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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웃기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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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레고 배트맨 무비(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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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8-05 06:03:36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진 배트맨은 늘 무겁고 진지했다. 어둡고 폐쇄적이며 어린 시절의 후유증으로 영원히 고통 받으며 살것같은 남자였다.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흉탄으로 잃은 부모의 죽음으로 파고든 상처는 트라우마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 겪은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채 끝없이 어둠 속에 빠져 이중생활을 하는 갑부이자 위선자였다.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로 변형된 수많은 배트맨 이야기는 모두 어두운 배트맨의 삶을 담고 있었다.

 

수십년동안 온갖 분야에서 활용됐고 그만큼 수십종의 배트맨 이야기가 생산됐으니 '어두운 배트맨 이야기'로써 '모두'라고 단정짓진 말아야겠다. 그만큼 내가 배트맨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한건 아니었으니. 그러나 1989년 팀 버튼이 재해석한 배트맨 이야기를 기점으로 극장판 실사물로만 제한을 두어도 만화 원작의 배트맨 각색물은 [저스티스 리그]의 실사판 세계관까지 합쳐 10편이나 된다. 그리고 감독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배트맨 이야기는 모두 어두웠다. 조엘 슈마허가 가족용으로 밝게 채색한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과 로빈]에서도 소재는 배트맨 이야기답게 파괴적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의 주인공 배트맨은 고뇌에 빠진 햄릿이 되었다.  

 

원래 배트맨은 코믹스 히어로물 중 어두운 안티히어로의 대표적인 배역이다. 어두운 안티히어로로 인기를 모은 배역이고 어두워야지만 배역이 처한 상황과 갈등의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배트맨 특유의 어두운 요소를 탈색시킬 필요는 없다. 배트맨 이야기이니 어둡고 무게를 잡는것은 당연한것이다. 그동안 내가 접한 배트맨 각색물 중 가장 극단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가진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아니라 1990년대 중반에 sbs에서 방영됐었던 텔레비전용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그 만화만큼 세기말적인 분위기로 배트맨의 그늘진 정서와 지옥같은 고담시의 암울한 분위기를 살린 작품은 못 본것같다.

 

레고 완구를 활용하여 재해석한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의 배트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고 쉽게 적응했던 어두운 배트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은 앙증맞은 레고 완구가 배트맨 갑옷과 가면을 쓰고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척 하는 CG그림으로 안티히어로 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기존의 배트맨들이 가진 성격적 결함이나 모순된 요소에서는 동떨어져 있다. 모양만 배트맨일 뿐 하는 짓은 영락없는 데드풀이다. 배트맨으로 위장한 데드풀이 전체관람가 연령의 스톱모션처럼 보이는 CG애니메이션에서 철판 깔고 애교를 부리는듯한 느낌이다.

 

영화는 배트맨이 갖고 있는 불안과 고통의 트라우마를 자기도취적인 고뇌로 해석하여 이를 비틀고 뒤트는데 열중한다. 그 결과 배트맨은 데드풀처럼 매사가 진지한듯 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영웅 노릇 할 때마다 매우 과시적이며 모든 순간을 제 멋에 빠져 산다. 이 정도 재해석이면 배트맨을 모욕한 결과이지만 극을 보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처럼만에 힘빼고 넉살을 배운 배트맨의 겉멋과 재치있는 모습은 귀엽고 유쾌하며 매력적이다. 인기있는 배역이라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고 있는 중인 배트맨 이야기에서 레고의 특성을 살려 외전으로 버무린 배트맨의 재해석 결과는 배트맨 각색물의 계보도에서 독보적인 개성으로 환기구를 마련해주었다.

 

앞으로도 배트맨 이야기는 재해석에 재해석, 재활용에 재활용으로 써먹힐것이고 배트맨의 특징인 어두운 성격은 일관되게 나타날것이다. 그 사이에 레고로 만든거니까 받아들이기 수월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희화화된 배트맨 이야기 한편쯤 막간극식으로 마련된것도 나쁘지 않다. [레고 배트맨 무비]는 모든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이 가능한 레고 완구의 개성과 장점을 백프로 활용하여 배트맨 외전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레고 배트맨 무비]의 쾌감은 실사물에선 불가능한 배트맨의 악역과 주요 배역이 몽땅 등장한다는데 있다. 레고니까 가능한, 수십년동안 개발된 배트맨의 개성 강한 조역과 악역들이 재빠른 회전률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캐릭터의 향연을 펼친다.

 

유머가 비집고 들어가는 흐름이 유연하며 능청과 극의 완급조절 능력은 [레고 무비]보다 한층 발전됐다. 캐릭터 극으로 휘어잡는 힘도 좋고 재해석의 시각도 노련하게 빚어졌다. [저스티스 리그]의 세계관에 부합하려다 모자란 활용 능력으로 지루하게 망가진 근래의 배트맨 실사물보다 훨씬 영리하며 배역에 대한 이해도도 모자람이 없다. 올해 가장 많이 웃으면서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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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2-20 17:16:54

 저도 즐겁게 본 영화라서 좋은 평을 보게 돼 반갑습니다. 이래저래 책상에 미니피겨만 늘어가네요. 

2017-02-20 23:54:43

저도 오늘 보았는데 진짜 재미있더라구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017-02-21 11:05:22

배트맨 애니메이티드씨리즈로 인해 삐가 된후 배트맨 관련 영상 물리매체의 90퍼센트이상을 구입해서 현재도 감상에감상을 거듭하고 있어유. 레고무비도 당연 보고 전초전격인 레고 더배트맨도 있지요. 이번영화는 제게는 레고무비보다도 더 잼나게 보았고.
개인적인선호순위에서 다크나이트씨리즈를 4위로 밀어내고 3위입니다.

2017-02-21 13:37:38

 역시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네요 ^^

 

전 사실 레고무비에 비해 완급조절 실패 했다고 봤거든요... 제 지인에게 제가 표현하기를 치고 빠지기를 영악하게 했던 레고무비에 비해 치기만 하고 끝나더라고 표현 했을 정도로..

 

레고 무비를 너무 감명깊게 본 나머지 너무 기대를 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중간부터 웃기지도 않고.. 시계만 자주 봤던...영화로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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