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스] 옛날 홍콩영화 엉터리 제목들
한국에서 제목이 바뀐 홍콩영화들입니다. 아예 한국어식으로 번역된거 말고, 원제가 이것인 척하는 한자제목들말입죠. 이 제목이 원제가 아니었어?라는 배신감이 느껴지는 제목들 말입니다. "소살리토(원제 一見鍾情)"처럼 아예 제목을 바꾼 티가 나는 영화들은 제외입니다.
왼쪽이 홍콩 원제이고, 오른쪽이 한국제목입니다. 같은 한자 제목인데 왜 한국에서는 제목이 바꾸었을까요? 그냥 대충 그럴듯한 멋진 제목으로 바꾼 것이거나 다른 유명한 영화의 시리즈인척 한 것이 많은거 같습니다. 대충 사정을 아는 영화들은 그 사정을 좀 써보겠습니다.
辣手神探(날수신탐) - 첩혈속집
辣手神探은 "악랄한 손을 가진 형사"정도로 해석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첩혈속집"이 되었을까요? 오우삼 감독의 전작 "첩혈쌍웅(牒血雙雄)"에 묻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첩혈쌍웅, 첩혈가두로 이어지는 첩혈 시리즈인 것처럼 제목을 붙인 거죠. 속집(续集)은 속편 즉 2편이라는 의미거든요. 첩혈 시리즈의 속편... 너무 노골적이죠. 문제는 이 노골적인 제목을 이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는거.
그래도 "날수신탐"보다는 확실히 "첩혈속집"이 더 입에 착착 감깁니다.
賭神(도신) - 정전자
왜 바꿨을까요? '정전자'보다 도리어 '도신'이 더 있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아마 이전에 이미 "도신"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가 있어서 바꾸지 않았을까라는 추정만 해봅니다.
賭神三之少年賭神(도신 3 - 소년도신) - 도신불패
도신불패는 또 뭐야?
賭俠(도협) - 지존무상3
당시 엄청난 인기였던 지존무상에 묻어가기 위한 제목입니다. 지존무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영화입니다. 어릴때 저도 낚였습니다. 다 보고 나서 "뭐야 지존무상하고 아무 관계도 없잖아. 이게 왜 지존무상이지?" 했었거든요.
法內精(법내정) - 지존애림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한게 1991년이라고 합니다. 그 전해 유덕화 주연의 영화 지존무상이 대히트를 쳤죠. 그냥 유덕화 나온 영화니까 "지존"자를 대충 붙여 한국 개봉제목을 만든 듯합니다.
旺角卡門(몽콕카문) - 열혈남아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원제를 몽콕하문(旺角下門)으로 알고 계시더라구요. 정확히는 하(下)가 아니라 카(卡)입니다. 원래는 없던 한자인데 외래어 표기를 위해 만든 한문입니다. 여기서는 卡門이 "카르멘"이라는 뜻입니다. 원제의 뜻은 "몽콕의 카르멘". 몽콕은 홍콩의 지역 이름이구요. 굉장히 서정적인 제목이죠. 이걸 "열혈남아"로 바꾸어 개봉했네요. 아마 최대한 당시 유행했던 "홍콩 느와르"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바꾼 듯합니다.
至尊計狀元材(지존계장원재) - 지존계상
이건 그냥 홍콩영화면 무조건 "한자 4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맞추어 바꾼 듯합니다.
都市情緣(도시정연) - 불초자열혈남아
그런데 원래 4글자 이름을 일부러 7글자로 늘린 영화제목도 있네요. 어떻게 '도시정연'이라는 사랑영화스러운 제목이 저렇게 쌈마이스런 제목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아마 열혈남아(원제 旺角卡門])의 이미지에 편승하려고 만든 제목이 아닐까 추정만 합니다. 그런데 이건 진짜 아니다.
城市特警 (성시특경) - 대행동
4글자 제목을 3글자로 줄인 것도 있구요. '성시특경' 발음 괜찮은데 왜 바꿨을까나요?
天若有情(천약유정) - 천장지구
天若有情은 해석하면 "만약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이라는 뜻입니다. 서정적인 제목입니다. 그런데 발음이 안좋아서 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천장지구(天長地久)"로 개명당해서 개봉했네요. 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치 않다"라는 뜻. 나쁘지 않네요. 문제는 3년 뒤에 유덕화가 진짜 天長地久라는 영화를 찍었다는 거...
天長地久(천장지구) - 속 천장지구
이거 족보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天若有情(한국 개봉제목 "천장지구")과는 아무 상관없는 독자영화임에도 영화 제목이 天長地久라는 이유로 3년 전에 나온 천장지구의 속편인 척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문제는 진짜 天若有情의 속편도 따로 나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개봉 제목이 "천장지구 2"가 아니라 "속 천장지구".
天若有情II之天長地久(천약유정 2) - 천장지구 2
1편이 우리나라에서 천장지구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는데 2편에서 굳이 天若有情으로 돌아갈순 없죠. 여기서도 "천장지구 2"로 갑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천장지구"의 속편이 2편 나오게 된 상황. 이거 참... 天若有情은 3편까지 나오게 됩니다.
1/2次同床(1/2차동상) - 천장지구 완결
그런데 이건 또 뭡니까? 1/2次同床(1/2 두번째 침대?)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천장지구 완결"이라는 희대의 구라제목을 붙여 버린 겁니다. 이건 뭐 영화 "Wasabi"를 "레옹2"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것과 맞먹는 사기를...
給爸爸的信(급파파적신) - 영웅
급파파적신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쓰긴 힘들었다는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영웅"은 좀 너무 했습니다. 뭐 "MY Father is a Hero"라는 영어제목에서 따온 것은 알겠는데, 영화분위기하고 전혀 안 맞는 느낌이었거든요. 거기다 이후 이연걸이 주연한 "英雄(영웅)"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따로 또 나오면서 제목 짓기 애매해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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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본문의 마지막 작품을 '이연걸의 영웅'과 '장예모의 영웅'으로 구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