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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공조(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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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24 14:59:40

[공조]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명절용 국산 코미디이다. 설정을 이겨내는 서사의 구성은 서툴기 그지없고 코미디를 우려내는 방식은 의존적이며 웃기기 위해 밀어넣은 대사는 노골적이라서 절반 정도만 먹혀드는것같다. 그러나 소재에 대한 시선이 너무 무겁지 않고 풍부하고 입체적인 코미디를 뽑아내기 위해 너무 머리를 안(못) 쓴 덕분에 오히려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것같다. 웰메이드의 부담감이란게 있다. 소문 좋은 작품이라 보고 나면 칭찬을 하거나 뭐라도 의견을 붙여야 할것같은 의무감, 보기도 전부터 잘 만든 작품이라니 집중하며 행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중한 숙제가 던져지는 느낌인것이다.

 

단순하고 어설프고 엉성하며 유치하고 뻔뻔하게 소재주의로 헛발질을 하는 북한용병 소재물인 [공조]는 그런게 없다. 흥미있는 설정을 적당히 훑어 관객의 호기심을 증가시키고 영화 속 위기상황에만 적용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과 특별한 운대, 신기한 우연의 일치를 적용시킨다. 이렇게 듬성듬성하게 서사를 메우는 동안 수시로 막간의 상황을 두어 소모적인 말장난과 슬랩스틱을 활용하여 코미디의 양념을 친다. 액션에 꽤 공을 들였는데 대표적으로 '본' 짜깁기이긴 하나 땀내 나는 육탄전이 화끈하고 속도감이 있어서 북한군인으로 나오는 현빈을 중심으로 한 액션 장면은 볼만하다. '본 시리즈'에서 영향 받아 만든 흉내내기라도 현빈이 중국음식집에서 두루마리 휴지 하나 가지고 수십명의 장정들을 아작내는 장면 등은 합도 잘 맞고 화끈한 맛이 있다. 전형적인 액션구성이긴 해도 초반부와 후반부를 장식하는 총격장면이나 남한에서 차기성을 잡는 과정에서의 각종 추격적도 기본적인 박진감은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끄떡없는 체력과 기술력,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과묵하며 감정의 절제를 잘 하지만 알고보면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북한에서 넘어온 꽃미남 용병 설정은 너무 도식적이다. 대체 한국 현대물에서 그려지는 북한 용병 설정은 언제쯤이면 정형화된 틀을 깰 수 있을까. 북한 간첩 혹은 북한 출신의 용병 설정은 왜 늘 젊은 꽃미남 배우가 맡아야 하는것일까. 배우기용도 그렇고 성격묘사도 한결같다. 똑같은 배역을 가지고 배우만 바꿔서 연계되는 연작시리즈물을 보는것같다. 영화들은 각기 다른데 배역설정과 묘사방식은 다 똑같다. 남한에서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간첩이 됐건 달동네 거지가 됐건, 국정원 출신의 남자와 의형제같은 관계를 맺게 되건, 아니면 억울하게 용의자 신세가 되어 본으로 빙의하여 도망자가 됐건 그들이 드러내는 실력은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의 능력이 아닌 초능력 슈퍼히어로 버감가는 수준이며 본인만 모르는 절세미남이다.

 

그리고 이들과 붙는 경쟁자이자 곧 동료로 바뀌는 남한쪽 인물은 직업의식도 결렬되어 있고 타고난 게으름뱅이이며 외모적으로나 생활방식이나 한심하게 퍼져있다. 그러나 종종 괴팍하고 다혈질로 사리분별을 못할 때도 많지만 특유의 인간성으로 정은 많아서 타고난 용병인 무뚝뚝한 꽃미남 북한군인의 마음을 녹이고 코미디와 신파감정 유도에 충실하다. 언제부터 영화 속 북한용병은 꽃미남으로 굳어지게 된것일까? [간첩 리철진][쉬리][공동경비구역JSA]등이 나왔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러진 않았던것같은데 말이다.

