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 대학교 기숙사 홈시어터 설치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홈시어터를 구축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상황이 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AV 기기가 입문기라 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저 꿈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죠.
저는 대학생으로 현재 서울에서 학교 기숙사 2인실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 홈시어터를 구축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범상치 않은 것이지만,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한계가 많았습니다. 천장이나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터나 스크린을 설치하기 쉽지 않고, 방음도 잘 되지 않아 스피커도 설치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매 학기마다 방을 이동하기 때문에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철거하고 설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LG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BP640에 24인치 LED 모니터를 연결해서 구입한 블루레이를 감상하곤 했습니다. 방이 방음이 잘 되지 않고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운드는 SONY의 MDR-HW700DS 무선 헤드폰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급 뽐뿌를 받아 프로젝터를 중고로라도 구입해 볼까 해서 디피 중고장터를 기웃거리던 도중, 중고장터에서 오토폴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방에 구멍을 뚫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치와 철거가 간편해, 기숙사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수단이었습니다. 오토폴을 접한 이후 이틀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큰 맘을 먹고 오토폴을 이용해 기숙사 방 안에 홈시어터를 설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은 아래 도면과 같이 되어있는데, 아래쪽이 창문이 있는 쪽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창문을 가리는 방향으로 스크린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 방에는 창가 쪽에 책상을 비롯한 가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아래 이미지처럼 창가 쪽에서 영사를 하고, 입구 쪽에 수동 롤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스크린은 그랜드뷰 수동스크린 GSR-120H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106인치로 주문했는데요. 자슈건님의 120인치 업그레이드 권장 댓글을 보고 난 뒤 마음이 흔들려, 문구점에서 줄자를 구입하여 실측해 보니 120인치도 가능하여 스크린은 120인치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다행히도 주말이 끼어있어 배송이 시작되지 전에 스크린 사이즈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투사거리는 3m가 조금 넘게 나오더군요. 프로젝터가 BenQ W1070+가 아니었으면 106인치 정도에서 타협해야 했을 겁니다.
기존에 BDP와 MDR-HW700DS, 그리고 23인치 모니터를 활용한 시스템은 1인용 시스템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헤드폰이 하나뿐이었거든요. 그런데, 프로젝터로 구축하게 되면 절대 혼자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룸메이트를 위해 2인용 시스템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마존에서 MDR-HW700DS용 헤드폰 MDR-HW700 한 개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예산은 200만원을 잡고 시작했는데, 관부가세와 스크린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해서 10만원 가량 초과했습니다. 프로젝터는 11번가에서 신품으로 97만원에 카드 결제해서 구입했고 (3D 안경 1개 증정 포함), 벤큐 3D 안경 한 개를 추가해서 5만원을 추가 결제했습니다. 스크린과 오토폴은 별도 업체에 견적을 내서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프로젝터가 도착했습니다. 오픈마켓이라 허위매물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결제 당일 바로 발송되어 다음날 점심때쯤 도착하더군요.
그리고 일본에서 직구한 증설용 무선헤드폰 MDR-HW700입니다. 배송료, 관부가세 포함 30만원 정도 나오더군요. 사실 일주일 걸려서 가장 늦게 도착한 물건입니다.
오토폴과 스크린이 속속 도착합니다. 120인치 스크린은 길이만 3m짜리라 경동택배로 왔는데, 엘리베이터로 올리지 못할 뻔 했습니다 ^^;;
필요한 자재들이 모두 도착했으니 이제 설치를 시작합니다. 업체 쪽에서 15만원을 주면 전문 기사님 두 분이 오셔서 완벽하게 세팅을 해 주고 가시겠지만, 학생이라 돈을 아껴야 하는데다가 그렇게 복잡한 설치도 아니어서 직접 자가 설치로 진행했습니다. 설명서 보고 따라하니까 할만하더군요. 십자 드라이버를 제외하고 육각렌치, 수평계, 케이블타이 등 필요한 모든 자재가 함께 배송되어 왔습니다.
스크린 먼저 설치해야 프로젝터 위치를 잡을 수 있기에, 스크린 먼저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프로젝터용 오토폴이지만, 스크린 오토폴 설치할 때 수평계 사진은 찍어놓지 않아서... ^^;;)
스크린용 오토폴을 설치할 위치를 줄자로 측량해 잡아준 뒤, 위 사진처럼 수평계를 장착하여 수평을 정확히 맞추어 줍니다. 그리고 오토폴을 힘껏 밀어올린 채로 조여 고정시킵니다. 설명서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나오던데 도저히 혼자서는 못 하겠더군요 ^^;;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랜드뷰 스크린을 걸어줄 클램프와 ㄱ자 브라켓을 설치합니다. 15kg짜리 스크린을 지탱해야 하므로 모든 나사를 단단하게 조여줍니다.
스크린용 오토폴을 설치한 상태입니다. 슬라이딩 방식이라 거리는 자유롭게 해도 되어 그나마 편하게 설치했습니다. 이제 스크린을 걸 차례입니다. 역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스크린을 걸었습니다.
스크린을 브라켓에 거는 과정에서, 두 브라켓의 높이를 정확히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걸리지 않아 꽤나 고생했는데, 알고 보니 두 개의 브라켓이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정확히 평행( | | )이 아니고 살짝 틀어져 있어서 ( | / )였더군요. 자가 설치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에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스크린 설치가 완료된 모습입니다. 거의 벽을 꽉 채운 모습입니다. 120인치, 어마어마하더군요.
이제 프로젝터도 설치해 줍니다. 프로젝터용 오토폴 설치 자체는 스크린용 오토폴 설치와 같은 방식이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위치를 잡아주는 과정인데, 스크린 중앙과 렌즈가 일렬이 되도록 위치를 잡은 뒤, 직접 투사해 보면서 높이를 결정해주어야 합니다. 높이가 결정되면 클램프와 브라켓을 꼼꼼히 조여줍니다.
테스트 패턴을 띄워놓은 채로 프로젝터를 미세 조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화질 열화를 일으키는 키스톤 보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에, 브라켓을 조이고 풀고 하면서 각도를 조정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위치를 잘 잡아서 렌즈쉬프트도 사용할 필요는 없었네요. 설치를 마치고 선 정리까지 해 주었습니다.
설치를 마치고 난 뒤 테스트로 블루레이 타이틀 몇 개를 재생해 봅니다. <인터스텔라>를 재생해 보았는데, 2.35:1에서 16:9로 화면비가 바뀌면서 화면이 꽉 차는 순간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바로 앞에 침대에서 누워서 봐도 됩니다.
3D 타이틀도 테스트해 봅니다. 역시 3D 테스트는 <라푼젤>의 하이라이트, 등불 장면이죠. 다만 역시 밝기가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극장에서 보던 3D 효과 이상이네요.
사실 기숙사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한다는 게 굉장히 무모한(?) 일이긴 합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의 전용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결국 입문에는 성공했네요. 요즘 밤마다 영화 한 편씩 보고 있습니다 ㅎㅎ 특히 그동안 구입만 해놓고 디스플레이가 없어 썩히고만 있던 3D 타이틀들을 보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공간상의 한계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몇 년은 계속 이 시스템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
별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저처럼 입문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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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홈시어터 생각의 전환이 이런 결과물을 나오는군요. 대단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