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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영화감상에 회의가 들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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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13 01:56:06 (59.*.*.122)

두서도 없고 너무 개인적인 생각이라 익명으로 씁니다

뭐 누군가에겐 개소리라고 해도 할말 없습니다

 

최근 1년간 영화를 미친듯이 많이 봤습니다

극장도 많이가고 블루레이도 많이 지르구요

취미에 대한 평소 생각이 일도 아닌데 이것저것 해보자 주의라 뭐 하나 꾸준히 하는 편이 아닙니다 

영화감상도 여김없이 권태기가 왔는데 위의 이유로 회의가 드는게 새삼스럽진 않아요

 

예전에 산악잡지 일을 좀 해서 산악인들 에피소드를 좀 아는데

뭐든 마찬가지지만 등산이란게 하다보면 신체적 정신적 몰입, 명상의 효과가 있어서 깊이 빠지면 마약같은 그런 면이 있습니다

영화감상은 생산자가 아닌 관객의 입장이지만 등산은 그 자체로 내가 주체이자 결과라 몰입감이 훨씬 높죠

 

그래서 깊이 빠지다 보면 원정까지 가게되고 그 수준이 되면 생업도 2순위로 밀리고 결혼생활이 파탄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목숨걸고 한다는 비유를 하는데, 원정등반의 경우 히말라야 같은 곳은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을 못잊어 또 등반을 하죠

 3자의 시선으론 흔히 현실도피라고 비난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는데, 어쨋든 최근 영화감상에 회의가 든 이유는 이것도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현실이 진정 반영된 영화는 지극히 드물다는 생각인데 그 이유는 영화적으로 현실은 매우 지루하고 무미 건조한 일상의 반복이기 때문이지요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미국에 살면 하루에 한두번은 총소리 들을것 같지만, 막상 사는 사람들 말로는 평생 한번도 안듣고 사는사람이 대다수라고 하죠

 

 이렇게 현실이란 겉으로는 다분히 지루한 반복의 시간과 노동과 일상이 모여 성취를 이루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극적인 반전이나 기적은 말그대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영화감상이란게 예술활동으로 보면 감성이 풍부해지고 삶이 윤택해 지겠지만, 가끔 주말내내 영화만 보다 보면 시간투자대비 이게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죠

 등산처럼 내가 주체자도 아니고, 영화감독처럼 내 작품으로서의 자기투영과 최고의 성취도 없지요, 소위 남의작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건데 바로 이부분에서 가장 크게 회의가 드는겁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일에서 어느정도 성취를 이룬 소위 성공한 자로써 순수한 취미라면 모를까, 아직 내 인생 및 일에 대한 성취 및 만족도 없는데, 남의 작품이나 이렇게 수동적으로 감상하는게 시간낭비 아닌가? 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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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17-02-12 21:04:28

재밌으면 그만이죠. 저는 그래서 오늘도 격렬하게 영화를 봅니다.

WR
3
2017-02-12 21:08:36 (59.*.*.122)

재밌으면 그만이지 라는 것 자체가 허무하다는 겁니다

할때는 재밌지만 하루종일 게임하면 후회하는 그런 시간낭비 같은 느낌이요 

그럼 보지마~ 라고 말하면 끝이지만 이 글 자체가 그냥 하소연이지 무슨 의견을 물은건 아네요

1
2017-02-12 21:47:08

저는 무미건조한 맨밥 같은 일상에... 재미있는 영화를 반찬으로 곁들여 먹는다 생각합니다.

4
2017-02-12 21:08:37

모든 일이 생산적이거나 명분과 실리를 갖춰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WR
2017-02-12 21:11:05 (59.*.*.122)

저의 여가시간 중 가장 큰 비중 및 시간을 차지하는 거라서요

의견 감사합니다

2017-02-12 21:15:26

 그럴때 내가 주체가 되어서

 스마트폰이든 캠코더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거죠

 

2017-02-12 21:33:28

좋은영화를 보지 못해서가 이유가되지않을까요? 최근에 보신 영화 중 모가 좋으셨나요?

2017-02-12 21:34:19

아예 영화를 끊으세요 한3개월 있으면 다시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됩니다

1
2017-02-12 21:35:33

그래서 취미는 일종의 주기가 있는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17-02-12 21:36:53

현실이 이리도 막장인데 영화를 본들 무엇하리..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도 있어서 좀 다른 방식으로? 공감이 가네요.

