폭도 넓고 순발력도 좋다. 이번에 [더 킹]을 보면서 처음으로 한재림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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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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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7:08:56

스콜세지의 울프오브월스트리트도 많이 떠오르죠. 특히 뜬금 춤장면이라니...대단히 편집을 못한 울프오브월스트리트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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