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컨택트] 내가 생각하는 햅타포드의 우주(스포유)
"컨택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쓰다 보니 반말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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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는 주인공 루이스가 외계생명체 '햅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사고방식이 서서히 그들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라 생각했던 게 실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원작과 영화 모두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햅타포드의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루이스는 그들처럼 사고하고,
마침내 미래를 '인식'하게 된다.
이건 '예지'가 아니다!
딸의 죽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루이스는 그걸 받아들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만일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를 갖지 않는다면 딸이 죽는 미래는 없다.
햅타포드어를 배우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딸의 죽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고,
시간도 그때부터 존재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이에 대한 이론도 있지만...)
그리고 138억 년 동안 시간은 단 한 순간도 과거로의 후퇴 없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시간의 속성을 표현하는 말이 '시간의 화살'이다.
우리는 우주의 탄생과 함께 쏘아진 시간의 화살촉 가장 끄트머리,
그 매 순간을 살아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간의 속성은 '인과율'이라는 철옹성을 만들었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으며, 결과가 원인을 앞설 수 없다.
모든 시간여행 영화가 과학적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원작에서는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인간의 인과적인 사고방식과
햅타포드의 목적론적인 사고방식을 설명한다.
영화에서는 이를 '과감히' 생략했다.
햅타포드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을 동시에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들의 우주는 어떤 것일까?
햅타포드의 우주는 그들의 문자처럼
처음과 끝이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햅타포드 한 개체의 생명이 유한하다면 그 완결된 고리의 한 마디를 사는 것이며,
그 마디의 시간 모두를 인식하는 것이다.
어쩌면 모든 사건의 경우의 수만큼 무한한, 완결된 상태의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소위 말하는 평행우주(=다중우주)다.
거기에는 영화 속 딸의 죽음을 앎에도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우주가 있을 것이고,
다른 우주에는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은 루이스가 살아가는 우주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인식하는 우주에 맞춰 진화해왔고 고정되었다.
이를 깨버리고 달리 사고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2차원 평면에 사는 생명체가 3차원의 높이라는 개념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어도 햅타포드의 우주와 그들의 인식 방식을 이해하려고 하는 건
쓸 데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SF이며, 원작자나 각본가 역시 그 모든 걸 이해하고 개념을 완성해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로 상상해보고 긁적여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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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은 원래 풍요로운 곳이었습니다. 태평양의 망망대해에 위치한 섬이라 인구를 급속히 불려나가며 전성기를 맞이했죠. 그런데 지나친 자원고갈로 인해 이스터 섬의 문명은 파괴되고 부족간의 격렬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부족간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이스터 섬의 자연환경은 복구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남은 인구는 몇 십분의 1수준이었다고 하더군요. 마침내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이스터 섬을 방문했지만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이 신석기 상태인데다 아사직전인걸 보고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철제 '무기'를 주려했지만 두려움에 질린 원주민 지도자들은 오히려 유럽인들을 공격하고 유럽인들이 반격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그럼에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많은 수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의 배를 타고 칠레같은 곳으로 도망쳐나왔습니다. 마침내 유럽인들이 전해준 '무기'를 배우고 이스터 섬을 복구할 능력을 갖춘 원주민들이 다시 이스터 섬을 찾았을때는 이스터 섬의 문명이 끝장난 다음이고 소수의 원주민들만 남았을 따름이죠. 그런데 지금 와서는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섬을 찾아내고 문명을 건설한 이스터 섬 원주민들의 역사가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으나 그 역사를 찾아내는게 어려우니 참 아이러니 할 따름입니다.
유럽인들이 대항해시대중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한건 후추를 원했던 것이지 처음부터 식민지로 만들 생각은 없었거든요. '총,균,쇠'라는 책에 문명간의 충돌의 대표적인 사례로 나오는 것들을 보아도 외계인들 '햅타포드'들이 지구를 방문한 목적은 이스터 섬을 방문한 유럽인들과 같다고나 할까나...
우주(=태평양)를 자유자재로 여행할 정도로 고도화된 문명에게 인류(=이스터 섬 원주민)들은 원시인으로 보이겠죠. 하물며 시간을 자유자재로 여행할 정도로 고도화된 '햅타포드'들이 지구를 방문한 목적은 상상의 영역이겠죠.
어쨌든 이스터 섬의 원주민이 된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자니 계속 긴장하게 되더군요. 혹시나 저런 강대한 힘을 가진 외계인들이 우리를 공격하지나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말이 SF영화지 근래 보기 힘든 공포스릴러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