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글] 넷플릭스 자막 번역을 하는 업체입니다 ^^
안녕하세요, 항상 지켜만 보고 있는 눈팅회원입니다.
일단 제 소개를 먼저 하자면,
15년 정도를 프리랜서 영상번역가로 활동했고
작년 들어서 WhatSub Pro란 영상번역업체를 만들어
넷플릭스의 자막 현지화 작업을 하는 디피저씨... 입니다. (마음은 청춘)
최근 들어 "넷플릭스 자막이 왜 이렇게 구리냐..."란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
일선에 있는 입장에서 글을 한 번 올리자 했었는데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됐네요. (1년 동안 정말 숨도 못 쉬게 바빴습니다 ㅜ.ㅜ)
먼저, 넷플릭스는 전세계 영상번역 업체에겐 축복 같은 존재입니다.
한동안 DVD/블루레이가 수요와 공급 모두 급감해서 일거리가 없었고
세계적인 업체마저 문을 닫는 일이 생겼는데,
넷플릭스 혼자서 로컬라이징 업체를 전부 먹여 살리고 있거든요.
게다가 넷플릭스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번역료 자체도 높기 때문에
저희 같은 하청업체 마저도 작가님들께 괜찮은 번역료를 드릴 수 있게 됐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동시에 20~30개 언어를 번역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글로벌 기업과만 거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현재와 같은 자막 문제로 이어진 거죠.
글로벌 업체들의 경우, 유럽어와 남미 스페인어 쪽은 강세를 보이고
보유한 작가 인력 풀도 풍부한 편이지만
아시아어는 상황이 그렇지가 못합니다.
특히 한국어는 제대로 된 번역가와 일하는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죠.
예전에 DVD 자막이 엉망이라며 욕하던 거 기억하시나요?
DVD 자막의 경우, 국내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작업하는 영세업체들은
국내 초보 작가들과 싼값에 계약해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고
해외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한 작품들은 바로 저 글로벌 업체들이
번역 현지화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죠.
해외에 있는 업체들이 국내에 있는 영상번역가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동포 2세나 유학생들이
파트타임 알바식으로 번역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DVD 자막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지금 현재 넷플릭스의 자막을 그 DVD 자막을 하던 업체들이
번역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나고 있는 겁니다.
그 와중에 저희는 몇몇 글로벌 업체의 하청을 받아 번역하고 있는 거고요.
차라리 이런 식으로 국내 업체에 하청을 준 자막들은 퀄리티가 나오는 편입니다.
(물론 국내에도 엉망인 업체는 다수 존재합니다만...;;)
그리고 자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현재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한국어 자막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입니다.
하청업체 주제에 넷플릭스가 까이는 게 억울해서 올려봅니다 ^^;;
3줄 요약
1. 넷플릭스는 번역에 엄청 투자한다.
2. 근데 번역 업체들이 능력이 안 됨.
3. 우리 회사 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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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입니다.
대신 잘 번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