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최고의 저주받은 걸작 "아비정전 (阿飛正傳)" - "정은임의 FM영화음악" 중에서
예전에 제가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중에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 있었습니다. 요즘 다시 듣고 있는데요. 2004년 3월 7일 "내 일기장속의 영화"의 주인공이신 손우정씨의 첫번째 사연이 "아비정전"에 대한 것이더라구요. 보통 저주받은 걸작으로 잘 알려진. 당시 이 영화가 어떤 대우를 받았던가에 대해 너무 잘 표현된거 같아서 녹음을 해봤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813?e=21874054
<<때마침 상영되는 영화가 있었죠. 바로 아비정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제작 전부터 왕가위,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유가령 등등 최강의 라인업을 자랑하며 저를 유혹해 온 터였습니다. 특히 왕가위라는 기괴한 이름의 이 남자가 전작 열혈남아를 통해 뛰어난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이미 잡지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첫 상영시간에 맞춰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무언가 나른한 기분을 자아냈습니다. 나른한 음악과 함께 푸른 빛을 띄는 열대림들이 스쳐가더군요. 제가 생각했던 홍콩 느와르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총격전도 영웅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유덕화는 평범한 순경의 모습이었고, 장만옥은 연인에게 버림받았으며, 장국영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 채 계속 방황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총격전 장면이 언제 나올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묘하게도 이 영화는 저를 몰입시켰습니다.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감정의 흐름이 막연하게나마 느껴졌나 봅니다. 특히 연인에게 버림받은 장만옥을 다독거려주며 밤길을 함께 걷던 유덕화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어이없게도 양조위의 머리빗는 모습을 마지막으로해서 끝나버렸죠. 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다른 관객들도 자리를 뜨지 않았죠. 하지만 저와는 사뭇 다른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 뒤의 내용을 빨리 보여달라는 사람, 빈 캔을 스크린을 향해 던지는 사람, 다음회를 보려고 줄서 있던 사람들에게 보지 말라고 하던 사람 등등. 결국 이 영화는 일주일을 채우지 못한 채 상영이 중단되었더군요.>>
아비정전은 어찌보면 지루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예술영화입니다. 그런데 당시 홍콩 느와르가 인기였던지라 마치 느와르 영화인양 이렇게 홍보를 했었다죠.
우정(友情)은 약속이다.
황하(黃河)의 물결에 실려온 피맺힌 젊음
어깨걸어 굳게 맹세한 청춘(靑春)의 피울음
ㅡ.ㅡ
위 포스터를 보면 참 이런 오해(?)를 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하죠. 또 그걸 노린 것일테구요. 아비정전은 그뒤 일주일을 못채우고 극장에서 내렸다고 하네요. 물론 2차 상영극장에선 상영했겠지만 말입니다.
PS. 정은임 아니운서 曰
"저는 아비정전을 친구에게 소개받을 때 그당시 친구가 '최근에 홍콩영화 한편을 봤는데 정말 이 영화 나한테 소개해준 사람 비오는날 먼지나게 두드려 패주고 싶다'고 얘기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영화리길래 그런가 했는데 아마도 홍콩 느와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홍콩영화지만 느와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들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나 싶은데. 제게도 잊을 수 없는 항상 청춘을 이야기할 때 청춘의 방황 그런 것을 상징하는 영화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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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씨 덕에 처음으로 영화란걸 오락 이상으로 생각하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