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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BD-AUDIO : 경이로운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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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4 21:47:31

 

일본의 고해상도 음원 전문 취급 업체 카메라타 도쿄(홈페이지)는 그러한 동사의 기치에 걸맞게 녹음부터 수록, 발매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열성을 기울이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걸맞게 DVD 시절부터 DVD 속에 음원 파일 형태로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기록하여 발매한다던지(이른바 MP3 CD와 비슷한 형태. 일반 플레이어에서 직접 재생이 불가한 내장 파일 재생 형태를 취함) 하는 식의 여러 특이한 실험이나 행보를 거듭했던 것으로 들어왔습니다만, 직접 그 품위를 접해볼 기회를 얻은 것은 여기에서 소개하는 驚異のデュオ /ベルリン・フィルハーモニック・デュオ(영문 타이틀: Amazing Duo / The Berlin Philharmonic Duo)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디스크 타이틀은 2012년 12월에 발매된 블루레이 디스크 타이틀로 정가는 소비세 포함 3600엔. 구입 자체는 2013년인가였는데 그동안 혼자 꿍쳐놓고 가끔 즐기다가 이제야 소개하는 건 흠...그냥 생각이 나서. 정말입니다.(웃음)

 

 

이 타이틀은 세간에서 이른바 블루레이 오디오(이하 BD-A)로 칭해지는 음악 전용 블루레이 타이틀로 디스크 속에 든 영상이라고는 위 스크린 샷의 메뉴 화면 한 장이 전부입니다. 다만 BD-A는 과거 DVD-AUDIO 처럼 그 수록 내용을 (완전하게)즐기는데 있어서 특별히 지원하는 플레이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BDP에서도 그 스펙을 그대로(단, HDMI 출력에 한해서만. 광동축 디지털 출력으로는 16/48로 스펙이 제한되며 아날로그 출력의 경우는 플레이어의 출력 채널에 따라 채널수가 제한될 수 있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서구의 유수 오디오 타이틀 제작사 등에서도 익히 HFPA(하이 피델리티 퓨어 오디오)라는 브랜드로 BD-A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어 알음알음 세간에 그 퀄리티와 과거에 비해 편해진 구동 등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HFPA에 대해서는 본 게시판에서도 몇 번인가 언급된 바 있으므로 검색해 보시는 것도 권합니다.)

이 타이틀에 수록된 연주는 베를린 필하모닉에 재직했던 첼로/ 콘트라베이스 수석 바우만(첼로) & 스톨(콘트라베이스) 씨의 1975년과 76년에 걸친 연주를 텔덱에서 녹음하여 아날로그 마스터화 한 것으로 카메라타 도쿄는 이 연주를 CD와 DVD-ROM(전술한 음원 파일 기록 롬 형태)으로 발매한 바 있습니다. 개중 CD는 물론 CD의 한계인 16/44.1로 출력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었고, DVD-ROM은 24/96과 24/192 스펙의 음원을 담았으나 음원 파일을 읽어야 하는 형태라서 PC 재생 혹은 일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의 플레이어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등 제약사항이 있었기에 2012년에 이르러 BD-A 형태로 스펙과 재생 편의성을 동시에 잡은 타이틀로 완성했다...고 동사에서는 밝힌 모양입니다.

 

 

수록된 연주 전체는 이와 같은데, 영제가 함께 쓰여있으므로 따로 설명은 생략. 클래식에 얼마간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꽤 익숙할 레퍼토리로 선정된데다 곡들 자체의 감상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아(= 웬만하면 듣다 졸리지는 않고) 상당히 편한 마음으로 고품위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여기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소리가 웬만해선 듣는 사람을 피곤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지 않으므로 금상첨화. 사실 개인적으로 카메라타 도쿄라는 메이커의 능력을 한 번 들어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기 때문에, 청취 그 자체로 피곤해질 가능성이 여러모로 적어 음질에 보다 집중하여 들어볼 수 있는 타이틀을 고르다보니 이 타이틀에 도달했기도 합니다.

