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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레이트 월(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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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5 16:07:50

기획단계와 촬영장 소식들이 꾸준히 전해질 때는 친근하게 '만리장성'으로 알려졌다가 개봉하면서 '만리장성'의 영어명을 어색하게 가져 온 [그레이트 월]은 이 작품의 개봉 전에 가졌던 작품에 대한 온갖 우려와 기우가 사실은 그 이상으로 최악의 바닥이었음을 드러내고 만 꼴사나운 졸작이다. 내년 라즈베리가 예상된다. 아직 올해의 10개월도 더 남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두달간 나온 작품들에 한해서는 [그레이트 월]만큼 라즈베리를 장식할 졸작은 아직까지는 안 나온것같다. 라즈베리의 전 부문에 걸쳐 후보도 오르고도 남을 보잘것없는 작품이며 주요부문 수상 가능성도 유력해 보인다. 연초에 개봉했다는게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겠다. 라즈베리 후보작과 수상작이 되려면 다른 시상식들과 마찬가지로 시상식 개최 시기와의 간극이 짧은 작품들이 유리(?)하니까.   

 

[그레이트 월]은 도무지가 신뢰가 안 가는 기획이었다. 대체 맷 데이먼은 자신의 영화 이력에서 길이길이 놀림감이 될 이 불안정한 중국, 미국 합작물에 왜 서명을 했을까. 인맥도 넓고 비중 크게 따지지 않고 다작하는 맷 데이먼이니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레이트 월]같은 쓰레기같은 합작 블록버스터에 출연해서 흥행에서도 보기 좋게 죽을 쑤고 회생불가능한 질 떨어지는 완성도로 망신을 당한다 하더라도 경력에 큰 흠집이야 안 나겠지만 정말이지 실망스러운 주연작이고 지금까지의 맷 데이먼 영화 경력 중 최악의 오점을 찍었다. 이전에 장예모는 크리스찬 베일에게도 [진링의 13소녀]로 망신을 줬던 전력이 있는데 맷 데이먼은 대체 뭘 보고 이 작품을 수락한것인지, 아무리 헐리우드 배우들이 경력의 탄력을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블록버스터 출연으로 알바를 뛰는것이 보편화 됐다지만 그래도 [그레이트 월]은 너무 아니지 않나.

 

중국합작 기획물은 중국이 어느 나라 영화계와 제휴를 맺어도 다 똑같이 망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합작물이 외면 받은 사례가 수두룩하고 신통한 작품을 못 봤다. 흥행을 떠나 작품적으로 완성도를 갖춘 합작물이 없는것이다. 중국자본만 들어가면 무기력한 관제물이 돼서 작품 설정이나 규모만 봐도 다시 맛이 간 중국 블록버스터 시절로 회귀하려는듯한 장예모의 [그레이트 월]은 중국인들의 예의 그 드높은 대륙의 문화적, 국민적 자긍심만을 키워주려는 얼빠진 기획물로밖에는 안 보였다. 그리고 최종 완성본도 개봉 전, 관람 전 이 작품에 가졌던 그 어떤 편견도 불식시켜주지 못했다. [그레이트 월]은 중국에선 그들이 선호하는, 대륙의 우렁찬 기운이 솟아있는 노골적인 블록버스터 관제물이다 보니 흡족한 흥행성적을 냈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각지에선 놀림감으로 전락하며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레이트 월]은 최소한의 영화적 성취라도 끌어올리려면 중국 자본에 대한 유혹과 미련은 접어둬야 한다는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만 또 한편의 실패작이다. 헐리우드에선 문예물 찍고 미국시장에서도 성공한 [영웅]같은 무협물을 만들던 장예모에 대한 신뢰로 1억 5천만불의 자본이 투입된 [그레이트 월]의 합작물 기획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낸것같다. 장예모가 맛이 간건 10년도 넘은 일인데 공리와 연애하던 시절에 만들던 1980~1990년대 문제작들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의 힘이 참 오래도 지속되는것같다. 물론 요즘에도 장예모는 그 시절 만들었던 수려한 구성의 문예물 연출을 기본기 이상을 살려가며 병행하고 있다. [영웅]을 만들고 [연인]을 만들고 [황후화]를 만들면서 변절자 취급을 받았던 장예모가 그래도 옛 드라마, 문예물 감각을 회복하여 [천리주단기]나 [5일의 마중]같은 소품을 만든건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그가 사이사이 대자본의 유혹에 굴복하여 고용 연출자 신분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은 거론할만한 가치도 없다. [그레이트 월]은 딱 봐도 주문형 대자본 기획물이라서 여기에 엉뚱하게 동참한 맷 데이먼의 작품 보는 안목이 애석할 따름이다.      

