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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노든(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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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8-08 1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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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노든]은 미국의 위대한 내부고발자의 용기를 찬양하는 올리버 스톤 감독만의 극단적인 시선이 담겨있는 새로운 전기물이다. 그동안 각종 실화, 문제의 실존 인물들, 민감한 현대사를 관통했던 올리버 스톤다운 실화 소재이자 인물 선정의 일관성이 느껴지는 문제작이며 모처럼만에 볼 수 있는 올리버 스톤의 무게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올리버 스톤의 통산 20번째 영화 연출작으로 기록돼 있는데 20번째 연출작이란 상징성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다. 영화 제작 당시엔 현 정권인 오바마 정권을 비판하는 소재와 인물 선정 때문에 투자 과정부터 개봉까지 우여곡절을 겪었고 배우 섭외에도 난항을 겪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내심 노렸을 각종 시상식에서의 냉대, 흥행 실패로 외면 받아 머지 않아 저주받은 걸작 목록에 오를것같긴 하지만 작품 자체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실망스러운 작품을 거듭 내놓았던 올리버 스톤의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짜임새로 만족감이 매우 높다. 일흔줄의 올리버 스톤은 다행이 여전히 건재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올리버 스톤은 왕년의 명성에나 기대야 할 정도로 내놓는 작품 족족 앙상한 결과물만을 양상해서 차기작이 전혀 기대가 안 되는 퇴물이 되어 버렸었다. [월 스트리트]속편은 애교로 넘어간다 쳐도 [파괴자들]에 이르렀을 때는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었다. 2012년에 어수선하고 엉성한 전개를 겨우 참아가며 보다가 막판에 엉뚱한 반전으로 기겁을 시키고야 말았던 [파괴자들]을 봤을 때의 암담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파괴자들]은 올리버 스톤 연출작 중 최악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올리버 스톤은 [스노든]을 공개했다. [스노든]은 분명 올리버 스톤이 최소한의 명예 회복이라도 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덤벼든 소재와 인물인것같다. 그는 [파괴자들]에서 배운 신세대 감각과 왕년에 사회물을 연달아 만들며 거장 대접을 받았던 사회 정치물 분야의 감각을 되살려 [스노든]으로 재기를 노렸다. 

 

[파괴자들]은 빠른 편집과 입체적인 색감의 영상이 눈에 띄는 막장 청춘물 설정의 작품이었는데 올리버 스톤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었다. [파괴자들]을 보면서 다 늙어서 전문 분야도 아닌 낯간지러운 막장 청춘물 소재를 가지고 주책을 떠는구나, 싶었었다. 감독이 젊은 배우들과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회춘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키려는것처럼 느껴졌다. 20대 남자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노든]에선 [파괴자들]에서 어설프게 발효시켰던 청춘물의 생기를 어둡고 위험한 상황 곳곳에 건강한 속도로 발산시키고 있다. 그래서 2012년에 [파괴자들]로 올리버 스톤이 주접 떨며 펼치려 했던 청춘물의 도전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는것을 [스노든]으로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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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노든]은 2013년, 미국 정보부 요원 출신의 컴퓨터 기술자로 자신이 소속돼 있었던 NSA의 불법 통화감찰 기록을 비롯하여 각종 기밀 문서를 약 4년간 극비리에 수집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후 한 언론사와 접속한 뒤 미국의 추악한 이면을 대대적으로 폭로, 미국과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옮긴 작품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여전히 미국에선 국가의 편의에 맞게 규정된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강제로라도 소환시켜야 할 범법자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 가족, 애인, 돈 등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것을 포기한 채 죽음을 무릅쓰고 실행한 용기있는 양심선언은 그를 범법자 이전에 현대의 위인으로 인정 받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스노든의 폭로로 전 세계에는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주입됐고 안보를 위시하여 무분별하게 자행하는 국가의 감시 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정책 변화를 촉구시키는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세상을 더 안정시키는데 기폭제가 되어줬다는 공로를 인정 받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자가 된 이듬 해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9.11테러 후 애국심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훈련을 받던 도중 훈련소에서 다리 부상을 입고 의가사 제대한 스노든은 고등학교 중퇴자이지만 천재적인 컴퓨터 실력으로 이른 나이에 미국 국가안전보장국 요원과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으로 활동하며 재능있는 공무원으로 인정을 받았다. 영화는 군인 집안으로 부시 정권이 발발시킨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입장에 따른 탄원서에 서명하기조차 거부하며 애국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어떻게 주도적인 내부고발자가 되어 간첩 의심을 받아가며 지금까지도 망명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는지에 대한 정치적 모순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부하며 스노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9.11테러를 기점으로 국가의 안보와 테러에의 위협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부시 정권이 자행한 무차별한 개인정보 수집은 이후 오바마 정권이 묵시하면서 심각한 개인정보 노출의 피해를 양산시키는 이중성을 지니게 되었다. 정권은 사전에 개인정보 수집을 통하여 많은 위기와 사건을 방지했다곤 하지만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했고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악용하여 이득을 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현실판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체제의 위험성을 깨달은 스노든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직업을 포기하고 폭로를 결심한건데 아직 스노든은 러시아에서 망명중인데다 사건이 해결된것도 아니어서 영화는 객관적인 시선을 접고 철저히 스노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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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이 말하고자 했던것은 국가의 안보와 시민의 안정을 위해 사전방지 차원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하는것까지는 좋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수집해야 할 개인정보가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윤리적인 문제점을 제시하려 했던것이다. 실제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도 같이 치밀한 감시를 통해 사전 방지 효과는 어느 정도 봤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상관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생활과 치부가 다 노출되면서 심각한 인권 피해의 문제가 발생했다.