9
2017-02-12 21:36:03

- 작성자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감상을 '미친듯이', '주말내내' 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겁자고 하는 취미에 그정도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되려 더 피로 해지는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 취미라고 부르는 것들이 대부분은 그 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자, 작성자분 표현을 빌리면 '도피'하려고 그 시간을 가지는 성격이 크던 작던 다 잊지 않을까요? 영원한 도피면 고민이지만 잠깐 도피하는 시간을 갖고 충전,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면 뭔 문제일까 싶습니다.
- 영화 자체는 만든 이의 결과물이지만 그것을 우리가 봐줌으로써(?) 영화산업이 완성되고 지속 되는것 아닌가요? 보는 사람이 없으면 능동적으로 만들려는 사람도 없죠. 연극, 책 등 다 마찬가지구요.
영화감독도 다른 사람이 만든 영화, 책, 다른이의 경험 등을 토대 삼아 창작을 하지 100% 능동적이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 있겠습니까.. 제작 자체도 혼자 못하죠. 제작사, 배우, 스텝이 함께 해야 가능 하구요.
언급하신 등산도 굳이 능동/수동, 주체적 이런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남이 만든 장비 돈주고 사서, 남이 닦아 놓은 길 이용해서 올라가는것 아니겠습니까 ^^;;

2
Updated at 2017-02-12 21:40:21

저는 간접경험요.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거보다 다양하죠. 

영화에서 내가 저 상황에 처하면 어떨까 하면서 봅니다. 

일단은 줄거리나 감독의 의도 같은 거 무시하고 장면 장면을 즐깁니다. 즐길 수 있는 건 현실도피보다는 상황에 몰입하면서도 과도한 자의식이나 절박함에서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이것도 일종의 명상일수도 있죠.

영화가 마음에 들면 감독 의도 같은 것도 챙겨보고요.

2
2017-02-12 21:40:11 (218.*.*.231)

본인의 마음이 가는대로 놔두시면 될듯합니다. 영화라는게 의무감에 봐야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어떤방식으로던 즐기기 위함이니까요. 저 같은경우, 십여년전에 1) 가족들과의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과 2) 영화를 의무감이 아닌, 단 한편을 보더라도 순수한 즐거움으로 보겠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영화보기를 그만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의 제 삶은 조금 변하였지요. 영화보는 시간은 줄었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었구요, 영화는 언제나 제 곁에 있겠지만, 영화보는 시간이 준 대신 음악을 다시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택하시면 될듯합니다 ^^

2017-02-12 21:47:40

옛말에 '과유불급'이란 명언이 있습니다
일도 아니고, 취미생활은 적당히...

2
2017-02-12 21:54:29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무미건조한 일상의 반복을 하다보니 영화보러간 내 자신에게 화의감이 들때가 많습니다. 액션, 판타지, SF등의 장르에선 어김없이 즐겁게 보지만 드라마 위주의 장르를 볼때면 항상 좋기도 하면서 본문의 이유와 같이 회의감이 들때도 많네요... 근데 또 좋은 감정들도 겹치다 버니 이또한 마약과 같은거 같아요..

2017-02-12 23:00:05

전 여전히 영화가 좋고 영화관람에 회의감이 들진 않아요 다만 스마트폰이 생기고 영화 스트리밍이 활성화되기 이전과 이후로 관람하는 영화편수가 차이가 큽니다.
그러니까 볼수있는 영화는 점점 많아지는데막상 보게되는 영화는 점점 줄어드는거죠
왜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영화에 대한 절실함이 줄어서 인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티비에서 어떤 영화가 하면 내 평생 그 영화를 또 언제볼지 모르니 제대로 몰입해서 계속 봤고 주말마다 비디오 가게에서 항상 두세편씩 영화를 고르곤 했는데
요즘은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너무 쉽게 구하게되니 언젠간 봐야지 해놓고 하루이틀미루게 되는것 같아요

8
2017-02-12 23:22:08

영화 감상이 보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뇨. 말이 안됩니다. 영화를 누가 대신 봐 주는거랍니까? 그런 개념이라면 산도 마찬가지죠. 님 얘기대로라면 등산의 주체는 산입니다. 사람이 주체가 될 수 없어요.

