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핵소 고지 후기입니다.
어제 디피시사회에서 당첨된 핵소 고지를 보고 왔습니다.
멜 깁슨 감독의 전쟁을 소재로 한 오랜만의 감독 복귀작인데 영화를 본 후 느낀 것은 멋진 재기가 이뤄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이 영화의 이야기를 스포일러가 안 될 정도만 이야기하자면 제칠일 안식일교회를 다니는 주인공이 종교적인 신념때문에 집총거부를 하지만, 의무병으로 2차대전 전투에서 동료를 구하는 오키나와의 핵소 고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에 이 영화의 소재가 달갑지 않게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라고 판결했던 재판 자체도 이해가 안 됐던 기억도 나고요.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전쟁의 스펙터클보다 어떻게 그 부분을 일반 사람들에게 설득적으로 묘사할 것인가가 궁금했는데요.
멜 깁슨 감독의 솜씨인지, 각본가 랜달 월러스의 솜씨인 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한 양심적 거부가 아니라 본인은 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신념이 상당히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징집제고 미국의 경우는 지원제이기 때문에 기준 자체가 다를 수는 있지만 뭔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아주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 같아요.
전투 씬 묘사는 훌륭합니다만 혹시라도 이 영화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스펙타클을 기대하고 가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퍼시픽을 모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전투씬 스케일을 유럽의 대전장과 비교하긴 무립니다. 단 전쟁장면은 그 참상이 제대로 묘사됐고 당시 일본군의 가장 큰 문제였던 반자이어택, 옥쇄 정신들도 적절하게 묘사됩니다. 국내등급은 15세라고 들었는데 시사회에서는 블러나 삭제는 없었네요.
가장 의외였던 것은 앤드류 가필드입니다. 천상 시골 촌놈인 듯 아주 그 역할에 100% 부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파이더맨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받은 것에 비해서 이 배우가 보통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의 사진과 인터뷰 장면이 삽입된 것은 사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끝나기 전 메모리 오브... 를 읽어보니 그 부분이 삽입된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조연중에서는 빈스 본이 단연 압권입니다. 코미디에서 입었던 옷을 벗어내고 풀 메탈 자켓의 악질 교관 역에 비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죽하면 저거 빈스 본 맞아? 싶었어요
간만에 전쟁의 스펙터클과 재밌는 이야기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고 봅니다. 개봉하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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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믿고 보는 깁슨 엉아 + 렌달 월레스 콤비 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