 

국가의 입장에선 전체를 보고 테러나 각종 사건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사회의 평화를 위해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것이다. 스노든이 내부고발자가 되어 홍콩에서 위험천만한 폭로를 결심하게 된것도 바로 안보 이전에 더 중요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 역시도 영화가 [스노든]을 바라보는것처럼 그를 반역자가 아닌 영웅, 노벨평화상 후보에 걸맞는 위대한 내부고발자이자 현대의 위인으로 여기게 됐다.  

 

이 작품이 무엇보다 좋은건 에드워드 스노든을 연기한 조셉 고든 래빗의 훌륭한 메소드 연기이다. 조셉 고든 래빗은 에드워드 스노든과 별로 닮지도 않았고 외관상 별로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지만 영화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생각이 바뀌게 된다. 조셉 고든 래빗은 음색과 억양, 움직임까지 실제의 에드워드 스노든을 완벽에 가깝게 모사했다. 그러면서도 과시적인 모사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갈등, 극의 주제의식, 드라마의 울림을 균형있게 받쳐주는 연기로 굉장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셉 고든 래빗이 이렇게 듬직하고 멋있게 느껴지는 작품을 볼 줄은 몰랐다. 조셉 고든 래빗은 이 작품으로 오스카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는데 오스카 후보가 발표되기 전까지 단골로 이름이 거론되는걸 보면서 뭐하러 조셉 고든 래빗까지 들먹이나,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감이 흉년이어서 어부지리로 오스카 후보감이라고 거론되나 보다, 라고 무시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니 오스카를 떠나서 각종 시상식에서 마땅히 지명됐어야 할 뛰어난 연기였다.

 

한동안 연애 못하는 너드형 배역을 주로 맡았던 조셉 고든 래빗의 폭넓은 연기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스노든]과 [하늘을 걷는 남자]를 선택하면 좋을것같다. [하늘을 걷는 남자]에 이어 [스노든]까지 보자 조셉 고든 래빗의 연기력이 다시 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하늘을 걷는 남자]이전에 동일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가 있었고 이 작품은 아카데미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마찬가지로 [스노든]이전에 다큐멘터리 [시티즌포]가 나왔고 [스노든]은 어찌보면 [시티즌포]를 재연드라마로 확장한 구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티즌포]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러나 [하늘을 걷는 남자]와 [스노든]은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작품을 각색한 극 영화는 아니다. 동일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먼저 나와 다큐멘터리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했고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경력의 거장들이 만든 극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비하면 싱거운 평가에 흥행에선 쫄딱 망했다. 그리고 조셉 고든 래빗은 2년 간격을 두고 참여한 두편의 영화에서 생존하고 있는 실존인물을 근사하게 소화하며 최고의 연기를 거듭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

 

쉐일린 우들리는 본인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으로 배역을 따냈다고 하는데 배역상으로 보면 남자주인공의 들러리 같은 여자친구 역일 뿐이다. 극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고 국가의 감시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강박적인 위기감을 보여주기 위해 섹스신에서 생각지도 못한 노출을 하여 순간 집중력을 키워주는 정도가 다이다. 실화 소재의 무게감, 실존인물을 연기하는것에 대한 호감으로 참여한게 아닌가 싶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감독과의 인연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영화에 나온다고 하길래 간만에 주류영화에서 연기파 배우로서 실력발휘라도 할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막상 보니 통편집되어도 상관없는 단역을 맡았다. 다 합쳐도 5분도 안 되고 세장면 정도 나오는데 얼마나 이미지가 안 좋아졌으면 이걸로도 골든 라즈베리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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