 

아직도 먹히는 '본 시리즈'풍의 액션묘사 짜깁기에 무심한듯한 표정으로 드러내는 상처투성이 구릿빛 복근과 생활근육을 위장했지만 알고 보면 단기간에 다져낸 가슴근육의 훤칠한 북한 꽃미남 용병 설정이 이 방면에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이상화된 모습인가 보다. 남한에서 각종 사건을 일으키고 온갖 사람들과 엮이는 북한 남자 이야기들을 보면 꽃미남이 나오지 않는 작품들은 실패했다. 최근의 [그물]도 그렇고 김명민 주연의 [간첩], 한석규 주연의 [이중간첩]도 흥행에서 재미를 못 봤다. 그러나 북한 꽃미남 용병 설정을 지닌[의형제][은밀하게 위대하게[용의자]등은 성공했다. 우락부락하거나 꽃미남과 거리가 먼 배우가 북한군인으로 주인공급의 역할을 맡으면 흥행은 빗겨간다. 

 

현재 [공조]도 현빈 영화 주연작 중 최초로 국내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인데 영화만 찍었다 하면 망하는 현빈도 과묵한 북한 꽃미남 용병으로 나오니 기분좋은 흥행을 하는것을 보면 영화 속의 북한군인 판타지는 앞으로도 유효할것같다. 현빈은 이번에 [공조]를 홍보하면서 328만이 손익분기점인 [역린]은 380만명 이상을 동원하여 손익분기점을 넘겼는데 사람들이 실패했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걸 믿어야 하는것인지 모르겠다. [역린]이 개봉했을 때 처음 공개된 손익분기점이 400만이었다. 근데 영화가 혹평에 입소문도 안 좋게 나면서 개봉 2주차에 하락폭이 너무 컸고 어떻게 해서든 자사 배급의 흥행작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롯데는 갑자기 말을 바꿔 손익분기점을 320만으로 낮추어 교묘하게 [역린]을 흥행작으로 둔갑시켰다.

 

근데 영화의 손익분기점이란 극장 수익으로 기준을 잡는것이지 해외수출가, 2차 시장에서의 수익을 모두 고려해서 맞추는건 아니다. 우리가 극장상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인정해주는 영화들은 다 개봉관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한 경우다. [역린]의 금세 말을 바꿔 손익분기점을 320만이라고 낮춘것은 2차 시장에서 발생할 향후수익을 고려한 계산인데 통상적인 손익분기점 기준에서 봤을 때 이런 계산은 반칙이다. 개봉 당시 흥행에서 완전히 실패한 [복수는 나의 것]은 개봉 후 7년 동안 해외수출로 제작비를 회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복수는 나의 것]을 손익분기점 넘긴 흥행작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공조]는 현빈이 손익분기점 넘긴 자신의 주연작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첫 영화 흥행작이 될것같다. 인기에 비해 찍는 드라마도 거의 다 망하고 영화도 흥행면에선 되는게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공조]같은 영화라도 흥행에서 싹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영화는 평범한 명절 국산 코미디의 노골적인 상술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설정도 좀 납득하기 힘들었다. 극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묘사되는 위조 지폐 동판을 보면 지폐 앞,뒤 모양이 새겨진 실물 지폐 크기의 금덩이 4개일 뿐 그 안에 특수한 장치가 부속되어 있는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거 하나로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위조 지폐를 만들 수 있다는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임철령이 차기성의 복수로 납치된 김진태의 식구들을 구하기 위해 1시간도 안 돼서 순간이동하듯 몸 하나 믿고 건너온것도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고 차기성이 은거하고 있는 저택에 당도할 때도 너무 순식간에 해결된다. 꼭 모든 일이 터지면 나타나는 경찰인력의 묘사도 헛웃음이 나오는건 부차적인 문제다. 위기의 묘사를 위해 필요할 때만 사용되는 CCTV감시 설정, 슈퍼히어로급 사격실력과 수백개의 총알도 장치 가능한듯한 마법의 총자루 등 액션의 긴박감을 위해서라면 어떤 허무맹랑한 설정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 작품이 [공조]다.