산은 그 산을 오름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이라든가 여러가지 감정이 등산을 하는 이유가 되겠죠. 영화는 영화에서 제공되는 재미든 철학이든 감동이든 또는 새로운 정보든 그런 여러가지를 체험하기 위해 보는 겁니다. 그런 체험을 누가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느끼는 것은 바로 당신이며 그 주체입니다.

사람이 스스로 태어나나요? 부모님께서 당신을 낳았다고 부모님이 당신이라는 존재의 주체인걸까요?

2017-02-12 23:31:19

물리거나 질리면 다른 취미생활하시다가 보셔도될듯합니다 어차피 여러분도 취미를 하나만 가지고있지는 않잖아요?

Updated at 2017-02-13 00:38:26

남의 작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신다면
독서, 음악감상, 뮤지컬이나 연극 관람, 스포츠 경기 관람 등 대부분의 문화생활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겠죠. 이들 모두 내가 주체적으로 생산하고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직접 하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대부분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편안히 누워서 리모콘 하나로
대리체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적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마치 주인공처럼 몰입해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영화가 주는 묘미 아닐까요?

1
2017-02-13 01:02:57

본문의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는 말과...

댓글 중의 그렇다면 등산의 주체는 산이라는 말...

 

왜 이렇게 재밌고 다들 센스가 넘치시는지 ㅎㅎ

 

이상, 산만한 이야기였습니다.

1
2017-02-13 01:52:26

단순히 '보기만' 하는 행위의 반복이라면 금세 싫증나고 회의감에 빠질 수 밖에 없죠. 감상행위를 통해 얻어가는것도 다 본인 하기 나름인데 그러한 노력은 하셨는지? 승부욕으로 스탬프 채워나가듯 무조건 많이 보는데에만 집중하신건 아닌지...접근방향이 좀 잘못된것같네요.

2017-02-13 07:38:11

여기에 공감합니다
많이보는것도 좋긴한데 그게목표가되면 안되죠
정말맘에드는 영화를봤을때의 가슴벅참은 여행같은느낌과는 다른감동이죠

2017-02-13 01:56:06

취미활동에 후회 그런 것 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재밌게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한 거자나요

3
Updated at 2017-02-13 02:22:50

어느 정도 공감해요. 가끔 영화 하나를 재밌게 봐놓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뭔지 모를 서글픔과 허무함을 느낄때가 있어요. 그럴땐 현실과 맞닿은 활동적인 취미를 병행하면 해소되더군요. 영화감상과 등산을 번갈아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현실도피도 필요하지 않나요? 너무 상습적이면 안되겠지만 약간은요..정신건강을 위해서요. 취미라는 성향 자체가 어느 정도 '현실과 거리두기' 성질을 띄는 것 같아서요. 현실도피가 반드시 내가 패배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겐 때론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사유가 되기도 하구요. '이 멋진 영화들이 앞으로도 나올텐데 계속 살아가야지' 같은 나름의 희망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그 사람들 참 대단해 보이지만 일생동안 영화만 만들다 가는건 아니에요. 영화 이외에 삶은 우리와 다를바없는 일상을 살기도 하죠. 사람의 성취와 업적이란게 물위에 기름이 떠오르듯이 갑자기 생겨나는게 아니에요. 자질구레한 일상이 함께 뒤엉켜서 만들어지죠.

마찬가지로 내 분야에서의 업적과 성취도 하루 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이루는 것 같아요. 그걸 내 자신이 나름의 업적이라고 느껴야 가능한 것이겠죠.

사회에서 성공하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겠지만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무엇이 없다면 어떤 행위를 하건 끊임없이 효율성에 의문이 들고 잘하고 있는건가 나 자신에게 의심만 들겠죠.

무엇을 하든 내 삶의 주체는 나에요. 이것을 나초자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시건 만족하시기 힘들지 않을까요.

단순히 영화 관람 취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길게 썼습니다. 불안을 조금만 내려놓으시고, 아름다운 것 재밌는 것은 그 자체로 편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2017-02-13 13:50:38

제가 보기엔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문제같습니다. 

직장에서도 뭔가 즐거움을 찾아보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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