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1
프라임차한잔
2
프라임차한잔
ID/PW 찾기 회원가입

[영화리뷰]  조작된 도시(스포)

 
  702
Updated at 2017-06-22 21:43:40

1

여전히 장진 연출작으로 헷갈리게 인식되는 [웰컴 투 동막골]의 기록적인 성과 이후 무려 12년만에 차기작을 내놓게 된 박광현 감독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인 [조작된 도시]는 다행이도 감독이 12년만에 영화를 연출한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만 감 잃은 결과물은 아니었다. [웰컴 투 동막골]이 나왔던 12년 전에도 광고계에서 넘어온 박광현 감독의 영화 연출 실력엔 반신반의를 하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웰컴 투 동막골]은 사실상 장진 연출작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편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장진 작, 연출의 2002년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것이고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 인맥이 총출동하여 대규모 기획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원작인 동명 연극도 대극장 연극이었다.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됐는데 당시 장진의 명성이나 원작 연극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출연한 신하균의 인기가 좋을 때라 예매율이 상당히 좋았다. LG아트센터 초연 후 작품 규모가 큰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초연 때도 매진을 일으키며 성공했고 3년 뒤 각색된 영화가 그렇게 성공하며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재공연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초연 때 챙겨 본것에 뿌듯하다. 장진은 자신의 초창기 작품들도 계속 손을 봐서 재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니 [웰컴 투 동막골]도 초연에서 박제시키지 말고 빠른 시일 내로 재공연을 기획했으면 좋겠다. 장진 연극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개봉하고 일주일 뒤에 장진의 영화 연출작이자 본인의 희곡 연출작을 각색한 [박수칠 때 떠나가]가 개봉했다. 그래서 [웰컴 투 동막골]은 [박수칠 때 떠나라]의 영화판을 연출하랴, 무대 경력도 이어가랴, 남의 영화 각본도 써주랴, 예나 지금이나 정신없이 바빴던 장진이 너무 시간이 없으니까 박광현이란 광고계 출신에게 대행 연출을 맡긴 작품인가 보다, 라고 여겨버렸다. 장진 원작, 장진 연출의 원작 희곡, 장진 사단의 배우들 출연, 장진 소유의 '필름있수다' 제작이니 그렇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박광현이 [웰컴 투 동막골]의 현장 지휘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며 통제했을지 의심이 갔다. 그리고 박광현 감독은 이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 차기작 소식이 뚝 끊겼다.

 

2

원래 박광현 감독이 차기작으로 오랫동안 준비했던 [권법]이 제대 후 조인성 연기 이력을 답보 상태로 가둬 놓아가며 질질 끌다가 무산되지만 않았다면 그의 작품 텀이 12년이나 벌어지진 않았을것이다. 조인성이 2011년 5월 4일 제대했고 복귀작으로 [권법]을 선택하여 2011년에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이 밀리면서 연기활동에 지장을 받았다. 결국 조인성은 차선책으로 t.v드라마로 우회했다. 영화 출연작으로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2008년작인 [쌍화점]이후 9년이나 지나서야 올 초 개봉한 [더 킹]에 나올 수 있었다. [쌍화점]때까지만 해도 조인성의 영화 경력은 활발했다. 배우 이력에서도 의욕적으로 참여하려던 작품이 엎어지면 경력이 이렇게 꽈배기가 되는데 감독은 오죽할까. 

 

박광현이 [웰컴 투 동막골]이후 오랫동안 준비하다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던 [권법]은 SF장르물이었다. [권법]의 제작이 좌초된 후 연출 복귀작으로 정한 [조작된 도시]는 온라인 게임의 속성을 활용한 청소년 취향의 오락물이다. 감독은 [권법]의 SF설정에 대한 미련을 [조작된 도시]로 어느 정도는 풀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현실의 세계에 이입하려는것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조작된 도시]는 촬영부터 개봉까지 1년 7개월이나 걸린 작품이다. 2015년 7월에 크랭크 인을 하여 같은 해 12월 29일 날 크랭크 업을 했다. 촬영 종료 후 후반작업 기간만 1년 이상이 걸렸다. 2016년 내내 후반작업에 매달린것이다. 후반작업이 너무 길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소문도 안 좋게 났었다. 작품이 너무 어이없게 만들어져서 여느 창고 영화들처럼 개봉 시기를 못 잡고 있는것이란 얘기가 중론이었다.

 

촬영 시작 이후 1년 7개월만에 개봉하게 된 100억대 국산 대작인 [조작된 도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출연진에 대한 모험과 국내에선 도박과도 같은 게임 장르물에 도전이 천만다행이도 희대의 괴작으로 놀림감이 되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재의 차용과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기획력에 걸맞는 준수한 수준의 오락물로 관객의 시간을 낭비시키지 않았다. 긴 후반작업의 기간이 작품에 자신이 없어서 늦춰진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오락물의 성취도를 올리기 위한 꼼꼼한 보정 작업이었음을 증명한 결과물이었다.