 

김주혁이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잠깐 보여준 악역 연기가 감질 나 [공조]에서 작정을 하고 준비를 했다는데 정말로 위협적이고 냉철함으로 무장한 북한용병의 광기와 잔인함, 탐욕스러운 내면의 깊이가 느껴져 인상적이었고 현빈의 북한 사투리 연기도 예상보단 자연스러웠다. 윤아가 의외로 코미디 감각이 좋아서 후반부까지 계속 나왔으면 극의 양념 기능이 더 풍부해졌을것같다. 제작과 공동각색을 맡은 윤제균은 비중이 크지 않은 처제 역에 윤아가 캐스팅될 줄도 몰랐고 윤아가 그 정도로 푼수연기를 잘 해낼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각본상 인질은 아내와 딸만 설정돼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윤아가 캐스팅되고 코믹연기까지 맛깔스럽게 해낸것을 보고 처제 역의 적은 분량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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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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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4:09:14

차라리 현빈하고 유해진의 역할을 바꿨으면 어땠을까요. 현빈이 닳고 닳은 남한 형사, 유해진이 엘리트 북한 군인.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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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4:50:26

그러니까요. 무적의 사연 많은 꽃미남 북한군인 설정. 너무 식상해요. 근데 유해진이 엘리트 북한군인 역이었으면 럭키와의 기시감이 생겼을것같긴 합니다.   

2017-01-24 14:20:16

아무 기대 안 하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보니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특히 윤아의 코믹 연기는 정말 진국이었습니다. 

2017-01-24 14:23:47

 감독이 아니라 제작사인 윤제균(국제시장 감독)이

윤아가 캐스팅 된줄 몰았다고 하네요

윤아처럼 잘 알려진 배우가 캐스팅 될줄 몰랐다고 하네요

그리고 시나리오상에도 부인 딸 밖에 없다고 하고..

 

WR
2017-01-24 14:51:47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08&aid=0002585715

이 기사를 읽고 쓴건데 혼동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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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6: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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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09:33:32

어제 보면서도 유해진 가족의 납치가 참으로 뜬금없든데 정말 제작진에서는 이런 허술한 플롯을

생각지 않는 것인지... 영화가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 부분 때문에 내용면에서 헛점이더라고요.

납치 전에 미리 복선이라도 넣어서 김주혁 일당이 남한 형사의 신분이나 소재지 같은 걸 파악하는

장면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말이죠.

Updated at 2017-02-03 09:42:28

시간 때문에 편집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애초부터 암것도 안찍었다면 정말 

어이 없는 겁니다만..  아니면 윤아가 유해진한테 언니랑 조카 납치되었다고 울면서 

전화하는 장면이라도 마지막으로 좀 넣든지요. 

다들 그럼 윤아는? 할 거 같은데 아무 말이 없는게 신기합니다. 

2017-01-25 10:01:41

북한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한국 영화계에 주어진 어드밴티지 같은 거 아닐까요? 비슷한 외모를 가졌고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의 이방인. 그래서 한국 배우를 쓰면서도 아주 쉽게 타자화가 가능한...

꽃미남 북한 용병이라는 클리셰는 당분간 더 울궈먹을 듯 합니다.

2017-01-25 11:06:17

김주혁과 윤아는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윤아 캐릭터는... 음 윤아가 연기를 굉장히 잘했다기 보단 윤아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렸고 적재적소에 잘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첫 윤아의 등장 때부터 그 캐릭터가 어떻게 사용될지 딱 느낌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웃겼어요. 근데 후반 클라이막스에 웃음포인트로 더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네요. 우리나라 영화들은 후반엔 너무 진지하게만 가려는 경향이 있어서 윤아의 롤도 제한적이지 않았나 싶군요.

2017-01-25 13:00:07

 액션장면은 늘어지고 코미디는 뻔하고 스토리는 뜬금없는 그 정도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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