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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컨택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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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7:41:35

중국계 미국인 작가인 테드 창이 1998년 발표한 중편 SF소설인 [네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컨택트]는 [그래비티]라는 어미와 [인터스텔라]라는 아비 사이에서 태어난 SF신작같다. 원작을 제공한 테드 창은 이 작품을 실은 작품집이자 현재까지 작가의 유일무이한 작품집이기도 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2002년 엮어 발표했고 국내엔 2004년에 번역 출간됐다. 2004년에 '행복한책읽기'출판사에서 출간됐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작년 10월에 출판사를 옮겨 재출판됐다. 개정판은 아니고 출판사만 바뀐것이다. 역자도 2004년에 이 작품을 번역한 김상훈과 동일인물이다. 영화의 원작이 수록된 테드 창의 작품집이 새로 갈아탄 출판사는 '엘리'출판사이다.  

 

현재 [네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 [컨택트]가 매니아를 양산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어서 원래도 그 계통에서 명성이 자자했고 인지도가 높았더던 테드 창의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영화를 인상깊게 본 많은 사람들이 원작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수히 많은 소설 각색물, 그리고 무수히 성공한 소설 각색물은 흔한데 최근 들어 성공한 영화의 원작이란 이유만으로 이 정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나 싶다. 근래의 경우로 봤을 때 데이빗 핀쳐의 [나를 찾아줘]정도가 각색된 영화가 나오자 원작소설에 대한 문의와 관심의 열기가 이번에 나온 [컨택트]만큼 고조됐던것같다. 그만큼 [컨택트]나 그 원작소설인 중편 [네 인생의 이야기]는 업계와 관객들 혹은 독자들에게 장르적으로나 작품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며 연구해가는 지적쾌감을 안겨주는 작품인것같다.

 

원작이 중편이고 테드 창이 자신의 유일한 작품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네번째 이야기로 [네 인생의 이야기]를 다른 일곱편의 단편과 실은것이라 [컨택트]를 통해 원작을 접한다면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한 테드 창의 다른 작품 세계도 경험할 수 있을것이다. 나도 영화를 보니 그 전까지 생소했던 테드 창과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원래 SF분야에 큰 관심이 없어서 나랑 무관한 원작이라고 여겼는데 상당히 감성적이고 학구열을 불태우게 하는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영화가 후반부에 진행이 너무 빠르고 앞서 펼쳐놓은 암시와 재료들을 수습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좀 더 여유를 갖고 원작을 접하면서 구성의 여백을 느껴보고도 싶었다. 조만간 일단은 구해는 놓고 완독은 천천히 진행시켜야겠다.    

 

국내에 로버트 저메키스가 20년 전 내놓았는데도 2014년 [인터스텔라]의 개봉 이후 집중적으로 언급이 되면서 20년 전 개봉 때보다 오히려 지금의 국내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동명의 SF드라마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얍삽한 작명인 [컨택트]란 제목을 달고 나온 영화 각색물은 SF영화의 수준을 몇단계 끌어올린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의 영향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SF소품이다. 짧고 굵고 강렬하게 치고나갔던 [그래비티]와 가족애를 중심으로 후반부의 신파감성을 가설의 SF설정과 결합하여 엄청난 드라마를 선사했던 [인터스텔라]의 장점을 깔끔하게 흡수하여 테드 창 원작의 힘을 얹어 또 한편의 훌륭한 SF드라마로 조화로운 결과를 이루었다.

 

봉준호가 이미 각색된 [컨택트], 그러니까 각색된 영화의 원제인 [Arrival]을 버리고 괜히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와의 혼선만 부추기고 만 [컨택트]로 작명돼 욕을 먹고 있는 [컨택트]의 연출직을 4년 전에 제안 받았다가 에릭 헤이저러의 각색이 마음에 안 들어서 거절했다는데 그 때 봉준호가 제안 받으면서 책정된 이 작품의 예산은 약 7천만불이었다. 그러나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가 영입되어 완성된 최종 결과물의 제작비는 4천 7백만불이다. 비수기 중형급 SF제작규모에서 내려간, SF영화치곤 저예산이라 할만한 4천 7백만의 제작비로 헐리우드 기준에선 저렴하게 찍은건데 애초 잡았던 예산에서 2천만불 이상을 줄여 만든만큼 아무래도 감독과 작가의 입김이 일반적인 헐리우드 상업SF물에 비하면 보다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결과물이 이렇게 독특한 정서의 SF물로써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것이고 말이다.

