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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두 번째 '컨택트'] 우리 인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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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11:59:07

원작을 읽고, 시사회로 첫 관람을 하고, 어제 두 번째 "컨택트"를 했습니다.

 

예전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정성일 평론가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한 영화를 두 번 볼 때 시작됩니다.

이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니라 프랑소와 트뤼포라는 감독의 얘깁니다.

트뤼포감독의 영화광의 단계는 3단계가 있는데요.... 첫 번째 단계는 한 영화 두 번 보기,

두 번째 단계는 영화평 쓰기, 세 번째 단계는 영화 찍기, 이것이 최고의 단계라고 얘기합니다."

 

어제 "컨택트"를 다시 보면서, 

순간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기억하는 게 얼마나 부정확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보고 간단한 느낌을 얘기하는 것

그 이상의 평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노화에 따른 뇌세포 감소에 의한 제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

 

첫 관람 후에는 원작에 없던 설정을 무리하게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군인들에 의한 폭탄 테러나 중국을 주축으로 한 공격 시도 같은 경우가 그런데요.

결과를 알고 보니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자세히 보이고, 그게 나름 이해됩니다.

물론 처음 볼 때 관객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죠.

 

이해할 수 없는 설정 상 오류가 보이긴 합니다.

중국 장성과의 통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더군요.

이런 오류야 많은 영화에서 지적되는 부분이니 넘어가고...

 

이안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쩌리라는 얘기까지 듣는...^^;;;

사실 원작을 읽어봐도 중요한 물리이론을 설명해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비중이 큰 건 아닙니다.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루이스가 주인공이고,

그를 옆에서 받쳐주는 역할로서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은

원작의 제목이자 주제인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에서도 잘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햅타포드와 접촉하고 햅타포드어를 습득하면서 변해가는 루이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결국 루이스와 루이스의 딸,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들더군요.

 

다만,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햅타포드가 지구에 온 이유라든지, 셀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장면 등으로

루이스를 '예언자'나 '구원자' 같은 "공인"으로 만들어버려서

원작이 가진, 혹은 영화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희석돼 버린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의 확대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인생의 이야기"가 곧 "우리 인생의 이야기"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루이스는 딸의 불치병을 앎에도 그 삶을 택합니다.

어린 딸과의 대화에서 그건 막을 수 없는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 삶을 소중히 살아갑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 무슨 이유로 죽는다는 걸 모른다는 게 다를 뿐이지,

우리 운명의 끝도 죽음이고, 이별입니다.

부모나 배우자의 죽음, 혹은 나의 죽음.

 

이런 정해진 운명이 두렵다고

태어나기를(?), 사랑하기를, 자식 갖기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최초의 선택(탄생)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지만 말이죠. ^^;

 

루이스가 딸을 사랑하며 삶을 소중히 살아가는 것처럼

나도 그래야 하지 않나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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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7-02-07 13:08:33 (218.*.*.105)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좀 엄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단순히 영화를 두 번 본다고 해서 영화가 좋아진다기보다는, 영화를 한 번 더 볼 생각을 한 사람은

이미 그 영화로부터 흥미로운 점-긍정적인 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고, 한 번 더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자신이 첫 관람에서 얻은 것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가 더 강해지는 거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두 번째 감상할 때는 이전 관람에서 얻은 호감과 정보의 영향으로 영화를 좀 더 쉽게,

잘 이해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은 더 커지기도 하겠죠.

일반적으로 재관람할 때의 느낌이 첫 번째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아직 영화를 두어 번 더 보고 나서, 이 영화가 망작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도 하네요...


인간에게 첫인상이라는 게 매우 큰 힘을 발휘하고, 고쳐지기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이 이와 같은

맥락이지 않은가 싶고요, 작품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감독이나 배우에 관해

기존에 갖고 있던 호오의 감정을 내려놓고 작품과 대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죠...

 

WR
2017-02-07 13:19:16

망작이라 생각한 작품을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겠죠. ^^;;;

 

어제, 다시 볼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보게 되었어요.

처음 볼 때 나쁘지는 않고 그저 그랬던 게,

그 맥락을 좀 더 잘 이해하며 보니 좋은 쪽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반복 관람하면 놓친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 좋지만,

첫 인상이 너무 강렬한 경우에는 결코 다음 감상에서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있죠.

'칠드런 오브 맨'의 마지막 롱테이크씬 같은 경우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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