 

3

전체적으로 구성이 다소 산만한 감은 있었으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청소년 취향의 오락물이어서 상업 오락물의 용도로써는 꽤 흡족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라 굉장히 불안한 기획이었고 색안경부터 끼고 볼 수 밖에 없는 대기업 배급의 주문형 짜깁기 아류작처럼 보였었다. 그러나 서양에선 흔하게 만들어졌던 가상현실이란 오락물의 소재 활용에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온라인 게임의 속도감을 재치있게 담아냈다.

 

게임 속 가상현실의 공간에선 기똥차게 날라다니며 활약했던 주인공이 비슷한 상황이 겹쳐지는 현실에선 궁색한 하루하루를 견디며 각종 물리적인 제약을 이겨내는 과정들을 유쾌하게 펼쳐냈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만화적인 감옥의 묘사로 얻어지는 독특한 질감, 영화적인 뻥을 잔뜩 곁들여 완성한 과장된 액션의 쾌감, 농담의 균형미를 갖춘 각종 추격전의 긴박한 상황을 청춘물의 활기로 골고루 버무려 매우 거칠고 자극적인 청소년 오락물로 완성했다.

 

사회에서 낙오된 찌질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세상의 정의를 실현시킨다는 통상적인 풍자물의 얕고 낮은 만화적인 구성이 킬링타임용 청소년 오락물의 가벼운 형식에서 소박하게 묻어 나온다. 극의 중반즈음부터는 그나마 앞서 깔았던 복선과 개연성도 날려 버리며 정신사나운 우연의 남발로 난장판 구성이 되기는 하지만 가볍고 화끈하게 분출시키는 아드레날린의 열기가 좋다.

 

자판 몇 번 두드리면 모든게 폭로되고 해결되는 오락 중독자들의 해킹 실력의 묘사는 게을렀지만 정신없이 몰아치며 적군을 한명한명 처치해나가는 게임의 서발이벌 특성을 밝고 건강하게 심어놓았다. 그 덕분에 15세 관람가 치곤 너무나도 위태로운 설정을 청춘물의 발랄한 정서로 등급위를 이해시킨듯하다. 15세 관람가라 하기엔 이 작품은 너무 폭력적이고 아슬아슬하다. 흡연 장면만 없을 뿐 노골적으로 도배된 욕설 난무의 대사, 성폭행, 동성 강간 암시, 청부살인, 각종 가학적이고 자극적인 고문의 묘사방식 등 공중파에서 방영되면 음소거와 편집 처리될 장면 투성이다. 빅 브라더란 소재 구현 방식이 근래의 한국영화에선 최호 감독의 [빅매치]를 연상시킨다. 주인공이 운동선수 출신이란것과 게임처럼 정신없이 내달리는 구성방식이 [빅매치]와 유사하다.

 

지창욱 단독 주연작이고 나머진 다 조연이다. 포스터에도 나온 안재홍은 단역에 가깝다. 지창욱 외에 영화 홍보에 참여한 배우들은 이 작품 촬영 뒤에 이름이 더 알려진 바람에 현재 영화 홍보에 활용이 되는듯 싶다. 드론도 직접 만드는 극중 김민교가 빅 브라더 하수인들에게 고문을 당할 때 짓는 극단적인 표정연기는 안 웃고는 못 배긴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됐던 초창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촌스러운 흐름이 떠오른다는 의견엔 별로 동의를 못하겠다. 그 당시에 [조작된 도시]만큼 소재를 능숙하게 활용하여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서툴지 않게 뽑아낸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있었던가? [조작된 도시]는 소재주의로 흐르지도 않으며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수출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기술적 유연함을 보여준 장르물이다. 극장에 청소년 관객이 많았고 호응도 좋았는데 겨울방학철에 청소년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적합한 완성도를 탑재한 작품이었다. 이로써 12년 전 [웰컴 투 동막골]의 환상적인 공간감과 오락물의 성격을 구축하는데에는 기획자였던 장진에 빚졌다기 보다는 박광현 감독의 재능이었다는것을 인정하겠다. 대규모 오락물에 능숙한 박광현 감독의 차기작이 빠른 시일내로 정해져 예정된 일정대로 완성을 보았으면 좋겠다.    

1
Comment
2017-02-25 17:28:37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많이 까이는 스토리의 개연성 부분은 오히려 생각을 내려놓게 하여 액션을 즐기게 하는 부분도 있더군요.
B급정서로 무장한 만화같은 연출은 감독의 의도처럼 보였습니다
즐길 준비가 되셨다면 재미있는 영화고 영화를 기술적으로 접근 하면 망작인 호불호가 갈릴 작품 같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