 

블록버스터 규모였던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보단 소재나 구성을 집약시키는 힘이 예산에 대한 압박이 덜해서 그런가 과감하고 실험적이었으며 소재를 확장시키는 추진력도 용감하여 다양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그래서 재관람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데 원작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물리학이나 과학상식도 부족한데다 SF물에 별 애정도 없어서 나 같은 경우는 이 작품의 전개가 한번에 이해도 안 됐고 시간의 구분이 사라지고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시간개념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 작품 덕분에 언어인류학 상식 하나 얻어간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라는 사피어 워프 가설을 토대로 외계생물체가 인간에게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인터스텔라]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블랙홀의 구조를 5차원의 세계로 묘사한 점이나 웜홀의 세계관을 말 그대로 가설이라고 받아들였던것처럼 [컨택트]의 사피어 워프 가설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가설 정도로 이해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그려내는 뒤죽박죽된 시간순의 모호한 지점은 설정에 입각한 영화적인 전개로 편하게 수긍했다. 물리학과 과학을 현실적인 배경으로 결합한 작품이지만 그 저변에 확실하게 규정을 지을 수 없는 가설을 기반으로 소재와 인물을 묘사한것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일일이 따진다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이다. 반전으로 해석되는 후반부의 전환점이나 교차편집으로 각종 암시와 복선을 제시하며 몽환적이고도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마침내 여러갈래로 빠진 극의 흐름이 하나로 통합되는 절묘한 구성의 합이 좋았다. 그러나 정교함을 요구 받는 전개보단 전반적으로 깔리는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하고 나른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가 좋았다. 드니 빌뇌브 영화들은 뛰어난 색감과 빛의 조절능력이 탁월한 촬영술을 통해 마비시키는 분위기가 백미인데 [컨택트]도 드니 빌뇌브 영화들의 장점을 계승하고 있다. 

 

이 영화의 혼란스러움과 아무리 극 내에서 설명이 됐다곤 하지만 극의 흐름상 흐지부지, 유야무야 성급하고 서툴게 넘어가버리는 중국장군과의 통화 장면과 그 이후 모든것이 해결되는 결말로의 과정이 아쉬움을 남기는데 이걸 감독의 재능이자 한계이기도 한 근사한 분위기 조성으로 무마시킨듯한 느낌이다. [프리즈너스]나 [에너미]같은 영화를 봤을 때 빈약한 구성을 분위기로 녹여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컨택트]에서도 감독의 분위기 조절 능력이란 장,단점이 비슷한 비율로 함유된것같았다.

 

에이미 아담스의 차분한 연기가 극을 안정적으로 받쳐주었다. 한동안 아카데미 단골 후보자였던 에이미 아담스가 2년 전 [빅 아이즈]에 이어 올해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녹터널 애니멀스]와 [컨택트]로 두편이나 있는데도 후보에서 미끌어져서 의아한데 아카데미 측은 자꾸 후보에 올려만 놓고 매번 다른 유력한 후보자들 대우해주느라 물먹이는게 미안해서 아예 후보에도 올리지 않은게 아닐까. 6번째 후보에 올렸을 때는 꼭 줘야할것만 같아서 유보시키는듯한 느낌이다. 근데 과연 40중반에 선 에이미 아담스가 올해만큼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여배우들 설자리가 딱히 낫다고 볼 수도 없는 헐리우드 세계에서 몇 편이나 더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올 해 [컨택트]나 [녹터널 애니멀스]로 후보에 못 오른건 아쉽다.

 

나 같은 경우는 [컨택트]의 외계인을 외계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외계'라는 뜻의 사전적 의미로써 해석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의문의 비행물체나 언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성서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하는데 제작진이 종교적인 의미로도 작품의 구성을 함축시킨것같다. 신이 인류의 화합을 유도하기 위해 지구 자체적으로 괴생물체를 만들어서 인간에게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춘 뒤 목적대로 인류가 약탈과 침략, 전쟁 등을 멈추고 평화를 도모하자 지구 내에서 자연 속에 섞여 하늘과 땅에 흡수되는듯한 모습으로 스르륵 자취를 감춘다. 그걸 보면서 3천년 후에 인간에게 도움을 받아야 해서 인류와는 다른 시간 개념으로 찾아와 스무고개 하듯 낱말맞추고 소통하는 과정은 매거핀적인 설정이라고 봤다. 

 

물리학이니 생소한 가설이나 독특한 시간개념 때문에 난해하고 어려워서 사전조사 확실히 하고 보면 보다 여유있게 즐길 수 있을것같다. 한편으론 너무 많이 알고 보면 영화의 구성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고 어줍잖아 보이기도 할것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오히려 너무 많이 알아서 집중에 방해요소로 작용되기도 하는것이니까. 그러나 잘 모르고 봐도 [컨택트]의 이성적인 주인공들이 공유하는 아름다운 소통과 순리대로 삶을 받아들이는 겸허한 주인공의 자세는 대단히 깊은 성찰의 흔적이 느껴지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공부를 해가면서 봐도 좋을 작품이지만 무지한 상태에서 작품이 호소하는 감성적인 면에 입각하여 드라마를 이해하는것도 개봉영화만의 경쟁력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나는 후자의 경우였는데 일단은 극의 단면 위주로 접한 경험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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