 

몇년전부터 중국시장이 영화계에서도 뜨고 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신경질 나는 상황이라 지속적으로 주책맞은 작품들이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지고 있다. 헐리우드에서도 중국 극장에 간판만 걸었다 하면 1억불은 우습게 벌어다주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어마어마하게 인구도 많은 중국의 시장규모를 의식하여 끼워맞추기 기획물이 범람하고 있는데 제약이 많은 중국시장 눈치를 보느라고 의식적으로 짜맞춘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촌스럽기 그지없다. 일본의 호황기 시절에 돈이 되는 일본시장을 노리고 연결지은 헐리우드 작품들은 지금 봐도 유치하거나 어색한게 별로 없는데 중국은 그 문화 특유의 도취적인 애국 문화 때문에 그 어떤것도 중국 정서로 흡수되면 이상한 기운의 무력화된 최면이 걸린다. [그레이트 월]도 그런 작품들이 범하는 모든 실수를 의도적으로 발효시킨 고약한 기획물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세계 최고의 무기인 '검은 화약'을 찾으려는 좀도둑 양키 전사인 윌리엄이 우연히 만리장성에 진입하여 그곳을 위협하는 괴물 타오톄 무리를 무찌르고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작품이다. 여기 나오는 만리장성은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수호해주는 성으로 황당하게 묘사되고 세계는 윌리엄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양키문화와 그가 도와준 중국으로만 돌아가는 극히 이기적이고도 자문화 중심주의의 이상주의로 썩어빠진 사상을 물들이고 있다. 작품이 세상을 좁혀 바라보는 태도가 하도 뻔뻔하고 장예모의 무식한 중화주의도 도가 지나치다 보니 중국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나 보다. 여기에 헐리우드까지 동조하다 보니 영화에서 그려내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영어 못하는 중국인들 보기가 더 어렵다. 만리장성을 극 내내 찬양하면서도 대미는 철없는 어린 왕이 집권하고 있는 궁궐에서 마무리 되는것도 황당하다.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단순하고 부실하며 진부한 판타지 구성에서 묘사되는 CG괴물은 그래픽 질감도 튀고 심형래 영화의 괴물CG처럼 과시적으로 기술력만 내세우려는 흔적이 보여 극에 녹아들지도 못한다. 좀비떼처럼 몰려는 괴물 무리는 섬뜩하지만 엉성한 서사에서 툭하면 좀비떼처럼 공격하는 괴물이 우르르 몰려 들다가 주인공이 새끼 손가락 한번 튕길 수준의 힘만 발휘하면 바로바로 고꾸라지는 통에 긴장감이 풀리고 나중엔 등장만으로도 지치고 피로해진다. 심지어 장예모 영화인데도 영상미도 별 볼일 없다. 돈만 쳐발랐지 그래픽 합성의 조악한 배경규모는 압도적인 풍경효과를 드러내는데에 실패했다. 1억 5천만불이나 들였는데도 쓸데없이 좀비떼 같은 괴물 묘사에 너무 많은 할애를 해서 돈이 모자랐는지 CG도 어색하다. 장예모의 맛이 간 과거 무협물들은 내용과 사상은 삽질이어도 영상미 하나 보는 재미로 소장가치가 있었다. [그레이트 월]은 무식한 자본의 중화주의가 감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미적감각의 재능마저도 박멸시켰다.

 

그래도 장예모의 2000년대 무협 블록버스터에서 보여졌던 대규모 시대극 묘사에 대한 감흥으로 [그레이트 월]을 큰 극장 스크린으로 보면 미술적인 부분에서 본전 값은 하겠거니 싶어 일부러 코엑스 큰 관을 찾아가서 봤는데 화면조차도 볼게 없어서 돈 아깝고 시간 아까웠다. 크레딧 길이가 13분이나 하는데도 본편 91분이 너무 지루하고 답답해서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 받은 기분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비대해진 중국영화시장의 거품이 하루 빨리 걷히고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획물과 합작물이 양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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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7-02-25 15:13:44

(짜피 영원히 돈주고 볼일 없는 영화라)영화 안보고 스포 내용까지 다 봤는데, 글만 읽어서는 이 영화의 그 [벽]이 최근까지 잘 나가고 있는 <왕좌의 게임>의 그 [벽]과 엄청 유사한 느낌이 드네요 .


여기저기서 나름 따끈한 최신 소잿거리는 잘 끌어왔는데 영화가 누더기 수준인가 봅니다 ㅋㅋㅋ

2017-02-25 15:39:39

글 잘읽었습니다. 분노가 느껴지는 감상이었습니다. ㅋㅋㅋ 안보길 잘한거 같습니다.

2017-02-25 15:59:28

저는 영웅 연인 황후화 등 대중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장예모를 먼저 알고 나름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후 거꾸로 그의 초기작들을 알았는데요. 그냥 황후화정도 작품만 찍어주면 중화주의 이런게 있어도 스케일도 좋고 나름 참고 보겠는데 그정도도 아닌가 보네요.

2017-02-25 18:07:17

사이다 비평 너무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트 월을 보고 와서 느낀 저의 분노를 삭여도 삭여도 풀길이 없었고, 시일이 지나 영게에 감상기를 쓰자니 제 어휘력이 빈곤하여 속시원히 쓸수가 없었는데요. 머드 님의 글을 읽다보니 감사하기까지 하네요.

대체 장예모의 영혼은 공산당에 저당잡힌 것일까요, 아니면 자본의 주구가 된 것인가...

암튼 중국 자본이 1원이라도 들어간 영화는 믿고 거르면 된다는 진리를 다시 증명해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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