단지 유일하게 불안한 점은 이 녹음이 75, 76년 녹음이고 최초 디지털 리마스터 시점이 85년(관련 CD 초판 발매 시기)이긴 해도 근래의 하이 레졸루션 스펙에 걸맞는 기자재로 다시 리마스터링 한 것이 2000년대 중반 정도였다는 것 정도. 아날로그 음원 마스터는 25년 가량이 지나면 보존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조금씩 열화가 시작되는 게 통례라 웬만하면 특히 하이 레졸루션 음원은 되도록 최신 녹음이 적어도 (연주자의 클래스나 그 실력을 떠나)'음질'면에서는 좋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고를 때는 웬만하면 90년대 이후의 녹음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이 타이틀은 전술한대로 메이커의 능력을 한 번 들어보고 싶기도 했으니- 하여간 이런 이유로 이 타이틀을 몇 년 전에 구입, 종종 들어왔더랬습니다.

 

 

Ayre DX-5를 통해 들어보곤 하는 이 타이틀에 대한 감상은 그야말로 '첼로'와 '베이스'에 각각 귀- 물론 실제로는 마이크- 를 들이댄 후에 그 둘을 편집하여 맞춘 느낌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당시에 느꼈던 상당한 놀라움이 몇 번을 들어도 거의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정도로, 영상으로 말하자면 첼로와 베이스에 각각 카메라를 대고 최대 근접 촬영후 합성한 사진이라 해야하나...그만큼 디테일 재현력 하나는 도저히 75년 녹음 같지 않은 수준입니다. 이런 베이스 디테일감이 워낙 좋아서 이런 류의 디테일 추구 음원에서 흔히 드러나는 듣기 피곤함이나 무미건조함도 상쇄하는 수준.

같은 녹음의 CD반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24비트라는 고해상도의 혜택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도 극히 자연스럽고 이른바 CD 수록 시의 부자연스러운 강조감이 없다는 게 또한 장점. CD는 그 좁은 다이나믹 레인지 등 그릇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종종 특정 영역에 강세를 두는 등 듣기 좋게 음을 꾸미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한 24비트를 피로할 수 있는 본 타이틀에선 그러한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넉넉함마저 느껴집니다. 질적으로, 아날로그 음반의 분위기를 내려면 디지털은 역시 고해상도로 (제대로) 나와야만 한다는 하나의 훌륭한 증거라고까지 생각되네요.

 

 

전체 43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에 3600엔이란 것은 BD 시대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다지 싸다고 할 수야 없기는 합니다만, 메이저 제작사가 아닌 군소 레이블에 불과한 일본의 작은 제조사에서도 이만한 퀄리티의 음반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그들의 열성도 있겠지만 기술에 의한 평등의 실현 예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영상에서는 BD 시대에서 슬슬 UHD-BD가 태동하는 시기이긴 합니다만, 음성의 수록에 있어서는 BD라는 그릇으로도 충분하고 넘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담는 물리 매체로는 BD가 끝일 거라고 전망됩니다. 어차피 UHD-BDP의 BD 호환도 이미 확정적인 사항이고 하니- 유수의 레이블이건 군소 레이블이건 이런 식으로 고품질 BD-A 타이틀을 좀 더 열렬히 발매하여 더 많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 품위를 전달하고 이를 통한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설파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 타이틀만으로 들었다고 하면 좀 과장이지만(웃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였다 하겠습니다. 그게 이 타이틀에 대한 개인적인 헌사입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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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10-01 09:53:08

일본의 저변이 참 부럽군요... 예전에 소니클래식에서 동유럽 스튜디오 창고 뒤져가면서 음반발매한거 보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2015-10-01 09:55:45

카메라타란 회사 로고사 텔덱이랑 비슷한데 협력관계 인가요? 예전에본 DG랑 아카이브란 레이블 생각나네요... 당시(95년)에는 아르히브라고도 했었어요

WR
2015-10-01 15:55:21

일본은 그만큼 아직 디스크 타이틀 구매 저변이 있고, 특히 음반 시장이 아직 잘 살아있는 덕이기도 하겠습니다. 한편, 제가 아는 범위에선 카메라타와 텔덱은 아무 연관점이 없습니다.

2015-10-01 10:29:46

언제나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WR
2015-10-01 15:55:4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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