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컨택트, 현재를 느끼다. (스포가득)
디피의 평을 보고 있자니 이 영화는 꼭 봐야만 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엠투관이나 아이맥스관에서 상영하지 않아 무척 아쉬웠습니다만, 화질, 음향 모두 만족하였습니다.
이하는 강력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저는 루이스가 인식하는 딸과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다분히 블러 처리된 듯한 포토샵 먹은 즉석사진 같은 시각효과가 곁들여진 아름답게만 보이는 과거 기억속에 루이스와 딸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딸이 커가며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찰나 한나의
"I hate you!"라는 말 뒤에 루이스는 병으로 딸을 잃어가는 동시에 지키게 됩니다.
그리고 제 뇌리를 강하게 떄린 come back to me.
초반 루이스의 딸 한나가 신생아 시절 자다 깨어나며 루이스가 외치는 그 대사!
병에 걸린 한나가 죽어가며 다시 루이스가 전하는 루이스의 come back to me!
한나의 이름처럼 대칭을 이루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족이 늘어나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던 시절을 루이스가 한나를 잃으면서 다시
그 감정을 되찾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나서 강의실 장면으로 바뀌며 마치 딸을 잃은 후에 피폐해진 루이스를 그리듯 보여주는
이 감독의 트릭...
마지막 장면과 영화후기를 보고나서 이야기 전개가 비로서 이해가 가더군요.
외계인과 소통하는 루이스의 모습은 humanity 그 자체였습니다.
초반부 외계인 침공(?)후에 각국이 불신에 빠지며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정보 공유를 막습니다.
정보의 치우침은 각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키죠.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 지금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불신의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언어학자로서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학문적으로 다가갑니다.
우리의 언어를 이해시키려 않고, why라는 단어를 바로 꺼내지 않고, 그들이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리라 미리 재단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가 외계인을 그렇게 대한데는 학문적인 배경이 든든해서 였을까요?
외지인이라는 불안정한 요소가 느닷없이 등장하면 누구나 두려움을 겪게되고 그 외지인이라는 것을
쉽게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uman인 우리가 humanity를 갖춤으로서 지금과 같은 극한의 대립을 이겨나가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건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 항목일 겁니다.
또, 저는 외계인이 12군데 등장한 데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호전적인 국가 (러시아, 차이나)에서부터 아프리카 빈국, 동북아시아 두 곳을 비롯해 육지 해상 가릴 것 없이 말입니다.
애초부터 외계인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루이스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 기대하고 (이미 알고있고) 하나의 우주선만 보냈도 될 텐데, 왜 12개나 보냈을까요?
이 의문은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루이스가 마지막에 지구를 구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일련의 사건들은 무지 급박하게 이어집니다.
다원우주론이 존재한다면 그 상황에서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루이스가 존재한 우주도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들은 12곳이나 우주선을 보내 또 다른 루이스 혹은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 아닌가...
루이스에게 운명은 주었지만 선택이 가능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루이스는 헵타포드와의 접촉을 그만두어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포기해버리면 루이스는 외계인의 weapon, gift를 얻지는 못하지만 겪어야 하는 고통 역시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에 루이스가 이안에게 전생을 내다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죠.
루이스에게 이안, 미래의 남편과 딸 한나는 어찌보면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기억이자 숙명이었습니다. 다시 상실을 겪으며 가슴이 메어지더라도 우리는 그 선택을 하고야 말 겁니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그 아버지가 선택한 것 처럼 말이죠. 이미 그녀에게 딸 한나는 현재였으니까 말입니다.
사실 초반부와 회상장면에서 유난히 클로즈업해주는 루이스와 한나의 스킨쉽을 보며 울컥울컥하더군요. 아이 가지신 부모님이라면 아시겠지만 언젠가는 흘러가버리지만 아이가 어린 시절, 살과 살을 맞대며 행복한 기억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정말 소중한 기억이니까요.
저는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평소라면 시간에 치여 비싸다는 핑계로 대충 때웠을 식사를 맛있는 음식을 입안가득 머금고 그 맛을 음미하였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무엇이 중요한지는 몰라도 현재의 시간만은 온전한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시간을 넘나드는 그녀가 과거, 미래를 모두 현재처럼 느끼고 그 시간만 다시 충실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에게는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주연배우 에이미 아담스가 열연한 엄마의 역할은 참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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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에는 다중우주(multibus, 다원우주)의 개념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한다는 개념은 다중우주론과 상관없이 '상대성 이론'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합니다. 만약 다중우주의 관점으로 12개의 우주선을 보냈다면, 이들이 같은 차원에 있는 지구로 오면 안 되죠. 루이스가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우주로 가야 합니다. 즉, 12개의 우주선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이 다중우주를 상정하고 우주선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더불어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도 없죠. 단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지'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만 제시됩니다.
단순히 언어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12개로 메시지를 나눠 보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안이 말한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